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국뽕’의 어두운 그림자
언제부터인가 ‘마약’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음식 이름이 하나 둘 나타나더니 이제는 일상의 용어로 정착하였다. 인터넷에서 ‘마약’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마약 만두, 마약 치킨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음식들과 관련업체가 검색된다. 한번 먹어봤다 하면 너무 맛있어서 마약처럼 끊을 수 없고, 한번 사용했다 하면 너무 편리해서 마약에 빠져들듯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뜻에서 음식에도 생활용품에도 ‘마약’이라는 말을 붙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술이고 마케팅이다. 급기야 학부모들이 나서서 ‘멈춰! 마약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이나 편리한 상품에 마약이란 말을 사용하다보면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약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질 뿐 아니라, 심지어는 마약을 ‘맛있고 좋은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이런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진즉 했어야 할 캠페인이다. 상표법은 도덕관이나 공공질서를 해칠 수 있는 상표는 등록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고를 위해 음식이나 생활용품에 ‘마약’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은 당연히 도덕관념이나 공공질서를 해치는 처사이다. 특허청은 최근에야 비판을 받아들여 상표등록을 제한하기로 했단다. 답답할 정도로 늦은 조치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마약과 관련된 비속어가 또 하나 있다. ‘국뽕’이라는 말이다. ‘국뽕’의 ‘국’은 ‘국민’, ‘국가’‘애국’ 등의 의미를 담고 있고, ‘뽕’은 마약의 일종인 필로폰의 일본어 발음을 딴 속어 ‘히로뽕’의 줄임말이다. 따라서 ‘국뽕’은 국가나 국민을 마치 필로폰에 빠진 사람이 필로폰을 갈구하듯이 좋아하는 애국적인 사람을 조롱하여 부르는 말이다. 음악, 무용, 음식,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형성된 한류의 세계적 유행과 세계무대에서 보인 한국 스포츠 스타들의 맹활약에 편승하여 우리나라에 대한 환상에 도취된 나머지 맹목적 찬양 행태를 보이는 일부 국민을 비꼬는 인터넷 신조어로 시작된 말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당연한 애국심마저도 국뽕으로 매도하는 경우가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국민, 국가, 애국, 민족 등의 말만 나와도 고개를 돌리며 ‘국뽕’이라는 야유를 보낸다. 도를 넘은 자국혐오 행태이다. 망국적인 비아냥거림이고 매국노적 언행이다. 정상적인 애국심에 대해 반발하고 비아냥거리는 그들은 도대체 어떤 심보를 가진 것일까? 그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극도의 부정적 시각으로 매도하면서 일제 강점기가 오히려 살기 좋은 시대였고, 일본의 식민통치 때 닦은 산업 인프라(infrastructure) 덕에 우리나라가 오늘날과 같은 경제발전을 이루었다며 일본을 찬양하기에 바쁘다. 그리고 미국과 소련의 속셈에 의해 남북이 갈라지게 된 내력은 모르는 채, 오직 미국을 전쟁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준 은인으로 여긴다. 노예여도 좋으니 밥을 주는 사람을 주인으로 잘 섬겨야 한다는 노예적 근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마약○○’도 ‘국뽕’도 다 하루 빨리 퇴치해야할 언어이다. 사실을 왜곡하는 헛소문과 신조어가 난무하다보면 거짓이 오히려 진실을 몰아내는 억울한 상황이 속출하게 된다. 우리사회는 이미 그런 양상을 짙게 보이고 있다. 거짓말과 자극적이고 조소적이며 폭력적인 언어를 SNS 상에서 퍼 나르는 일을 삼가야할 이유이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