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과 혁신도시 시즌2 로드맵] ④ 스페인 카탈루냐의 독립운동 - 경제균형 없는 지방분권, 심각한 국가 분열·갈등을 낳다
유럽 내 지방들의 분열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카탈루냐 지방은 끊임없이 스페인 정부에 독립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서고 있다. 유럽은 EU공동체의 우산 아래서도 지방자치와 지역의 특성이 강하게 남아있다. 이는 지역의 발전에 큰 원동력이 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지역과 중앙간 분쟁의 불씨로 작용한다. 본보가 바르셀로나에서 취재를 시작한 시점에는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이끌 새 수반이 선출된 직후였다. 카탈루냐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1일 실시된 분리 독립을 향한 주민투표 결과를 존중하고 공화국 형태의 독립국가 건설을 바라고 있었다. 카탈루냐를 중심으로 좀 더 잘살 수 있는 수단으로 분권자치를 넘은 독립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유럽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들의 사례는 지방분권을 준비하는 전북에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스페인은 여전히 중앙정부가 권력과 재정권을 독점하고, 지역 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불완전한 자치분권의 형태다. 분권 그 자체보다 지역균형 안전장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이질적인 경제구조가 불러온 카탈루냐 독립 움직임 한국은 지자체간 재정격차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광역지자체 전체 재원의 60%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방세를 늘려도 세수부담만 가중될 뿐 지자체 간 재정 비율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역설적으로 더 차이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돈없는 지자체와 부유한 지자체간 갈등은 물론 주민 간 지역감정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올 수도 있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독립 움직임은 오랜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경제격차문제다. 스페인에서 독립을 원하는 자치정부는 카탈루냐만이 아니다. 바스크도 있다, 그런데 현재는 카탈루냐의 독립요구가 훨씬 거세졌다. 전북대학교 신기현 교수는 스페인의 사례는 분권 논의에 앞서 지역 간 특성을 고려한 균형발전 시스템 확립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며 자치분권에 있어 중앙이 지방에 요구하거나 지방이 의존하는 것만이 아닌 지방 간 권한과 책임의 명확화, 중앙과 지방의 역할 조정과 지원, 협력과 상생의 자치 실현, 지방정부 구조 및 기능 정상화 등을 통해 자치발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재정격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카탈루냐 주민들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이 때문에 독립 움직임은 지방분권 이양 문제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이 중에서 재정권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카탈루냐 광장에서 만난 독립단체 관계자 요한 산체스 씨는 카탈루냐의 경제 규모만 놓고 본다면 이웃한 포르투갈과 비슷한 정도의 수준이다며 정치적으로 힘이 강한 스페인 중앙정부가 마음대로 우리 것을 빼앗아 가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치적으로 카탈루냐가 분리되는 것은 재정자주권을 되찾고 우리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카탈루냐는 과거부터 카스티야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 지역과 카탈루냐간 경제적 불균형에 불만이 컸다. 지난 2012년을 기준해 카탈루냐가 스페인 정부에 납부하는 세금은 스페인 정부로부터 받는 분배금보다 크다. 그 차이는 연평균 120억~160억 유로(약 16조원~21조7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더 이상 다른지역을 위해 자신들이 희생할 수 없다는 게 카탈루냐 주민들의 주장이다. △카탈루냐의 중심 바르셀로나 건물마다 카탈루냐 독립기 에스텔라다 나부껴 지난 5월 15일 취재진이 바르셀로나를 찾은 시점에 최근 독일에 구금돼 있던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자치정부 수반이 석방되고, 강성 독립파로 분류되는 킴 토라가 새로운 자치정부의 수반으로 결정되자 바르셀로나 주민들은 독립에 더 큰 기대를 보였다. 독립정파연합이 내세운 토라는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에 단독 입후보했으며 찬성 66표, 반대 65표, 기권 4표로 새 수반에 선출되는데 성공했다. 카탈루냐는 지난해 10월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의 주도로 분리독립을 선포했다가 스페인 정부로부터 자치권을 일시 박탈당하고 자치의회도 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새로운 자치정부 수반을 만들어내며 7개월에 걸친 스페인 중앙정부로부터의 통치를 끝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새 정부가 선출된 직후 바르셀로나 집안 곳곳에는 세녜라(La Senyera카탈루냐 공식 깃발)와 독립을 상징하는 에스텔라다가 나부꼈다. 카탈루냐 독립 지도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노란리본도 세월호 추모 리본과 유사해 눈에 띄었다. 독립을 체념하던 시민들 또한 독립 지도자들을 석방하라는 표시의 노란리본을 달고 다녔다.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집회는 현재 열기가 다소 식었지만 끊임없이 열리고 있다. 이날도 카탈루냐의 독립을 상징하는 깃발인 에스텔라다를 내건 천막에서는 독립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회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카탈루냐의 위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분리 독립파연합 사이에서도 의견 차이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독립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 문제가 시끄러운 시점에 시장의 반응이 미온적인 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태가 수습될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사례 단일민족국가 한국과 다르지만 시사점 커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앙집권 기간이 긴 단일민족 국가다. 이 때문에 스페인의 사례를 섣불리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그러나 재정격차가 불러온 카탈루냐의 독립 주장은 지방분권 담론에서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대한민국 경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과 타 지역 간 갈등이 언제든지 촉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지방재정이다. 해당 지역의 세금수입 중 중앙정부로 보내는 비중을 줄이고 지방정부의 비중을 증가시켜야 한다. 가난한 지자체는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지자체는 더 부유해 져서도 안 된다. 오리올 바토메우스 바예스 바르셀로나 자치대학 교수는 한국의 상황은 우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면서 카탈루냐와 스페인 같은 역사인식을 공유하지 않지만, 한국은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는 기제가 많다고 진단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