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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과 함께 사회 취약계층에 혹독한 계절인 겨울이 찾아왔다. 올해 전북 '사랑의 온도탑'이 26년 만에 처음으로 100도를 넘기지 못한 가운데 내년에 또 기부 한파 악몽이 되풀이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랑의열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매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31일까지 62일 동안 희망 나눔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의 상징이자 이웃사랑의 지표인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해 목표 금액의 1%가 기부되면 온도탑 수은주를 1℃씩 올리는 방식이다. 지난 25년간 사랑의 온도탑은 100도를 넘겨 펄펄 끓어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간 진행된 온도탑의 나눔 온도는 89.8도에 그쳤다. 1999년 나눔 캠페인을 시작한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모금액은 104억 3000만 원이었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모금액 116억 1000만 원보다 10억 원 이상 부족했다. 모금회 관계자는 "아무래도 경기가 좋지 못해 도움의 손길이 줄어든 것 같다. 매년 나눔 온도가 100도를 돌파해 모금 목표를 꾸준히 올렸다. 하지만 지난 캠페인에서 모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이번 모금 목표는 지난번과 똑같이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인당 기부액·현물 기부 등이 줄어든 영향이다. 온도탑에만 '기부 한파'가 온 것이 아니다. 실제로 사회복지시설 등에 따르면 물품 후원도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규모가 작은 곳부터 타격을 입고 있다. 익산의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곳은 기업 후원보다 개인 후원자의 소액 기부에 기댈 수밖에 없다. 기부와 모금회·정부 등에서 지원하는 보조사업이 많았는데 코로나19 이후로 많이 줄어들어 규모가 작은 시설들을 중심으로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취약계층의 난방 필수품인 연탄마저 기부가 줄어드는 실정이다. 혹독한 겨울을 버텨내야 하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주연탄은행에 따르면 올해 10∼11월 각각 3만 장, 4만 장의 연탄이 기부됐다. 최근 3년(2022∼2024년) 같은 기간 중 가장 적은 수다. 지난해와 비교해서도 각각 1만 장, 2만 장이 줄었다. 2022년 10월에는 4만 1000장, 11월 4만 3255장, 12월 18만 5222장 등 모두 26만 9477장이, 2023년 10월에는 4만 장, 11월 6만 장, 12월 15만 2000장 등 모두 25만 2000장이 기부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매년 연탄 기부가 줄고 있다는 의미다. 윤국춘 전주연탄은행 대표는 "코로나19 때도 이 정도까지 줄지는 않았다. 다들 먹고살기 어렵다 보니 나도 힘든데 이웃까지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듯하다. 올해 나눔이 저조하다면 내년에도 마찬가지고 내후년에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싶다"면서 "사람의 체온은 36.5도다. 연탄 한 장은 3.65kg이다. 연탄 한 장이 사람의 온도와 같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전달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희망 2025 나눔 캠페인' 성금 모금 대장정은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사랑의 열매는 2일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한 전주 오거리문화광장에서 출범식을 갖고 정식 캠페인에 돌입한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가 국내에 설립된 지 5년째가 되던 지난 2012년 전북 1호 아너가 탄생했다. 1호 아너 탄생 후 불과 12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전북에 100명이 넘는 아너가 나타났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 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 1억 원 납부를 약정한 개인 고액 기부자의 모임을 의미한다.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참여와 지원을 통해 내일을 여는 사회 지도자들이 모인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함으로써 전북의 나눔 문화를 선도하고 진정한 나눔의 가치를 창조해 나가고 있다. 사랑의열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북에서 활동 중인 아너는 97명이다. 1호 아너가 탄생한 지난 2012년 3명을 시작으로 올해 106명까지 가입했지만 기부액 부족 등을 이유로 9명이 자격을 상실했다. 1호 아너는 김제에서 인삼 농사를 짓는 농부 배준식 씨다. 그의 아내인 황순이 씨도 50호 아너로 가입돼 있다. 100호에는 지난해 11월 백종일 전북은행장이 이름을 올렸다. 전북지역 아너 가운데는 부부 아너 14호, 부자 아너 6호, 패밀리 아너 4호도 포함돼 있다. 전북 1호 부부 아너는 2013년 4월, 패밀리 아너는 2019년 10월, 부자 아너는 2019년 11월에 탄생했다. 전북 14개 시군 중 아너가 가장 많은 지역은 전주시(47명)다. 군산시(15명), 김제시(10명), 익산시(9명), 완주군(3명), 남원시와 장수·임실·순창군(2명), 정읍시와 부안군(1명) 순이다. 아너가 한 명도 없는 곳은 진안·무주·고창군 등 3곳이다. 전북 14개 시군 곳곳에 아너가 있다는 의미다. 아너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전북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은 2014년 1월 발족됐다. 제1대 대표는 김동수 ㈜참프레 회장(전주고 총동창회장)이 맡았다. 2018년 3월 2대 대표에 정대영 삼흥종합건설㈜ 대표이사, 2022년 10월 3대 대표에 신동식 유복ENG대표가 선출됐다. 아너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농부부터 기업·기관 대표, 자영업자, 금융업 종사자, 경찰 공무원, 의사, 병원장, 대학 교수 등 다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아너들은 하는 일도, 사는 지역도, 나이도 다르지만 '나눔'이라는 가치로 하나가 됐다는 의미다. 아너들은 뜻을 모아 기부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김장·연탄·삼계탕 나눔 등 봉사활동도 하며 함께 나눔에 대한 뜻을 실천해 나가는 중이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혼자만 잘 살아서 뭣하게요." 전북 1호 아너 소사이어티인 배준식(72) 씨의 1억 원 기부 결심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우연히 전북에 아너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배 씨는 "왜 다른 데는 다 하는데 전북은 안 하지? 내가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너의 삶은 그렇게 시작됐지만 사실 배 씨의 선행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하루아침에 1억 원 기부를 결심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쌓여온 '기부의 내공'이 있었다. 백두산 여행 중 구걸하는 북한 어린이를 보고 어릴 적 배고파했던 본인이 떠올라 쌀 1억 6000만 원어치를 북한에 전달한 적도 있다. 그는 "지금도 북한에 쌀 전달하던 때가 생생히 기억 난다. 빡빡 깎은 머리를 한 어린이들이 배고파했는데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북한으로 전달하는 데까지는 어려운 과정이 있었지만 잘한 선택 같다"면서 "그때가 가장 힘이 있었던 나의 모습이다"고 했다. 배 씨가 선행을 베푼 것은 본인이 배고픈 어린 시절을 보낸 만큼 굶주림·부족함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서다. 배 씨는 "옛날보다 먹고살기는 풍요로워졌지만 사회는 각박해졌다. 어릴 때부터 봉사가 익숙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내가 배고파서, 돈이 없어서 추웠을 때가 떠오른다. 돈 때문에 힘들고 울었던 시절이 떠오르니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조금더 가진 사람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 가까운 이웃부터 둘러보면 된다"고 기부하는 이유와 기부 철학에 대해 설명했다. 이외 아들과 함께 돼지저금통을 깨어 7만 원을 방송국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하는가 하면, 셋째 아들의 결혼 축의금 5000만 원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지역 이웃을 위해 도서배달차량과 신간 도서, 연탄 등도 지원하고 있다. 전북에서 기부왕이 된 배 씨는 무일푼으로 타지에서 김제로 건너와 인삼농사를 시작했다. 놀랍게도 전북 1호인 동시에 국내 최초 농부 아너인 배 씨는 전북 사람이 아닌 충남 금산 사람이다. 20대 때 이모부 일을 도우러 김제시 용지면에 왔다가 지금의 아내와 사랑에 빠졌다. 당초 1∼2개월만 머물다 다시 금산으로 가려고 했지만 아내를 만나 용지면에 살림살이를 차리게 됐다. 그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한 기부·봉사도 다 아내가 했다고 생각한다. 옆에서 함께 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기부·봉사도 힘들다. 옆에서 적극적으로 같이 해 준 아내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내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도 아내와 주변 이웃 덕분이다.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예나 지금이나 배 씨는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 이웃을 사랑하는 사회, 싸움 없는 사회를 꿈꾼다. 돌아가신 배 씨의 어머니도 같은 꿈을 꿨다. 배 씨의 어머니는 자식이 못 먹을지언정 더 못사는 남을 돕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배 씨처럼 나보다 더 못사는 사람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배 씨는 "내 힘이 닿는 한 꾸준히 기부·봉사를 하고 싶다. 가래떡을 먹고 싶어도 돈이 없어 참고, 군대 휴가 때도 돈이 없어 어머니에게 부담이 될까 봐 휴가를 포기하고 군대에 있었던 적도 있다. 이렇게 돈 때문에 힘들어 봤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살아야지, 더 베풀면서 살아야지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남을 도우며 살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겨울 한파에 몸이, 경기 불황에 온정의 손길이 얼어붙었지만 여전히 세상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각자 생활도 녹록지는 않지만 나보다 더 못 사는 이웃을 위해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다. 우리의 곁에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네 명의 기부자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단칸방에 살면서도⋯기초연금 모아 기부 수년 전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살면서 한 번은 꼭 기부하고 싶다"는 전화 한 통이 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은 익산의 한 마을에서 일평생 살아온 70대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이었다. 기초연금에서 생활비를 제외하고 매달 조금씩 모아온 성금을 전액 기부했다. 먹고살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먹을 돈, 입을 돈 아껴 1000만 원을 모았다. 모금회 관계자는 "어르신과 함께 짜장면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1만 원도 안 되는 짜장면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는데 이 돈을 모으시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싶어 마음이 안 좋았다. 소중한 성금 1000만 원이 더욱더 따뜻하고 무겁게 느껴졌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고사리손'에서 성인으로⋯17년째 기부 중 엄마 손을 꼭 잡고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을 찾아 고사리손으로 성금을 내밀던 꼬마 기부 천사들이 어엿한 성인이 됐다. 바로 2008년부터 기부해 온 유민준(23)·유채영(20) 남매다. 남매는 지난 17년 동안 겨울 방학이 시작되는 날이면 한 해 동안 모은 용돈·공모전 등에서 받은 상품 등을 기부해 왔다. 첫 시작은 2008년 겨울 어머니 손에 이끌려 사생대회에서 받은 문화 상품권 2장이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해마다 기부하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시작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둘 다 기부에 진심이 된 것이다. 유민준 씨는 군대에 있을 때도 겨울 방학 시기에 맞춰 휴가를 내고 기부를 했다는 후문이다. △'동네 기부 천사' 된 익산 붕어빵 아저씨? 수년째 동네 기부 천사로 불리는 붕어빵 아저씨가 있다. 올해로 20여 년째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있는 김남수(66) 씨다. 매년 매서운 강추위가 몰아치고 따뜻한 붕어빵이 생각 나는 겨울이 찾아오면 기부하는 김 씨다. 붕어빵 장사를 하며 십시일반 모아온 돈을 익산시와 사회복지시설·단체 등에 전달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주저앉으며 붕어빵 장사를 시작한 그는 "어려웠던 시간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 후 매년 기부를 해 왔다. 전북대 지하보도에서 장사할 때부터 익산에서 장사하는 지금까지도 기부를 하고 있는 그는 본인만의 루틴이 생겼다. 매일 1만 원씩 꼬박 1년을 모은 365만 원을 연말에 기부하는 것이다. 연말 기부뿐 아니라 지역에 큰 피해가 생길 때마다 성금을 지정 기탁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한 달 소득 훌쩍 넘지만⋯폐지 어르신 사연은 폐지를 수집해 모은 돈으로 5년째 기부를 이어온 어르신이 있다. 중앙동에 거주하는 홍경식(81) 어르신의 이야기다. 홍 씨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재난지원금 40만 원에 폐지 줍고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모은 돈 60만 원을 더한 성금 100만 원을 전주시복지재단에 기부했다. 보건복지부가 추산한 폐지 수집 노인의 월 평균 소득이 76만 6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홍 씨는 한 번 기부할 때마다 한 달 소득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을 전달한 셈이다. 홍 씨는 평소 이웃들에게 김장 김치를 비롯한 밑반찬 등 따뜻한 정을 받아왔다. 이 정을 다시 돌려 주겠다는 마음에서 기부를 시작했다. 이웃에게 받은 정을 돌려 주기 위해 지금도 아침이면 집을 나서 일하러 간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오랫동안 한국인의 밥상을 지켜온 '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전망이다.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았다. 오는 12월 2일부터 7일까지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에서 개최되는 제19차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22일 국가유산청·유네스코에 따르면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 목록으로 등재 신청한 장 담그기 문화를 포함해 총 57건에 대해 등재 권고, 1건은 정보 보완을 권고했다. 평가기구가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이를 무형유산위원회에 권고하는데 그간의 사례를 보면 등재 권고 판정이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어 사실상 등재가 확실시됐다. 장 담그기 문화에는 한국 음식의 기본 양념인 장을 만들고 관리·이용하는 과정의 지식과 신념, 기술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고추장·된장·간장 등 한국의 장은 오랫동안 한국인의 입맛을 책임져 왔다. 대부분 가족 간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 내려와 한 집안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기도 한다. 예부터 가족 구성원이 함께 참여해 만들고 나눠 먹으면서 집안의 음식 맛을 공유하는 데 의미가 있다. 평가기구 측은 장 담그기 문화와 관련해 "고추장·된장·간장과 같은 발효 장류는 한국 식생활의 근간을 이룬다. 밥, 김치와 함께 한국 식단의 핵심이다"면서 "장 담그기 관련 지식과 기술은 가족 내에서 전승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은 가족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가족 구성원 간의 연대를 촉진한다"고 밝혔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장 담그기 문화는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전북 14개 시군 중에도 전국적으로 장 담그기·장류로 유명한 곳이 있다. 바로 순창이다. 순창은 '고추장' 하면 순창, 순창 하면 '고추장'이라는 공식이 생겼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하는 대한민국식품명인 80명(전통식품 분야·8월 기준) 중 순창고추장 명인은 제64호 강순옥, 제36-가호 조종현 등 2명이다. 조종현 명인의 어머니는 순창을 고추장의 주산지로 우뚝 서게 만든 고 문옥례 명인이다. 이외 순창군이 지정한 순창고추장 기능인은 200여 명에 달한다. 순창고추장은 순창만이 가진 제조 비법이 있어 다른 지역과는 조금 다른 장맛이 난다고 알려져 있다. 순창고추장이 고추장의 대명사로 거듭나게 만든 비법이다. 솜씨와 최적의 자연환경, 장류전문연구기관 보유 등 타 지역과 비교되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순창군은 최근 장 담그기 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기원제를 개최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장류 문화 보존을 위해 전통 장류 문화 계승에 힘써왔다. 순창고추장민속마을을 중심으로 전통장문화학교, 발효아카데미 등을 통해 장 담그기 문화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최영일 순창군수는 "순창군은 앞으로도 장 담그기 문화의 보존과 전승, 세계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이번 유네스코 등재는 우리나라 전통 발효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권고 판정을 받으면서 전국이 떠들썩하다. 고추장, 장류의 고장으로 알려진 순창에서 만난 순창고추장 명인들은 이 소식에 기쁨과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전통 장의 명맥이 끊기지 않을지 걱정이 많았다.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게 되는 만큼 명맥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8월 기준 대한민국 식품명인(전통식품 분야) 80명 중 장 담그기 식품 명인은 12명이다. 이중 장류의 고장에 있는 순창고추장 명인 64호 강순옥·36-가호 조종현 명인을 만나 장 담그기 문화의 과거·미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치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는데 전통 장 문화가 안 되면 쓰겄어요?" 지난 19일 순창고추장 제조 기능인이 모인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에서 만난 대한민국 전통식품 강순옥 명인(64호·순창고추장)은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와 전통 장의 인연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어머니가 장 담그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결혼 후 시어머니와 시누이에게 본격적으로 장 담그는 비법을 배웠다. 이후 강 명인은 시누이의 사업장에서 고추장 제조 기능인으로 일하며 전통 장을 직업으로 삼게 됐다. 이후 시누이가 사업을 접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강 명인이 30여 년 전 사업장을 열었다. 그는 인생 대부분을 장을 담그면서 보냈다. 그래도 힘든지 모른다는 강 명인이다. 그는 "매일 낮이고 밤이고 일을 하지만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만약에 몸이 안 좋으면 못 했을 텐데 내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영광인지 모른다"고 밝혔다. 수십 년간 전통 장을 담가온 강 명인은 누구보다 빠르게 전통 장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현실을 실감하고 있지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계속 전통 장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에게는 전통 장의 명맥을 이어 나가는 것은 물론,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콩·천일염 등 전통 장에 들어가는 재료와 비닐봉지, 박스 등까지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을 사용한다. 국내 기업과 함께 상생하고 싶은 게 강 명인의 목표다. 그는 "장 담글 때 참기름, 참깨 하나도 일체 수입산을 안 쓴다. 국산 제품 중에서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것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한다. 가격을 따지면 수입산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수입산 안 쓰고 잘 지켜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만 고집하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원재료 가격이 부담되는 실정이다. 특히 전통 장에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라도 가격이 오르면 당장 어려움이 생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강 명인만의 차선책이 생겼다. 고추장 담그는 일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된장·장아찌 등 다른 제품을 팔아 수익을 내면서 영업을 이어왔다. 그는 "재료 가격이 오르면 적자 날 때도 있다. 내가 열심히 일하면 다 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지만 앞으로도 전통 장의 명맥을 이어가는 데 남은 삶을 쏟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강 명인은 "명인이 됐다고 해서 엄청난 지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마을에 사는 고추장 제조 기능인만 해도 수십 명인데 나만 도와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직원들은 먹여 살려야 하니까 대표인 내가 나서서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보고 있다. 끝까지 최고의 제품을 만들며 꿈을 이뤄갈 것이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세계인에게 우리의 순창고추장, 한국의 장 맛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생겨 기뻐요." 지난 19일 순창에서 만난 대한민국 전통식품 조종현 명인(36-가호·순창고추장)은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권고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명인의 입장으로 너무 기쁘고 설렌다"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전통 장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조 명인은 순창고추장을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고(故) 문옥례 명인의 아들이다. 문옥례 명인은 '순창하면 고추장'이라는 공식을 만든 장본인이다. 지금은 조 명인이 2대째 명인으로, 아들이 순창고추장 전수자로 등록돼 있다. 집안의 장 담그기 문화는 7대째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금은 2대째 순창고추장 명인이 됐지만 언젠가는 3대째 명인 집안이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면서 "옛날에는 가마솥으로 고추장을 담갔다. 무겁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어머니를 돕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이 길을 걷게 됐다"고 설명했다. 45년째 고추장과 함께하고 있는 조 명인이다. 그는 전통 장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다. 문옥례 명인이 전수해 준 전통적인 순창고추장 제조 방법을 지키면서 현 시대 입맛에 맞는 새로운 제품군을 만들었다. 순창고추장을 이용한 부대찌개·떡볶이 소스 등이 그 예다. 문옥례·조 명인의 이름에 걸맞는 수준 높은 순창고추장, 그를 이용한 제품군을 선보이기 위해 모두 국산만 고집하고 있다. 고추장을 비롯한 전통 장류는 판매되기까지 최소 1년 반이 걸린다. 재료 준비 시간만 6개월이다. 여름에는 질 좋은 고추를 사들이고 가을에는 소금·콩 등 부재료를 산다. 겨울이 되면 고추장을 만든다. 갓 담근 고추장은 맛이 덜하다 보니 최소 1년 이상 숙성해야 세상에 나올 수 있다. 이러한 노력 속에 탄생한 순창고추장에서는 재미있는 소리가 들린다. 조 명인은 잘 익은 고추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라고 표현했다. 그는 "봄을 지나서 여름이 되면 고추장 익는 소리가 들린다. 양조장에서 막걸리가 익으면서 나는 소리와 비슷하다. 진짜 기가 막힌다. 마치 고추장 발효 연주 같다"고 말했다. 최근 전통 장 소비가 줄면서 여느 전통 장 명인과 같이 조 명인도 전통 장 문화가 사라질까 걱정이 많다. 아무리 명인이라도 사업이 어려우면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명인은 "지금 전통 장 사업은 대기업과의 가격 경쟁 때문에 값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과거보다 이윤이 적은 구조다. 이대로 가다간 10년 안에 없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돈이 돼야 가족이 대를 이어받을 텐데 벌이가 안 되니까 다 떠날 수밖에 없다. 그게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등재도 앞둔 만큼) 전통 장을 비롯해 전통 음식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면 정부에서 더 탄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순창고추장과 관련해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순창에서 고추장을 맛보고 극찬했다는 유명한 설화가 대대로 전해지고 있다. 왕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고 알려지면서 '순창 하면 고추장, 고추장 하면 순창'이라는 공식이 생겼다. 고려 말 이성계가 1만일 동안 기도하던 스승 무학대사를 만나기 위해 순창을 찾았다. 이성계는 순창 만일사를 찾아가던 중 마을의 한 농가에서 초시(순창고추장의 전신)에 점심을 먹었다. 그 맛을 잊지 못해 임금이 된 후 대궐로 진상토록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순창고추장에 대한 기록은 이시필(1657-1724년)이 지은 '소문사설'에서 처음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지역과는 구별되는 순창고추장을 담그는 방법이 소개돼 있다. '승정원일기'의 영조 30년 기록에는 조선의 왕 중 영조가 내의원 고추장보다 사헌부 지평인 조종부 집안에서 만든 고추장을 좋아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종부는 순창 조 씨, 본관이 순창으로 알려지면서 순창고추장으로 추정되고 있다. 역사이다 보니 해석·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러한 순창고추장에 대한 역사가 전해지며 명성이 더해졌다. '규합총서'에는 고추장이 순창의 특산품이며 고추장 담그는 방법, 고추장 재료와 양이 상세히 기록됐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순창과 천안의 고추장이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기록이 있다. '의약월보', '해동죽지' 등에도 순창고추장이 지역 명물이자 전국 으뜸으로 기록돼 있다. 이성계·영조도 반한 고추장은 쌀·보리로 질게 지은 밥이나 떡가루, 되게 쑨 죽에 메줏가루·고춧가루와 소금을 넣어 섞어서 만든 붉은 빛깔의 매운 장을 이야기한다. 우리 고유의 발효 식품인 고추장에는 단백질·지방·비타민B2·비타민C·카로틴 등 몸에 유익한 영양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고추장 중에서도 임금에게 진상한 순창고추장의 정체는 무엇일까. 순창고추장은 다른 지역 고추장보다 맛있는 이유가 있다. 바로 메주·시기·원료·발효·자연 조건이다. 순창고추장을 유명하게 만든 다섯 가지 요소다. 이중 핵심은 자연 조건이다. 예부터 순창은 옥천고을로 불릴 정도로 물이 좋은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연평균 기온 12.4℃, 습도 72.8%, 안개일수 77일로 발효에 최적인 자연 조건을 갖췄다. 같은 순창고추장 명인이 담가도 순창이 아닌 지역에서 담그면 장 맛이 다를 정도다. 순창고추장은 순창을 장류의 고장으로 만들었다. 순창군은 1997년 전통 장류 산업 활성화와 명성·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을 조성하고 순창군 곳곳에 흩어져 있던 순창고추장 제조 장인들을 마을로 모았다. 처음 조성된 1997년에는 54가구가 살았지만 지금은 32가구밖에 남지 않았다. 명맥을 잇기 어려워지고 저출산 고령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가구 수는 점점 줄어들 전망이다. 순창군은 계속해서 순창고추장 제조 기능인을 발굴하고 역사를 살려 마을을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19년째 대한민국의 대표 먹거리 고추장의 본 고장 순창에서 장류를 테마로 한 순창장류축제도 열리고 있다. 잊혀 가는 전통장류문화를 재조명하기 위해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순창고추장을 활용한 순창 떡볶이 페스타도 개최됐다. 이렇듯 순창고추장의 역사는 옛날 옛적부터 시작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북촌한옥마을이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민의 삶과 환경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에 전통적인 가치·주민 생활권 보호를 위해 '야간 통금'을 도입했다. '오버 투어리즘'은 비단 북촌한옥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외 유명 관광지 곳곳이 관광객이 몰리면서 쓰레기·소음 문제 등으로 주민의 삶과 환경이 침해받는 상황이다. 주민이 거주하는 도심 속 대규모 한옥촌으로 관광객의 관심을 받는 전주한옥마을도 '오버 투어리즘'을 겪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의 '오버 투어리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전주한옥마을 곳곳을 둘러봤다. 정체성을 잃은 전주한옥마을이 1500만 관광 시대가 열릴 동안 주민 500명이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주민이 실제 거주하는 생활형 한옥마을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주민들은 '오버 투어리즘' 탓에 전주한옥마을을 떠날 생각만 했던 것이다. 15일 전주시와 풍남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전주한옥마을 주민 수는 518세대 841명이다. 2015년에는 615세대 1316명 거주한 데 반해 10년 새 475명이 떠났다. 반면 관광객 수는 600만여 명이 늘었다. 2015년(2014년 10월∼2015년 9월) 965만 3035명이 전주한옥마을을 찾았는데 지난해에는 10여 년 만에 571만 1171명이 더 찾으면서 1536만 4206명이 몰렸다. 이러한 집계는 '오버 투어리즘'이 심각해졌다는 것을 보여 준다. '생활형 한옥마을'·'마을형 관광지'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완전히 상업화된 관광지가 되면서 주민들이 살아가는 게 쉽지 않아졌다. 지난 2014년 7월에 열린 전주한옥마을 발전을 위한 전주시장 초청 간담회에서 입주민 150여 명은 "관광객을 위한 한옥마을이냐, 주민을 위한 한옥마을이냐"고 지적했다. 전주한옥마을이 타 지역 한옥마을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주민들이 실제 거주하는 생활형 한옥마을'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2019년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이슈 브리핑 '오버 투어리즘과 사회적 딜레마'를 보면 '오버 투어리즘'을 경험한 장소로 전주한옥마을이 상위권에 들었다. 제주도(24.5%)가 가장 높고 북촌한옥마을(10.5%), 전주한옥마을(9.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면서 주민은 떠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민이 떠난 자리에는 카페와 식당, 오락시설, 액세서리·옷 가게 등이 들어섰다.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전북지역 주요 상권 동향(2015∼2022년)에 따르면 2015년 전주한옥마을 인구 수가 1316명이었을 때 사업체 수는 1081개였다. 2022년에는 1088개로 늘었다. 올해 인구 수가 1000명 선 아래로 떨어진 것에 비춰봤을 때 주민 수보다 사업체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는 전주한옥마을이 주거지 위주가 아니라 상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1500만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쇼핑과 숙박시설 등이 필요하지만 전주한옥마을의 고유한 이미지를 잘 살려서 가져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들어서 있는 상점 등이 전주한옥마을과는 어울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꼬치 등 흔한 길거리 음식을 주로 파는가 하면, 풍선 터트리기·오리 건지기 등 사행성 영업소가 생겨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주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은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옥의 고즈넉함과 고요함 등을 기대했지만 기대와 다른 현장 모습에 "한옥의 고즈넉함은 온데간데 없네요", "이렇게 생긴지 몰랐어요", "다른 관광지와 크게 다르지 않네요" 등 전주한옥마을만의 정취를 느끼기에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주한옥마을이 정체성을 잃고 유원지로 전락하게 된 것에 아쉬움이 남지만 매년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과거에 머무르며 전주한옥마을의 정체성에 집착하기에는 늦은 만큼 전주한옥마을만의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진명숙 전북대 고고인류문화학과 교수는 "과거 전주한옥마을의 정체성은 주거지로서의 관광지였다. 매력은 수십 년간 주민이 살아왔던 마을이 있었다. 주거지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었지, 주거지를 상업지구로 바꾸자는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제 와서 전주한옥마을의 정체성에 대해 논의하기에는 늦었다. 전주한옥마을이 관광지로 변모하고 꾸준히 관광지로 확장된 것이 사실이다"면서 "이제는 과연 1500만 숫자가 전주한옥마을이 수용할 수 있는 수치인지, 오버 투어리즘의 대안을 고민할 때는 아닌지 짚어볼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건강한 관광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진 교수는 "전주한옥마을은 한옥의 정서를 느낄 수 있고 주인장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생활형 한옥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렇듯)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주한옥마을에서만 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한복 입어보실래요? 싫으면 우리 개화기 옷도 있는데. 와서 입어보고 가요." 지난 15일에 찾은 전주한옥마을. 포근한 날씨에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 사이로 한복대여점 직원의 호객이 끊이지 않았다. 앞을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쉬지 않고 한복이나 개화기 의상을 입어보라고 권했다. 이날 전주한옥마을 일대는 어딜 가든 비슷한 상황이었다. 골목마다 자리한 한복대여점 옆에는 사주와 타로를 볼 수 있는 점술집이 늘어서 있었다. 어느 골목에는 한옥마을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점술집만 연이어 4곳이 붙어 있기도 했다. 이곳 모두 관광객이 지나가면 호객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특히 전주한옥마을 공용주차장에서부터 약 100m 남짓한 구간에 있는 사거리는 사격부터 다트 던지기, 풍선 터트리기 등 돈을 내고 게임을 한 후 결과에 따라 경품을 주는 사행성 오락시설이 여럿 있었다. 주변에는 전동차, 오토바이 등 전동이동수단 대여점까지 늘어섰다. 몇 년 전부터 전동이동수단을 대여해 주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전주한옥마을 곳곳에 전동이동수단과 보행자가 함께 거리를 누비는 상황이다. 전주시는 '전주시 보행 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에 따라 주말이면 전주한옥마을 일대를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평일에는 적용되지 않아 관광객이 많은 날에는 거리마다 전동이동수단과 보행자, 자동차 등이 뒤섞여 서로 부딪힐 뻔한 아찔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전주한옥마을의 대표 관광 명소인 경기전·전동성당 인근으로 가 보니 맛의 고장 '전주'와 관계없는 길거리 음식을 파는 점포가 많았다. 울산 쫀드기부터 일본식 찹쌀떡, 경주 십원빵 등 국적과 지역을 넘나드는 점포들이 가득했다. 이곳 또한 한복대여점과 점술집, 전동이동수단 대여점, 사행성 오락실이 군데군데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 지난 몇 년간 전주한옥마을 고유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단순 상업지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전주한옥마을 일대인 전주시 교동·풍남동은 과거 전주의 중심지였으나 1977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되며 개발이 막히자 발전이 침체해 90년대 후반 슬럼화가 진행됐다. 전주시는 지난 2002년 ‘전주한옥보전지원조례’를 제정해 본격적으로 한옥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당시 계획은 도시 한옥이 밀집돼 있고 실제 주민이 살고 있는 한옥마을 일대를 보존 및 정비해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데 주안점이 맞춰져 있었다. 2003년 전주한옥마을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전체 구역 중 95.6%를 차지하는 28만 5211.3㎡가 주거지역으로 설정돼 있었다. 전체 구역 중 상업지역은 2.8%에 불과했다. 한옥마을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각종 규제가 가해졌다. 과거 전주시는 한옥마을 내에서 전통음식만 판매할 수 있게 하고 한옥마을 전경을 해치지 않도록 층수 또한 1층으로 제한하는 등 규제를 마련했다. 그러나 최근 전주시 행정은 과거와 반대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전주시는 2022년 전주한옥마을 활성화를 목적으로 대부분의 규제를 완화했다. 한옥마을 내에서 일식, 양식, 중식 등 다양한 국제 음식을 팔 수 있게 허가했다. 또 태조로와 기린로 일부 대지에만 건축물 층수 제한도 2층으로 확대했다. 전주한옥마을의 정취를 기대하고 온 관광객들은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고즈넉함을 기대했지만 상업화되면서 시끌벅적해지고 전주한옥마을의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충청도에서 왔다는 한 모녀는 “주차장에서 걸어오다 보면 바로 오락실이 보인다. 한옥을 보러 왔는데 한옥과는 관계없는 오락실이나 점술집만 가득하다. 전주한옥마을을 보러 온 거지, 이런 걸 보려고 온 건 아니다”고 전했다. 전주한옥마을에 처음 방문했다는 한지선(32) 씨는 “어린이들은 오락실이나 이런 상업화된 게 볼 것도 많고 좋아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전주한옥마을만이 가진 특유의 멋을 해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는 전주한옥마을 내 즐길 거리가 부족한 만큼 이러한 상점이 필요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딸과 함께 전주한옥마을을 방문했다는 정진희(45) 씨는 "어차피 여기 관광객으로 왔으니 뭔가 놀거리는 필요할 것 같다. 생각보다 할 게 없어서 당황했다"면서 "그나마 오락실이나 점술집 등이라도 있어 다행이다"고 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37년 만에 때아닌 '통금'이 생겼다. 서울 북촌한옥마을이 '오버 투어리즘'에 몸살을 앓으면서 이번 달부터 주민 생활권 보장을 위해 관광객 방문 시간 제한 정책을 시범 운영 중이다. '오버 투어리즘'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민의 삶과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문제는 북촌한옥마을뿐만 아니라 국내외 관광지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중 전주한옥마을도 '오버 투어리즘'을 겪는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힌다. 북촌한옥마을 통금 시행 이후 만난 전주한옥마을 주민 일부는 북촌한옥마을의 통금 결정이 이해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이미 '오버 투어리즘'에 버티지 못하고 전주한옥마을을 떠난 주민도 많다. 주민 수만 6000여 명에 달하는 북촌과 1000명이 안 되는 전주의 상황은 다르지만 똑같이 '오버 투어리즘'에 고통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종로구청은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북촌 한옥마을 지역 일대를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했다. 주민 불편 수준에 따라 레드·오렌지·옐로우존으로 나눴다. 주민 민원이 가장 많은 레드존은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관광객의 출입을 막고 있다. 본격적인 단속은 2025년 3월 1일부터다. 사람뿐만 아니라 전세버스 통행까지 막았다. 종로구는 2026년 1월부터 북촌 지역을 가로지르는 약 2.3km 구간 도로에 전세버스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북촌한옥마을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관광객이 몰려들자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주민들의 호소를 종로구가 받아들인 결과다. 북촌의 전통적인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주민의 생활권 보호를 위한 필수 조치다. 북촌한옥마을과 같이 한옥 관련 '오버 투어리즘'의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전주한옥마을 주민·상인들은 통금 조치가 놀랍지만 어느 정도 공감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전주한옥마을에서 35년째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A씨는 "여기서 오래 살면서 장사를 하고 있지만 내 집인데 한옥마을 안에 있어서 마음대로 차도 못 대고 살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며 "그래서 북촌한옥마을 주민들의 마음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주와 북촌의 한옥마을은 각자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과거보다 많이 떠났지만 여전히 주민이 많은 북촌한옥마을과 달리 전주한옥마을은 이미 상업화되면서 모두 떠났다는 것이다. A씨는 "북촌한옥마을은 아직도 사람들이 꽤 살고 있다. 하지만 전주한옥마을은 관광지화 되고 상업화 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갔다. 그러니 여기를 북촌한옥마을처럼 통금을 만드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50년 넘게 살았다는 주민 B씨도 "전주한옥마을은 관광객 때문에 시끄럽다는 이유로 떠날 사람은 진작에 다 빠져나갔다. 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한옥마을에서 장사하거나 관련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한다"며 "결국 관광객이 오는 것을 환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주한옥마을은 2014년에도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거주민 생활 불편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주민들은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소음과 음식 냄새, 주차 공간 부족 등 불만을 쏟아냈다. 전주시는 간담회를 열기도 했지만 주민의 이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매년 전주한옥마을 주민이 줄어드는 가운데 지금도 다른 거처를 찾아 떠날 준비를 하는 실정이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올해 처음으로 연 김천의 '김밥축제'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전국이 술렁이고 있다.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 원의 혈세를 쏟고도 실패하는 지역축제가 다반사지만 1억 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신선한 축제를 만든 성공 사례가 등장한 이유에서다. 역발상과 신선함으로 흥행에 성공하자 전북에서도 지역축제에 대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해 개최되는 지역축제만 90여 개에 달하지만 바가지 요금, 연예인(초대 가수) 의존 등 구태의연했던 축제를 벗어나 돌파구를 찾자는 의미다. 실제로 지역축제를 찾는 발길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전북에서 열리는 지역축제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방문객은 줄었다. 최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나라살림브리핑에 따르면 올해 전북지역 축제 수는 5년 전인 2019년 대비 37개 늘어난 87개다. 지난해 기준 전북 지역주민의 지역축제 참가율은 2019년 61.3%에서 33.8%p 감소한 27.5%다.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외부 방문객 비율도 5년 전보다 많이 줄었다. 2019년 56.63%에서 5.86%p 감소한 50.77%다. 방문객이 줄면서 평균 1인당 관광 소비액도 8860원에서 7790원으로 12.13%나 감소했다. 전북 지역축제 방문객이 1만 원도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충북(7060원), 경북(7440원)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중 세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송진호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지역축제의 무분별한 증가보다 질적 개선과 재정 운용의 효율화를 위해 지역축제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 심사 및 평가의 개선이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내실 있는 지역축제가 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제언했다. 외부 방문객뿐 아니라 지역민마저 외면하는 지역축제가 늘어나면서 지역축제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매년 열리는 천편일률적인 지역축제가 아닌 지역의 독창·정체성이 있는 재미난 축제가 살아남는 시대가 온 것이다. 김천시처럼 지명을 활용한 것은 아니지만 도내 일부 시군에서도 재미난 축제가 생겨 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순창의 떡볶이 페스타, 장수의 트레일 레이스, 군산의 짬뽕축제 등이 그 예다. 지명을 활용한 무주의 '주무'세요 힐링 축제, 전주의 '주전'부리 축제, 완주의 '마라톤' 축제 등 다양한 제안도 나오고 있다. 류인평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축제는 먼저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넘버 원이 아니라 온리 원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하나의 축제가 잘 됐다고 해서 다른 지역에서 같은 아이템으로 축제를 열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천에서 김밥축제가 성공했다고 다른 지자체가 똑같이 따라 한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김천처럼 지명을 활용한 축제는 좋지만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살리거나 트렌드를 맞추는 게 핵심이다. 지역 독특한 문화·콘텐츠를 살리면서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화성시는 '외계인', 공주시는 '무도회', 고양시는 '고양이' 축제⋯. 최근 김천시가 김밥축제로 화제몰이를 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천시를 이을만한 지명 축제 아이디어가 담긴 재미있는 글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X(엑스·구 트위터)의 한 이용자는 "김천 성공 봤지?"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화성시는 '화성(Mars·행성)'을 살려 외계인, 공주시는 '공주'를 살려 무도회, 고양시는 '고양'을 살려 고양이 축제를 개최하라는 내용이다. 아쉽게도 전국 지명을 활용한 아이디어 중 전북지역은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본보 디지털미디어국 기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봤다. 고창군은 고창석(배우), 장수군은 100세 축제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중 지명을 반대로해 무주의 '주무'세요 힐링 축제, 전주의 '주전'부리 축제, 완주 '마라톤' 등 3개를 선별해 봤다. 참고로 기자들의 아이디어에 더해 축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챗GPT의 도움을 받았다. 실제로 열리는 축제가 아니니 독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무주에서 열리는 '주무세요 힐링' 축제? 무주는 밤이 되면 반딧불이가 나타나고 밤에 더 즐거운 무주산골영화제와 밤에 예쁜 무주 안성낙화놀이가 장관을 이룬다. 밤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 힐링의 대명사가 된 무주에서 조용히 스트레스를 풀고 자연이 선사하는 풍경을 벗 삼아 잠을 잔다면 어떨까. 무주를 뒤집으니 '주무'가 됐고 본보 기자들은 주무세요를 떠올렸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주무세요 힐링' 축제다. 타깃은 불면증이나 휴식이 필요한 현대인이다. 일단 잠이라는 테마에 맞게 휴식과 힐링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심장이 벌렁거리는 신나는 노래가 아닌, 수면 음악과 자연 소리를 틀고 잠을 자기 위해서다. 축제 프로그램으로는 불면증 해소 워크숍, 명상과 요가, 아로마 테라피 체험 등을 준비한다. 커피 등 카페인 음료 대신 수면을 돕는 차, 수면과 관련된 잠옷과 아이템 등을 판다. '주무세요 힐링' 축제의 드레스 코드는 누가 뭐래도 잠옷이다. 전주에서 열리는 '주전부리' 축제?전주는 맛의 도시다. 가맥, 비빔밥⋯. 음식이 주가 되는 축제는 많지만 아직까지 맛이나 재미, 심심풀이로 먹는 주전부리가 주가 되는 축제는 없는 듯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전주를 뒤집어 만든 '주전'부리 축제다. 전주 고유의 전통적이고 고즈넉한 느낌을 살리면서도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기는 활기찬 축제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지역에서 주전부리와 관련된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이 한데 모여 주전부리를 파는 것도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한몫 할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는 전주의 대표 음식인 전주 비빔밥·콩나물국밥을 미니어처 크기와 핑거 푸드 형태로 만드는 것을 제안했다. 1인분도 안 되게끔 작게 만들어 맛만 볼 수 있게 하자는 의미다. 또 전주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주전부리인 전통 떡을 만들거나 과자를 만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도 고려해 보면 좋을 듯하다. 완주에서 열리는 '마라톤' 축제?앞에 제시한 주무세요 힐링, 주전부리 축제와 다르게 완주의 지명을 그대로 활용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은 목표한 지점까지 다 달린다는 의미인 '완주하다'이다. 완주, 완주하다, 마라톤 완주. 그렇게 탄생한 게 완주 마라톤 축제다. 완주는 산과 숲길, 강, 농촌 풍경 등이 매력적인 곳이다. 다양한 자연경관을 최대한 활용한 마라톤 코스가 이름을 날릴 수 있는 기회다. 문화와 역사를 테마로 해도 나쁘지 않다. 완주의 문화유산이나 역사적인 장소를 지나가는 코스를 설정하는 것이다. 챗GPT는 마라톤 참가자들에게 완주에서만 얻을 수 있는 독특한 기념품을 제공하는 것을 추천했다. 완주 특산물 기프트 박스를 제작해 소장 가치가 있는 아이템을 선물하자는 말이다. 마라톤이 펼쳐지는 코스 옆으로는 완주의 지역 특산물을 결합한 부스를 설치하고 곳곳에서 완주의 전통 공연을 선보이는 것도 제안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챗GPT
전북 지역축제에도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되는 가운데 김천이 던진 '김밥축제'라는 승부수처럼 전북이 던진 승부수가 통할지 관심이 모인다. 순창군에서 떡볶이 페스타가 열리는가 하면 장수에서는 귀촌한 청년들이 모인 러닝크루가 스포츠 축제인 트레일 레이스 대회를 개최하면서 연일 화제가 됐다. 이를 비롯해 최근 군산 짬봉축제 등 기존 지역축제의 틀에서 벗어난 참신한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앞으로 전북을 대표할 참신한 축제로는 오는 16∼17일 이틀간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순창발효테마파크 일원에서 열리는 순창 떡볶이 페스타가 꼽힌다. 떡볶이 페스타는 순창발효관광재단이 지난 5월 2024 지역혁신사업(RIS) 정책 자율과제 공모에 최종 선정되면서 추진됐다. 재단은 기존 순창장류축제가 열리고 있는데다 순창을 대표하는 순창 전통장류산업 활성화를 위한 미식 관광 프로그램인 떡볶이 페스타를 기획했다. 떡볶이 부스를 전통·퓨전·글로벌·지역 부스로 나누고 우수 떡볶이 시상식, 플리마켓, 문화예술 체험, 순창고추장민속마을 트레킹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다. 순창 떡볶이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순창의 독특함과 정체성을 보여 주겠다는 목표다. 떡볶이 페스타를 기획한 재단 관광산업팀의 이영 주임은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이 노후화되면서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고 순창의 고추장이 유명한 점에 집중했다"면서 "아무래도 고추장 이미지가 MZ세대에게는 올드(늙고 오래된)한 이미지이다 보니 MZ세대의 관심도를 높이고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다. 매력을 느낄만한 축제를 찾다가 떡볶이 축제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순창뿐 아니라 장수에서도 기존 지역축제의 틀을 깬 축제가 만들어졌다. 올해로 4회째 개최된 장수 트레일 레이스다. 지난 9월 말에 열린 제4회 장수 트레일 레이스 대회를 주관한 것은 다름 아닌 장수러닝크루(대표 김영록)다. 5개 코스에 국내외 1700여 명의 선수가 참여해 장수군의 천혜의 자연 속을 달렸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해외 12개국 선수들이 참여해 국제대회로 인정받을 정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구 2만 명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장수군을 들썩이게 하는 축제로도 자리매김했다. 이후 장수군은 반려견과 함께하는 트레일 레이스 제1회 캐니크로스 장수 축제를 만들어 또 한번 관심을 모았다. 이외 군산에서도 이색 축제가 열렸다. 짬뽕특화거리가 있을 정도로 짬뽕으로 유명한 군산은 군산 짬뽕을 비롯해 세계 이색 짬뽕을 만나볼 수 있는 군산 짬뽕 페스티벌을 열었다. 내년 상반기 개최를 목표로 홍어 주산지로 떠오른 군산 특산물인 박대·대구의 글자를 딴 '홍대 클럽 축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코로나19에 고금리·고물가 바람이 불면서 전국적으로 임차인을 들이지 못한 상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올 3분기 전북지역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북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8.2%로 9개 도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가 5곳 중 1곳은 텅텅 비어 있는 셈이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7.2%, 집합 상가는 16.3%에 달했다. 전국 공실률이 각각 12.7%, 6.5%, 10.1%인 것과 비교해보면 높은 편이다. 전북자치도 내 주요 상권 중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가장 높은 곳은 정읍 중심(27.94%)이다. 중대형 상가는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이 330㎡를 초과하는 일반 건축물을 말한다. 정읍 중심에 이어 익산역(26.86%), 전주 동부(26.30%), 김제시장(22.44%), 전주 한옥마을(21.69%), 익산 영등부송(19.58%), 전주 송천동(17.50%), 군산 수송·조촌동(14.86%), 전주 서부 신시가지(14.35%), 군산 원도심(13.89%), 남원 광한루원(13.73%), 전주 서부(9.59%) 등이 뒤를 이었다. 비교적 면적이 작고 임대료가 저렴한 소규모 상가도 공실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주 송천동(15.44%)이 가장 높고 군산 원도심(15.30%), 정읍 중심(13.87%), 익산역(10.26%) 등 순이다. 전북 전역 곳곳에 공실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의미다. 중대형·소규모 상가는 소상공인 종사 비율이 높은 편이어서 경기 여건에 따른 소상공인의 경기 체감 정도를 보여 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2024년 10월 소상공인시장 경기 동향 조사 결과 지난달 전북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는 전월 대비 11.5p 하락한 60.2로 전국에서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핫 플레이스(hot place·명소)로 불리는 전주 객리단길과 전북대 대학로, 신도심인 만성지구∙에코시티, 익산역 앞, 군산 나운동∙영동상가까지 예외는 없었다. 객리단길은 시민뿐 아니라 관광객이 많이 찾았지만 객리단길 옆에 있던 옥토주차장이 폐쇄되면서 주차난이 심각하고 고물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상권이 침체됐다. 객리단길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코로나19 때보다 안 좋다"면서 "엔데믹 이후 상권이 조금 활성화되거나 기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얼마 안 돼서 다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와 상가 과잉 공급 등이 맞물리면서 상가 공실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규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북특별자치도회장은 "과거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당시 노후 대비 차원에서 상가에 많이 투자했다. 그때 상가 공급이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코로나19에 이어 최근에도 경기 침체 상황이 이어지면서 수요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상가 공실률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상가 과잉 공급에 더해 경기 침체, 고금리, 코로나19 이후 전자 상거래 확산 등의 이유로 핫플레이스, 신도심 등도 예외 없이 공실이 많아진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슈되는 특정 가게들만 잘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알려진 상권마저 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상권이 엔데믹 이후 다시 활성화되나 싶었지만 고금리·고물가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지역 상권이 침체돼 가고 있다. 과거 사람들로 북적였던 거리에 남은 것은 '공실'뿐이다. 전국 곳곳 대표적인 상권이 텅텅 비어가면서 핫플이 매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 역시 공실률이 심각한 상황이다. 전북을 대표하던 '핫플' 상권의 현실은 어떨까.전북일보는 기획 1편 <위기의 핫플-'객리단길 마저도'…전북 상권 5곳 중 1곳 '텅텅'> 내용을 바탕으로 기존에 핫플이었던 객리단길, 전북대 대학로, 군산 영동상가∙나운동, 익산역 앞 등의 현 상황을 살펴봤다. "작살났죠, 뭐." 지난주에 찾은 전주 객리단길. 이곳에서 만난 상인 A씨는 요즘 장사가 어떠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코로나19 때보다 장사가 안 된다. 힘든 정도가 아니라 죽을 맛이다"며 고개를 저었다. 골목마다 큰 상가, 작은 상가 예외 없이 '임대'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유동 인구가 많은 편인 코너 상가마저 다른 상가가 들어오는 듯 '오픈 준비 중'이라는 플래카드만 펄럭였다. 과거 손님이 많던 음식점·카페 자리는 비교적 고정 지출이 적은 무인 셀프 사진관·오락실 등이 꿰찼다. 침체된 객리단길의 현실을 짐작게 했다. 명소를 의미하는 핫 플레이스(hot place·핫플)인 만큼 장사가 잘 되는 음식점·카페도 있었지만 극소수에 불과했다. 저녁에도 객리단길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많지만 실상 내부에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주 구도심 지역이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되면서 조성된 객리단길은 당시 소자본의 청년 사업가와 젊은이들이 모여들면서 '객리단길' 붐이 일었다. 상권은 코로나19, 옥토주차장 폐쇄에 따른 주차난, 고물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빠른 속도로 침체됐다. 과거 객리단길이 있는 객사는 전주를 대표하는 최고의 핫플 중 하나였다. 전주시민이라면 "어디서 만날까?" 하면 "객사"라는 답이 바로 나올 정도였다. 전주의 중심부에 위치해 만남의 장소로 자리매김했지만 지금은 상권이 침체되면서 명성을 잃어 가고 있다. 상인 A씨는 "저야 건물이 집이니까 버티지, 아니었으면 폐업했을 듯하다. 객리단길이 초반에는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상가가 많이 들어왔다. 벌이가 안 되니까 프랜차이즈가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마저도 다 빠지고 또 들어왔다가 다 빠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대 대학로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매년 학기 중 전공 서적을 품에 안고 선·후배 간 왁자지껄 떠들며 '젊음의 성지'로 불렸던 대학로는 이미 활력을 잃은지 오래됐다. 서부 신시가지가 새로운 상권으로 떠오른 데 이어 학생 수는 점점 줄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정착한 것도 대학로 침체에 한몫했다. 이전에는 음식점·카페에 모여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포장·배달이 익숙해진 것이다. 여러 명이 모이던 문화도 사라지고 소모임 형태로 바뀌기도 했다. 객리단길보다 유동 인구가 많아 저녁이 되면 여전히 북적이긴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천지 차이라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대학로가 유동 인구가 많은 편이었지만 객리단길과 유사하게 지나다닐뿐 내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최유일 전북대 대학로 상인회 수석부회장은 "요즘 (대학로 상가가) 다 어렵다. 10년 전에 비해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조금씩 안 좋아졌는데 코로나19가 온 뒤로 더 안 좋아졌다. 엔데믹 이후 활기를 찾나 했지만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면서 "사람이 안 돌아다닌다. 손님이 줄면서 매출도 떨어졌는데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 지출은 계속 올라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군산·익산도 예외는 없었다. 군산 상권의 상징이었던 영동 상가는 전체 120여 개 매장 중 현재 20여 개만 명맥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저녁이면 이 일대가 어두운 공간으로 변하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연출하고 있다. 또한 나운동 시민문화회관 앞 상가도 문 닫은 가게를 쉽게 볼 수 있다. 과거 뷰티샵을 비롯해 의류매장, 스포츠웨어 매장 등이 운영됐던 이 곳은 나란히 상가임대 안내판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과거 중심상권 지역이었던 영동(원도심)을 중심으로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비교적 양호한 상권을 자랑했던 수송동 역시 간혹 빈 점포가 발견되면서 경기 불황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시민들은 이 같은 경기불황이 지속될 경우 원도심처럼 지역 곳곳에 슬럼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때 ‘작은 명동’이라 불릴 정도로 상업과 금융, 문화의 중심지였던 익산역 앞 문화예술의거리(옛 영정통)는 1990년대 이후 신도심 개발 등으로 익산의 중심이 영등·부송동 일대로 옮겨가면서 점점 활력을 잃어버렸다.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지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던 번화가의 명성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익산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의지를 갖고 지난 십수 년에 걸쳐 문화예술의거리를 조성하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일부 입점해 있는 공방·카페·식당이나 이따금씩 열리는 단발성 행사 외에 사람들로 가득 찼던 예전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거리에 자리하고 있는 익산아트센터와 익산근대역사관이 보다 활성화되고 익산시가 전략적으로 추진 중인 치킨거리 조성과 인근 1382세대 규모 아파트 입주가 내년 3월 이뤄지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아직까지 예전 같은 활력을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실정이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상권이 무너진 것은 기존의 '핫플'뿐만이 아니다. 가게 문을 열기 전 "나는 망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신도심인데", "랜드마크가 될 텐데", "상권이 좋다는데"라는 희망을 품고 사업을 시작한다. 이러한 부푼 꿈을 안고 '핫플'을 꿈꿨던 신도심마저 '공실 공포'에 떨고 있다. 랜드마크를 기대했던 곳의 꿈도 좌절됐다. 기존에 핫플이었던 객리단길, 전북대 대학로 등에 이어 침체된 신도심 중 만성지구와 개장 전부터 랜드마크 기대감이 컸던 에코시티 대형 건물 등의 현 상황을 살펴봤다. "그냥 사람이 없어요." 지난주 오후 7시 30분께 찾은 전주 만성지구는 썰렁했다. 한창 자동차와 사람이 지나다닐 시간이지만 거리는 텅텅 비었다. 불이 켜진 상가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곤 한두 테이블,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곳도 있었다. 10여 테이블이 찬 곳은 상가 한두 곳뿐이었다. 만성지구는 조성 당시 전주지방법원과 전주지방검찰청 등 법조타운이 만들어져 전북의 법·행정 중심지로 발달해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한 집 건너 임대 딱지가 붙어 있었다. 상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1층마저 대부분 공실이었다. 법조타운을 둘러싼 건물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은 상가가 아닌 변호사·법무사 사무실이 대부분이었다. 이날 만성지구에서 만난 한 시민은 "오후 9시만 돼도 사람이 하나 없다. 나만 돌아다니는 건가 하는 착각이 든다. 사실 나도 장사를 해 봐서 알지만 아마 지금 저기 음식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피가 바싹 마르는 듯할 것이다. 처음부터 장사가 안 될 것으로 생각하는 음식점은 없을 텐데 보기만 해도 내가 다 마음이 안 좋다"고 했다. 에코시티에 위치한 한 대형 상가 건물도 만성지구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개장 소식이 들려오면서 한때 SNS를 뜨겁게 달궜지만 실상 입점한 곳은 많지 않다. 타 지역의 대형 아울렛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던 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공실 공포'에 빠진 것이다. 해당 건물에는 폐업 후 미처 정리를 다 하지 못한 상가도 눈에 들어왔다. 상가 출입문에는 올해 초 배달온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붙어 있었다. 심지어 상가가 한 번도 들어오지 않은 듯 출입문 손잡이에 보호 스티로폼이 그대로 붙어 있는 곳도 많았다. 에코시티에서 만난 한 시민은 "집 주변이라 영화를 보려고 자주 오는데 사람이 없어서 넓은 영화관을 전용관처럼 혼자 본 적도 있다"면서 "이 건물에 올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지만 있는 상가의 불이 꺼져 있고 상가도 텅텅 비어 있어 무서울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빨강, 노랑, 주황, 초록, 갈색 등 오색단풍으로 단장한 산과 익어가는 벼가 가득한 황금빛 논밭이 장관을 이루는 가을이 왔다. 올 여름 폭염으로 전국의 단풍이 주춤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은 일찍이 물들기 시작했다. 지각 단풍 속 발 빠르게 가족·연인·친구, 그리고 사색을 즐기기 좋은 가을에 혼자 떠나는 단풍놀이를 위해 전북에 숨은 단풍 명소를 한데 모았다. 가을비가 한 차례 지나가고 가을 햇볕 좋은 날만 남았다. 이번 주부터 하나둘 울긋불긋 물들어 갈 단풍 보러 가을 소풍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완주 고종시 마실길 위봉산성에서 출발해 위봉사, 위봉폭포, 송곶재, 시향정, 다자미마을을 지나 동상면 학동마을로 이어지는 코스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빨갛고 노란 단풍은 걷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위봉폭포는 시원한 물줄기와 양쪽에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전주 수목원 전주에는 단풍과 꽃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수목원이 있다. 단풍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까지 건질 수 있는 전주수목원의 사진 명소는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빨간 단풍나무와 노란 은행나무, 10만 평 부지에 뿌리를 내린 3800여 종의 식물까지, 이곳은 눈이 즐겁다. △익산 아가페정원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정원, 아가페 정원은 사계절 내내 관람객이 즐겨 찾는다. 익산 9경 중 7경에 해당할 정도로 아름다움은 이미 증명됐다. 특히나 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로 소문났다. 잠깐 가을바람 맞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공간이다. △무주 적상산 한국의 100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적상산은 이름마저 가을의 냄새를 풍긴다.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들면 마치 여인들의 치마와 같다고 해 '적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덕유산 원추리 봄을 틔우고 반딧불이 여름을 밝히던 곳이 이제는 적상산 자락 붉게 물들여 길손을 맞는다. 적상산은 해발 1024m 향로봉과 천일 폭포, 송대 폭포, 장도 바위, 장군 바위, 안렴대 등 곳곳에 명소를 간직하고 있다. 정상까지 차가 들어가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적상산 단풍 구경을 다녀온 사람들은 "이보다 멋질 수 없다"고 표현할 정도로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하늘을 닮아 곱고, 물을 닮아 깨끗한 무주의 가을을 느낄 수 있다. △고창 문수사 고창 문수사 단풍나무 숲은 천연기념물이다. 수령 100년에서 400년 사이의 단풍나무 500여 그루가 빼곡히 늘어서 숲을 이룬다. 흔히 볼 수 있는 단풍나무가 아니다. 문수사로 가는 길 양옆으로 펼쳐진 단풍나무는 아름다운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한다. 사찰의 고즈넉함까지 내려앉아 숨만 쉬어도 힐링이 된다. △진안 구봉산 구봉산의 봉우리 아홉 개가 가을의 멋스러움을 더한다. 인근에 있는 마이산과 운장산으로 인해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지만 구름다리가 개통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단풍이 고운 산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봉우리가 많아 산행의 난이도는 높지만 올라가면 보이는 절경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군산 오성산 군산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오성산은 성산면 여방리와 둔덕리 경계에 있다. 정상에 오르면 금강하굿둑과 충청남도 서천군이 보인다. 완만한 산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특히 오성산 정상에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멋지고 사방이 탁 트여 시원한 조망, 서해와 금강을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석양까지 숨겨진 특급 뷰를 자랑한다. 가을철만 되면 알록달록 단풍이 조화를 이뤄 수채화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일상 스트레스를 씻어내고 평온한 마음으로 바꿔 주는 환상의 코스로 알려져 있다.
가을철 단풍 구경에 나서는 행락객이 많아지는 10월과 11월에 교통사고 사망자가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전북경찰청이 제공한 최근 5년간(2019∼2023년) 월별 전북 교통사고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사망자 수는 248명, 2020년 217명, 2021년 194명, 2022년 194명, 2023년 171명이다. 이중 가을 행락철(10∼11월) 사망자 수는 각각 56명(22.58%), 42명(19.35%), 41명(21.13%), 48명(24.74%), 44명(25.73%)에 달한다. 가을이 시작되는 9월까지 포함하면 각각 80명(32.26%), 62명(28.57%), 55명(28.35%), 61명(31.44%), 61명(35.67%)이다. 가을철에 유독 교통사고 사망자가 집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졸음과 전방주시 태만 등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급증하는 가운데 다른 때보다 교통량이 많아지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가을 행락철 대형 교통사고를 막으려면 운전자는 과속이나 끼어들기 등 난폭 운전을 삼가고 장거리 운전할 때는 충분히 휴식해야 한다. 승객은 반드시 안전띠를 착용하고 차내 음주·가무 등 운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또 가을철에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 안개가 발생하기 쉬워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해 기상 상태별 교통사고 치사율을 보면 안개는 9.1로 맑음(1.2), 흐림(4.6), 비(2.0)의 최대 10배다.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100m 이내일 때는 50% 감속 운행을 하고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전북뿐 아니라 전국에서 연중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30% 가량은 가을철에 집중돼 있다. 최근 3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총 8202명 중 가을철(9∼11월)에 발생한 사망자는 2403명으로 전체의 29.3%를 차지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최근 가을비가 내리고 난 뒤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을바람이 살랑이고 있다. 눈치 없는 '지각 단풍'이 아쉽지만 단풍놀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매년 똑같이 설레는 모습이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단풍이 늦어졌다. 단풍으로 유명한 설악산도 지난해보다 나흘 늦게 첫 단풍이 관측됐다. '지각 단풍'이 든 이유는 늦게까지 이어진 폭염과 폭우의 영향이 크다. 여기에 지난해와 비교해 지역·수종별로 차이는 보이지만 해발고도와 위도 등 지리적 요인도 이유일 수 있다. 산림청이 전망한 전북지역 주요 산림 단풍 관측 시기는 10월 말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변산반도 단풍나무류는 22일, 내장산 참나무·단풍나무류는 각각 25·27일, 대아수목원 참나무·단풍나무류와 은행나무는 각각 28일, 11월 1일로 예상된다. 이는 50% 정도 물드는 날짜다. 단풍 절정을 말하는 80%가량 물들 때까지는 조금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가을 행락객을 맞이할 단풍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완전히 빨갛고 노란 옷을 입지 못했지만 나뭇잎 끝부터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알리듯 조금씩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단풍이 물들 준비를 한다는 의미다. 이번주부터 단풍 들기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가을 소풍'을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도내에는 내장산, 대둔산, 지리산 등 유명한 단풍 명소가 있지만 14개 시·군 곳곳으로 들어가 보면 이들 산에 못지 않은 '숨겨진 단풍 명소'가 많다. 올 가을에는 완주 고종시 마실길, 전주 수목원, 군산 오성산, 익산 아가페정원, 무주 적상산, 고창 문수사, 진안 구봉산으로 단풍놀이를 떠나보자.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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