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 구조용 국가지점번호 표지 전북 설치율 0.9% 실효성 논란
진안 운장산에서 지난 22일 실종된 40대 여성이 아직껏 발견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조난사고 때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국가 지점번호 표지판이 턱없이 부족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국가 지점번호는 도로명 주소가 부여되지 않는 산과 해안가 등을 일정한 크기의 구획으로 나눠 번호를 매기는 제도로 조난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26일 전북일보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의원(국민의당)으로부터 받은 국가 지점번호 표지판 현황에 따르면 도내 국가 지점번호 표지판 설치율은 0.9%(662개)로 전남(0.7%)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중 두번째로 낮았다.시군별 국가 지점번호 표지판은 완주가 199개로 가장 많았고, 장수(102개), 김제(59개), 무주(51개), 전주진안(각 37개), 순창(34개), 익산(33개), 남원(32개), 정읍(24개), 임실(19개), 고창(13개), 군산(12개), 부안(9개) 등이었다.실제 지난 22일 오후 3시 41분께 진안군 주천면 운장산에서 등반 중 길을 잃은 김모 씨(41)는 119 신고에서 정확한 조난 위치를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119 구조대에 따르면 이날 김 씨는 자신의 승용차를 운장산 아래 내처사동 주차장에 주차한 뒤 2시간 가량 혼자 산에 올랐고, 하산하던 중 길을 잃자 119에 신고했다.구조요청을 받고 경찰과 소방대원, 군인을 비롯해 드론 동호회원들까지 나서 수색을 벌였지만 김 씨를 찾지 못했다. 실종 5일째인 26일 오후 3시 현재 경찰관과 소방대원, 군인 등 141명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무진장소방서 관계자는 운장산은 국가 지점번호 표지판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조난자가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을 개연성이 있다며 현재는 김 씨가 추위를 피하고자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몸을 피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문제는 행정자치부가 지난 2013년부터 조난사고가 빈번한 산악지역 등에 국가 지점번호 표지판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도내 산악 조난사고는 2013년 87건, 2014년 82건, 2015년 96건, 올해 11월 기준 87건 등으로 매년 80여 건 이상이 발생하고 있지만, 국가 지점번호 표지판을 이용한 신고와 구조는 손에 꼽는다는 게 소방 관계자의 설명이다.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산악 조난 사고 시 국가 지점번호 표지판을 보고 자신의 위치를 밝힌 신고 전화는 1년에 1~2건 정도다면서 표지판이 많지 않아 조난자 대부분은 자신의 산행 경로를 기억해 설명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전북도 토지정보과 관계자는 현재 국가 지점번호 표지판은 모악산과 대둔산 등 일부 지역에만 소수 설치돼 있다며 내년에는 조난사고 우려지역 위주로 표지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