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원고택 오성한옥마을 마실나온 '이이남의 디지털 아트' 눈길
2019년 여름 방탄소년단 BTS가 아원고택에서 한여름 휴식을 취했던 완주군 소양면 종남산 오성한옥마을 아원고택에 최근 또 하나의 걸작 ‘디지털 아트’ 작품이 설치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아원고택에 신규 이축한 함평 서당 한옥과 함께 지난해 개관했는데,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디지털 아트 작품이어서 관심이다. 아원고택(관장 전해갑) 측이 지난해 10월 전북에서는 처음 선보인 이 디지털 아트는 세계적인 디지털 미디어 아티스트인 이이남 작가의 작품으로 주제는 '다시 태어나는 빛'이다. 이이남 작가는 회화를 빌려 디지털 회화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현대 미술의 새 지평을 연 아티스트로, ‘제2의 백남준’이라고도 불린다. 디지털 아트 작업을 통해 이미지를 대비하거나 상보, 절충, 매개 등 방식으로 또 다른 세계의 미를 추구한다. 그는 2002년 SK텔레콤 애니메이션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세상에 존재감을 알렸고, 2004년 이후부터 명화를 토대로 한 작품 ‘신-묵죽도’, ‘신-금강전도’, ‘신-모나리자’ 등 다양한 작업을 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디지털 아트는 첨단 디지털 기술과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파도, 뉴욕 폭포 등 이미 소개된 작품처럼 거대한 벽면 화면에 다이나믹한 입체감을 더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종남산 아원갤러리에 설치된 이이남 작가의 디지털 아트 파도, 폭포, 설경 등은 여유롭고, 평화롭다. 코엑스의 파도나 뉴욕의 폭포처럼 엄청난 파격도 아니고, 결코 요란하지가 않다. 기존 아원갤러리, 아원고택이 추구하는 자연 속의 고요와 고적함 속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관람객은 종남산에 스며드는 자연 빛을 따라서 물아일체 명상의 세계에 흘러든다. 야외 갤러리인 노출 콘크리트 건물 앞으로 다가서면 곧바로 바라볼 수 있는 이이남의 디지털 아트는 종남산 풍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디지털 아트는 은은하게 표출되면서 사람의 시선을 끌고, 남쪽 전면에 탁 트인 종남산 산자락과 조화를 이룬다. 댓닢마다 수북하게 내린 백설을 품은 대나무 숲, 수없이 많은 별이 한밤 유성처럼 쏟아지는 듯한 붉은 사선, 산등성이에 한없이 펼처진 초원을 수놓은 들꽃 등 아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주변 풍경이 고즈넉하게 흐르며 관람객 시야를 사로잡는 것이다. 이들 풍경은 디지털 아트 동쪽과 서쪽, 북쪽에 설치된 대형 거울에 비춰지면서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종남산 아원갤러리에서 이이남의 디지털 아트를 감상하는 관람객들은 디지털 아트 작품, 그것을 어느새 품어버린 종남산 풍경, 그리고 그 안에서 물아일체 명상에 젖어든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종남산’과 ‘디지털 아트’, 그리고 ‘나’는 각자이면서 하나의 작품이 되고, 나는 그 작품 안에서 또 다른 나를 느낀다. 10일 전주에서 왔다는 여성 관람객은 “여행은 명상이고 발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찬찬히 나를 바라보고, 나를 찾는 여정 속에서 여행하는 사람은 자연을 느끼고, 명상하며 힐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