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항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20여 년 만에 진행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새만금 국제공항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 8월 국토교통부의 새만금 기반시설 적정성 검토가 우여곡절 끝에 통과됨에 따라 사업이 탄력을 받는 상황이다. 내년 착공을 목표로 실시설계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뜬금없이 감사라는 복병을 만나 분위기가 싸하다. 새만금과 관련해 정부에 대한 도민들의 불신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예정에 없던 일이기에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 잼버리 악몽과 예산 후폭풍으로 한차례 뒤통수를 얻어 맞은 터라 그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한 가운데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2029년 개항 예정인 새만금 공항 계획과 건설 단계를 점검한 뒤 결과를 내넌 초 공개한다는 게 이번 감사의 골자다. 잼버리 이후 1년여 만에 사업이 재개된 만큼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감사 논란에 휘말려 변수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업의 적정성 검토 통과는 그동안 추진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는 걸 정부가 보증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감사원 감사에서 경제성이 부풀려졌다며 김제공항 사업이 무산된 전례에 비춰 보면 결코 우호적 상황은 아니다. 당시와 비교하면 공항의 필요성에 대한 도민 공감대가 훨씬 강해졌다는 점이 큰 차이다.
새만금을 바라 보는 정부 시각이 간접적으로 노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은 30년간 '찔끔 예산' 으로 터덕거렸던 새만금 개발을 임기 내에 완료하겠다고 호언장담 했다. 그러면서 새만금의 의사결정 기구인 새만금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겠다는 공약도 함께 했다. 임기 반환점을 돈 지금까지 이 문제는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더욱이 공동위원장인 민간위원장 자리가 8개월째 공석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본위원회 조차 1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잼버리를 빌미로 새만금 때리기에 성공한 뒤에도 무엇 때문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정부의 홀대, 소외에 도민들은 답답해 하고 있다.
새만금 관련 정부 발표에 도민들 시선이 예사롭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일찌감치 도민들 기대를 모은 새만금이야말로 전북 홀대의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이 사업에 쏠린 도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악용해 역대 정권은 선거 때마다 희망 고문을 해온 셈이다. 오죽하면 애증의 역사로 표현할 만큼 정권 입맛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 것도 사실이다. 사상 초유의 78% 예산 삭감이라는 충격적인 아픔을 겪고 정부가 아직도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데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지금 국회 예산 심의는 전북이 요구한 내년 10조 1155억에서 1조 555억이 삭감된 기재부 안이 넘어왔다. 새만금 등 신규 사업의 경우 5백80건 중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2백15건만 반영된 게 고작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