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2-05 12:14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JIFF, 줌 인

폐막작 '심플 라이프'…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감동을 반추하다

마지막 'JIFF, 줌 인'에서는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폐막작 〈심플 라이프〉를 선택했다. 축제의 마지막을 의미있게 장식하고자 폐막작을 별도로 선정한 전주영화제는 지난달 29일 다른 지역 관람객들이 폐막작을 미리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상영했다.잔치도 끝나간다. 사라지는 봄을 붙잡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심플 라이프〉는 홍콩 영화다. 그렇다면, 액션영화? 아니다. 드라마다. 놓치면 후회한다.역 대합실에 한 사내가 있다. 소탈한 차림인데도 유덕화 닮았다 했는데, 잘 보니 유덕화다. 천천히 움직이는 열차같이 〈심플 라이프〉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향해 출발하는데. 북경과 홍콩에서 이 남자가 만나는 사람들의 면면은 홍금보와 서극 감독(사실 까메오다) 등, 뭐 이런 스타들이다. 로저라는 이름을 쓰는 이 남자, 큰 돈을 주무르는 영화제작자다.이 영화 유달리 음식 장면이 많은데, 여독에 지친 그에게 집밥과 간 맞는 국을 건네는 이가 있으니 타오 지에(桃姐 엽덕한)다. 도미찜과 소혓바닥 요리를 건네는 그녀는 부엌에 선 채 밥을 먹는다. 하녀다. 한눈에 봐도 퍽 늙었다. 한 집안에서 60년 넘게 4대에 걸쳐 아이들을 업어 기른 유모이자 찬모 또 침모의 역할을 한 하녀를 대하는 귀공자의 방식은 엄마를 대하는 듯, 버릇없음이 밉지 않은 것이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을 닮았다. 고령의 타오에게 중풍이 찾아오자 이 '되련님'은 그녀를 요양병원에 모시고 정성을 다한다. 타오 주변의 작업전문 할아버지, 노부모를 모시는 과정 속 금전적 갈등을 일으키는 가족들의 묘사장면은 꽃동네 병원 수준으로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 우리 같으면 이모 혹은 아줌마라고 부를 법한데, 기특한 도련님은 병원환자들에게 하녀를 끝까지 양어머니라 소개한다. 그렇다고 자신이 부자 아무개라는 점을 밝히지 않는다.자제와 때를 읽을 줄 아는 것이 하인의 고충이거늘 수줍고 염치를 아는 하녀는 정중하다. 거기에 하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보여주는 로저의 품성을 담는 것은 단정한 카메라 워크다. 감독 허안화가 담아내는 〈심플 라이프〉의 홍콩 어떤 구석도 화려하지 않고 유덕화를 상업영화의 귀공자로 내세우지 않는다. 그래서 '유덕화 같이 보인다'는 말이다. 소탈하기 그지없기에 영화사 비서나 병원직원들에게 운전사나 에어컨 수리공으로 보인다. 멋진 옷과 스타일리시한 조명이었다면, 유덕화의 그 애틋한 마음이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감독의 절제 덕분이다. 유식한 이야기를 하자면, 여성감독 허안화는 홍콩 뉴웨이브의 기수다. 왕가위도 그 다음 세대다. 데뷔작부터 유덕화를 기용했기에 이 영화는 허안화가 유덕화를 사랑하는 마음, 구체적으로 단순한 미남 배우가 아닌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것을 상기 시키는 점 또한 노감독의 배우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녀의 삶이 종착역에 이르는 과정에서 급작스런 이별 아닌 정중하게 이별하는 태도는 이 영화의 품격을 높인다. 그 방식이 온유 그 자체이기에 객석에서는 눈물과 함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따뜻함이 묻어나는 스크린 속에서 관객들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도 배운다. 전주사람들에겐 눈물이 있다. 울 준비도 되어 있다. 울고 웃다보면 관객들은 하녀의 머리 위에 있는 희고 둥두렷한 테두리를 보게 될 것이다. 개막작 〈시스터〉에서 그들의 생존 방식이 불편하고 섬닷했다 느끼는 분들, 꼭 보시라. 후회 안 한다. 나에게도 식모라 불린 누나들의 추억이 있다. 극장에 함께 가고 내게 목욕을 시켜 준 그 누나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모르는 우리는 그것 밖에 안 된다.영화평론가 신귀백

  • 영화·연극
  • 전북일보
  • 2012.05.04 23:02

대중음악평론가 강헌, 다큐〈조지 해리슨〉 본 후 관객과 대화 "서구 중심 음악 탈피, 미학적 성취 이뤘다"

조지 해리슨.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의 멤버다. 인도 철학에 심취하면서 후기 비틀즈 음악에 중요한 자취를 남겼다. 하지만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만을 기억할 뿐, 그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틴 스콜세지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조지 해리슨〉은 이같은 간극에서 시도됐다.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마련한 오프 스크린(1일 오후 2시 메가박스 4관)에 초대된 대중음악평론가 강 헌. 그는 전주영화제 '불면의 밤'에도 초대된 영화 〈조지 해리슨〉을 본 뒤 비틀즈와 조지 해리슨의 음악적 성취를 재조명했다. 영화인 외에도 철학자인문학자 등을 초청해 관객들과 폭넓은 대담을 진행해온 오프 스크린은 이날 비교적 소수의 관람객들과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오프 스크린에 앞서 러닝타임이 무려 209분이나 되는 영화가 상영됐다. 영화엔 자존심과 개성이 강했던 어린 시절부터 비틀즈에 기타리스트로 합류하면서 최고의 예술가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이 담겼다."비틀즈는 대중 음악사에서 로큰롤 음악의 새로운 질서'인디'를 만든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최초의 싱어송 라이터 밴드였다는 점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 등 당대 스타들은 많았지만, 기존 팝 가수와 다를 바가 없었어요. 레코드사에 소속 돼 가져다주는 곡을 노래하는 데서 끝난 거죠. 하지만 비틀즈는 드러머마저도 작곡을 하는, 자기 예술의 주인이었습니다." 당시 1950년대 대중음악은 클래식으로부터 '하수구 음악','깡통 음악'으로 무시당했다. 하지만 "비틀즈는 침체에 빠진 클래식이 대중음악의 예술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도록 했다.""당시 세계 클래식을 지휘하는 게 카라얀과 레오나르도 번스타인이었습니다. 카라얀은 비틀즈에 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번스타인은 몇 차례에 거쳐 클래식계를 경악시킬 발언을 했죠. 심지어 '역사는 1960년대는 비틀즈의 시대였다고 쓰게 될 것이다. 클래식은 죽었다'라고까지 했어요. 상대적으로 덜 보수적인 미국에서 활동한 지휘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금기에 가까웠던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대중음악 추종자들도 더 이상 클래식으로부터 미학적 열등감을 느끼지 않아도 됐다 이 말입니다."비틀즈는 더 나아가 독창적인 미학적 실험도 했다. 페미니즘을 다루고, 인도 철학에 근거한 신비주의 음악을 내놓으며, 오케스트라와 현악 4중주를 접목시키는 등 도저히 클래식 작곡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해냈다고 믿을 수 없는 시도를 통해 음악적으로 성장해나갔다. 그는 "조지 해리슨의 남다른 성취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짚었다. "비틀즈는 서구 중심주의를 넘어서 동양음악과의 통섭을 시도했습니다. 물론 프랑스계 클래식 작곡가들이 일찍이 동양적 요소를 끌어들이긴 했으나, 서구 중심주의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미학적 시도를 한 적은 없었어요. 로큰롤에 인도 음악을 끌어들여 대중들이 열광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내놓은 것은 조지 해리슨 덕분입니다."재난으로 절망에 빠진 이들을 위한 자선 공연의 역사도 조지 해리슨이 먼저 썼다. 조지 해리슨은 존 레논과 벵골족 출신의 시타르 연주자 라비 샹카르와 독립 전쟁과 태풍으로 수십 만 명의 방글라데시 난민을 돕기 위해 1971년 8월 미국 뉴욕에서 '방글라데시를 위한 콘서트'를 열었다. 그는 "조지 해리슨은 기존 체제에 순응해 나만 잘 살면 된다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에 개입하고 자선 행위를 조직화하는 첫 번째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올해 전주영화제에 초청된 또 다른 음악 다큐 〈말리〉도 '강추'했다. "레게의 제왕 밥 말리는 그의 곡'짐바브웨'가 짐바브웨 국가(國歌)로 지정됐을 만큼 예술적으로도 비틀즈에 못지않게 뛰어났고, 제 3세계에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면서 도시 빈민층과 함께 산 위대한 예술가였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K-POP 한류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장담할 순 없으나, 세계 대중음악 침체기로 인한 거품이 아니라 역사에 남을 예술로 기억되려면 철저히 기획된 아이돌이 아니라 비틀즈와 같은 진정한 예술가가 바로 이 시점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5.03 23:02

"고전영화, 자체 한계로 붕괴" 예술영화의 반복된 공격에 의한 것은 아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신설한 '게스트 큐레이터'는 영화평론가 혹은 감독이 직접 주제를 정한 뒤 영화를 선정하고, 강연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JIFF, 줌 인'에서는 전 세계 영향력 있는 영화평론가이자 에딘버러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 후지와라가 초청됐다. '파열 : 고전영화의 붕괴'를 주제로 한 그의 이야기를 요약한 것이다.'파열 : 고전영화의 붕괴'는 영화가 성행하던 시절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영화는 영화제작 방식에 관한 측면과 관객의 특성 및 취향에 얽힌 측면에 입각해서 접근해 볼 수 있다.영화가 주요 예술 매체 혹은 사회 관습으로 여겨지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대개 1930년대에 영향력이 가장 많고 안정적이었다. 영화의 안정성은 2차 세계대전 직후에 붕괴하기 시작했지만, 1960년대 ~ 1970년대에 그 영향력이 두드러졌다. 이 시기에는 '고전', '주류', '일반', '상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영화에 대해 정면으로 맞선 예술 영화가 등장했으며, 이러한 현상은 영화를 만들던 모든 주요 국가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나는 '파열 : 고전영화의 붕괴'를 통해 예술 영화의 반복된 공격에 의해서라기보다 고전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으로 인한 붕괴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1960년에 첫 영화를 연출했던 안토니오 마르게리티 감독은 고전영화가 무너지던 시기에 등장했던 영화제작자들의 전형을 잘 보여 준다. 그는 서사적인 측면보다는 표현의 강도, 감정, 분위기에 의존하는 새로운 방식을 사용했다. 안토니오 마르게리티 감독의 명작 〈캐슬 오브 블러드〉(1962)는 배우의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조명, 한 장면에서 사용된 여러 대의 카메라, 무작위적인 시점 등 초창기의 TV에서 사용되던 기법이 두루 사용됐다. 핸드 헬드 카메라로 촬영된 한 장면에서는 별안간 어느 여인이 침실에서 공격을 받고 살해당한다. 여기서 카메라가 정지돼 있다는 점이 불안한 요소다. 또한, 줌 렌즈를 사용함으로써 거추장스러운 초자연적 대상이 강조되기도 했다. 안토니오 마르게리티 감독의 영화에는 이러한 장비 사용으로 인해 불안정한 세계가 만들어졌다.클로드 샤브롤은 뛰어난 감독이지만 서스펜스 스릴러를 중심으로 하는 상업영화를 고수했다는 이유로 프랑스 누벨바그 시대의 다른 감독들에 비해 저평가됐다. 그가 만든 〈파멸〉(1970)의 여자 주인공 헬렌(스테파니 오드랑)이 변호사(미셸 뒤쇼수아)와 함께 교통수단의 하나인 트램을 타고 여행하는 장면은 해당 영화뿐 아니라 그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이 대목에서 서사적 요소가 개입되면서 온갖 시련을 겪던 헬렌이 안정을 찾고 영화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감독은 마치 그녀에게 '그동안 삶에 얽매여 있었으니 이제는 인생을 즐겨라'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런데 마치 그녀가 자유를 찾는 이 한 부분을 위해 영화 전체가 만들어진 것처럼 보일 정도로 지나치게 강조 돼 있어서 영화의 구성이 흐트러진다. 여기서 트램은 영화와 친밀감을 형성한다. 초창기에는 인류가 시공간을 지배하는 데 큰 기여를 했던 기술을 찬양하는 영화들이 종종 만들어졌다.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들 가운데 빈센트 미넬리 감독의 〈낯선 곳에서의 2주〉(1962)에서도 잭 앤드러스(커크 더글러스)가 타고 가는 차가 유독 눈에 띈다. 이 장면에서는 주인공의 정신적 상태 변화가 잘 드러난다. 클로드 샤브롤이 사용한 트램은 창이 크고 탁 트여서 주인공을 외부와 소통시킨 반면 빈센트 미넬리의 영화에는 외부와 단절된 자동차가 등장한다. 이 장면에서 보이는 주인공의 정신세계는 현실로 돌아오려는 순간에 현실과 가장 큰 거리감이 조성된다. '파열 : 고전영화의 붕괴'에 나오는 또 다른 교통수단을 언급하자면, 바로 192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활약한 구 소련의 미하일 롬(Mikhail Romm)이 만든 〈1년의 9일〉(1962)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열차를 들 수 있다. 이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거리를 만들기도 하고 좁히기도 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미하일 롬은 이런 카메라 사용을 통해 공산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기본 여건에 대해 말해 주고 있다. 〈1년의 9일〉은 인간의 기억, 관계, 탄생에 대한 영화다. 영화에서는 마치 인간이 탄생하는 순간이 공허하며 인간은 처음부터 버림 받은 존재인 것처럼 표현된다. 영화 후반부에 방사능 노출로 인해 서서히 죽어 가는 주인공은 자신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미하일 롬은 그 장면에 이어서 주인공이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열차를 타고 떠나는 장면을 보여준다. 두 사람이 열차를 타고 멀어져 가는 이 장면은 가까이 있어야 할 것들이 모두 사라져 간다는 사실을 표현하며 현실의 내면이, 혹은 관객과 영화 속 세계 사이가 파열되고 분해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그 장소에 여자가 있으니〉5/3 오전 11시 J5〈1년의 9일〉5/3 오후 8시30분 C3(GV)〈사고뭉치 간호조무사〉5/2 오후 5시30분 C3(GV)〈선택〉5/3 오후 2시30분 M7〈파티〉5/4 오전 11시30분 M7〈프랑켄슈타인과 지옥에서 온 괴물〉5/3 오후 5시 J5〈캐슬 오브 블러드〉5/2 오후 8시 M10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5.02 23:02

화제작 〈MB의 추억〉 올린 김재환 감독 "MB 정권 5년 정산하고, 다음에 더 나은 선택하자"

지난 29일 오후 8시30분 전주 메가박스 4관에서 첫 선을 보인 김재환 감독의 〈MB의 추억〉.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격변기인 데다, '가짜' 맛집 프로그램을 고발한 전작 〈트루맛 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터라 이번 상영작에 관한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번 'JIFF, 줌 인'에서는 입석까지 꽉 메운 화제작을 만나봤다. 〈MB의 추억〉은 2012년 유권자의 관점에서 2007년 후보시절의 MB를 바라보기, MB의 관점에서 당시의 유권자를 바라보기를 시도했다. 영화는 시종일관 '가카'가 "서민을 위한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내건 '747 공약'(7% 경제성장률·4% 소비자물가 상승률·세계 7대 경제대국 달성)을 외치는 영상이 이어진다. 뒤이어 이것이 '공약'(空約)임을 보여주는 촛불 집회, 반값 등록금 투쟁 등에 관한 영상이 나오면서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찬조 출연' 혹은 '우정 출연'으로 당시 대권 주자로 나왔던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과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를 비롯해 MB의 지지자였던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전여옥 전 국회의원 등의 '말말말'을 살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관객과의 대화(GV)에 나선 김재환 감독은 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소장(세금혁명당 대표), 맹수진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객석에선 영화 제작 배경부터 행복한 세상에 대한 기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김 감독은 "(이 영화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MB 정권의 지난 5년을 제대로 정산하고, 다음에 더 나은 선택을 취지에서 찍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가 유포하는 이미지(서민을 위한 '경제 대통령')를 그대로 다 받아들이면, MB는 거의 메시아 급입니다. 여기엔 물론 99%냐, 1%를 위한 경제냐는 핵심 정보가 빠졌죠. 그만큼 여론이 유포하는 이미지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미디어가 유포하는 이미지를 이제 합리적인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자는 화두를 던지고 싶었습니다."선 소장 역시 "〈MB의 추억〉 중 'MB'는 '무한비리','멘탈붕괴'의 줄임말"이라면서 "'747 공약'은 '칠 수 있는 사기는 다 한다'는 말의 줄임말"이라고 했다. 이어 "4대강 사업 투입 예산인 22조원은 14년 간 국·공립대 등록금을 무상으로 할 수 있는 금액"이라면서 "그 예산의 이자 수입(1조 1000억)만 갖고도 무상 등록금 20%는 달성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이 영화가 과연 상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을까. 그는 "몇몇 다른 배급사에서 연락이 왔으나, 말리고 싶다"면서 "(투표해서 세상을 더 좋게 만들자는 취지로) 선거관리위원회가 배급을 맡아 줬으면 좋겠다"고 재치있게 답변했다. 또한 "'〈트루맛 쇼〉가 (맛집 프로그램 제작자는) 속이지 말고, (시청자도) 속지도 말자'는 메시지를 던졌다면, 〈MB의 추억〉은 (정치인이) 속이더라도 (유권자는) 속지 말자'는 이야기를 던지고 싶다"면서 "다음 대선에서 〈근혜의 추억〉이 될 지 〈철수의 추억〉이 될지 모르지만, 국민들에게 사기 치면 정산 당한다. 또 출연 당한다는 경고를 분명히 던지고 싶다"고 했다. 방송인 김제동씨의 '정치가 젊음에 군림하지 않도록, 젊음이 정치를 군림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인용한 김 감독은 쏟아지는 박수를 뒤로 하며 12월 투표 독려를 거듭 강조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5.01 23:02

"100억 줄테니 상영 말라?" 중국 정부에 압력받은 영화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디지털 삼인삼색 2012'은 러닝타임이 175분이나 됐다. 전주영화제 조직위원회가 30분 안팎 단편 디지털 영화 제작을 의뢰했으나, 젊고 열정적인 감독들이 40분~70분 중장편으로 내놓으면서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중국 정부가 '디지털 삼인삼색'의 내용 때문에 영화제에서 상영해주지 말 것을 요구하는 압력과 함께 영화 저작권을 100억에 사겠다고 제안해 전주영화제를 들썩들썩하게 만들었다는 대목이다. 'JIFF, 줌 인'에서는 전주영화제 간판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 2012'에 참여한 아시아의 세 신성과 작품들을 만나봤다. 지난 28일 오후 7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첫 상영을 가진 중국 잉량 감독의 〈아직 할 말이 남았지만〉, 스리랑카 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의 〈마지막 순간의 빛〉, 필리핀 라야 마틴의 〈그레이트 시네마 파티〉. 전주영화제와 끈끈한 인연을 자랑해온 이들은 하나같이 "'디지털 삼인삼색'에 초대된 것은 아주 각별한 경험"이라면서 "진정한 감독으로 거듭나게 된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아직 할 말이 남았지만〉은 중국 한 남성이 여섯 명의 경찰을 살해한 사건과 연루됐으나, 사법적 절차가 무시된 채 사형 판결을 내린 정부에 이의를 제기한 어머니의 시선을 담은 영화. 영문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감금되면서 뒤늦게 아들의 사형을 통보받아야 했던 어머니의 답답하고 절절한 심경이 담겼다. 잉량 감독은 29일 전주 영화제작소에서 열린 회견에서 "내가 11살 때 2주간아버지가 실종됐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아버지를 3년간 수감시켰는데, 뒤늦게 무죄임을 알게 됐다. 그 때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고 했다. 이어 "영화를 찍는 동안 비밀에 부쳤다가, 1개월 전 정부가 영화 개봉을 알게 되면서 전주영화제와 나의 가족 등에게 직간접적인 압력을 넣어 이곳에 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피해자 가족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공을 들인 데다 역대 최고 제작비(28만 위엔)를 투입해 나를 비로소 진짜 감독으로 만들어준 영화"라고 소개했다. 〈마지막 순간의 빛〉은 지난해 아버지를 하늘로 올려 보낸 비묵티 감독이 어린 아들의 시선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영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을 확장시킨 영화. 죽은 아버지가 하늘이 되고, 아들이 땅이 되어 존재의 생성과 소멸을 과학과 종교를 접목시켜 풀어낸 이 영화는 장면 장면에서 작가의 위트가 돋보였다. 29일 회견에서 비묵티 감독은 "이 영화는 여러 모로 각별하다"면서 "지난해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뒤 올해 처음으로 내면을 깊게 들여다본 데다, 영화적 기법에서도 변화를 맞고 있어 전주영화제 참여 경험이 나를 많이 돌아보게 했다"고 소회했다. 라야 마틴 감독의 〈그레이트 시네마 파티〉는 필리핀 마닐라 외곽의 해변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태평양 전쟁으로 폐허가 되는 영상이 14분 넘게 이어지다가 사이렌 소리와 함께 "필리핀 독립영화의 제우스나 다름 없는" 감독인 라브 디아즈가 등장해 실제 파티로 안내한다. 영화 파티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다다를 무렵 영화는 화려한 음악과 함께 10분 넘게 암전이 되기도 했다. 상영에 앞서 유운성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가 귀띔하지 않았더라면 당황했을 법한 암전이 이어지는 동안, 빛이 나타나는 부활의 순간을 견디지 못한 상당수의 관람객들은 상영관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29일 회견에서 라야 마틴 감독은 "이미지와 소리가 분리시키는 기법을 통해 내가 의도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유 프로그래머는 이를 두고 "과거 필리핀 영화의 폐허만이 남아 있는 자리에서 재생을 꿈꾸며 벌이는 향연. 그리고 이 모두가 사라지는 순간을 포착했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4.30 23:02

비엔나영화제 50주년 기념 특별전…자유·독립·소통 JIFF와 닮은꼴

전주국제영화제와 비엔나영화제는 영혼의 동반자라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와 비엔나영화제는 모두 B급 영화에서부터 전위적인 영화에 이르기까지, 최신 영화에서부터 영화사를 거슬러 올라가 영화가 처음 태어나던 시기의 작품까지를 통틀어 대중문화와 미술이 교차되는 지점에 서 있는 영화들을 찾아내고 소개한다. 두 영화제의 또 다른 공통점을 들자면, 전주국제영화제와 비엔나영화제의 프로그래머들은 작품을 선정할 때 그 작품의 인기나 시장성에 기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영화제 모두 영화제 관객들이 지성과 창의성을 갖추고 있으며, 열린 마음으로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데 망설임이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비엔나에서 해마다 열리는 비엔나영화제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영화제다. 1960년부터 발자취를 남기기 시작해 현재 독일어를 사용하는 모든 국가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명망높은 이 영화제는 지난 2011년 350편의 영화를 상영하면서 9만5000명의 관객들을 맞이하기도 했다. 어느 오스트리아 영화 비평가 단체의 주도하에 출발한 작은 영화 행사에 불과했던 비엔나영화제는 국제 서사 장편 및 다큐멘터리, 단편영화를 소개하고 전 세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영화 제작자들을 위한 헌정전 및 특별전, 오스트리아 영화박물관에서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하는 등 다채로운 비경쟁 프로그램에 힘을 실음으로써 영화제의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꿨고, 이때 마련된 기틀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큐멘터리가 우리 영화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다가 현재는 비엔나국제영화제 주요 프로그램을 통해 상영되는 영화들 가운데 거의 절반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1995년부터는 해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영화제작자들을 초빙해 영화제 트레일러를 만들어 왔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마련한 '비엔나영화제 50주년 기념 특별전'에서 상영될 다섯 작품을 통해 비엔나국제영화제의 역사를 어렴풋이 볼 수 있다. 두상 마카베예프의 〈보호받지 못한 순수〉는 공산주의가 몰락하기 훨씬 전부터 오스트리아와 동유럽 국가들의 교량 역할을 했던 비엔나국제영화제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생동감 넘치는 촬영술을 통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영화다. 테라야마 슈지의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에는 1968년 이후 세계 영화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정치적, 실험적 성향이 짙은 영화에 대한 비엔나국제영화제의 지속적인 관심과 일본의 언더그라운드 영화를 꼭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려고 하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누벨바그 시대의 원시인'이라고 불리던 거장 뤽 물레 감독의 모든 작품 속에는 파리의 지성인 모임보다 프랑스 영화를 더욱 사랑했던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전위예술가 니나 멘케스는 〈블러디 차일드〉에서 1990년대 미국 사회의 폭력을 신랄하고 과격하게 분석했다. 독일의 젊은 유망주 감독 발레슈카 그리제바흐의 〈갈망〉은 이성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인생의 질곡을 흡사 다큐멘터리와 같은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니나 멘케스와 발레슈카 그리제바흐 두 감독의 작품은 각자가 속해 있는 사회, 인생의 매 순간을 고통스럽게, 그리고 자신들만의 독특한 미학으로 분석해서 영화에 담았다.비엔나영화제 특별전상영관시간〈갈망〉4/30 오후 5시 J5(GV), 5/4 오후 2시 J5〈보호받지 못한 순수〉 4/27 오후 2시 J5(GV)5/4 오전 11시 J5〈블러디 차일드〉4/30 오후 8시 J5(CT)5/1 오전 11시 J5(GV)〈직업의 코미디〉4/30 오전 11시 M5(GV)5/2 오후 2시 M10〈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4/28 오후 8시 J5(GV), 5/1 오후 8시 J5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4.27 23:02

한국 애니 최초 '국제경쟁' 오른 이대희 감독

파닥파닥.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물고기들은 녹록치 않은 제작 여건에서 영화를 계속 찍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는 감독의 몸부림과 같다.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 경쟁'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오른 이대희 감독(36이대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대표)의 <파닥파닥>은 귀한 발견이다. "살면서 지칠 때 혹은 포기하고 싶을 때 누군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 쥐어질 때가 있잖아요. <파닥파닥>에 등장하는 물고기들은 살벌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파닥거림을 전달하고 싶었어요."작품은 실제로 존재하는 강원도 갯배마을에 있는 한 횟집이 배경이다. 감독이 횟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기잡이배를 타본 경험 등이 바탕이 됐다. "욱하고 저돌적인" 고등어와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지 전혀 모르겠는" 넙치가 주인공. 감독이 대학 졸업 뒤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답답함이 녹아 있다. 작품 제작 기간만 무려 5년이다. "전적으로 우리 스튜디오 노하우가 아직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감독은 지난해 내부 검토를 거친 뒤 영상의 60~700%를 버렸다. 디테일을 살리면서 재미를 더하기 위함이다. 고등어와 나이든 넙치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눈꺼풀과 눈썹을 활용하고, 해부학적 변형을 시도하면서, '얼짱 각도'를 찾아내는 등 별의별 노력을 다해봤다. 이 작품은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는 20~50대 직장인들이 공감하기 쉬운,'성인들을 위한 우화'에 가깝다. 한 때 홍대 인디밴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던 그는 뮤직 비디오적 요소를 삽입했다. "노래와 가사가 있는 음악(뮤지컬 음악)과 소리를 구별해서 사용했다"면서 "수족관 안 물고기의 심리 상태가 불편한 장면에서는 수조관 안 모터 혹은 기포기 소리가 귀에 거슬리게 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순간 순간 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위기감이 들 때면, 지금 이 순간을 버티지 못하면 다음에도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어금니를 꽉 물었다. '한국은 애니메이터들의 무덤'이라는 말을 꼭 뒤집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그는 "요즘 애니메이션이 각광받는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 산업의 속성을 정확히 이해하기보다는 결과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관객들의 평가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 평가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앞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한 영화이고, 또 진심으로 애니메이션을 사랑하게 된 영화입니다. (내 영화가) 애니메이션이든 촬영 영화든 그것이 관객에게는 구분되지 않고 좋은 영화 한 편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4.26 23:02

韓·日 영화사를 빛낸 우치다 도무·이장호 감독의 재발견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일본 리얼리즘의 대가인 우치다 도무와 앞선 세대와 단절을 선언하고 영화적 혁신을 추구한 젊은 동인 운동을 이끈 이장호 감독을 재발견했다. 일본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을 시도한 우치다 도무의 무성영화 2편이 국내 처음 소개되며, 사회적 리얼리즘과 영화적 형식미 탐구에서 족적을 남긴 이장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글은 전북일보가 발행하는 '2012 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 중 '우치다 도무 회고전'과 '영상시대와 이장호 특별전' 일부를 요약한 것이다.■ 미지의 거장日 성찰하는 거울- 우치다 도무 회고전1970년 우치다 도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영국의 유명 영화잡지'사이트 앤 사운드'는 '서구에는 아직 덜 알려진 일본의 베테랑 감독이 사망했다'라는 짤막한 부고 기사를 내보냈다. 그만큼 세계의 영화계가 우치다 도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 후 40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아마도 전주국제영화제가 아니라면 그의 영화를 만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치다 도무는 1898년에 태어나 일본영화의 창세기에 활동을 개시했고, 1920년대 무성영화를 거쳐 1930년대에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이였다. 이번에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하는 빈농의 삶을 그린 〈흙〉(1938)은 이 시기 최고의 사실주의적인 작품으로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그의 초기작들 대부분은 일본에서도 제대로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무성영화 2편(〈땀〉(1929), 〈경찰관〉(1933))은 여전히 미지의 작가인 우치다 도무의 영화경력을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치다 도무의 상대적인 무명성과 경력의 부침은 그의 격렬한 삶과 무관하지 않다. 첫 번째 시기는 1920~30년대 청춘의 유랑시절이다. 그는 1920년에 영화사에 입사해 영화경력을 시작했지만, 회사의 파산으로 배우들과 지방 유랑생활을 해야만 했다. 이어 니카츠 영화사에 입사해 영화를 만들었지만 회사의 방침과 맞지 않아 새로운 회사의 설립을 시도하다 파산해 어려움을 겪었다. 부유한 사내가 지루한 일상을 탈출해 하층민의 고된 생활을 체험하는 이야기를 그린 무성영화 〈땀〉(1929), 경찰관과 친구의 긴장감 있는 이야기를 그린 〈경찰관〉(1933), 소작농의 빈곤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봉건제와 자본주의 경제를 비판한 〈흙〉(1939)이 주요작이다. 두 번째 시기는, 전쟁의 발발로 영화작업이 중단되었던 시기로, 우치다 도무는 패전 후에도 8년간 중국에 머물러 있었다. 작가로서는 공백기라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전쟁의 비참과 방황의 시간이 이후 작품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1953년 우치다 도무는 10년 만에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의 세 번째 시기이자 새로운 전성기가 이때부터 시작된다. 대부분 시대극과 장르성 영화들을 주로 만들었는데, 전후 복귀 제일작인 〈후지산의 혈창〉(1955)은 전편에 감도는 살기와 역동성이 뛰어난 사무라이극이다. 그의 사무라이 영화는 활극의 장쾌함과 격렬함이 있지만 주로 약자에게 시선을 향하고 지배계급빈부의 차이에 분노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활극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전후 일본사회에 대한 우치다 도무의 생각은 두 편의 영화를 통해 만날 수 있다. 패전 후 미군 점령기의 일본사회를 그린 〈내면의 굴레〉(1955)와 일본 하층계급의 원한의 감정을 소설로 썼던 미즈카미 쓰도무의 원작을 영화화한 〈기아해협〉(1964)이다. 특히 〈기아해협〉은 우치다 도무의 절정의 작품으로, 전후 혼란기에 극단적인 빈곤 속에서 작은 범죄로 전과자가 된 한 남자가 방화, 절도, 살인이라는 범죄에 무심코 우연히 가담하게 되면서 점점 더 큰 범죄자가 된 한 남자와 그를 추적하는 노형사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묘사한다. 영화평론가인 사토 다다오는 전편에 패전 후의 일본의 황량한 세상과 인심이 강한 리얼리즘으로 재현되고, 그러기 때문에 따뜻한 구원을 바라는 처참한 염원이 작품 전체에 아름다운 비애감으로 흐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성욱(영화평론가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파격적 영상미와 리얼리즘- 영상시대와 이장호 특별전친구인 소설가 최인호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별들의 고향〉으로 당대 최고의 한국영화흥행기록을 세운 1974년에 이장호는 아직 20대의 나이였다. 그는 신상옥의 조감독 출신이었으나 실은 감독으로서 현장을 어떻게 지휘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런 일종의 아마추어리즘, 기성 제도에서 전혀 훈련받지 않은 이장호의 새로운 감성은 한국영화계에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별들의 고향〉의 영화문법과 리듬은 동시대의 다른 한국영화들과는 달랐다. 〈별들의 고향〉의 음악을 맡은 가수 이장희는 러쉬필름을 보면서 즉흥적으로 음악을 만들었고, 주제가는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데도 화면에 계속 흘렀다. 기성 영화인들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밀어붙인 이장호의 뚝심과 새로운 감성은 이장호와 비슷한 나이대 젊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힘이 됐다. 이장호는 '영상시대'라는 또래의 젊은 감독들과 일종의 동인제 시스템으로 몇몇 영화를 공동기획하고 연출했으며, 오랫동안 숙련된 장인 제작 시스템으로 굴러가던 한국영화계의 고인 물 같은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그러나 승승장구할 듯 했던 이장호의 경력은 대마초 파동으로 자격정지를 당하면서 일시 중단된다. 수입된 서구 청년문화의 유행을 경계하던 유신정권 아래서 짧지 않은 동면의 세월을 보낸 이장호는 야인으로 지내면서 사회의식에 눈을 뜨게 됐다. 복권된 후 그가 재기작으로 연출한 〈바람 불어 좋은 날〉은 한국영화사에서 〈별들의 고향〉 이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영화였다. 재개발 열풍에 쌓인 강남을 무대로 서울이라는 도시에 흘러든 세 시골청년의 삶을 에피소드 구성으로 차곡차곡 포갠 이 영화는 한 두 명의 주인공을 축으로 스토리가 펼쳐지는 기성관습을 완전히 혁신한 리얼리즘 영화였다. 작가적 명성은 계속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이 되지 않는 것 때문에 충무로의 기피 인물이 되다시피 했던 이장호는 19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무릎과 무릎사이〉, 〈어우동〉같은 에로티시즘 영화나 〈이장호의 외인구단〉처럼 만화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대박 영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장호의 예술적 권력은 하늘을 찔렀고 극장개봉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의 직감과 본능에 기초해 찍은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는 이 시기 최고의 걸작이 되었다. 작가의 무의식과 시대의 공기가 기적적으로 만나 말로 요약되기 힘든 풍경을 펼쳐놓는 이 영화적 진경의 경지는 이장호라는 예술적으로 민감한 안테나를 지닌 감독이 자신을 해방시켰을 때 어느 경지까지 가닿을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이장호의 전성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아쉽게도 〈명자 아끼꼬 소냐〉 이후에 〈천재선언〉을 끝으로 1990년대의 이장호의 영화경력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억압적인 정치현실을 견뎠던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이장호의 그런 예술적 담대함은 누구도 넘보지 못한 그만의 성취를 이루게 해주었다. 그 전성기가 좀 더 길게 이어졌더라면 한국영화의 질적 유산은 그만큼 풍부해졌을 것이다. 이장호 영화의 진짜 예술적 매력은 실패로 끝난 작품일지라도 흥미로웠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김영진(영화평론가명지대 교수)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4.25 23:02

1. 프로그래머 추천작…'단, 이런 사람만 빼고 보세요'

전주국제영화제는 비주류, 낯선 것의 아우라를 끌어들여 영화사의 결을 풍부하게 만드는 창구다. 자유, 독립, 소통의 정신을 잇는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4월26일~5월4일 전주영화의거리 일대)가 평단의 열정과 관객의 호기심 '사이'에 놓인 작품들을 내놓는다. '지금, 여기'에 주목하는 보석 같은 작품들을 추려온 유운성 조지훈 맹수진 프로그래머가 추천하는 '이런 사람이라면 피해야 할 영화'. 보지 말라면, 더 보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편견을 깨고, 꼭 한 번 봐줬으면 하는 일종의 관전 포인트다. 전주영화제를 사귀는 방법에 대한 작은 가이드'JIFF, 줌 인'은 '프로그래머 추천작'을 시작으로 국내외 유명한 영화평론가의 기고를 비롯해 뜨거운 축제 현장을 전한다. 1. 전북에 있는 새누리당 당원이라면, 지난해 맛집 프로그램의 불편한 진실을 폭로한 <트루맛쇼>로 전주영화제에서 유명세를 치른 김재환 감독이 또 다른 화제작 으로 전주를 찾는다. 411 총선 결과를 보고 허탈감에 빠진 전북의 민심을 대변하는 또 다른 화제작. 영화는 국민들 앞에 혜성처럼 등장한 지도자에 초점을 맞춘다. 경제위기를 해결해주겠다는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고 마는데. 정치의 계절에 딱 맞는 코믹 다큐. 2. 다이어트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스키야키>교도관의 눈을 피해 비밀스런 회동을 갖는 다섯 명의 수감자. 일본의 만화가 츠치야마 시게루의 '대결 궁극의 맛'이 원작이다. 수감자들은 자신이 먹어본 최고의 음식을 이야기해 군침을 삼키게 하는 '맛 자랑 배틀'을 한다. 도테야키, 돈가스 덮밥, 간이 소바, 중식 만두, 오코노미야키 등으로 누구나 입안 가득 군침을 흘리게 될 것이다. 출출한 채 상영관에 들어가면, '꼬르륵' 소리에 못 배길 듯. 3. 불교 신자라면, <지옥화>또 다시 화제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 업(業)에 관한 충격적인 보고서, 이상우 감독의 최신작 <지옥화>. 여신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뒤 절에서 쫓겨난 파계승 지월은 또 다른 여성을 성폭행 한 뒤 죽인다. 지월은 그 유해를 들고 필리핀에 있는 여인의 가족을 찾아갔다가, 죽은 여인의 쌍둥이 여동생과 만나 사랑에 빠진다. 4. 비뇨기계가 자주 이상 증후를 보낸다면, <플로렌티나 호발도> <출산의 세기>화장실을 자주 가야 한다거나 러닝타임이 3시간 넘어가면 도저히 앉아있기 힘든 분들에게 '비추'인 네 작품. 라브 디아즈 감독의 필리핀의 트라우마를 철학적으로 접근한 <플로렌티나 후발도>, 영화 완성 독촉을 받는 한 감독과 이교도 집단에서 이탈한 처녀 이야기가 엮인 <출산의 세기>는 각각 6시간 영화다. 허구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범죄에 관한 3부작 이야기 <드라이레벤>은 270분, 거장 마틴 스콜세지가 비틀즈 맴버인 조지 해리슨의 음악 인생을 추모한 <조지 해리슨>은 210분에서 딱 2분 모자란다. <이곳은 달이 아닌 지구>는 194분,<그리스도의 이름들>은 193분, <기아해협>은 183분. 입장 전, 음료수는 절대 사절이다. 5. 심리를 탐구하고 싶다면, <비밀의 문>이 영화는 남성에게나, 여성에게나 불편하고 거북하다. 아동 상담가 마리나는 어느 날 여러 명의 경찰에게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다. 범인을 찾아내려 안간힘을 쏟지만, 사람들은 그의 처지에 무관심하다. 어렵사리 찾아낸 첫 번째 범인에게 복수하려던 그는 그와 사랑에 빠진다. 사랑을 나눈 이유도, 그를 떠난 이유도 모호하다. "여자의 심리로 읽든, 남자의 심리로 읽든, 여기선 100% 다 길을 잃게 될 것"이라는 유운성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추천사가 의미심장하다. 6.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솔루션>'숏!숏!숏! 2012'에서 '쌍둥이 형제' 김곡김선 감독이 내놓은 <솔루션>. 영화는 대한민국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문제 해결 TV프로그램 '솔루션' 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다. 식변증을 앓는 아이를 어떻게 좀 해달라는 것. 제작진은 아이를 통해 가족의 숨겨진 실체에 대한 에피소드를 알게 된다. 이 영화를 슬쩍 본 누군가는 "입이 똥구멍 되는" 장면에 '허걱'했다고 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4.24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