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에는 붉은 울음이 흐르고 있었다. 라운지에 가득 찬 유가족을 위한 난민 텐트에서 가끔 단말마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붉게 충혈된 눈의 사람들과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모여 침묵 속에서 봉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누군들 함께 울지 않을 수 있으랴. 검은 리본의 물결과 슬픔이 안개처럼 자욱한 무안공항을 나오며 새만금국제공항에 대해 생각했다.
새만금국제공항 주변에는 금강하구둑과 옥구 저수지, 만경강 하구의 넓은 풀밭과 평야지대 그리고 저수지 등이 산재해 있다. 그 때문에 겨울철에는 온갖 종류의 철새가 떼를 지어 몰려와 살고 있다. 금강하구둑의 철새 떼 군무는 군산시의 중요한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게다가 새만금국제공항 주변의 철새 무리는 기러기나 큰오리류가 많다. 가마우지류의 새들도 서식하고 있다.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새만금국제공항의 반경 13㎞ 내에서 항공기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조류충돌 수(TPDS)는 최소 10.45에서 최대 45.92라고 한다. 국내의 다른 공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새만금국제공항의 TPDS가 비록 예상수치이긴 하지만 기존 공항보다 높다면 당연히 고강도 대책이 매우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위험한 것은 새만금국제공항의 활주로가 국내 국제공항 가운데 최단 거리인 2.5km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짧은 활주로 길이 때문에 대형항공기의 취항이 어렵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필자도 여러 방송 등에서 이 문제를 직접 지적한 적이 있다. 활주로 길이가 유난히 짧아 새만금국제공항이 운항할 수 있는 기종(機種)은 C급(항속거리 최대 6850㎞, 좌석 수 124∼190명)만 가능하다고 한다. 이게 무슨 국제공항인가? 이름은 국제공항인데 그저 그런 동네공항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를 돌이켜 보면, 활주로 길이는 안전사고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현재 설계된 2.5km보다 최소 1km 이상 길어져야만 한다.
지난 1월 2일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 지사는 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계획상 새만금공항의 활주로가 거점공항에 비해 짧은 건 사실이지만 확장에 필요한 부지는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며 “우선은 계획대로 올해 착공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라운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6년 동안 전북자치도민들은 새만금 희망 고문에 시달려왔다. 일제강점기 36년과 똑같은 긴 세월 동안 기본계획 변경만 수 차례 하고 있을 뿐, 새만금 산업단지의 가동률은 겨우 1%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왕 늦어진 것, 2025년도에 당장 공항 건설을 착공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첫째, 조류충돌 사고를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반영하는 설계 변경이 필요하다. 둘째, 활주로 길이를 2.5km에서 3.5km로 변경하여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최소한 이 정도는 설계 변경이 이뤄진 뒤에 착공해도 늦지 않다.
최소한 이 정도의 설계 변경이 없다면, 착공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조류충돌과 활주로 길이는 도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에는 안중에도 없고 착공부터 한다면 대규모 참사를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미 도민들이 여러 차례 이 문제를 제기했다. 도지사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착공보다 도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다.
△정도상 소설가는 1987년 단편소설 <십오방 이야기>로 작품활동 시작했으며, 저서로는 장편소설 <낙타>, <꽃잎처럼> 등이 있고 한국작가회의 통일위원장,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