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아파트값 급등 경기지역 거품 빠지나…하남·의정부도 하락
주택 시장의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되면서 아파트값 하락 지역이 늘고 있다. 경기도 하남과 의정부시 등이 이번주 하락 대열에 새로 들어오며 경기지역의 아파트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는 분위기고, 서울도 성동·광진·성북·동대문구 등 4곳이 추가로 상승세를 멈췄다. 지방도 대전 아파트값이 2년9개월 만에 떨어지는 등 거래 침체 여파가 가격 하락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6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값이 공표되는 전국 176개 시군구 가운데 이번주 매매가격이 하락한 곳은 35곳으로, 지난주(30곳)보다 5곳 증가했다. 보합 지역도 지난주 10곳에서 이번주 19곳으로 늘었다. 서울의 변동률은 0.03%로, 최근 4주 연속 오름폭이 둔화된 모습이다. 대출 규제, 대선 변수 등을 앞두고 거래 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가운에 급매물만 간헐적으로 팔리면서 일부 단지에서 호가를 끌어 내리는 분위기다. 강북구, 도봉구, 은평구 등 3곳은 아파트값이 일제히 0.01% 하락하며 지난주에 이어 약세가 이어졌고 금천과 관악구는 각각 3주, 4주 연속 보합세가 지속됐다. 지난주까지 통계상 상승이었던 성동·광진·동대문·성북구 등 4곳도 이번주 보합으로 전환됐다. 강남4구는 이번주에도 서초구 0.07%, 강남구 0.05%, 송파구 0.03%, 강동구 0.01% 각각 오르며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오름폭은 지난주보다 축소됐다. 경기도(0.02%)와 인천(0.07%)의 아파트값도 상승했지만 지난주(각 0.04%, 0.09%)보다 오름폭은 둔화됐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하남시와 의정부시가 각각 0.07%, 0.02% 하락 전환하는 등 서울보다 더 빠르게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두 지역의 아파트값이 떨어진 것은 하남은 2020년 5월 11일(-0.02%) 이후 약 1년8개월, 의정부시는 2020년 4월 13일(-0.01%) 이후 1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안양시 아파트값도 금주 들어 보합 전환됐다. 최근 입주 물량이 증가한 안양시 동안구는 이번주(-0.02%)까지 2주 연속 약세를 보이는 등 작년 가격 급등지역의 과열 분위기가 확연히 꺾인 모습이다. 역시 지난해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던 시흥(-0.04%)과 광명(-0.03%)은 각각 2주 연속 매매가격이 하락했고, 화성시(-0.02%)는 4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의왕시는 3주 연속, 파주시는 2주 연속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방 아파트값도 약세 지역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와 세종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 아파트값이 지난주 보합에서 이번주 -0.06%로 하락 전환했다. 대전 아파트값 하락은 2019년 4월 15일(-0.03%)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유성구 대전아이파크시티(2천560가구), 서구 갑천트시플시티(1천762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셋값 하락세가 2주 연속 이어진 데 이어 이번주 들어 매매가격도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대전 서구와 유성구의 아파트값은 2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중구도 이번주 -0.01%로 하락 전환됐다. 전남의 아파트값은 이번주 보합을 기록하며 지난해 2월 22일(-0.04%) 이후 10개월여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이로 인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0.03%로 지난주(0.05%)보다 오름폭이 둔화됐다. 전세시장도 방학 이사철이 무색할 만큼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04% 올라 지난주(0.05%)보다 상승폭이 줄어든 가운데 서울(0.02%)과 경기(0.01%)는 보합에 근접했다. 서울은 이번주 성북구의 전셋값이 0.01% 떨어지며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2주 연속 제자리걸음을 하던 금천구는 이번주 0.01% 내리며 하락 전환됐다. 은평·서대문구의 전셋값은 금주 상승세를 멈췄고, 노원구는 2주 연속 보합을 기록했다. 경기도에서는 성남(-0.01%), 과천(-0.09%), 안양(-0.14%), 수원(-0.03%), 부천(-0.03%), 화성(-0.04%), 구리(-0.05%), 의정부시(-0.09%) 등에서 약세를 보였다. 한편 이날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서는 부동산원 조사에서 약보합을 보인 곳 외에 서울 마포구의 아파트값이 0.01% 하락 전환돼 눈길을 끌었다. 국민은행 조사 기준으로 마포구가 떨어진 것은 2019년 4월 마지막주(-0.01%) 이후 2년8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부동산원 조사에서는 이번주 마포구 아파트값이 0.01% 상승으로 보합에 가까웠다. 또 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 25개구의 아파트값이 모두 지난주보다 상승폭이 축소되거나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 것과 달리 KB 조사에선 송파구가 지난주 0.05%에서 금주 0.08%로 오름폭이 커졌고 영등포구(0.07%)와 강서구(0.15%), 금천구(0.14%), 은평구(0.02%), 성동구(0.19%), 서대문구(0.10%) 등지도 지난주보다 오름폭이 확대되는 등 조사기관마다 다른 양상을 띄었다. KB 조사에서 경기도 구리시(-0.05%)도 금주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연초에도 거래 절벽이 지속되면서 전반적으로 아파트값 하락 지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외곽의 하락세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KB국민은행의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기준선 100)는 55.3으로 지난주(50.5)보다 상승한 반면 지난주 55.2를 기록하며 서울보다 높았던 경기도는 이번주 50 이하인 48.3으로 떨어지면서 서울 외곽지역의 매수심리가 더 빠르게 얼어붙는 모습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일단 통계상 이달 중에 서울 전체 아파트값도 하락 전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다만 거래 부진에 따른 일시적인 숨고르기에 그칠지, 하락폭이 얼마나 될지는 대선 정책 변수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