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저온피해 과수농가, 불 보듯한 적자에 한숨
최근 저온피해 직격탄을 맞은 전북지역 과수농가들이 올해 농가소득은 적자를 면치 못 할 것이라며 울상이다. 착과율이 반토막 나 생산량 감소가 불 보듯 뻔한 데다, 올해는 예년보다 상품화가 어려운 저품질 과일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발생한 전북 저온피해 규모는 약 3500ha. 이중 사과, 배, 복숭아 피해가 70%(약 2500ha)에 달한다. 이는 최근 5개년 중 가장 저온피해가 컸던 2020년(3832ha) 때와 유사한 수치로, 과수피해 정도는 이번이 더 큰 편이다. 올해 가장 큰 피해품목은 사과(1600ha)다. 도내 주요 생산지인 무주·장수군의 사과농가들은 95%이상 피해를 입었다. 면적으로 따지면 무주는 사과재배 총면적(800ha)의 75%(600ha), 장수는 총면적(1000ha)의 45%(446ha)다. 각 군에 따르면 농가마다 피해정도는 다르나 착과가 예년에 비해 60%~8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배농가들은 최종 수확량이 예년대비 40~50%수준까지도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도내 사과 생산량을 비교하면, 저온피해가 컸던 2020년 2만 2804톤, 평년수준이었던 2021년 3만 5142톤, 재해없이 풍년이었던 2022년 4만 2618톤으로, 재해가 수확량과 직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수확된 과일마저도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사과는 꽃떨기 중에서 먼저 피는 ‘가운데 꽃(정화)’에 제일 상품성 좋은 사과가 달리고, 측면에 피는 꽃은 상대적으로 상품성이 떨어진다. 지역 저온피해 현장을 조사했던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의 의견을 종합하면 올해 이상기온으로 개화시기가 빨라지면서 ‘정화’ 피해가 컸다. 장수 사과농가를 운영하는 류기행 씨는 “착과율도 절반정도인데 이마저도 동록(때)이 끼거나 수정된 알맹이 크기가 작고, 서리피해 상처로 과실 갈라짐도 예상된다”며, “이런 것들은 명절대목 선물세트나 마트·시장에 납품할 수 없는 일명 ‘못난이 사과’다. 품질이 좋으나 나쁘나 키워서 재배하는 데는 똑같은 돈이 드는데, 수확해도 수입이 안 나고 인건비·농약비 등은 돈대로 나가 정말 걱정이다”고 했다. 결국 전반적인 사과값이 상승해도 팔지 못 할 상품이 많아 농가 전체소득에는 영향을 주지 못 한다는 설명이다. 류 씨는 “차라리 올해 수확을 포기하고 열매를 따고 싶어도 내년 농사까지 망칠 순 없기에 울며겨자먹기로 재배비용을 들여 키워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양분전환기(잎에서 공급된 영양분을 과실발달에 이용하는 시기) 이전에 따버리면 내년에 꽃과 열매가 만들어지지 않고 나무만 자라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어려움은 배·복숭아 등 다른 주요 과수품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주지역 배 재배 농민 A씨는 “생육주기가 바뀌기 때문에 열매를 따면 안 된다고 하지만 올해 도저히 적자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모두 적과하고 폐농하기로 했다”며, “점점 심해지는 이상기온에 허무하게 당해버리니 앞으로 농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