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새해를 맞이하는 서민들의 마음은 혹한의 겨울보다 춥고 불안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달 12월 3일 늦은 저녁 뉴스를 보려다 윤석열 대통령의 예고 없는 등장과 비상계엄선포는 지나간 흑백영화를 보는 듯 비현실적인 화면이었다. 국회를 포위한 경찰과 몰려간 시민들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간 국회의원들과 헬기 타고 나타난 무장한 군인들 생중계로 방영된 광경들은 45년 전 암울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경험하지못한 세대에게는 이상한 밤이었으리라.
과거 계엄과 국가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은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70년대 유신 독재와 80년대 군부독재의 공포와 트라우마로 과거를 되살리며 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계엄 사령관이 사인한 포고령 1호는 국회와 지방의회 국회의원을 적으로 간주해 체포하고 폐쇄하려 했다.
또한, 언론의 입을 틀어막아 국민의 귀를 막으려 했음이 밝혀졌다.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파업을 금지하고 위반 시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다행스럽게 불법 계엄에 동원된 군인들의 소극적 태도와 시민들의 적극적 대응으로 국회의원들 계엄해제 결의가 가능했다.
내란 쿠데타는 저지되었으나 이어 닥친 경제 한파는 서민경제를 얼어붙게 했다.
위태롭고 불안한 우여곡절이 없진 않지만 내란 일당들은 줄줄이 체포 구속되고 과거와는 다르게 큰 희생 없이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1980년 계엄으로 가장 상처가 깊었던 호남은 안도의 한숨을 쉬기 무섭게 한해를 이틀 남기고 무안 제주항공 참사를 날벼락 같이 겪고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
세월호 이태원 등 반복되는 참사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예견된 사고임을 확인한다. 정작 책임져야 할 높은 분들은 빠져나가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안 되니 국민은 불신한다.
세계 10위권의 대한민국은 우수한 교육수준 높은 문화예술과 민도를 세계가 부러워한다. 내란을 주도한 사람들의 면면은 최고의 학교에 수석 입학 수석졸업자들이 즐비하다.
엘리트 리더들에게 믿고 맡긴 국가가 엉망이 되어있는 모습을 보며 이제 국민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권력집중 제왕적 대통령제만이 최선인가? 재난 안전 시스템은 대형 참사가 거듭되는 이대로 좋은가? 경제적 부는 커져 있는데 가난으로 내몰리는 서민경제 양극화는 해결 불가능한가?
광장에서 추위를 견디며 촛불을 들고 매번 바로잡았던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가 개헌을 약속하고 집권한 권력에 의해서 외면되온 현실은 어쩔 수 없나? 37년이 지난 6공화국 체제는 변화된 나라 안팎의 환경과 성숙하게 자란 대한민국 몸에 맞고 지속할 수 있는가?
이제 국민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
정치는 삼류인데 나라는 국민에 의해서 일류로 향해 굴러간다는 냉소는 이제 멈추어야 한다.
엘리트 리더라 자처하는 사람들의 허상을 확인했으니 대중의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7공화국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
내란세력의 철저한 단죄와 내란수괴 윤석열의 탄핵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지만 새 시대의 설계도 미룰 수 없다.
K-PoP를 부르고 응원봉을 흔들며 역사의 한복판에 등장한 이 땅의 젊은 주인들에겐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새 옷이 필요하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권력만 이동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충분히 확인했다. 이제 멈출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의 낡은 시스템을 바꾸는 희망의 대한민국을 꿈꾸어 본다.
△조준호 석좌교수는 제6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지냈으며, (사)ESG코리아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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