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1 17:34 (수)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외부기고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진경進慶

image
진경 포스터

진경(進慶)은 "경사스러운 일을 끌어들인다."란 뜻으로 드넓은 호남평야 속에 영그는 풍요의 밀알처럼 전라북도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며 만든 전라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의 정기공연 작품 제목이다. 탄탄한 주제로 풀어낸 해당 작품의 플롯(plot)은 호남평야란 모티브와 연결되어 광활한 토지 그리고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농악 연희, 소, 물, 고깔 등 다양한 전통의 교합을 통해 성대히 펼쳐졌다.

벽사, 푸른 볏골, 지평선, 초로, 뜰볼비굿, 농악 그리고 Epilogue. 진경이란 작품 흐름은 고전적 의지를 그려내는 아크 플롯(Arch-plot)의 미학적 효과로 나타났다. 사람과의 거리를 염두해야 하고 적정 온도를 걱정해야 하는 현 펜데믹의 현실.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다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벽사의 모습은 한민족 농악 가락과 창의적 춤사위로 표현되었다. 숨죽여 이어지는 영롱한 물의 흐름 동작은 간결한 몸 사위와 지팡이의 미학적 교합으로 나타났으며, 지평선에 펼쳐진 아낙의 춤사위는 애처로움보단 애정이란 감성의 호흡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우리네 어머니는 호남평야에서 삶을 녹였다. 드넓은 평야에서의 타고난 숙명. 부정하고 싶지 않은 초로 농부의 모습들. 여전히 어렵고 여전히 힘들지만, 누군가는 쇠를 치고 누군가는 북과 장구를 울렸다. 액을 쫓고 복을 비니 공동체는 신명으로 하나가 되었고, 고된 삶은 희망의 기원으로 승화되었다. 그들은 노란 고깔에 순정을 바치고 마음을 기댔으며, 흐드러진 춤사위로 아픈 마음을 가슴에 품기도 했다. 장구가락, 쇠가락, 북가락에 눈물짓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흐느껴도 보았다. 그렇다. 호남평야에서 우리의 부모님은 그렇게 마음을 다했고 진경이란 축복에 힘쓰며 삶의 풍요로움을 추구했다.

무용의 작품 플롯과 함께 다가온 매력의 요소는 음악과 의상, 영상과 조명이었다. 강렬한 가야금의 탄성, 장구의 리듬분할과 더불어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 팀파니의 교묘한 화합. 편종, 튜블러벨 사운드의 놀라운 등장과 음역에 따른 장면의 이입과 몰입. 장석진 작곡가의 신들린 국악, 양악 어울림은 진경이란 작품을 한층 더 완성시켰다. 간결하지만 매혹적인 의상, 조명의 김철희 감독과 영상의 황정남 감독은 이미 오래전부터 호흡을 다져온 명불허전. 그들의 전통무용과 연계된 작품은 이미 국립국악원에서 펼쳐진 "화무"와 "벽파 박재희의 춤"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렇듯 음악과 의상, 조명과 영상은 냉철한 조주현 연출가의 원칙 아래에 큰 명화로 그려졌다.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을 이끄는 이혜경 단장의 "진경"은 반문(反問)을 변화시키는 반향(反響)의 매력으로 관객에게 다가왔다. 전라북도의 콘텐츠를 잘 끌어낸 작품으로 우리 지역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한 춤사위로 만들어냈다. 공연을 마치고 로비에 모인 많은 수도권 춤 평론가들의 모습이 반가웠던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이유였던 것 같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진경 #이혜경 단장 #장석진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