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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의 새해 문화예술정책은 문화격차해소에 무게가 실린다. 문화향유를 위한 공간확대와 프로그램개발을 병행하고, 문화향수 실태조사 등을 통해 문화복지를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지역의 전통문화자산을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삼기 위한 전통문화원형 발굴과 보존사업도 확대한다. 기초예술 창작기반을 닦기 위한 지원사업도 늘어난다. 2007년에 펼쳐질 전북도 문화예술정책을 미리 살펴본다.△문화격차 해소통한 문화복지 실현문화향유지수 전국 4강이 전북도가 지향하는 목표다. 올해는 문화시설 보강과 시설간 협력망 구축, 찾아가는 문화활동 등을 통해 시·군별 문화격차를 해소할 계획이다.문화시설은 생활친화적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작은 도서관 등 소규모 문화공간을 13곳 신설하고, 문예회관 문학관 건립사업 등도 이어간다. 지역의 문화공간은 문화지표조사를 토대로 확충방안을 마련하며, 특히 문화시설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농어촌지역에 중점적으로 세울 예정이다. 도내 문화시설간 협력망도 구축한다. 국립전주박물관을 중심으로 박물관·미술관 협력망을 구축하고, 전주시립도서관을 중심으로 공공도서관협력망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중심으로 도내 12개 문예회관 협력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문화시설간 협력망은 프로그램과 정보의 공유 등을 통한 시설 활성화로 보다 많은 문화프로그램을 도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지역간 계층간 문화격차를 줄이기 위한 찾아가는 예술활동도 늘어난다. 도가 주관해 신나는 예술버스를 운영할 예정이며, 예술단체의 찾아가는 문화프로그램 지원도 확대한다.소외계층 문화향유기회 확대를 위한 사랑티켓 관람권과 문화바우처사업도 지속하는데, 특히 장애우를 위한 예산 1억원을 별도로 책정했다. 도립국악원과 소리전당, 도립미술관의 문화나눔 프로그램도 확대된다.지역별 문화격차 해소를 위한 연구사업도 진행된다. 전북발전연구원에 ‘지역간 문화격차 해소 방안’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용역을 통해 문화지표조사와 문화지수 산출, 문화시설 최소기준 설정, 필수문화시설 확충 및 운영활성화방안, 문화소외지역내 소규모 복합문화공간 확충방안 등을 마련하게 된다.△기초 예술진흥을 위한 창작역량강화도내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 지원을 위한 문예진흥기금과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 문화예술단체 창작활동 지원 규모도 확대된다. 3개 부문에 31억여원이 준비됐다. 지역 문화예술정책에 민간 전문가들의 참여를 높여 문화정책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한 전북도 문화예술위원회도 발족한다. 현재 도는 문화예술위 발족을 위한 TF팀을 구성한 상태며, 지역문화진흥법이 통과되면 지역문화예술위원회의 직무범위와 사무처 구성 방향 등 운영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준비해 공식 발족시킬 예정이다. 그 시기는 7월경으로 예상하고 있다.문화예술교육도 강화한다. 국악강사풀제와 학교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 등을 통해 도내 220여 학교에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며, 취약계층 문화예술교육지원 사업도 진행한다. 지역문화예술교육 지원센터도 3개단체에서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전통문화자산 경쟁력 확보지역의 전통문화자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사업은 전주 전통문화중심도시 추진사업과 맞물린다. 전통문화사업 광역화를 위한 시군별 문화자원 발굴지원을 위해 TF팀을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며, 자원발굴을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한다.전북의 한스타일 전략기지화를 위한 사업들도 다양하게 추진된다. 한문화진흥원 건립을 위한 국비확보에도 주력할 방침이며, 한스타일박람회와 대한민국명인전도 유치했다. 전주 전통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선도사업도 이어간다. 문화유산 정비도 전북의 전통문화 정체성 확립을 위한 사업과 연계된다. 지역의 문화유산을 선사·농경, 가야, 백제·후백제, 청자, 조선, 근대 문화유산 등 테마별로 나눠 체계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기존의 유무형 문화유산 보존 및 정비외에도 금석문자산 목록화 사업도 새로 추진한다. 또한 세계서예비엔날레를 위한 서예문화의전당 건립을 위한 부지선정 및 기본계획 수립도 올해안으로 마칠 방침이다. 도 문화예술과 이종석과장은 “새해 전북도 문화예술정책은 도민들의 문화향유 확대와 지역의 문화원형발굴에 중점을 뒀다”며 “문화복지 실현과 문화경쟁력 확보가 도 문화예술정책의 양대 축” 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김병익)가 ‘2007 문예진흥기금 정기공모사업’ 지원대상을 발표했다.전북에서는 사단법인 호남오페라단을 비롯해 22개 사업이 2억63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지난해(35개 사업 총 3억8200만원)와 비교, 도내에서는 선정된 사업 숫자가 크게 줄어들어 지원분야와 심의방법 등 제도의 변화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지 않았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르별 8개 분야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문예진흥기금은 예술창작 및 표현활동 지원, 공연예술단체 집중육성 사업, 청소년 문예지 발간 지원, 전국 문학관 활성화 지원, 다원예술 지원, 예술보존조사연구 지원, 문화예술 국제교류 지원, 해외 레지던스 프로그램 참가 지원, 남북 및 재외동포 예술교류기반 구축 사업, 신진예술가 지원 등 14개 세부 지원유형사업으로 나뉘었다. 총 5302건 1130억6436만6000원이 접수, 1237개 사업이 163억612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올해 전북에서는 호남오페라단이 창작오페라 ‘논개’로 지난해에 이어 지역 최고액인 3000만원을 받게됐다. 사단법인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제25회 학생전국대회 1000만원, 제33회 전국대회 1000만원)와 사단법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전북지회(제3회 달빛문학마당 800만원, 전북무가디지털콘텐츠화 사업 1000만원), 사단법인 고창농악보존회(‘호남우도·고창농악 300년사’ 발간 1000만원, 재외한인동포를 위한 한국전통문화예술공연 1500만원)는 각각 2개 사업씩을 지원받는다. 예술인 개인의 창작활동에 대한 지원이 적은 올해, 그 안에서도 젊은 무용수들의 활동이 눈에 띈다. 무용수 김윤정 이준철씨가 각각 ‘해외 레지던스 프로그램 참가 지원’과 ‘신진예술가 지원’에 선정됐다. 사진작가 신은경씨도 ‘신진예술가 지원’에 포함됐다. 소설가 이병천씨의 ‘반달곰뎐’은 개인으로서는 지역 최고액인 1200만원을 지원받게 됐으며, 이건용 군산대 교수의 개인전은 ‘문화예술 국제교류 지원’으로 900만원을 지원받는다.미당시문학관(1500만원)과 혼불정신선양회(1000만원)는 지난해 이어 ‘전국 문학관 활성화 지원’에 선정됐으며, 공화국리라(1200만원)는 ‘다중예술 지원-새장르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귀향 : 군산 내항의 역사적 생산자와 메모리알 플레이스 만들기’로 선정됐다. 김병익 위원장은 “2007년도 정기공모사업의 지원심의는 위원회가 기금사업의 지원계획 및 지원방향과 지원심의 운영의 기본방침을 결정하고, 분야별 지원심의위원회는 개별 신청사업에 대한 적격성 여부를 심의했다”며 “그동안 위원장 중심으로 심의위원을 위촉하는 방식을 대폭 개선해 올해 처음 ‘심의위원추천위원’ 제도를 도입해 공정성을 더했다”고 밝혔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최효준)이 2006년 교육 프로그램 자료집을 발간했다. 문화예술교육의 대중화와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진행해온 자료를 체계화, 관련기관들이 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도립미술관은 지난해 어린이를 위한 교육프로그램과 성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했다. 어린이 프로그램은 기존 학원미술교육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방식의 참여형·공동작업형 교육강좌를 선보였다. 특히 어린이프로그램의 경우 물감놀이 섬유놀이 찰흙놀이 등 놀이체험 방식의 강좌로 진행해 창의력과 감수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이론강좌와 실기강좌도 열렸다. 서양미술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이론강좌가 상·하반기 두차례 진행됐으며, 한국화와 서예 실기강좌도 열리는 등 미술을 익힐 수 있는 강좌가 마련됐다. 자료집에는 커리큘럼과 강좌 개요, 서양미술사 강연 내용 등이 수록됐다. 도립미술관 교육강좌에는 지난 한해동안 300여명이 참가했다. 새해 교육프로그램은 4월부터 시작된다. 자세한 내용은 도립미술관 홈페이지(www.jbartmuse.go.kr)를 참고하면 된다.
△ 제2차 전북생명평화학교 전북생명평화설레임이 ‘제2차 전북생명평화학교’를 연다. 5일부터 2월 2일까지 전주 원불교 효자교당. 5일에는 정토회 이사장이자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 스님이 첫번째 강사로 나서 ‘생명학과 평화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화해하기, 끌어안기, 풀어가기 등 정토회의 실천적 사례를 통해 대안사회를 모색해 본다. 12일에는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김경일 교무가 ‘나의 삶, 나의 고백’을 주제로 자기고백을 통해 생명평화의 정신을 살핀다. 19일에는 전교조 위원장과 생명평화학교장을 지낸 정해숙 선생이 ‘일상에서의 생명평화적 삶’을 주제로 교육현장에서 깨달은 생명평화의 정신을 나눈다. 26일에는 아난다마르가 출가 수행자이자 경제학 박사인 칫아트만 다다가 ‘자급자족 수행공동체’를 위한 제언을 한다. 경제 대공황과 자본주의 붕괴 이후 시대를 진단할 예정. 문의 063) 262-3336, 010-8616-3336 △ 천주교 전주교구 「쌍백합」 겨울호 발간천주교 전주교구가 교구계간지 「쌍백합」 겨울호(제15호)를 펴냈다. 이번 호 특집은 ‘인생의 춘하추동-겨울 : 귀로’. 지상에서의 삶을 끝내고 죽음을 준비하고 정리한 사례들을 담았다.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며 민주화운동을 해 온 박창신 베드로 신부를 만났다. ‘우리 본당 자랑거리’에는 설립 30주년인 전주 숲정이성당이 소개됐으며, ‘희망의 벽돌쌓기’에는 성전 신축을 위해 모은 성금을 가톨릭센터 신축기금으로 먼저 봉헌한 익산 황등성당이 실렸다.한편, 「쌍백합」을 후원할 가족도 모집하고 있다. 신앙과 삶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쌍백합」 정기구독과 후원계좌는 505-13-0313012 (전북은행)
빈 소년 합창단이 한옥마을 나들이를 함께할 어린이를 찾는다. 1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2007 빈 소년 합창단 신년음악회’를 앞두고 공연 예매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 이벤트. 어린이 합창단원을 우선 선정하는 이번 이벤트는 9일까지 학교와 학년, 좌석번호, 소속 합창단명, 빈 소년 합창단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적어 이메일([email protected])로 접수하면 된다. 어린이 합창단원을 우선 선발할 예정. 빈 소년 합창단과의 한옥마을 나들이는 15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다. 전통문화 체험과 미니콘서트, 기자회견 등에 함께 참석할 수 있다. 문의 063) 270-7844
호남 성리학의 선도자로 일컬어지는 이항(1499∼1576)선생. 호남 도학을 제창한 이항선생의 학문과 호국사상에 대한 조명이 이뤄졌다. (사)전북향토문화연구회(회장 이치백)가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최근 학술연구보고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一齋 李恒선생의 學問과 護國思想’을 주제로 발제한 최영성 국립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는 “이항은 계속된 사화로 인해 의기가 저상된 사기를 배양하고, 나갈 바를 모르고 헤매는 선비들에게 학문하는 방향을 선명히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항은 성리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이전에 성리학을 선도하는 위치에서 성리학이 꽃을 피우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하고 “이항은 정여립의 난으로부터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맥락이 시들어간 호남유학의 정초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두고두고 호남유림에게 사법(師法)이 되어 그 맥락이 면면히 이어지게 했다”고 말했다. 최교수는 또 이항이 성리학의 대명제인 태극·음양과 이기(理氣)를 논하면서 양자가 ‘혼연일물(渾然一物)’임을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이기의 묘합(妙合)과 불상리(不相離)의 측면을 잘 체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항이 주장한 심선동설(心先動說)은 성을 이로, 심을 이로 보는 처지에서 성보다 심이 먼저 동해야 성이 발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지훈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지난해 말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7년동안 전주국제영화제 스탭으로 일하며 영화제 성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조 프로그래머는 2000년 영화제 자원봉사자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홍보팀과 프로그래머팀을 거쳐 지난해 9월 프로그래머로 승격했다. 특히 2002년부터 전주국제영화제 대표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프로듀서와 프로그램팀장으로 활동하며, 팀을 효율적으로 꾸려온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문광부 장관 표창은 영화영상관련 단체에서 묵묵히 일해온 숨은 일꾼들에게 수여되었다.
전주국제행위예술제 대표인 행위예술가 심홍재씨가 사단법인 한국행위예술가협회(가칭)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지난달 23일과 24일 각 시·도 행위예술제 대표들이 모여 창립한 한국행위예술가협회는 국내 행위예술작가들과 연대해 행위예술의 정체성 확립과 선진예술 정착을 위한 기틀을 마련해 나갈 계획. 토탈아티스트 류환씨가 심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게됐다. 심대표는 “문화예술의 확산과 문화집단의 정체성 확립 등을 위해서라도 한국행위예술가들의 단체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며 “사단법인 등록절차를 마치고 각 시·도에 지부를 설치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1회 군산문학상 시상식이 전국 최초로 선상에서 거행됐다. 구랍 30일 오후 3시 군산 내항 도선장에서 외항까지 바닷길을 달리는 로얄퀸 선상에서 열렸다. 군산문학상 수상자인 이병훈시인(81)은 “문학적 성과나 다른 의미로 주는 상이 아니라 문우들이 제정해 주는 우정의 상으로 알고 즐거운 마음으로 받겠다”면서 “이 상이 군산문학 발전의 새로운 시발점이자 그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수필가 최옥경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에는 군산문학상 기금을 쾌적한 소설가 라대곤씨와 김철규 군산신문사장, 김승중 군산예총회장 이복웅 군산문화원장 오현 군산예총 사무국장 배환봉 군산여류문학회장 이경아 청사초롱회장 수필가 지명수씨 등 군산지역의 많은 문인들이 참석했다. 또 진동규 전북문인협회장 임명진 전북작가회의회장 정희수 전주문인협회장 등과 홍석영 이기반 박성숙 허소라 이운룡 김학 김용옥 황화택 정군수 주봉구 공숙자 김은숙 김영 임상기 박정애 김남곤 조준환씨 등 많은 지역의 문인들이 참석해 군산문학의 발전을 기원했다.최영 군산문학상 운영위원장은 “이 상이 군산문인들의 문학성과 인간관계 향상을 위해 면면히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으며, 이기반 시인은 축사에서 “문단의 선배인 수상자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라대곤씨도 축사에서 “이병훈시인은 큰 바위 얼굴처럼 지역사회와 문단을 위해 헌신하신 어른으로 모셨다”고 말했다. 이동희시인의 헌시 낭독과 조미애시인의 ‘하포길(이병훈 시)’낭독도 곁들여졌다.
"'신춘문예'라는 긴 계절의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입니다. 문단의 장원급제를 차지한 거죠.”'2007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3인의 기쁨은 무척 컸다. 무려 20여년의 기다림끝에, 또는 첫 도전에서 '문단의 장원급제'라는 영광을 차지한 이들은 스스로를 대견해 했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뱀장어 낚시'로 소설부문에서 당선한 박미경(41·경기도 용인)씨는 "신춘문예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20여년을 지냈다고 한다. 앞으로는 단편을 쓰지 않을 각오로 퇴고한 것이 그에게 선물이 된 것이다. 사실 박씨는 일찌기 신춘문예의 맛을 봤다. 대입을 마치고 연습삼아 써 본 동시가 조선일보 신춘문예 본선에 오른 것이다. 이후 내리 다섯번 도전했지만 문턱을 넘진 못했다. 그동안은 외도를 했단다. 미술·영화판에 대중문학까지 섭렵했다. 그러나 순수문학에의 열망을 재울수 없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숨을 골랐다고."문예지를 통한 등단은 많잖아요. 아무래도 신춘문예여야 제 맛이지요. 저랑은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당선이라는 얘기를 듣고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행운이 나에게도 오나 싶었죠.” 당선소식을 알리는 기자에게 다섯번이나 사실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올해 두번의 가족 장례를 치렀다. 가족을 떠나보내면서 그동안 자신의 문학이 진지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가족과 인생에 대해 겸허해지고 진실해져야 겠다고 다짐한 후 쓴 첫 작품이 그에게 영광을 안긴 것이다. 신춘문예는 그가 진정한 예술가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인도자가 될 것 같다. 박씨는 신춘문예에 앞서 한국전자출판협회의 제1회 디지털작가상을 수상했다. 박씨에겐 '등'으로 수필부문에서 당선한 김은주(45·대구광역시)씨가 '외계인'처럼 보인다. 첫 도전에서 2관왕을 했기 때문이다. 김씨의 습작이력은 불과 2년이다. 또 이로부터 2년전 논술지도교사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내공은 맏종부로 살아온 '삶'이다.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일년에 여덟차례나 되는 제사를 챙기느라, 가족들 건사하느라 여력이 없었다. 쓰는 일 대신 읽는 일에 열중했다. 그러다가 도서관 수필창작반에 등록한 것이 오늘에 이르게 했다. 살림의 소재가 모두 그의 글 속으로 들어갔다. 당선작 '등'은 제사를 지내면서 느낀 생각을, '웃기 돌'도 살림하는 이 만이 얻을 수 있는 소재였다.수필창작모임 활동을 하며 한달에 한편씩 습작을 했다는 그는 올해 쓴 작품중 4편을 추려 전북일보와 부산일보에 보냈다. 그는 부산일보 수필부문에서도 당선작('빈방')을 냈다. "습작 모임에 참여하며 글을 쓸때마다 숙제처럼 버거웠는데 잘했다 싶어요. 마흔이 넘으면 가슴 떨리는 일이 없는데 당선 소식을 듣고 너무 떨려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김씨는 며칠동안 기분좋은 울렁증으로 고생했다고 한다. 문학적으로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은 바람이다. 이현수(25)씨는 초등학교때 백일장에서 받은 상때문에 오늘까지 왔다. 자연스레 문학특기생으로 원광대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갔고,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학교에 있다보니 신춘문예라는 계절병을 심하게 앓습니다. 9월부터 이미 분위기에 젖기 시작하고 11월쯤이면 밤새 글을 쓰느라 토끼눈으로 학교에 나오는 이들이 많아요. 그 대열에 함께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올해는 자신만 그 대열에서 졸업한 것 같아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먼저 털어 놓았다.이씨는 어리지만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 당선작 '늙어가는 판화'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응모하기 위해 작품을 살피다보니 부모님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더군요. 글쓴답시고 핑계대며 자주 가보지 못하거든요. …사실은 제가 하는 공부라는게 남들한테 번듯하게 자랑할만한 것이 못돼서 가는 걸 미루는 걸 겁니다.”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지 못하는 면구스런 마음을 작품 안에 담아온 것이었다. "사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 내심 두려웠는데 이젠 신춘문예가 문학의 끈을 놓지않게 하는 힘이 되어 줄 것 같습니다. 또한 우리 아버지가 당신 딸이 문학한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신춘문예가 주는 열병을 앓아온 이들은 이제 신춘문예에서 새로운 힘을 얻었다.
한국예총전북연합회 사무처장으로 지난 한해를 바쁘게 달려온 이연희(48)씨. 하루 스물네시간이 부족해 서른시간처럼 쪼개고 싶었다는 그가 새해 벽두에 고운 책을 보내왔다. 서양화가 김치현의 그림과 함께 단아하게 정서된 ‘풀꽃들과 만나다’ 글씨가 영락없이 그를 빼닮았다. 「풀꽃들과 만나다」(고요아침), 두번째 수필집이다.“받아서 기분좋은, 가지고 다니며 읽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책을 받아들고 제 의도가 어느정도 성공했구나 생각했습니다.” 책은 보기에도 곱지만 펼치면 더욱 깊은 향기가 배어나온다. 첫 수필집(「인도 가는 길」,2000)이후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2003년부터 전북문인협회 일을 봤어요. 또 지난해에는 전북예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더욱 바빠졌죠. 솔직하자면 바쁘다는 것은 핑계고, 마음은 글을 쓰고 싶은데 두려운 탓인지 자꾸 미루게 되더라구요. 지난해 마음 먹었죠. 더 늦어지면 안 되겠다.…”그는 자서(自序)에 “대수롭지도 않은 글을 두번째 수필집으로 엮어내자니 참으로 겸연쩍다. 몇번씩 그만둬버릴까 망설였지만 ‘수필은 정(情)의 미학(美學)이다’라는 말을 핑계삼아 가벼운 모습으로 길 위에 나섰다”고 털어놨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낮은 곳에서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사는 풀꽃처럼 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소박하고 겸손하게, 또 성실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지요. 제 글도 그러한 향취를 발하기 바랍니다.”틈틈히 발표해온 글과 책을 엮기 위해 썼다는 그의 수필들은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소소한 일상에서도 삶의 지혜를 찾고 있다. 무겁지 않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게 매력이다.안도현시인은 “이연희 선생의 수필을 이끌고 가는 화자는 주로 구절초와 한 몸이 된 그늘의 입장에서 세상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자신을 과하게 드러내고 뻐기려는 몸짓이 없으며, 상승의 무한한 욕망도 없다.오로지 낮은 곳에서 여유있게 흔들리는게 삶이라는 듯 고요하고 또 고절하다.”고 했다.1993년 전주일보 신춘문예, 95년 「수필과 비평」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해마다 풍성한 신춘문예 당선소식을 안겼던 전북문단이 올해는 조용하다. 전북대 중어중문학과에 재학중인 조미리(21)씨가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자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조미리씨는 ‘담장고양이’로 당선했다. 엄마를 찾아나섰다가 벽과 벽 사이에 갇힌 고양이의 심리와 행동을 생동감있게 그려내는 등 동물의 마음을 읽어내는 힘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씨는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쓴 글”이라고 밝힌 후 “스스로 아웃사이더라고 자부하며 지내왔던 조용한 대학시절에 추억을 갖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길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물건을 팔고 있는 노인. 똑같은 풍경이라도 한국의 풍경과 유럽의 풍경은 다르다. 흙발로 캐왔을 나물을 파는 한국의 할머니와 눈부시게 노오란 라임을 수레 가득 팔고있는 유럽의 할아버지가 주는 느낌 또한 다르다. 깊이 패인 주름마다 팍팍했던 할머니의 지난 삶이 짐작되지만, 낯선 곳에서 스치듯 만난 할아버지는 다르다. 여행이 즐거운 것은 그 때문이다. 깊숙하게 들어가 보지 못한 삶을 보며, 대상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있을 때 느끼게 되는 아픔 정도는 모른 척 해도 양심의 가책과도 같은 감정은 느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제목처럼 끌리는 책이 한 권 있다. 이병률 산문집 「끌림」(랜덤하우스). 시인이 10여년 동안 여행하며 길 위에서 쓰고 찍은 기행문이다. “스무살이 되던 해. 내 매혹의 대상은 타자기와 카메라였다”는 그는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여행을 위해 비행기를 170여 차례 탔다. 50개국 200여 도시. 그러나 그는 지금도 “습관처럼, 어딘가로 가기 위해 밤낮없이 지도 위에서 서성대는 중”이라고 한다. 아직도 머리 자를 때가 되면 생각나는 멕시코의 이발사, 마술상자 안에서 자다 나온 기분을 주는 캄보디아, 산토리니 섬의 주인은 고양이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준 그리스, 하루에도 여러번씩 버스를 타고 보스포러스 해협을 건넜던 터키, 만나는 일이 피고 지는 꽃인가 했던 프랑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두가 베니스에 도착하면 산 마르코 광장을 찾아가게 되는 이탈리아, 많은 서양인들에게 중국 여인과 데이트하는 환상을 갖게 하는 중국 여인…. 길에서 만난 것들은 ‘잘 살기 위해선 뭔가를 자꾸 버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교훈과 내가 죽더라도 아무도 목이 메게 하거나 다리에 힘이 풀리게 하면 안되겠다는 교훈’을 준다. 한 장 한 장, 아름다운 색감의 사진들도 가득하다. “내가 걸어온 길이 아름다워 보일 때까지 난 돌아오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던 시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은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란 시집을 펴냈으며,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 작가로 일하기도 했다.
스크린쿼터 축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국 영화 시장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60%를 돌파했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집계 기준으로 지난해 한국 영화 시장점유율은 전년의 57.8%에 비해 6%포인트 상승한 63.8%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6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영화는 지난해 총 118편이 개봉돼 8천844만746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5천358억9천686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 영화의 개봉 편수가 100편을 돌파한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2005년에는 91편, 2004년에는 79편의 한국 영화가 개봉됐다반면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미국 영화는 지난해 132편이 개봉돼 4천273만4천491명의 관객을 동원, 전년보다 4.8%포인트 떨어진 30.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미국 영화가 지난해 올린 매출액은 2천594억1천409만 원이었다. 미국 영화의 시장점유율은 2004년 38.6%, 2005년 35.6% 등으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 미국 다음으로 관객을 많이 모은 영화는 일본 영화로 334만2천414명의 관객을 동원, 2.41%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중국(0.98%), 프랑스(0.51%), 영국(0.49%)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총 관객 수는 1억3천858만5천804명이었다. 흥행 1~3위도 한국 영화가 휩쓸었다(개봉일 기준). 7월 개봉한 영화 '괴물'이 1천37만2천268명의 관객을 동원, 1위에 올랐으며 2위는 556만1천444명을 끌어모은 '타짜', 3위는 502만6천438명이 관람한 '투사부일체'였다. 4위에는 할리우드 영화 '미션 임파서블3'(488만2천614명)이 올랐으며 5위 역시 할리우드의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359만72명)이 차지했다. 이어 6위는 '한반도'(한국), 7위는 '다빈치 코드'(미국), 8위는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한국), 9위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한국), 10위는 '음란서생'(한국) 순이었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의 네 나라 가운데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자기의 용모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자기의 방식대로 생활하기를 바라는 학생들의 비중도 한국이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국청소년연구센터가 한국청소년개발원, 일본청소년연구소, 미국의 한 사회조사회사 등과 공동으로 작년 11월부터 4개국의 156개 고교생 7천3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대상자 가운데 중국 학생은 6개 성.시의 고교생 및 전문대생 3천240명. 이 조사에 따르면, "자기의 용모에 아주 관심이 많다"거나 "비교적 관심이 많다"고 회답한 학생은 한국이 83.2%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중국 68.5%, 일본 66%였으며, 미국은 33.4%에 불과했다. 미국 학생들의 비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미국이 개인주의를 숭배하는 서방국가여서 심미의 기준이 다양한 관계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용모를 특별하게 관심을 갖는 개인의 특성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학생들은 자주적인 생활 의식도 다른 세 나라 학생들에 비해 상당히 높아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생활하고 싶다"는 응답자의 비중이 무려 92.5%나 됐고, 그 다음은 미국 78.6%, 일본 74.8%, 중국은 72.4%였다. 생활태도와 관련, "보통 생활 수준만 넘으면 만족할 수 있겠다"고 응답한 학생은 중국이 41.2%, 한국이 48.4%였고 미국과 일본은 각각 71.1%와 66.3%로 중국과 한국 학생들의 성공욕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훨씬 강했다. 특히 중국 학생들의 성공욕이 이처럼 강한 것은 자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이 도전과 경쟁 못지 않게 많은 기회를 제공함에 따라 미래에 대한 비전을 밝게 보는 전반적인 경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금전과 일에 대한 의식은 일본에 이어 미국, 한국, 중국의 순이었으며, 돈에 대한 관심도도 같은 순으로, 가장 낮은 중국의 비중이 64.9%에 달해 절대 다수의 학생들이 돈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기대치는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었으나 아버지에 비해 어머니가 두드러지게 높았다. 아버지의 경우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순으로, 어머니의 경우도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의 순으로 한국 부모들의 기대치가 가장 높았다. 한편 중국에 대한 다른 3개국 학생들의 평가에서는 한국 학생의 7.2%만이 중국에 호감을 표시해 최저 점수를 준 반면 한국에 대한 평가에서는 중국 학생의 50% 가량이 한국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로 꼽아 최고 점수를 주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양국 학생들 간의 엇갈림 현상이 대등하지 않은 문화교류와 관련이 있다면서 현재 중국에서 성행하는 한류문화가 중국의 청소년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반해 한국 학생들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중국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심사 도중 문득 영랑(永郞) 시의 한 구절 "이렇게 숨결이 꼭 맞어서만 이룬 일이란/ 人生에 흔치 않어 어려운 일 시원한 일”('북')이 생각났다. 애초에 시인은 광대 소리와 고수 장단 간의 지극한 해조(諧調)의 경지를 그렇게 읊었겠으나, 그 경지가 어찌 소리판에만 국한될 것인가? 모든 예술이 다 그렇겠으나, 수필의 경우 그 조화의 경지는 더더욱 요구된다. 문학정신이 승하고 표현이 약하면 교술(敎述)에 흐르게 되고 표현이 강하되 정신이 얕으면 기술(技術)에 빠지기 십상인 것이 또한 수필이기도 하다. 각설하고, 예선을 거친 열 분(공월천, 김가야, 김경애, 김미숙, 김정화, 박기준, 박정순, 이행순, 이현규, 허효남)의 작품 30여 편을 읽었다. 그러나 예의 '해조',나 '조화'를 갖춘 작품은 흔치 않았다. 너무 무거운 작가정신에 짓눌려 바닷 속 심연에 가라앉거나, 반면에 일찌감치 겉 표현에 기울어져 부박(浮薄)에 흐른 작품도 적잖았다. 다시 고른 게 다음 여섯 편이었다. '이공송(泥工頌)'은 미장공의 장인정신에서 인본주의를 읽어내는 작가의 혜안이 남달랐다. 그러나 부엌문화에 관한 뒷부분의 서술은 사족처럼 여겨졌다. '사판(沙板)'은 우선 독특한 소재가 눈에 띠었고 전체 주제도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장점은 다른 응모작 '무설전(無說殿) 앞'에서도 보이지만, 소재나 주제의 무게가 작품의 수준을 그대로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년의 추억'은 울림이 크고 문장에 향취도 깃들어 있어 수필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성의 치밀성이 조금 부족하고 더러 상투적인 표현이 눈에 띠기도 하였다.'등'과 '웃기 돌'은 동일 작가의 작품인데, 둘 다 일상적인 소재를 묵직한 주제로 승화시키는 사색의 깊이가 돋보였다. 또한 예리한 관찰력과 집중력 있는 구성, 그리고 안정감 있는 문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다만 문장 상의 운치나 향취가 적은 것이 좀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이 점도 이 작가의 의도적인 '감정의 절제'로 이해되었다. 수필의 품격이 작가의 개성을 바탕으로 한다면, 이 작품의 품격은 그 '절제된 감성'에서 찾을 만하다. '등'의 경우가, 작가 정신과 작품 형식미의 조화에 있어, 영랑 말마따나 '숨결이 꼭 맞어서 이룬 흔치 않은 일'에 근접한 것으로 읽혀 이를 당선작으로 민다. …정진을 빈다.
흙을 주물러 그릇을 만든다. 아무리 정성을 다해도 만들다 보면 가끔 기울고 찌그러지기도 한다. 모양이 밉다고 해서 영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울면 기운대로 그 쓰임새가 따로 있고 그 멋 또한 남다를 때가 많다. 흙을 만지다 보면 사람이 유순해 진다. 흙에 말랑한 질감이 사람을 한없이 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을부터 만든 연지가 이제 막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도톰한 아래 부분 하며 위로 올라갈수록 연꽃잎처럼 벌어지는 모양새가 제법 볼만하다. 어지간히 말린 연지에 어제는 화장토 작업과 무늬를 새겨 넣었다. 새긴 무늬의 배경을 꼼꼼히 파내다보니 손가락에 분홍 물집이 잡혔다. 그러길 며칠,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흙에 내부에서 목단꽃 몇 송이 불현듯 떠올랐다. 꽃잎의 배경을 꼼꼼히 파내고 나니 두둥실 꽃이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흙이 꽃이 된 연지는 이제 곧 불을 만나러 가야 한다. 글쓰기는 일상과 떨어진 낯선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호흡 안에 있고 삶을 열심히 살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그곳에 존재하는 듯 하다. 서로 치대고 부둥켜안으며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피붙이들 삶이 내 문학의 기반이 된다. 아직은 여물지 못하고 말랑하다. 열심히 쌓아 올리고 긁어내며 내 몸에 날 선 조각도가 길을 낼 때 까지 부지런히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끝내 불을 만나러 갈 것이다. 부족한 글에 애정을 보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수필사랑 글동무와 홍 교수님께 이 기쁨을 전한다. (약력) 1963년 경북 경산 출생 대구수필창작대학 수료 수필사랑 회원 현 논술지도사
신춘문예에 응모한 작품들을 심사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좋은 작품을 발견했을 때는 더할 수 없는 뿌듯함과 포만감이 보상으로 주어진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수족관, 이끼'는 생선의 습성과 횟감에 대한 치밀하고도 전문적인 묘사가 문장을 살아있게 한다. 하지만 세밀함이 장점인 만큼 그걸 받쳐주는 서사구조가 어지럽고 부산스럽다는 게 문제였다. 소설의 모든 요소들을 보다 유기적으로 묶는 훈련을 강화했으면 한다.'맹방에서 오는 길'은 독자를 흡인하는 이상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부부의 갈등이라든지 그 갈등을 털어내고 귀가하는 가장의 발걸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난함에 대한 반발이 언급됐다. 소설이 마냥 쉽고 만만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절벽 아래서'는 노숙자를 상대로 한 어린아이의 독백 형식으로 엮은 독특한 구성이 돋보였다. 그런데 아이의 아빠에게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명확하지 않으며 노숙자에 대한 실체성도 떨어지는 문제가 지적됐다.'개'는 버려진 개와 자신의 처지를 대비시킨 솜씨가 우선 돋보인다. 미칠 수밖에 없고, 물어뜯을 수밖에 없는 개의 속성이 설득력 있다. 단 두어 줄의 문장이나 대사 한 토막으로 사건을 풀어내고 이해시키는 문장의 힘도 강렬했다. 하지만 얘기가 거기서 그칠 뿐 외연을 더 이상 확대시키지 못해서 소품처럼 여겨지는 불만이 컸다.당선작 '뱀장어 낚시'는 많은 매력을 지녔다. 휴식을 위해 심해를 찾아가는 뱀장어의 생태에 빗대서 뱀장어 낚시꾼인 형의 얘기를 의탁한 솜씨라든지, 또 다른 뱀장어 의인화로 형의 낚시에 걸린 여인을 등장시킨 수법, 결말에 이르러 동생이 뱀장어로 치환되는 장면 등이 놀라웠다. 뱀장어가 곧 형이고, 형이 곧 동생이며 이윽고 동생이 뱀장어로 순환하는 이 고리를 위해 작가는 2인칭 서술기법을 쓰고 있는데 이 형식미 하나가 동생의 지위를 객관화하는 요소로 멋지게 작용하기도 한다. 독서의 일이 이만하면 즐겁지 않겠는가?
한 해에 가족 두 분의 장례를 치렀다. 상실감보다 무력감이 고인들이 떠난 빈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나서야,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들의 소소한 크기를 짐작 할 수 있었다. 고인들의 몸에 새겨 진 세상과의 힘겨운 투쟁의 흔적들이 날카로운 창끝으로 심장을 위협한다. 죽음의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무언의 진실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고 막막했다. 현실과 가상의 괴리감, 당신들의 삶이 눈앞의 진실이었으며, 내가 그린 세계는 거짓에 불과했다. 나는 다급했고 위태로웠다. 굽은 허리로 당신들이 통증을 호소하던 순간에도 나는 모색하고 있었으며 탐구했으며 고민에 빠져 있었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이 길이 과연 당신들의 아픔을 공유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나, 나를 향해 묻는다. 죄송스럽게도 그때는 그랬다. 인간에 대한 이해, 당신들이 숙제로 남겨주신 이 엄청난 수수께끼들을 추적해 나가는 것을 유일한 죄 사함의 방법이라 믿을 것이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절감한다. 이제 시작이다. 무엇도 담고 있지 않아 모든 것을 담고 있던 것처럼 보였던 당신들의 눈빛을 빚으로 기억하며 살겠다. 아프지 않고, 엄살 피우지 않고 당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내 몫으로 주어진 내 앞의 생과 싸워 보겠다. 작가에게 소설은 삶의 전부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신 박범신 교수님과 나의 종교이신 부모님, 든든한 배경이자 아군인 가족들 모두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약력>1966년 용인 출생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재학 중2006년 제1회 디지털 작가상 우수상 수상
사람의 등에는 일 만 마디의 언어가 숨어 있다. 직립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산맥 같은 척추가 있어서 그런지 휜 등을 보고 있으면 참 깊고 무거워진다. 등의 반대쪽인 앞을 보면 눈이라는 창과 입이라는 발설의 기관이 있어 상대의 심중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되어있다. 한데 등은 아무런 신호체계도 갖추지 못했지만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묘한 힘이 있다. 돌아앉은 사람의 등줄기를 보고 있자면 상대방 삶의 이력이 한 눈에 다 보인다. 등은 단 한마디도 내게 직설화법으로 말해오지는 않지만 대화나 시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언어들을 내게 전해 준다. 나는 지금 서로 다른 세 남자의 등을 바라보고 섰다. 그 세 사람은 나를 등지고 서서 영가를 기다리고 있다. 시침과 분침이 나란히 합일을 이룰 때 위패에 지방을 봉(封)하자 싸늘한 밤공기를 안고 보이지 않는 기운 하나가 제상 앞에 와 앉는다. 기다리던 우리는 비로소 제사를 지낸다. 먼저 술잔을 올린다. 나는 몇 발짝 뒤 주방에서 소반가득 맑은 물 한 사발 떠 놓고 마른 주걱을 적시고 섰다. 젯밥 올릴 준비를 끝내고 서있는 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은 나란히 선 삼대(三代)의 뒷모습이다. 칠순을 넘긴 아버님의 구부정한 등과 한창 갈기를 휘날리며 튀어 오르는 남편의 등, 이제 막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아들 녀석 등이다. 같은 피붙이의 등인데도 다 다른 모습이다. 구부려 절을 한다. 굽은 아버님의 등은 납작한 가오리 마냥 쉽게 바닥에 밀착 된다. 굽은 등이 엎드리고서야 제대로 펴진다. 자신을 낮추어야만 삶이 유해짐을 아시는 듯한 등이다. 그러나 남편의 등은 아직 설익다. 등짝이 아버님만큼 부드럽지 못하다. 절을 한답시고 엎드리긴 했지만 바닥으로부터 어설프게 들떠 있다. 앞으로의 세월이 저 풀기를 거둬 갈 것이다. 그 옆 아들 녀석의 등은 아예 엉덩이까지 들린 뻣뻣하기 이를데 없는 모습이다. 술이 두어 순배 올려지고 도레미로 높낮이가 다른 등이 절하기를 멈추면 메밥을 푸기 시작한다. 한 김 나간 밥을 일구지도 않고 고봉으로 정성을 다해 밥그릇에 담는다. 그릇 안보다 밖으로 더 솟아오른 밥을 주걱에 물을 묻혀가며 다독거린다. 밥그릇에 밥알 모이듯 식구들의 마음도 차지게 모여들길 바라며 따끈한 탕국까지 올리고 나면 얼추 내 소임은 끝이 난다. 아들 녀석은 무릎을 꿇고 할아버지가 내미는 술잔에 술을 따른다. 그때 잠시 옆모습을 본다. 아직은 풋 살구 같은 저 녀석도 언젠가는 거친 세상과 마주 할 날이 있으리라 거센 풍파에 갈고 갈리다 보면 할아버지의 등 모습을 반이라도 닮아 갈까 그 길이 멀기만 하다. 세월이 쌓이지 않고는 감히 할아버지의 등을 어찌 닮을 수 있으랴 다시 엎드린 아버님의 등이 숭고해보이기까지 한다. 나는 물 묻은 손을 닦고 한복으로 갈아입는다. 제사가 진행 중인 대열에 끼여 두 손을 모으고 선다. 세 남자의 등과 나란히 서서 촛불에 일렁이는 옆모습을 바라본다. 세상의 모든 뒤는 앞만 못하다. 앞은 밝고 전진적이며 긍정적이다. 그에 반해 뒤는 정지한 듯 습하다.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턱 없이 깊게 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등을 바라보고 섰을 때의 수많은 생각들은 그 사람의 빛나는 눈을 보는 순간 안개 걷히듯 사라진다. 세 남자가 한발 물러서고 내가 술잔을 친다. 병풍을 배경으로 타오르는 촛불이 바람에 심하게 흔들린다. 향불에 술잔을 돌리고 수저를 옮겨 놓는다. 바스락거리는 치마소리를 들으며 두 손 모아 큰절을 올린다. 이제는 뒤에선 세 남자가 내 등을 지켜보고 섰다. 등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자의 것이다. 상대가 나의 등을 바라봐 줄 뿐이지 스스로 내 등의 모습은 가늠할 수 없는 것이다. 보여지는 내 등은 어떤 모습일까 중년의 고개를 넘어 선 볼품없는 아낙의 모습은 아닐까. 내심 든든하고 뚝심 있는 종부의 모습으로 비쳐지길 바래본다. 한 사람의 등을 보며 세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절을 마저 끝내고 돌아설 즈음, 종일 음식준비로 고단한 내 등을 토닥이며 흘러내린 머리 몇 올 걷어 올려주는 손길이 있다. 누군가하고 돌아다보니 아버님이 웃고 계신다. 너무 많은 짐을 내 등에 올려놓으신 미안한 마음이 멋쩍은 웃음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서로의 등을 훤히 읽은 이 순간은 따로 말이 필요 없다. 무언의 기류가 서로를 넘나들며 고단한 마음자리를 읽어냈기 때문이다. 영가가 매를 드시는 동안 우리는 불을 끄고 잠시 물러나 있다. 잠시 후 헛기침을 두어번하고 철상(撤床)을 한다. 지방을 들고 골목 밖으로 나서는 아버님의 뒤를 식구 모두 따라 나선다. 열여드레 달빛이 머리 위에 쏟아진다. 지방에 불을 붙인다. 아버님은 흩어지려는 불길을 모아 하늘 위로 쳐 올린다. 소지종이는 나비 떼처럼 날아오른다. 좀 더 높이 하늘로 올리려는 아버님의 손길이 분주하고 바쁘다. 생의 뒤안길로 접어들은 듯 쓸쓸하기만 하던 아버님의 등이 하늘로 치켜 올린 두 팔로 인해 부채처럼 펼쳐진다. 헐렁해진 뒷춤과 굽은 등이 일순간 펴지며 달빛아래 환하다. 저 연세에 그만 하시길 참으로 다행이다 싶다. 식솔 모두 사라지는 영가를 향해 등 굽혀 인사를 한다. 머리를 숙인 세 남자의 등은 든든하고 환하다. 남자다움의 원천인 뱃심이 줄어들면서 아버님의 등을 받쳐주고 있는 엉덩이 살이 많이 빈약해진 것이 마음이 아플 뿐 두 남자는 그만하면 대들보로 손색이 없어 뵌다. 서로 다른 세 사람의 등이 오늘 보니 참 많이 닮았다. 그 중에 아들녀석의 등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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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컴퍼니 두루 '런어비스', 뮤지컬 불모지 전북에서 전 회차 전석 매진
그림에 정신을 담아내다... 미술관 솔, '해강 김규진․보정 김정회 사제 전'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전하는 '조화와 공존'⋯관현맹인전통예술단, 아리랑 세상에 울리다
군산 영광선교합창단, 스승‧제자가 함께하는 정기음악회 '호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