2022년 6월 9일 오전 10시 55분경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옆 변호사 사무실 건물에서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해 방화 용의자를 포함해 7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처음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카카오톡 단체창에는 연이어 사고와 관련된 메시지가 올라왔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올라오기도 했고 다들 참담한 심정으로 속보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는 하루였다. 그날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사건의 전말은 수억 원대 투자 반환금 소송을 했다가 1심에서 패소한 의뢰인이 상대편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가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던 변호사와 직원들을 흉기로 찌르고 방화를 저지른 것이었다. 심지어 희생된 사람들은 그 사건과는 무관한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는 변호사와 직원들이었다. 정작 가해자가 앙심을 품고 찾아간 변호사는 지방재판 중이어서 화를 면했고, 사망한 변호사와 직원인 사무장은 사촌 관계이고, 여직원은 이제 막 결혼한 신혼이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이번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커졌다. 테러에 가까운 방화가 애꿎은 희생자들을 만들었다.
이를 확인하고 나니 허탈한 마음과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그리고는 사무실에 앉아 최근에 나에게 불만을 가질 만한 사람은 없었는지 화재가 발생하면 지금 내 머리 위에 있는 스프링클러는 제대로 작동을 하긴 하는 것인지, 이제는 의뢰인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나에게 보복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생각하며 재판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이러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또한 이러한 위험을 막는 보다 확실한 방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보안요원을 채용하는 것은 비용이 너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고, 영업을 위해 출입 통제를 강화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고민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사건 이후 가스총이나 삼단봉 등 개인 호신용구를 구입을 권유 받기도 했는데, 대한변호사협회까지 나서서 호신용구를 협회 차원에서 공동구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말도 들린다. 변호사업무를 하는데 이러한 호신용구까지 필요하다니 더 참담한 심정이다.
재판 결과는 대개 승패가 나눠지다 보니 패자는 억울함과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변호사로서 10년 정도 일 해오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는 했는데 법정에서 변론 후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상대 의뢰인이 ‘저런 사기꾼 편인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라며 소리를 지르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막무가내로 사무실에 찾아오기도 하고, 심지어 상대방 변호사가 나의 핸드폰 번호를 자신의 의뢰인에게 줘 개인번호로 전화가 오는 황당한 일이 있기도 했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대신해서 분쟁 상대방과 법리적으로 다투다 보니 어느 순간 당사자와 변호사를 동일시하여 적대감을 표출하는 사례들이 발생하는 것 같다. 심지어 소송과정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다 보니 그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기도 한다. 다른 동료 변호사들 역시 상대 측 의뢰인들의 폭언, 협박 등이 비일비재한 현상이라고 이야기 하고는 한다.
이렇듯 변론 과정에서 의뢰인뿐만 아니라 상대방으로부터 이런저런 곤욕을 치른 일들이 있다. 이번 참사가 더 큰 충격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변호사들은 실명과 사무실 위치까지 다 공개되어 있다 보니 위험에 상시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 때문이다.
미디어가 만들어 낸 변호사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누군가는 ‘변호사가 뭔가를 잘못했겠지’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변의 변호사 누구를 봐도 이런 일을 겪어야 할 만큼 잘못된 일을 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의뢰인을 위해 판례와 논문을 뒤지고, 상대방 주장의 허점을 찾아 공격하며, 최대한 의뢰인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정리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고, 가끔은 공익활동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도 하며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변호사는 그 사건을 발생시킨 당사자가 아니다. 변호사는 그저 당사자의 권익을 위해 변호·대리하며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다른 어떤 이유가 있었다 해도 그와 같은 테러행위에 정당성을 부여 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사적 보복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행위이고, 우리 사법 시스템의 한 축인 변호사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상대방의 보복이 무서워 변론 활동이 제한된다면 이는 결국 실체적 진실 발견에 저해가 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하여 잘못된 판결이 내려진다면 사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 변호사 대상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발의안에는 △변호사 및 그 사무직원을 폭행하여 상해·중상해·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 △폭행·협박 등 방법으로 변호사의 직무수행을 방해하는 경우 △변호사 업무수행을 위한 시설·기물을 파괴·손상하는 경우 가중처벌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고 한다.
변호사가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이유로 도리어 범죄의 대상이 되는 사회가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상적 변론 활동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우아롬 법무법인 한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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