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전주세계소리축제] 시대의 명창, 왕기석이 보여준 '소리의 힘'
“완창무대에 오르려고 6킬로그램을 감량했습니다. 이제는 제 소리를 제가 책임져야 할 나이가 됐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제23회 전주세계소리축제 <판소리 다섯바탕-시대의 명창>무대에 오른 왕기석 명창(61)이 지난 1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린 미산제 수궁가 무대를 마친 뒤,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전주세계소리축제 브랜딩 공연 <판소리 다섯바탕>은 올해의 국창과 시대의 명창, 라이징 스타로 나눠 다양한 세대가 우리 소리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통의 원형을 오롯이 담아낸 섹션인 만큼, 왕기석 명창의 미산제 수궁가를 듣기 위해 공연장은 수십여명의 귀명창들로 성황을 이뤘다. 수궁가는 판소리 다섯바탕 중 동물의 입을 통해 강자와 약자의 대립과 갈등을 재치 있게 그려내 해학과 풍자가 돋보인다. 충성심이 높은 자라가 병든 용왕을 위해 토끼 간을 구하러 세상에 나와 토끼를 유인하여 용궁으로 데려가지만, 토끼가 꾀를 내어 용왕을 속이고 다시 세상으로 살아 나온다는 내용이다.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인 '토끼전', '별주부전' 등의 원전인 셈이다. 왕 명창이 선보인 미산제 ‘수궁가’는 동편제 시조인 송흥록, 송광록, 송우룡, 유성준, 정광수, 박초월로 이어졌다. 미산제는 미산 박초월 명창이 자신의 색을 넣어 재해석했다. 동편제 계보이지만 창법과 애원조의 성음(목소리) 등 서편제 특징이 조화를 이루며 상·하청을 넘나드는 음과 화려한 시김새가 돋보인다.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판소리 보유자이자 30년간 국립창극단에서 활동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 온 명창은 이날 단단한 소리와 뛰어난 표현력으로 수궁가를 완창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그는 재치 있는 입담과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3시간 가량 이어진 공연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조용안·이상호 고수와 명창의 호흡은 소리의 깊이와 풍성함을 더해 무대를 맛깔나게 꾸몄다. 실제 명창의 3시간 완창 무대가 끝내자, 현장에서는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고 관객들은 “잘한다, 좋다”를 연호했다. 왕 명창은 무대를 마친 후 “술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전주세계소리축제 완창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 술도 끊고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소리) 연습을 꾸준히 했다”며 “내년에는 또 다른 소리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23회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로컬 프리즘: 시선의 확장(Local Prism: Enlarging Perspectives)'을 키워드로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한옥마을 등 전북 14개 시군에서 펼쳐졌다. 올해 소리축제는 23년만에 가을에서 여름으로 개최 시기를 변경하며 '여름 축제'로의 변화를 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