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4 07:16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외부기고

[이승우 화백의 미술 이야기] 나는 엉덩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2

image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누워 있는 나부, 1917/사진=위키 아트

예술의 도시 파리를 동경하여 세계 각지에서 모인 일군의 화가들을 우리는 ‘에콜 드 파리’라 부른다. 대표적으로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이 있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김창열, 남관, 이응노, 권옥연, 이성자, 손동진 등이 있다. 

몽마르트르 거리에서 다시 이주해 간 몽파르나스 거리에서 그들은 그림을 그리고, 웩웩거리며 발악을 하고, 눈에 불을 켜고 예술론을 이야기하며 굶고 취하고 혹은 값싼 정어리 통조림을 나눠 먹어가며 추위에 떨었을 것이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같은 경우에는 조각을 하기 위해 남의 공사장에서 주춧돌을 훔치고 하다 만 돌을 다시 가져다 놓고 하던 시절이었다. 이중에서 가장 기품이 있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는 어느 날 귀족 부인에게서 혼자만 초청할 수 없으니 모두를 초청한 가운데 현관부터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그림만을 걸어 놓고 그에게 간접 구애를 했다. 

이후 그 부인과 잘 지내던 어느 날 그 귀족 부인이 낙태 수술을 위해 독일을 다녀온 것을 알게 되고 그 부인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네가 감히 천재의 씨를 지워?”라고 할 만큼 자존심이 강했고 그중 제일 주정뱅이였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그가 죽기 며칠 전 동료 화가인 모리스 위트릴로의 어머니며 역시 화가인 수잔 발라동을 찾아가 그녀의 품에 안겨 울면서 유대인이 부르는 죽음에 대한 기도의 노래를 부르던 것이 그의 마지막 노래가 되었다.

인간의 그 슬픈 정념만을 관조한 방랑자이면서 기품 있는 교양을 간직한 그가 르느와르 화실에 갔을 때의 일이다. 자신의 관능적인 그림 앞에 선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나는 이 엉덩이가 탐스러워 몇 번이나 어루만지며 이 그림을 그렸지”라는 자랑에 단 한 마디로 쐐기를 박아 버리고 문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선생님, 나는 엉덩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후세의 사람들에게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전기 영화에서 잔 에뷔테른으로 하여금 눈물을 가득 머금고 “사랑이 뭔지 아나요? 진정한 사랑! 그런 사랑을 해보셨나요? 영원히 비난받아야 할 사랑을요. 난 해 봤죠”라는 독백을 하게 한 영감을 준 사람이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이승우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