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갓집은 여수시 소라면 사곡리다. 어릴 적, 주말과 방학이면 어김없이 외갓집으로 달려가 바다와 시간을 보냈다. 그곳은 내게 놀이터요 휴식처였다.
외갓집 마을의 특산품은 꼬막이다. 골이 깊고 알이 굵은 참꼬막은 사곡면의 자랑이었다. 지금은 꼬막이 종적을 감췄다. 갯벌에서는 고약한 시궁창 냄새만 난다.
꼬막 밭은 왜 불모지가 되었을까? 생태 환경이 바뀌었다고 하기에는 갑작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바다가 병들었다는 걸. 무엇이든 내어 주던 바다가 속병이 들어 죽어가고 있음을 썩어가는 꼬막 밭은 말해준다.
또 하나의 비보가 가슴을 후려친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출한다는 소식이다. 130만 톤에 달하는 오염수를 바닷물에 흘려보낸다니. 그럼, 바다는? 바다 생물은? 인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에 생각나는 건 하나 뿐.
재앙!
바다가 걱정되는 날이 길어질수록 조미형 작가의 『바다가 걱정돼/바다를 위협하는 7가지』(특서주니어)가 더욱 생각났다. 『바다가 걱정돼』는 해양 문제를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게 쓴 에듀테이먼트 논픽션 도서다. 조미형 작가는 국제신문 신춘문예 소설로 등단한 뒤 꾸준히 바다 관련 책을 출간한 저력 있는 부산 출신 작가다.
『바다가 걱정돼』 는 7가지 해양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름, 폐수, 쓰레기, 선크림, 낡은 어구, 해저 채굴, 바닷물 온도 상승이 주제다. 핵심 키워드를 제시한 뒤 문제점의 원인과 진행 과정 그리고 문제 해결책으로 구성됐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각각의 문제 상황을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엮은 7편의 단편 동화다.
해수와 친구들은 서해안의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로 양식장을 비롯해 바다 전체가 기름으로 뒤덮이자 기름때를 제거한다. 바다 생물이 기름으로 죽어가는 걸 본 아이들은 바다를 꼭 원래대로 되돌려 놓겠다고 다짐한다. 산호가 하얗게 변해서 죽어가는 이유가 선크림에 들어간 화학성분 때문이라는 아빠의 말에 레아는 충격을 받는다. 레아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산호를 살리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려 한다.
이 외에도 바다 쓰레기로 인해 사고를 당하는 세오, 버려진 낡은 어구로 아찔한 일을 당할 뻔한 어진, 바다 콧물에 갇힌 샨, 해저 탐험을 하러 갔다가 사람들이 파놓은 구덩이에 빠진 루미, 함덕 해수욕장에서 용오름으로 보고 환경을 중요성을 깨달은 동윤과 희강이 이야기가 정보의 이해를 높이고 책의 재미를 더한다.
살이 타지 않기 위해 바르는 선크림이 산호초를 죽인다는 걸 몇이나 알까? 수시로 바꾸는 전자기기 제품에 들어가는 원료를 바닷속 광물을 채굴해서 얻는다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특이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먹고 쓰는 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오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른들이 성공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실을 묵과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에는 『바다가 걱정돼』를 옆구리에 끼고 가족과 함께 바다로 가는 건 어떨까. 그리고 바다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자. 바다의 안전이 곧 우리의 안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근혜 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선물>로 등단했다. 낸 책으로는 <제롬랜드의 비밀><나는 나야!><유령이 된 소년><봉주르요리교실 실종사건><다짜고짜 맹탐정><너의 여름이 되어 줄게>(공저)가 있다. 현재 최명희문학관 상주작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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