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장기왕 : 가락시장 : 가락시장 레볼루션
떳떳한 직장보다 실속 있고 따뜻한 주머니를 원한 두수는 비밀리에 가락시장에서 일한다.
하루하루 허리가 휘는 고된 노동과 노예계약서를 앞세운 사장님의 전횡에도 꿋꿋한 두수에게는 숨겨진 재능이 있었으니 나름 장기판의 숨은 고수였던 것!
가락시장의 장기판을 휩쓸며 실력 하나로 통쾌하게 악인을 응징하기도 하며 내기 장기에 빠진 사장님을 장인어른으로 만들기도 하는 등 대활약을 펼친다.
어느 날, 진정한 고수들의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장기판의 무림, 탑골공원에 대한 소문을 듣고 두수는 탑골공원 앞을 어슬렁거리다 우연히 고등학교 때 짝사랑했던 민주를 만나게 된다.
체 게바라를 좋아했던 민주는 노숙인들의 보금자리인 다시서기센터 철거반대 서명운동을 하고 있었던 것.
민주와 함께 노숙인들을 도우면서 두수는 오랜만에 보람과 즐거움, 삶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다시서기센터를 철거하려는 건물주 박영감이 내기 장기의 제왕임을 알게 된 두수는 센터를 지켜내기 위해 일생일대의 장기 대결에 도전하게 된다.
■< 장기왕 : 가락시장 레볼루션 > 영화제 상영 및 수상내역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2016)
■방영작품 정보
- 감독/각본/제작 : 정다원 - 출연 : 정두원, 최시온, 박예영, 정다원, 전규일, 김경익, 이장유 - 촬영/조명 : 오희원 - 미술 : 정진재 - 편집 : 이호승 - 장르키워드 : 드라마 - 프로듀서 : 홍지석 - 제작 : 오락가락픽쳐스 - 제작지원 : 서울영상위원회 - 배급 : 하준사 - 개봉 : 2017년 2월
■< 장기왕 : 가락시장 레볼루션 > 정가원 감독 필모그래피
2018 <걸캅스> 연출
2017 <장기왕 : 가락시장 레볼루션> 연출
■기왕 : 가락시장 레볼루션 > 정다원 감독 인터뷰
Q. 첫 연출작을 만들어낸 소감?
영화를 만드는 행위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겁 없이 무턱대고 맨땅에 헤딩을 했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인건비를 줬다. 독립영화가 세상에 나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련이 필요했다. 그래도 개봉할 수 있어서 기쁘다. 주위에서 독립영화가 개봉하는 일은 정말 운이 좋은 경우라 말한다. 생각해보면 힘들었지만 운이 정말 좋았다. 이상은 제작자로써의 생각이다.
독립영화는 보통 감독이 제작자임무를 병행하는 것 같다. 그게 제일 힘들었다. 연출자로써의 소감은 재밌었다. 뭔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다. 배우 캐스팅하고, 스텝 모집하고 촬영 스케쥴 짜고, 촬영하고 일련의 과정들이 신났다. 내 영화를, 그것도 장편영화를 찍는다는 마음에 하루에 두 시간 자고 촬영장에 나가도 즐거웠다. 젊은 배우들은 대학교 다니고, 연극할 때 아는 사람들이었다. 어쨌든 그들의 특성도 잘 알기에 캐스팅 했다. 가장 재밌었던 것은 연기 연출이다. 사실 이 부분에 가장 자신이 있었다. 대사를 치면서 시나리오를 쓰기 때문에, 모호하거나 애매한 부분 없이 디렉팅 할 수 있었다. 선배님, 선생님들과의 작업도 흥미로웠다. 좋은 배우 분들과 작업해서 행복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 이상으로 준비해 주셨고, 많은 아이디어를 내 주셨다. 사실 난 이러한 작업이 제일 재밌다. 여러 생각들을 공유한 후,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선택하는 일.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잘 찍고 싶다. 영화를 만들면서 들었던 생각은, 모든 사람이 영화를 좋아하는 구나.. 였다. 그래서 영화를 더 잘 하고 싶다. 내게 지금의 소감을 묻는다면 다음 영화를 더 잘 찍고 싶다는 것이다.
Q. 제목이 독특하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가락시장과 레볼루션의 절묘한 조합은 어떻게 탄생된 것인지?
제목 정하기가 정말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가락시장 레볼루션> 이라는 제목은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사실 장기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들어갔으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장기왕>이 가장 좋았다. 하지만 <족구왕>이라는 영화가 독립영화계에서 너무 강한 인상을 남겨서, 편승하는 것만 같은 제목에 대한 반감이, 나름의 고민이 또 있었다. 사실 난 이 영화가 장기에 대한 영화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는 이들로 하여금 어차피 장기가 이 영화의 주된 매개체라고 생각해, 내가 원래 정했던 <가락시장 레볼루션>과 <장기왕>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합쳐보았다. 우습지만, 뇌리에 깊이 남는 제목 같았다. <장기왕 : 가락시장 레볼루션>.! 뭔가 프렌치 레볼루션 같지 않나? 우스운 혁명이라 생각했다. 등장인물들이 사뭇 우스운 장기로 혁명을 꿈꾼다는 게 우습지만 슬퍼 보였다. 가락시장 잡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21세기 청춘이 모두의 기대를 안고 세상에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다. 그것도 장기로!
어쨌든 우리들 이야기 같았다. 남들이 볼 땐 실패하고, 현실에 안주한다고 생각되는 인물이 세상을 바꾸려 하는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Q. 장기에 대한 디테일이 남다른데, 본인이 장기를 직접 두는지? 장기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이나 이유가 있다면?
군대 있을 때, 하나 위 선임과 매일 장기를 뒀었다. 그 양반이 얍삽하게 장기를 뒀다. 그래서 병장 때, 어떻게 그를 꺾을 수 있을까 매일 연구했다. 장기는 어릴 때, 아버지가 알려주셨다. 남자는 장기를 둬야 한다며. 친형이랑 매일 뒀었다. 친형은 어릴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똑똑했다. 항상 졌다.
대학 졸업하고 연극배우 생활을 할 때, 돈이 없었다. 그래서 여자 친구랑 데이트를 할 때면 집에서 간단한 도시락을 싸와서 둘이 먹었다. 당시 잠실 쪽에 살았는데, 여자 친구와 석촌 호수를 걸으며 롯데월드 구경을 하곤 했다. 그 매일의 풍경 속에, 석촌 호수에 항상 모여 장기와 바둑을 두는 할아버지들이 있었다. 그러다 장난으로 여자 친구한테, 가서 훈수 두고 와보라고 했다. 할아버지들이 장기 두고 있는 틈으로 젊은 20대 여자가 훈수를 두는 광경이 뭔가 재밌을 것 같았다. 그러다 나랑 매치를 하게 되고, 내가 이기면 할아버지들이 열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차도 걸고, 딸도 걸고, 집도 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는 할아버지들의 전유물이잖나. 젊은 사람들한테 지는 게 치욕이라 생각할 것 같았다. 그 때, 이러한 시나리오를 써 보자고 생각했다. 할아버지들의 자존심의 끝을 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사실 난 무조건 나이 많은 사람이 위여야 한다는 생각이 싫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도 싫다. 우린 그냥 같은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난 어른들이 초면에 무작정 반말하는 게 싫다.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점점 기우는 것 같아 보였다. 할아버지들이 국회에서 항상 싸우고 욕하고, 그러면서 양반이니, 쌍놈이니 하는 것들이 싫었다. 어쨌든 청춘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어른들의 말을 너무 잘 들어서 그런 것 같았다. 시스템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게 최고라고 배웠지만 결국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그 땐, 뭔가 반항심 폭발이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들이 살아 온 삶을 돌이켜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어른들은 격변의 세기를 견뎌온 사람들 아닌가? 청년 문제만 심각하다고 생각했는데, 시나리오를 쓰면서 중년층 노년층 문제도 심각해 보였다. 결국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결국 장기대국에서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이러한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
Q. 실제 인생의 영웅이 체 게바라인지? 젊은 시절 체 게바라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는지?
체 게바라 평전과, 모터사이클 다이어리가 집에 있었다. 형이 독서광이었고 체 게바라를 좋아했다. 반면 난 어릴 때 책을 읽지 않았다. 대학에 오고 난 뒤, 연극 연출을 하는데 논리적 철학적인 질문을 배우들이 하면 대답을 못하겠더라. 그 때부터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어느 날, 집에 왔는데 책장에 체 게바라 평전과 모터사이클 다이어리가 있었다. 평전 첫 페이지에 게바라의 명언이 쓰여있었다. 우리는 현실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가슴 속엔 큰 꿈을 꿔야 한다 그 때부터 그 말이 인생의 모토가 되었다. 몽상가는 되지 말자. 냉철하게 큰 꿈을 꾸자 그 말이 어떻게 보면 이 영화를 제작하고 개봉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일단 나름 현실적인 조사부터 했다. 활동하고 있는 감독님들은 어떻게 영화를 찍었나? 어떻게 데뷔했나? 어떻게 감독이 되었나? 하는 것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게 게바라가 내게 알려준 지혜였다. 현실적인 꿈을 꾸는 방법. 그리고 최종적으로, 게릴라로 내가 제작해 영화를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어쩌면 게바라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요즘엔 클로드 모네를 좋아한다. 수련을 직접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눈 멀 때까지 해야 저 정도 그릴 수 있는 거구나 결국 좋은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열심히 하는 수밖에.
그리고 홍상수 감독님을 좋아한다. 운이 좋았다. 3년 간 감독님 수업을 들었고, 졸업 후 감독님의 세 작품에 참여했다. 영화를 만드는 태도와 자세에 대해 많이 배웠다.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는 마음을 배웠다.
Q. 감독님에게 청춘이란?
후회하지 않는 것. 잡아야만 하는 것. 잃을게 없는 것. 그래서 즐겨야 하는 것.
Q. 캐스팅 비화가 있다면? 대부분의 캐스팅을 오디션 없이 지인들로 했다는데, 그에 따른 장단점은 무언지?
오디션을 보긴 봤다. 젊은 배역은 보지 않았고, 어른들 배역은 봤다. 주위에 아는 배우 선생님이 거의 없었다. 딱 한 명 있었다. 양사장님을 연기하신 전규일 선생님이다. 29살 때 연극을 하다 선생님을 만났다. 그 때 <불령선인>이라는 의열단 소재의 연극을 했다. 대극장 연극이었는데, 뭔가 스펙타클 했다. 액션도 많았고.. 거기서 난 열혈투사 오성륜을 연기했고, 선생님은 이시영을 연기했다. 선생님이 나오시면 무대가 안정적으로 변했다. 그냥 편했다. 이게 연륜인가...생각 됐다. 그 때 선생님과 다음에 작업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젊은 배역은 다 학교 후배들, 같이 공연했던 동료들이다. 확실히 내가 직접 경험해 본 배우들이라 어떻게 연기할지 알고, 어떤 톤으로 잡아갈지 알았다. 그래서 엄청 편했다. 단점은 없는 것 같다. 서로 편해서 작업이 재밌었다.
박영감을 연기하신 이장유 선생님을 만나러 일산에 갔었다. 원래 내가 생각한 박영감은 악질이고 엄청 기가 센, 육군 대령 전역출신의 답답한 사람이라고 생각 했다. 라이방 선글라스 쓰고, 국산 담배만 피울 것 같은 이미지. 근데 반전! 엄청 재밌으셨다. 끊임없이 재밌는 얘기를 쏟아내셨다. 심지어 귀여우셨다. 그래서 박영감은 나름 귀엽게 가기로 했다. 4천왕을 이끄는 꼬마 대장같은 두수의 할아버지 얘기를 하며 허무맹랑하게 쏟아내는 장면은 그래서 더 재밌어진 것 같다. 그래서 초 재는 것도 엄청 귀엽다.
두수 역의 정두원은 나랑 이름이 비슷해서 항상 동생 아니냐는 질문을 받지만, 아니다. 학교 다닐 때 두원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다. 성격 좋고, 사람 잘 챙기는 착한 친구였다. 그래서 두원이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착하니까.
Q. 내기 장기로 인해 사장이 장인어른으로 둔갑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인상적인데, 본인의 내기 경험인지?
난 절대 내기를 하지 않는다. 로또도 하지 않는다. 엄마를 걸어, 하느님께 맹세도 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뭘 거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게 웃겨 보였다. 시나리오를 쓰게 된 생각이 장기를 두다가 결국 딸을 걸기까지에 이른다.라는 한 줄의 로그라인이었다. 김유정의 봄봄을 좋아한다. 거기서도 자기 딸이랑 결혼 시켜준다고 노동력 착취를 하지 않나? 그만큼 순수하니까 당하는 거고, 그만큼 악랄하니까 착취하는 거다. 근데 그 둘이 귀엽지 않나? 딸이 결혼 안 한다고 하면 그만인데.
시나리오 초기 단계에서는 양사장님 딸 희빈이 명품중독에 걸려 퇴폐업소에서 일하는 설정이 있었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명품을 사다가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이상한 이야기였다. 그걸 두수가 장기로 구해준다는 설정이었지만, 너무 촌스러웠다. 위기에 빠진 여자를 남자가 구해준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도 재미없었고.
Q. 연기와 연출을 동시에 해낸 소감, 장단점이 있다면?
다시는 하지 않을 거 같다. 일단 집중이 되지 않고, 어느 하나 잘 하지 못하게 된다. 솔직히 창피하다. 스텝들도 내가 연기하는 씬을 힘들어 했다. 원래 연출할 때 OK, NG를 명확하게 말하고 진행을 빨리 하는 편인데, 내가 연기하면 모니터 시간도 길어지고 뭐가 OK인지 결정을 못 내리겠더라. 그런 내 모습이 창피했다. 연기를 다 하고 컷을 내가 외쳤는데 괜히 이번에 너무 잘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창피해서 일부러.
장점이 있다면, 내가 쓴 대사니까 내가 제일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 근데 좋은 배우들과 작업하면 내 생각보다 더 좋게 표현하더라. 내 생각을 넘어서는 그들의 연기, 내 아이디어에 그들의 연기가 더해져 만들어낸 캐릭터를 보면 더욱 쾌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Q.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엄청 많다. 멜로도 있고, 스릴러도 있고, 재난 영화도 있고, 히어로 물도 있다. 요즘 내가 하고 싶은 영화와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화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터치하는 걸 제일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 원래 이상한 생각,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 거기서부터 자연스레 시작되지 않을까.
Q.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에게 한 말씀.
청춘들에겐 자기가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어른들에게도 자기가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걸 드릴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