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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봅시다" 이웃사촌과 함께 한 작은 음악회

‘멀리 있는 물은 가까운 불을 끄지 못하고, 먼 곳의 친척은 가까운 이웃보다 못하다’는 명심보감의 말처럼 먼 곳에 사는 친척보다 어쩌면 가까운 곳에 사는 이웃이 더 친밀할 수 있다.옆집에 누가 사는지, 윗집에는 누가 사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게 현실이지만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위치한 한신 휴플러스 아파트는 다른 모습이다.건물 6동, 370세대가 사는 크지 않은 아파트 단지이지만, 주민들은 정다운 ‘이웃사촌’으로 지낸다. 주민들이 함께 모여 꾸미는 ‘작은 음악회’ 덕분이다. 지난 19일 이 아파트 중앙광장에서는 주민들이 함께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지난 2015년 박종기 주민자치위원장(63)이 주민 화합과 소통이라는 취지에서 주민들과 함께 시작한 것으로, 올해로 3번째를 맞았다.이날 오후 7시 공연을 앞두고 부모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은 제 나이 또래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다녔고, 옹기종기 모인 주민들은 환한 얼굴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어른들은 이웃에 사는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고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인사하며 말을 붙인다. 보통의 아파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다른 모습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이날 사회자의 “잘해봅시다! 박수!”라는 외침과 함께 시작된 공연은 팬플루트 연주를 시작으로 우석대 평생교육원 오카리나 연주단 등의 무대가 이어졌다. 이날 공연은 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나선 무대와 재능기부로 출연한 공연자들의 무대로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소박하고 정답게 꾸며졌다.가장 큰 인기를 끈 공연은 ‘103동 분옥이네 손녀들’의 무대였다. 4살, 7살, 9살 세 손녀가 나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추자 관객들은 저마다 “귀여워!”를 외치며 환호했다.예정시간 2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된 공연은 밤 10시가 다 돼서야 끝이 났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대다수 주민들은 “내년에도 음악회를 열자”고 입을 모으며 광장을 빠져나갔다.행사를 기획한 박종기 주민자치위원장은 “작은 음악회 이후 층간소음 등 주민간 갈등이 많이 줄었다”며 “누구나 살고 싶은 아파트로 인정받고, 주민 스스로도 품격을 높일 수 있도록 앞으로도 행사를 계속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 사람들
  • 천경석
  • 2017.05.22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