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운동 상징’ 김근태 도서관 개관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고(故)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기리는 김근태기념도서관이 지난 4일 서울 도봉구에서 개관했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민주주의인권 특성화 도서관으로, 민주화 관련 기록물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이날 있던 개관식에는 김 의장 생전 고인에게 영향을 받았던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여 우리 모두 김근태가 되자고 다짐했다.
김 전 의장은 군부독재 당시 민주화운동의 거두로서 민청련, 전민련 등 운동권 결성을 주도했다. 586이 주축인 현 정치권 내에서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여야를 통틀어 드물다. 그는 서울대 제적, 강제 입대는 물론 두 차례의 투옥과 고문 등 모진 시련을 감내했다. 민주화운동의 공로로 1987년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받았고, 1988년 독일 함부르크 재단으로부터 세계의 양심수로 선정됐다. 서울 도봉구를 시작으로 국회의원 3선, 노무현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지냈고, 이후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지병으로 지난 2011년 서거했다.
개관식이 있던 올해는 공교롭게도 김근태 10주기였다. 개관식 참석자들은 특히 마치 김근태가 다시 부활한 것 같다면서평생을 평화에 인권에 헌신한 그가 하늘에서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도봉산 입구 자락(도봉구 도봉산길 14)에 위치한 김근태 도서관은 따뜻한 공동체 문화를 실현하는 민주주의인권 특화 도서관이라는 비전 아래 운영된다. 운영은 김근태 재단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도서관은 대지면적 1361㎡, 연면적 1662㎡(502평) 넓이의 지하 1, 지상 3층 규모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자 했던 김근태 정신을 담아 어느 방향에서든 접근 가능한 열린 공간으로 건립됐다.
세부공간은 기획전시 및 자료 열람실, 다목적강당, 수장고 등으로 이뤄진 본관과 상설 전시가 이뤄지는 전시실로 조성됐다.
본관은 민주주의인권 특화도서관에 걸맞게 사회과학 장서에 비중을 두었으며, 대화할 수 있는 용기(총류), 민주주의 꿈(사회과학), 평화가 밥이다(언어), 희망은 힘이 세다(문학) 등 故김근태 선생의 민주적 가치를 담은 각 어록들을 도서분류명으로 활용, 모든 도서 색인에 띠 라벨로 부착, 도서관의 정체성을 구현하고자 했다.
도서관 곳곳에는 김 전 의장과 삶과 관련된 조형물이 배치돼 있다. 그가 앉았던 의자의 나무를 재활용해 만든 민주주의를 밝히는 성냥, 국가 권력으로부터 고문을 당했던 남영동의 받침을 떼서 만든 ㅁㅇㅇ이라는 네온사인 등이 열람실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다.
전시는 기획과 상설로 구분해 운영할 계획이다. 첫 기획전시로는 가야 할 미래, 김근태 추모전(展)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미술가들은 김 전 의장의 삶과 정신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영상, 설치, 조각, 회화 등 각자의 시각언어로 재현했다. 도서관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매주 월요일 및 법정 공휴일은 휴관이다. 개관식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과 국회의원들은 고인을 추억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추모보다는 김근태 전 의장이 다시 돌아왔다는 마음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김 전 의장님은 민주화 운동의 대부, 영원한 민주주의자, 여의도의 햄릿 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저는 여기에 따뜻한 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이고 싶다면서제게 의장님은 따뜻한 사람, 따뜻한 민주주의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정직과 진실에 이르는 길을 국민과 함께 가고 싶다. 정직하고 성실한 99%의 사람들이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내가 가야할 길이라고 믿는다는 김 전 의장의 발언을 인용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도서관 입구에서 김 의장님이 팔벌리고 환영하시는 것 같았다면서이 공간을 보면서 당신이 구현하고 싶었던 게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그것은 인간 존엄의 가치가 실현되는 신김근태주의가 아닐까라고 강조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김근태하면 민주화만 생각하지만 그는 평화통일에 굳은 신념을 가진 평화주의자이기도 했다면서항상 제게 평화만이 살 길이라고 가르쳐 주셨다고 회상했다.
장영달 김근태 재단 이사장은 모진 수모를 겪었던 그가 다시 우리에게 온 것 같다고 했다. 도서관 건립을 추진했던 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은 김 전 의장의 생전 모습을 추억하다 환영사 도중 목이 메였다.
서창훈 김근태 재단 부이사장(전북일보 회장우석대 이사장)은 그를 휴머니스트로 기억했다.
서 부이사장은 김근태 전 의장을 대표하는 단어는 민주주의인권평화 세 가지다. 이들 가치는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면서이러한 김근태주의 중심엔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 그리고 휴머니즘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정부 측 인사로 김부겸 국무총리,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참석했으며, 정계에선 김 전 의장의 배우자인 인재근 국회의원을 비롯 우상호소병훈홍익표양향자 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도서관 건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맡은 김근태 재단에서는 장영달 이사장과 서창훈 부이사장이 전북지역 인사로는 조지훈 전 전북경진원장 등이 개관식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