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악의 꽃, 창극
국악의 본향임을 자랑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 지역 사람들에게 국악의 대표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그것은 판소리 아니겠느냐 답할 것이다. 그럼 판소리가 진심으로 들을만하고 볼만한지를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판소리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성악적 특색을 잘 담아내고 있는 훌륭한 음악이지만, 일반인 수준에서 받아들이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한자어와 고어로 이루어진 ‘사설’이 어렵고 ‘소리꾼’과 ‘고수’로 짜인 구성이 단조롭게 느껴진다. 익숙할 수 있으나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운 것이 판소리다. 반면 판소리를 바탕으로 연극적 요소와 연희적 요소가 어우러져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장르가 있으니, 그것이 창극(唱劇)이다. 흥부놀부가 박을 타고, 암행어사가 춘향이를 구해주는 모습을 보았다면 이미 창극을 경험해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창극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며 누구나 진정으로 향유할 수 있는 음악 장르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 창극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악평론가 윤중강은 전통예술 중에서 앞으로 K-컬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을 창극과 탈춤으로 꼽았다. 맞는 말이다. 국악을 잘 모르는 사람, 국악이 처음인 외국인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창극이다. 이해하기 쉽고, 재미지기까지 하다. 화려한 무대와 흥미로운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극은 서양의 오페라와 뮤지컬에 비교될 수 있다. 소리와 무용, 조명 및 화려한 세트가 무대 위에 종합적으로 펼쳐지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반면 창극에는 그러한 정도로 숙련된 소리꾼과 연주자, 무용수가 필수인데, 이러한 방대한 인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창극을 제작할 수 있는 단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국립창극단’과 ‘광주시립창극단’, ‘전남도립국악단’ 그리고 우리 지역 ‘전북도립국악원’, ‘국립민속국악원’, ‘남원시립국악단’ 6곳이다. 전국에 고작 6곳의 단체가 있는데, 그중 우리 지역 단체가 3곳이다. 창극을 운영할 수 있는 인력과 기술을 이렇게 많이 갖고 있다는 객관적 사실과 지속적으로 공연장을 찾아주는 관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지역 전북을 국악의 본향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 따라 하고 싶어도 쉽게 모방할 수 없고, 흉내 내려 하여도 높은 음악적 역량을 충족할 수 없어 포기하게 만드는 예술이 창극이다. 우리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3곳의 창극을 운영할 수 있는 단체가 있고, 전주세계소리축제라는 소프트웨어도 보유하고 있는 우리 지역에서 춘향과 심청, 흥부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재미지고 새로운 창극이 등장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국악의 도시로 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K-POP, K-푸드의 뒤를 이어 국악이 K-컬처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을 때, 전북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악의 성지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국악으로 향유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예술, 시대 흐름에 가장 적합한 전통예술장르, 그것이 창극이다. 우리가 찾고 있는 국악의 세계화, 그 해답은 창극에서 찾을 수 있다. /홍현종 JTV PD △홍현종 PD는 중앙대를 졸업했으며 전북의 역사와 문화, 예술에 관심을 갖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