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그러니까 어제의 일
시를 써 놓은 쪽지를 잃어버렸네
옛사랑이 다시 올 것 같은 그런 밤에
그래, 그렇지, 죽은 나무에 말이지
새 떼가 잠시 앉았다 간, 조문한 자리에
모래 위에 진흙 위에 파피루스에
암호처럼 쓴 시
혀끝에 쓰다만 시
시는 시에 대해
시를, 이야기하네
이제, 그만 악수를 하는 게 어떤가 하고
악수 끝에 무슨 협상이라도 할 것처럼
녹이 슨 무기처럼 한 발의 총탄도 쏘지 못할 거면서
쓰다가 버려진 시에 대해
△ 삶과 사유, 관계, 모든 것들은 과정일 뿐, 완성이 없다. “무슨 협상이라도 할 것처럼” 적당한 선에서 악수를 한다해도 완성은 없다. “쓰다가 버려진 시”도 “녹이 슨 무기처럼” 누구에게도 정의나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 “쓰다 버린 시”로는 새 세계를 창조할 수 없다. 그러니 고목이 전 생애를 거쳐 완성한 한 편의 시를 우리는 정독할 의무가 있다. 생의 모든 과정을 거친 나무가 마침내 내리긋는 필생의 한 획을 우리는 우러러야 한다./ 김제 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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