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소속으로 지방에는 13개의 국립박물관이 있고, 전북특별자치도에도 국립전주박물관과 국립익산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국립박물관이 지방에 13개나 세워진 사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매우 많은 편에 속한다. 이렇게 지방에 많은 국립박물관을 설립한 이유는 국민들이 골고루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려는 뜻일 것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전북특별자치도에 들어선 최초의 국립 문화기관으로 1990년 10월 26일 개관한 이래 다양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해 왔다. 개관 당시만 하더라도 지역에는 공립박물관이 전혀 없어 역사·문화 관련 자료의 수집·보존과 조사·연구, 이를 기반으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서비스하는 역할을 홀로 도맡아 수행하였다. 그동안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상설전시, ‘역사문물전’, ‘왕의 초상’ 등 지역 문화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조명하는 다양한 주제의 특별전, ‘부안 죽막동 제사유적’ 발굴조사를 비롯한 지역의 고고학·미술사 조사연구, 여러 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과 문화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역의 중추 문화기관으로서 공립을 비롯한 다른 박물관이 하기 어려운 굵직한 일들을 수행하며 지역의 문화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제 개관한 지 만 34년이 된 국립전주박물관은 변화되는 환경에 맞추어 새롭게 도전을 모색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조사된 관람객의 방문 목적을 보면 교육, 역사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정보를 얻기보다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여가, 휴식을 위해 방문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초창기와는 뒤바뀐 양상으로 볼 수 있는데, 박물관이 이제는 특정한 목적보다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여가를 즐기는 장소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국립전주박물관은 도민들의 일상 속으로 좀더 깊이, 좀더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먼저 수요가 높은 어린이박물관과 역사·문화 관련 자료와 정보를 갖춘 아카이브 공간, 시민 참여 공간, 카페 등 사람들이 여가와 휴식을 즐기고 또 모여서 교류할 수 있는 장소인 복합문화관을 새롭게 지을 계획이다. 내년에 설계를 시작해 2027년에는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은 정원도 보완하여 훨씬 안락하면서도 활기찬 공간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아울러 상설전시도 서예문화를 필두로 지역의 뛰어난 역사·문화를 조명하고 현재와 연결고리를 강화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등 지속적으로 변화,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하드웨어인 공간과 조경, 소프트웨어인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에서 국립전주박물관만이 가진 차별성을 강화시킴으로써 지역을 넘어 전주를 방문하면 꼭 들러야 하는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아울러 국립전주박물관이라는 존재가 전북도민들의 마음속에 문화적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을 설계한 이승우 건축가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우리의 박물관”이 되는 것을 의도하였다고 한다. 개관 이후 오랫동안 20만 명대에 머물던 관람객 수가 2010년대 후반부터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 건축가의 의도에 어느 정도 다가서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제는 지역을 넘어 전국민에게 그러한 존재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지역에서도 힘을 보태고 응원하며 함께 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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