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거꾸로 비친 숲의 그림자와 햇빛을 영롱하게 반사하는 나뭇잎 마다마다는 뽀송뽀송하여 실제로 나무숲에 와있는 듯하거나, 일반인들의 솜씨가 아닌 전문 사진작가들이나 찍었음 직한 섬세함이 있어서, 그림 안에서는 나무들도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보인다.
그래서 처음으로 이런 그림들을 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진 전시로 오해도 받게 된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잘 찍은 사진작가의 사진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이 그림들은 하이퍼 리얼리즘(hyper realism)의 작가 최석우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1840년대 다궤르의 사진기 발명은 미술계에는 큰 사건이었다. 인물화로 생계를 이어가던 화가들은 풍경화로 생계 수단을 바꿔야 했으며, 급기야는 카메라와의 경쟁을 피하려 인상주의 사상이나 기법까지 창조하였다.
이후 세월이 지나면서 다시 카메라라는 기계문명에 도전하기 위하여 하이퍼에 도전했다. 즉 초점이 하나인 카메라의 약점을 간파하고 수백수 천개의 초점을 만들어 카메라를 이기고자 했다.
그래서 하이퍼 리얼리즘의 또 다른 명칭은 샤프 포커스 리얼리즘 (sharp focus realism)이다. 즉 카메라가 초점 부분만 섬세하고 나머지 부분이 흐릿해지는 단점을 보완하여 수백 수천의 포커스를 한꺼번에 사용하여 사진보다 더 정확한 그림을 그리려는 것이었다.
진정한 하이퍼 리얼리스트들은 세계적으로, 물론 국내에서도 그리 많지 않다. 남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리면 그냥 하이퍼 작가라 치부해버릴 따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석우는 하이퍼의 진정한 의미를 정확히 알고 그리는 이 지역에서는 드문 진정한 하이퍼 리얼리스트라 느껴진다. 하지만 하이퍼 리얼리즘의 단점은 아무래도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조형 언어의 부족함이다.
작가의 가슴에 일고지는 색채나 형태의 자유로운 표현은 아무래도 대상에 충실하여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결여되기 마련이다.
날마다 그림이 그리고 싶고, 오로지 그림을 하는 시간만이 행복하다는 최석우의 전시 포스터를 보고 면 단위의 지역에 갤러리가 있다라는 사실에 놀라 큰 기대감을 안고 장애인 택시를 불러 전시장에 갔다.
그러나 "그러나"였다.
입구에선 내가 장애인 카드를 제시했음에도 일금 사천 원을 받았으니 일반인은 팔천 원인 가보다. 언덕이 너무 가팔라지게 이어져서 지체장애인인 나에게는 백두산 등반개념이었다.
2층 갤러리라는 곳에 가보니 그림이 있는 한쪽 면의 조명시설은 갤러리처럼 흉내는 냈는데 그 공간의 반대쪽이 전부 통유리로 되어있어 원래는 전시장 용도로 지어진 게 아니고 통유리 쪽에 있는 호수의 뷰를 이용한 상업적인 목적으로 설계된 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건물이 여기저기 서 있는데, 통일감은 안보이고 어수선하다거나 미완성인 느낌이며, 승용차나 택시 아니면 가기 힘들 정도로 접근성도 안 좋아서 추천할만한 장소는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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