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무허가 ‘인덕마을’ 환경개선 해법모색
전주 인후동 백동1길. 맞은편엔 높은 신축 아파트, 뒤편엔 전북대학교병원을 두면서도 홀로 1960년대 판자촌 풍경에 멈춰있는 곳, 인덕마을이라 불리는 무허가 집단거주지다.
27일 찾은 인덕마을의 집들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은 곳곳에 녹이 슬었고 콘크리트 벽은 깨져 있었다. 허물어진 지붕과 벽은 양철판과 합판을 덧대 생활했다. 골목 안쪽에선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대파, 상추 등 농작물을 키웠다.
이곳에서 20년간 살았다는 박원석 씨(83)는 담벼락에 줄세워 둔 20㎏ 가스통들을 내보였다. 박 씨는 무허가마을이어서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가스통을 구입해 쓴다고 했다. 수도는 들어오냐고 물으니 손으로 마을 밖을 가르켰다. 마을밖 공동수도를 끌어오는 것인데, 수도검침을 받지 못해 한달에 2000원을 더 내고 사설 검침원을 부른다.
박 씨는 무허가 마을인 데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사비로 집이나 주변 환경을 고칠 수가 없다며, 맞은편 가로수는 정비가 잘 됐는데, 도로 하나를 두고 잡초가 무성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같은 인덕마을 주민들의 열악한 환경이 최근 전주시의회,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자 전주시가 인덕마을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해법모색에 나섰다.
전주시에 따르면 인덕마을 주민과 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무허가 집단거주지의 양성화를 위해 협의를 하고 있다.
인덕마을이 있는 토지(1만 4887㎡)는 전북대학교 내 국유지로, 학교시설 용도의 활용계획이 없어 학교재산 용도가 폐지된 후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관리하고 있다.
시는 우선 해당부지가 학교시설이 아닌 주거용도로 쓰일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전북대학교)에서 부분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부터 진행해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등 9월까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주민들이 합법화된 주거단지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단지 정비, 토지소유권 변경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43가구110여 명 주민의 26%가 차상위계층일 정도로 경제적 취약계층이 많은 만큼 LH와 공공 임대주택 단지 협의도 하고 있다. 최근 LH에서 현장실사를 다녀오는 등 사업성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택 인덕마을 통장은 시가 부지를 매입해 주택단지를 조성하거나 주민에게 개별매각을 하는 등의 요구가 높다면서도 생활이 어려워 환경개선을 포기하고 지금처럼 부지 대부료 130만원을 내는 게 낫다는 주민도 있어 행정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주민 의견수렴 중인데 마을 양성화,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다며, 주민들이 둥지 내몰림 현상 없이 주거복지를 이루도록 다각도로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