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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요즘 교육계가 화들짝 놀라고 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지속되면서 학생 간 학습격차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약 80%가 학생 간 학습격차가 커졌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차이와 학부모의 학습보조 여부를 꼽았다. 결국 부모의 보호와 지원 여부에 따라 아이들의 학습수준이 영향 받는 상황이다 보니 일터에 나가야 하는 부모들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1학기 기말고사를 치른 중고교에서는 중위권이 사라지고, 초등학교에서는 기초학력저하 문제가 심각하다고 교사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실에 고성능 무선망, 실시간 쌍방향수업이 가능한 원격학습 플랫폼, 양질의 온라인학습 콘텐츠 등을 구축하겠다고 대책을 내놓았다.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멘토 교사를 파견하여 취약계층 학생을 지원해주는 에듀테크 멘토링 사업도 제시하고 있다. 수많은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성장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대면교육 방식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학습을 적정하게 병행하고 개인별 맞춤형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로나19를 극복해나가면서 학교, 교사, 학부모, 멘토 교사의 대면 접촉 기반을 늘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자치단체, 교육청, 학교, 마을이 협력하여 코로나 시대를 극복해가는 지역이 있어 소개한다. 경기도 시흥시와 시흥교육지원청은 마을과 함께 하는 학교수업과 학교로 찾아가는 마을교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과 함께하는 학교수업은 마을교육자치회 공간이나 학생의 집에서 마을교사와 함께 하는 학교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특히 비대면수업으로 인해 돌봄이 취약해진 아동은 마을교사와 학교복지사가 함께 가정을 방문해 돌봄을 하는 방식이다. 또 학교로 찾아가는 마을교사 사업은 학교교사와 마을교사가 함께 아이들의 기초학습과 온라인수업을 지원한다. 물론 시흥에서 이러한 사업이 가능해진 것은 그동안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한 몸이 되어 혁신교육지구사업을 발전시키고, 마을교육공동체를 차근차근 구축해온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삶의 현장이 교육공간으로 확장되어 지속가능한 교육생태계를 이루며 지역의 교육적 역량을 강화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사례는 학생들의 학습격차 해소를 위해 광주지역 일부 초등학교 교사들이 나서고 있는 교육활동 방식이다. 교사들은 온라인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의 가정을 방문하거나 개별적으로 학교에 등교하도록 해서 보충지도를 하는가 하면, 지역아동센터 등 지역사회와 연계한 상담활동을 지원하기도 한다. 도내에서도 이미 많은 교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의 학습 활동을 지원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끝으로 교육부에 당부한다. 도시 과밀학급의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고 법정교원수를 확보하여 오프라인수업을 늘려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실시간 쌍방향수업시스템 구축 등의 대책도 필요하지만 이것이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대책이다. 지금도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소규모학교는 매일 등교하여 대면수업을 하고 있다. 온라인 학교교육이 가정의 불안과 초조를 가중시키고 있고, 부모들은 아이들과의 관계마저 살얼음판이어서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코로나19시대, 지자체와 교육청, 교사와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슬기로운 교육 방법을 찾아내야 할 때다.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이경한 전주교육대학교 교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하여 인류는 깊은 혼돈에 빠져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 자체도 문제지만, 이 문제를 대하는 입장의 차이로 국가 간 그리고 사회집단 사이에 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괴물은 인류에게 공포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길을 묻고 있다. 우리에게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가를 묻고, 그에 대한 현명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대책을 시민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앞으로도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안이한 행태를 보인 감염자는 자신만이 아닌 타자, 더 나아가 공동체 전체에게 엄청난 고통을 줄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인류가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가질 필요가 있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경험하면서 우리 모두가 함께 연대하고 함께 존중하지 않으면 인간은 너무도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적인 코로나19 바이러스만큼이나 우리 공동체 안에 꽈리를 틀고 있는 무지와 이기심도 싸워야 할 적임을 새삼 인식하였다. 우리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도록 하는 시민교육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시민교육은 인류 공동체를 넘어서 환경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주체적인 삶을 지향하면서도 타자의 삶을 존중하도록 하는 의식이나 사고를 갖도록 한다. 시민교육은 인류가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보편적인 대안교육이 될 수 있다. 인권의 존중에서부터 세계시민정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평을 가지고 있는 시민교육은 공동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교육이다. 시민교육의 원형질은 거대한 담론이나 이념에 있지 않고 원초적인 삶의 지혜에 있다. 예를 들면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아프리카의 우분투 정신이 그 대표적인 표본이다. 이의 근본 사고는 나와 타자의 공생과 공유이다. 더 나아가 타자의 삶에 대한 공감이고, 공감의 적극적인 실천인 관용이다. 시민교육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원형질을 끌어내어 타자와 더 나아가 환경 등과 함께 잘 살아보자고 말을 건네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자연스럽게 시민교육의 영역은 지식교육을 넘어서 공동체사회, 네트워크 사회, 그리고 글로벌 시민사회를 지향하는 교육으로 확장한다. 시민교육은 미리 닥쳐온 우리교육의 미래이다. 시민교육을 통하여 익숙한 우리의 일상 속에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찾아서 그 안에 있는 차별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체험하면서 우리 안의 모순, 무지, 편견, 아집 등을 떨쳐내고, 보다 더 정의롭고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드는데 참여하도록 하는 시민교육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시민교육의 꽃은 참여에 있다. 참여는 곧 연대를 지향한다. 시민교육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이 감염된 세계에서도 서로 함께 연대하여 해결책을 찾으며, 우리가 겪는 고통 또한 넉넉하게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특히 시민교육은 미래세대가 민주시민으로서의 태도와 가치를 가지고 사회 문제에 참여하며 또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실천적 주체자로 성장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경한 전주교대 교수
이성원 TBN 전북교통방송 사장 우리 고장에서 쓰는(쓰던) 표현 중에 김치가 미쳤다는 말이 있다. 엄청 맛있다 는 뜻으로 짐작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반대다. 형편없이 맛없는 상태를 두고 미쳤다고 한다. 싱싱한 양념이 아삭아삭 씹히는 생김치도 좋고 삭은 양념이 깊이 밴 익은 김치도 맛있지만, 모든 김치는 숙성 전에 발효가 시작되면서 쓰고 떠름한 맛을 내는 시기가 있다. 화학적인 지식이 없는 옛 사람들은 당황하고 의아스러워 김치가 미쳤나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면 김치가 익기 위해 미치도록 몸부림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요즘 우리의 삶도 미쳐가는 김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항아리에 갇혀 쓰고 고통스럽다. 긴가민가 판단도 결정도 어렵다. 출연을 무조건 금지하고 전화 연결로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은 과연 잘하는 것일까,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사람 만나기 어렵고 가족 모임조차 제대로 못하는 생활은 얼마나 지속될까, 어느 선에서 타협해야 하나? 주택보급률이 100%를 훌쩍 넘는 전주의 아파트 값이 몇 억 원씩 뛴다는 데 어떻게 해야 하나? 하루하루가 지나가지만,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어찌어찌 때워냈다는 느낌만 든다. 집단적인 코로나 블루(우울증)이다. 김치가 미치는 것은 잘 된 숙성으로 가기 위한 일시적인 과정이지만, 지금 우리사회의 혼란과 불안은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을까? 좀 더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더욱 한숨이 나온다. 공공의료 인력이 부족하다고 불과 몇 년 전에 자기 손으로 보고서를 냈던 사람들이 공공의대 정책을 앞장서서 반대하는가 하면, 독재를 맹종했던 사람들은 현 정부의 기득권 깨기 정책을 독재라며 비난한다. 815 광화문 집회를 통해 온 국민에게 코로나 테러를 자행했던 세력들은 정부가 코로나 사기극으로 자유와 기독교를 탄압한다며 정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한다. 일부 보수단체는 10월 3일 개천절과 9일 한글날 등에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정부가 사후에 추적하지 못하도록 아예 휴대폰을 끄고 모인다고 한다. 지금 국민들은 매우 불안하고 폭발 직전이다. 815 집회 이전에 43명이던 전북의 확진자수가 지금은 100명에 육박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점심시간이면 사람이 밀리지 않은 음식점을 찾아다녔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조차 없게 됐다. 음식점이고 커피숍이고 아예 손님이 없다. 전주의 대표적인 뷔페식당인 라루체가 문을 닫았고, 임시휴업 중인 음식점이나 빈 상가가 즐비하다. 국민들의 코로나 레드(분노)가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보수단체들이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테러를 노골화하는 행위다. 그들의 세력은 별로여도 행위의 결과는 무시하기 어렵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데우스에서 테러리즘의 본질은 쇼라며 테러범들은 도자기 가게를 부수려는 파리와 같다. 파리는 힘이 없어서 찻잔 한 개도 움직이지 못한다. 그래서 황소를 찾아내 그 귓속에 들어가 윙윙거린다. 황소는 공포와 화를 참지 못해 도자기 가게를 부순다고 했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일부 세력이 코로나를 매개로 나라를 뒤흔들고 국민을 혼란으로 몰아가려고 한다. 신천지, 815에 이은 3차 팬데믹(대유행)이 우려된다. 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런 집회를 31운동에 비유했다는 것은 안이하고 답답하다. 야당은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좀 더 책임 있고 분명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말로만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고 할 것이 아니라 따끔하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너 미쳤니? 그것은 미친 짓이다라고. /이성원 TBN 전북교통방송 사장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OOO 제주도 다음으로 최하위」 모 신문사 박스기사 타이틀이다. 정부가 발표한 통계자료를 인용해서 작성되는 기사들 대부분을 살펴보면, 전라북도의 상황이 매우 나쁘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들 중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단어가 「제주도 다음으로」가 아닌가 싶다. 이 말이 전달하고자 하는 뜻은 전국을 대상으로 실적을 평가할 때, 전라북도가 면적이 가장 작은 제주도 다음으로 꼴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삶을 뿌리 내리고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제주도 다음이라는 말은 이제는 정말 더는 듣고 싶지 않는 말이 되었다. 이렇게 무시를 당하고, 정주 여건도 좋지 못해 겪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것은 이제는 더 더욱 싫다. 우리도 잘 살 수 있다. 발전할 수 있다. 그렇다, 앞설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근대사에서만 살펴봐도 이 지역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 혁신적인 사건들이 많았다. 최초의 민주항쟁인 동학혁명이,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피게 한 6월 항쟁이 그랬었다. 이런 역사가 말해주 듯 우리 도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저력이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다. 우리의 생각을 바꾼다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변해야만 한다. 그 무엇보다도 변화를 위해선 누구든지 먼저 스스로가 기존의 틀을 깨 부셔야 한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부서지고 낮아져 바닥을 쳐야만 할 것이다. 그래서 더는 밑으로 내려 갈 수 없는 절박한 심정이 되어야 한다. 그런 후, 바꿈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내자. 다음으로 지금의 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나의 현실, 나의 능력, 나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알고 나서, 성장에 불필요한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불필요한 것, 성장을 방해하는 것들은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냉정하다 할 정도로 과감하게 잘라내야 한다. 그렇다면 당장 큰 어려움 없이 바꿀 수 있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친절해 보자. 타 지역 사람들에게 배타적이지 말고 마음을 활짝 열어 포용하자. 음식점에 가보면 서비스 정신이 없다고들 한다. 혁신도시에 이전해 살고 있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을 만나보면 이런 점이 부족해 보인다며 많이들 아쉬워한다. 도움이 필요하면 편하게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했으면 한단다. 그들은 기쁘게 도와주고 싶어 하고, 또 돕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도 만들고 싶어 한다. 어느 분야에서 건 우리보다 앞서 있는 이들에겐 도와달라고 청하자. 질서를 더 잘 지키는 것도 기본이다. 산업시설이 부족해서 일자리를 찾아 젊은이들이 떠나고 있다. 텅 빈 지역 사회에 지금 당장 공장을 건설하여 그들을 붙잡을 수 없다면 우리 주변이라도 청결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매력적인 청정도시를 만들자. 그러면 이곳에서 제 2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싶어 다시 찾아오는 도시가 될 것이다. 지역통합, KTX 역 신설등과 같은 지역의 중요한 현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수적으로 응대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의사결정을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변화의 답은 멀리 있지만은 않다. 이런 작고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가 싶다. 사소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작고 기본적인 변화를 시작으로 더 큰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부나 정치권이 바뀌면 더 확실하고 더 빠른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들만을 탓하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그러니 우리가 먼저 변화하자. 혁신해서, 우리도 앞서가는 도가 되어 보자.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다. 2018년, 남북 정상이 만나 새로운 평화시대를 열어가던 남북관계가 다시 교착된 시국이어서 평화통일을 향한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주로 도내 교사들로 구성되어 필자도 함께 활동하고 있는 (사)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에서는 6.15남북공동선언 정신을 계승하고 청소년들의 평화통일정신을 고취하기 위하여 지난 2001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전북청소년통일한마당을 개최해왔다. 올해로 20회를 맞이하는 전북청소년통일한마당 행사에서는 청소년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생각하고 실천하는 평화통일교육을 위하여 통일 글쓰기그리기대회, 통일골든벨대회, 통일노래가사바꿔부르기대회, 통일길거리농구대회, 평화통일기행, 북녘어린이콩우유보내기 운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통일노래가사바꿔부르기대회에는 통일동아리나 학급 학생 전원이 참가하여 축제의 자리가 되었고, 온 가족이 함께 참가한 글쓰기와 그리기 대회장에는 2천여 명이 모여 평화통일의 열기가 넘쳐났었다. 2005년부터는 북녘어린이콩우유보내기 운동에 참여하며 직접 북녘의 탁아소 현장을 방문하고 남북교류의 중요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지난 20년 동안 교사들은 학생들과 함께 온몸으로 평화와 통일교육을 실천해온 소중한 경험을 축적했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통일교육의 방향과 접근 방식에서 어려움을 느껴온 것이 현실이다. 이제 교육부에서도 화해, 평화, 공존을 지향하는 패러다임적 전환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담아 2018년부터는 통일안보교육에서 평화통일교육으로 명칭을 바꾸고 평화시대를 여는 통일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20년 실천운동을 토대로 새로운 20년을 향한 평화통일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평화통일교육의 성공은 교사의 역량에 달려있다. 평화통일교육은 특정 과목과 계기교육으로 실시하는 가치주입식, 일회성 행사 교육으로는 효과가 작을 수밖에 없다. 교사들이 평화통일 의지와 실천역량을 가지고 일상적인 교수-학습과 창의적 체험활동을 지역사회 속에서 실천할 때 아이들의 평화통일 의식은 성장할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당국은 교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평화통일교육 정책을 마련하고 아울러 예비교사인 교대와 사범대생들의 평화통일교육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또한 평화통일 교육과정은 평화교육, 민주시민교육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분단체제 7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미 아이들은 통일을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화해와 연대의 평화 정신,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공감의 민주시민정신이 결합된 관점으로 통일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45년 만에 통일을 이룬 독일이 학교 교육과정으로 실시한 보이텔스바흐 협약에 의한 민주시민교육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평화통일교육은 지역사회 속에서 체험 중심, 활동 중심으로 이루어져 아이들의 일상적인 삶 속에 녹아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주민과 아이들은 학교와 지역사회, 시민단체 어디에서나 평화통일교육의 체험활동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내에 평화와 통일교육을 위한 다양한 현장체험학습처 발굴, 체험형 통일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꽉 막혔지만 늘 그랬듯이 평화통일시대를 꿈꾸는 작은 날개 짓이 통일 세상을 앞당길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20년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자.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이경한 전주교육대학교 교수 기초학력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적인 학습능력이다. 기초학력의 개념 정의에는 다소 논쟁이 있을 수 있으나, 기초학력의 소중함 자체를 경시할 수는 없다. 최소한의 기초학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을 애써 모른 채 하거나 언어의 유희로 방기하는 것은 교육기관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직무유기이다. 기초학력이 없이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인간적인 삶을 제대로 살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기초학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생이 사회구성원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학습능력인 기초학력에는 읽고 쓰기의 문해력과 셈하기의 수리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전국의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수행하면서 기초학력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그 결과, 생각보다 기초학력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매우 많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전북은 기초학력의 미달 비율이 타지역에 비해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면서 기초학력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음도 사실이다. 문해력은 미래사회의 학생들이 다루는 문자, 그림, 동영상 등의 다양한 매체로 표현된 텍스트의 이해 능력으로, 수리력은 사칙연산을 넘어서 자료의 이해와 디지털 기기의 활용 능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학습자가 자신을 존중하고, 더불어 타인과의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기 인식 및 관계 능력까지도 기초학력으로 요청되고 있다. 하지만 그 개념 정의를 어떻게 하더라도,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기초학력인 읽고 쓰고 말하고 셈하기의 위치와 중요성은 흔들림이 없다. 그러기에 기초학력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학습 능력이다. 기초적인 이해와 쓰기 능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다양한 매체로 표현된 글과 말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또한 사칙연산, 도형과 측정의 능력 없이 데이터로부터 얻은 정보의 해석과 활용 능력을 기대하기란 난망한 일이다. 아무리 초연결 사회, 초지능 등으로 지칭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일지라도, 기초학력으로서 문해력과 수리력은 모든 학습자가 학습능력을 갖추는데 있어서 필요조건에 해당한다. 이런 능력들을 갖추지 않고서는 미래사회에서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기초학력은 실존적인 문제인데, 전북교육청은 참학력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사용하여 (기초)학력을 추상화시키고, 더 나아가 거대 담론으로 만들고 있다. 너무도 간단한 (기초)학력을 교육철학의 이념과 교육목적을 두고서 논쟁을 펼치는 대상으로 만들고 말았다. 추상화된 기초학력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읽고 쓰고 셈하기의 기초학력으로부터 학생들을 포함한 학부모와 지역주민을 이반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제 기초학력이라는 실존적인 문제를 애써 외면하지 말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에게 관심을 더 쏟을 필요가 있다. 기초학력보장법의 제정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교육당국을 포함한 우리 사회 모두가 학생들이 기초학력을 다질 수 있도록 함께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특히 기초학력을 다지는 데는 초등학교 4학년 시기가 중요하니 그 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교육의 주체들은 기초학력을 증진시키는 데 있어서 그 출발은 읽기에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경한 전주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이성원 TBN 전북교통방송 사장 이번 주말부터 광복절 사흘 연휴가 이어진다. 토요일과 겹쳐서 사라진 광복절(15일) 휴일을 대신 쉴 수 있도록 청와대가 17일 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휴식을 주고 관광 활성화를 통해 경제살리기도 꾀하겠다는 취지다. 지루하게 길었던 장마도 이번 주에는 끝난다고 하니 모처럼 맞는 황금연휴의 의미와 기대가 크다. 그런데 사흘 연휴에는 난데없는 사흘 사태가 있었다.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 연휴를 맞게 됐다는 기사가 나가자마자 사흘이라는 단어가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언론사 기사댓글 공간과 인터넷 게시판 등을 도배하다시피 했고,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실시간 검색어 1순위에 올랐다. 사흘이라는 말이 낯설기 때문이었겠지만, 표현의 수위는 걱정스런 정도였다. 15일부터 17일이면 3일인데, 왜 기사가 죄다 4일이래 15일부터 17일이 사흘이냐? 나라 잘 돌아간다~ 3일간의 연휴를 4일간의 연휴처럼 들리게 하느라 쓰레기 같은 기자들이 사흘간의 연휴라고 표현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댓글들에는 비난과 조롱이 양념처럼 섞여 있다. 급기야 일부 언론사는 사흘은 4일이 아닌 3일을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라고 안내하는 후속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언론도 원인(遠因)의 하나를 제공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 1도(하나도)가 어느덧 방송자막에서도 공공연하게 쓰이는 공용어가 됐고(하루 대신에 1루가 조만간 방송 자막에 등장할지도 모른다), 일부 언론에서는 개봉 4흘만에 누적 관객수~ 국내 이용자는 4흘만에 무려~ 4흘만에 해임 등 사흘을 4흘로 잘못 써온 이력이 적지 않다. 사흘이 아니라 3흘이라는 어느 댓글러의 주장은 오히려 애교스럽기조차 하다. 사흘의 뜻을 모르는 자체가 크게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언론은 제외하고) 자신의 잘못 가능성에 대해 아예 문을 닫아걸고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손쉬운 검색조차 끝내 외면하고, 자신의 목소리만 당당하게 내세우는 youniverse(you+universe)들. 이들의 태도에는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이고, 자신이 대세라고 믿는 과도한 자신감이 폭넓게 깔려 있다. 그러다보니 검색을 통해 사흘의 뜻을 알고 난 뒤에도 사흘이 3일이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헷갈려 죽겠다. 사흘(을) 4일로 바꾸거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영어 one과 first는 똑 부러지게 구분하면서 일, 이, 삼, 사와 하나, 둘, 셋, 넷의 차이는 몰라도 되고, 사흘=3일이라는 것은 굳이 알 필요 없다는 확신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소통이 단절된 우리 사회 민낯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내뱉는 말의 무게와 책임을 생각하기 보다는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사람들, 뻔뻔하게 악다구니 쓰고 헐뜯고 공격해야만 박수 받는 사회, 이런 세상에서 사실(fact)과 객관은 뒷전으로 밀린 채 주장과 외침만이 넘친다. 가짜 뉴스일수록 인기가 높고 힘이 세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행인을 유인해서 자신의 침대에 눕혀놓고 침대 길이에 맞춰 큰 사람은 사지를 잘라내고 작은 사람은 늘여서 죽인 노상강도다. 그래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자신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려고 하는 횡포나 독단을 뜻한다. 그러나 프로크루스테스 자신도 결국은 테세우스에 의해 그 침대에 묶인 채 머리와 다리가 잘려 죽었다. 지나친 자기중심주의는 타인은 물론 자신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모처럼 맞는 황금같은 사흘 연휴이다. 사회적 거리를 지키는 건강한 휴가 속에서 마음과 정신도 차분하게 정리해보면 어떨까? /이성원 TBN 전북교통방송 사장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 봄이 오고 하늘 빛나고 꽃이 피고 바람 살랑이면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우리 힘껏 웃어요. 잊지는 않았잖아요. 간절히 기다리잖아요. 서로 믿고 함께 나누고 마주보며 같이 노래를 하던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거예요. 우리 힘껏 웃어요.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거예요. 우리 힘껏 웃어요. (이적의 당연한 것들 노랫말) 이 노래는 코로나19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격려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보자고 부른 이적의 노래다. 가수 이적처럼 세계 많은 아티스트들이 음악으로 춤으로 또는 그림 등으로 희망을 갖고 어려움을 극복해 보자고 응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응원들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코로나 19가 우리들 모두에게 견디기 힘든 참 많은 어려움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수십만 사망자 발생도 그 중 하나다. 부모 형제는 물론 매일매일 얼굴 맞대고 인사 나누던 가까운 이웃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을 보내는 마지막 배웅 길마저도 함께하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꾸역꾸역 울음만을 삼켜야 하는 슬픈 광경도 목격했다. 이들 죽음에는 병원에서 제대로 진료도 받지 못하고 죽은 20대 일본 스모 선수도 있다. 중국 후베이 성 우한에서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처음 세상에 알렸다는 이유로 공안에 끌려가 처벌을 받았던 우한 종합병원 의사 리원량(34세)도 있다. 그는 병원에서 환자진료를 계속하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판정을 받고 투병 중 결국 사망했다. 더 가슴 아픈 것은 그의 부인이 우한의 한 병원에서 둘째 아들을 출산하던 중에 남편 사망소식을 들어야만 했다는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 역시 매우 심각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물론 국가 간 이동 제한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으로 많은 실업자가 발생했다. 격리기간이 장기화 되자 배고픔이 코로나보다 더 견디기 어렵다는 원망의 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몇몇 수녀원들이 엄격한 봉쇄와 치솟는 물가로 끼니를 못 잇는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의 확산이 가난한 사람에게 더 혹독한 시련이 되었다. 이런 어려움들이 시간이 지나도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극복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노력이 멈추지 않는다면 희망은 있다. 극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호복 옷을 땀으로 흠뻑 젖어가며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생명의 위협도 무릅쓰고 의료현장을 누비는 의료진과 방역 관련자들의 헌신도 있다. 경제적 지원은 물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재능기부도 줄을 잇고 있다. 그렇다.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했던 그런 날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희망을 가지고 우리 힘껏 웃어보자, 비록 현실은 어렵더라도 스스로를 격려하고 이웃들에게 웃음을 전하며 응원하자.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극복되어야만 한다.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녹음이 무성한 여름이면 걷고 싶은 길이 있다. 더구나 올해처럼 힘들고 답답한 시절엔 자녀와 함께 호젓한 이 길을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바로 완주 소양면 신촌리에서 진안 부귀면 세동리로 넘어가는 곰티재 옛길과 내장사 금선계곡 용굴로 가는 조선왕조 실록길이다. 두 길은 1592년, 그해 여름에 있었던 전라도민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길이다. 곰티재 옛길은 일제 강점기인 1910년대 건설된 신작로로 1970년대 모래재 구간이 건설되기 전까지 전주에서 진안으로 넘어가던 주요 교통로였다. 427m인 곰티재를 오르는 옛길은 고개를 굽이굽이 돌아서 걷는 거리가 5.2Km가 되니 경사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7월의 곰티재 옛길을 도란도란 얘기하며 걷노라면 길가에 핀 하늘나리, 산딸기, 쐐기풀이 미소 짓고 만덕산 울창한 숲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그러나 고갯길 중간까지 높이 100m가 넘는 익산~포항 간 고속도로가 지나며 시야를 막는 것은 옥에 티다. 고개 마루에 도착하면 진안 부귀면의 경계가 보이고 조금 더 오르면 웅치전적비가 있다. 임진왜란 3대 대첩에 버금가는 웅치전투는 1592년 음력 7월 8일에 곰티재 일대에서 벌어졌던 전투이다. 우리 관군과 의병은 웅치전투에서 수천 명이 전사하며 패했으나, 이튿날 다시 지금의 소양과 금상동, 신정동 일대에서 벌어진 안덕원 전투에서 승리해 곡창지대이자 전라감영이 있는 전주성을 지켜냈다. 당시 왜군은 조선군의 용맹함에 감탄해 조선군의 시체를 묻고 조선의 충성스럽고 의로운 행위에 조의를 표한다는 뜻의 조조선국충간의담(弔朝鮮國忠肝義膽)이라는 푯말을 세웠다고 한다. 늦었지만 최근 당시 조선군 무덤 터 등 웅치전적지를 발굴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또 하나의 길은 여름철 짙푸른 내장산 숲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조선왕조 실록길이다. 실록길은 내장사에서 금선계곡을 따라 약 1.5Km 정도 완만한 길을 걷다가 마지막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깍아지른 절벽에 있는 목적지인 용굴이 나온다. 용굴은 길이 8m, 높이는 2~2.5m로 제법 크다. 실록길은 조금만 걸어도 산 안에 숨겨진 것이 많다는 내장산 이름처럼 숲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 느낌이 든다. 1592년 음력 6월, 왜군이 전주로 침략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기전 참봉 오희길은 태인의 선비 손홍록을 찾아가 전주사고에 보관되어 있던 조선왕조실록과 경기전에 있는 태조어진을 옮기는데 도와줄 것을 간청했다고 한다. 유생 손홍록은 학문을 같이 했던 안의와 함께 수십 명의 사람과 말을 끌고 전주로 달려가 실록과 어진을 싣고 일주일 넘게 걸려 내장산 깊숙한 곳 용굴암까지 옮긴다. 이후 실록을 조정에 인계할 때까지 13개월여에 걸쳐 실록을 지킨 이는 안의, 손홍록과 더불어 자발적으로 나선 이름 없는 민초들이었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으로 춘추관, 성주, 충주사고에 보관되어 있던 실록은 불타버렸지만 전라도 선비와 민중이 지켜낸 전주사고의 조선왕조실록만 유일하게 남아서 역사를 전하고 국보와 세계기록문화유산이 되었으니 전북도민으로서 자랑스러운 일이다. 곰티재 옛길과 조선왕조 실록길! 그해 여름, 왜군들의 침략에 맞서서 치열하게 싸웠던 전라도민의 피땀 어린 길이다. 2020년 여름, 전라도 정신이 오롯이 녹아있는 두 길을 걷다보면 힘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영 대표는 (사)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전북농촌지역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경한 전주교육대학교 교수 우리 사회는 갑자기 닥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하여 혼란을 겪고 있다. 교육에서도 미래의 교육인 비대면 교육을 준비되지 않은 채로 맞이하여 경험하고 있고, 어느덧 온라인 비대면 교육이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하고 있다.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의 교육 주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져온 상황에 허둥지둥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적응을 해나가고 있다.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 콘텐츠를 개발하여 쌍방향 수업을 하고, 학생들은 부정기적인 등교로 생활의 리듬을 잃으면서도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넘나들며 적응하고 있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생활지도, 가정에서의 교육, 온라인 수업 지도 등을 낯설어하며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져온 우리 교육의 새로운 일상은 역기능과 순기능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생각보다 먼저 찾아온 미래교육인 비대면 온라인교육은 교사들에게는 수업 콘텐츠의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개발자이자 적극적인 활용자로서의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우리교육이 교실 공간을 벗어나 모든 곳을 수업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험시켜주고 있다.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 공간에서 자신의 주도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학교 출석과 함께 가정에서 자녀의 공부를 지도하면서 홈스쿨링의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우리 교육주체들은 도둑같이 다가온 미래교육을 교육개혁의 견인차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온라인교육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교육위기를 주고 있다. 먼저, 교육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교육에 대한 대처와 적응에서의 엄청난 차이에 따른 교육의 양극화를 보여주고 있다. 비대면 교육은 경제적, 사회적 취약 계층의 학생, 학습 결핍이 누적된 학생, 이중 언어 환경의 학생 등에서 학력의 결핍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높은 사회 경제적 계층은 홈스쿨링이라는 미명 하에 사교육을 확대시켜 자녀들의 학력 신장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학습 환경의 차이, 즉 디지털 격차로 인한 교육의 양극화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온라인 학습을 위한 하드웨어 차이는 물론이고, 온라인 학습에의 경험 정도, 학부모의 자녀 돌봄 정도, 자녀의 학습 습관 등에 따라서 학생들의 학력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 교육은 새로운 일상이자 낯선 실험을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정상적 교육을 정상적 교육으로 전환하여 우리의 새로운 일상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교육청, 학교 등의 교육기관은 온라인교육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서 비대면 교육을 대비해야 한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수많은 수업 콘텐츠를 개발하여 어떤 수업공간에서도 학습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양한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수준에 따른 맞춤형 수업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비대면 교육과 대면 교육의 장점을 살린혼합형 학습(blended learning)을 실행하여 교과 특성에 맞는 수업, 맞춤형 수준별 학습 등을 실현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다가온 미래교육에 대처하기 위해서 디지털 온라인 콘텐츠 개발 및 수업, 디지털 교육환경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교육청은 이를 교육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이경한 교수는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와 교육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성원 TBN 전북교통방송 사장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이 난리다. 보안검색 노동자 1902명을 직접 고용하는 일을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미통당이 TF까지 구성하고 나섰으니 당분간 갈 것 같다. TBN 전북교통방송에서도 작년에 보안관리와 환경관리를 맡는 다섯 분이 정규직이 되셨다. 윤종기 이사장의 결단에 따라 도로교통공단 소속 모든 기관에서 동시에 전환됐다. 기존 정규직 직원들의 반대가 있었냐고? 아니다. 오히려 반기고 축하해줬다. 정규직은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된다는 뜻이지, 일반직과 동의어가 아니다. 매번 고용계약을 새롭게 고쳐 써야 하는 불안하고 불편한 절차만 사라졌을 뿐, 그동안 해오던 업무는 변함없다. 임금체계도 거의 그대로이다. 나중에라도 PD가 되거나 일반 행정직이 될 가능성은 없다. 시설관리와 교통정보수집 쪽도 이전에 정규직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 물론 공공기관(공사, 공단)이라고 해서 모두가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저마다의 특성이 있고 처해있는 상황도 다를 것이다. 기존 정규직의 복지 축소라든지 새로운 노-노 갈등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노조의 반발은 어느 정도 이해도 된다. 그런데 전면에 내세워진 것은 노조보다는 취준생이었다. 자칭 검색요원이 커뮤니티에 올린(올렸다는?) 글이 불쏘시개가 됐다. 알바로 들어와서 190만원을 벌다가 정규직이 돼서 연봉 5000만원을 받게 됐다는 이 사람은 서울대, 연대, 고대 나와서 뭐하냐, 니들 5년 이상 버릴 때 나는 돈 벌면서 정규직이 됐다고 조롱했다.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취준생에 대한 역차별 로또취업 벼락 신분상승 등의 언어로 양념을 치며 청년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그러나 어쩌랴,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보안검색 업무는 2개월간 20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은 뒤 국토교통부의 인증평가를 통과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르바이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취준생들이 꿈꾸는 직장은 더 더욱 아니다. 꼭두새벽으로 오밤중으로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면서 평균 연봉 3500만 원 정도(초봉이 아니다) 받는 직장을 얻기 위해 만점에 가까운 토익점수를 받고 허벅지를 찔러가며 밤새 공부하는 취준생이 많지 않을 것이다. 취준생의 밥그릇 빼앗기가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시비는 채용과정의 공정성으로 옮겨붙었다. 야당은 로또취업방지 법안을 발의하고, 인국공 공정채용 TF까지 만들었다. 과정만 공정하다면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언론과 정치권 안팎의 논란은 공정한 채용 보다는 채용 반대쪽으로 쏠리는 듯하다. 공개경쟁시험을 치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갖 어려움 속에서 십 수 년 동안 묵묵히 일해 온 사람들을 내쫒고 새로 충원하는 것이 공정하고 가능한 일일까? 언론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여러 반대의견을 소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취재원은 신원확인도 어려운 온라인상의 존재들이다. 과장되거나 엉뚱한 주장도 적지 않다. 사실 공정성은 언론의 생명이다. 방송법과 신문윤리강령에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가 명시돼 있다. 언론에서의 공정성은 대체로 객관성, 사실성, 불편부당성, 균형성, 중립성 등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국공 보도는 과연 이런 부분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오히려 언론 스스로가 기울어진 심판이 되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판을 벌이는 것은 아닌가. 이를 즐기는 것은 일부 정치권이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사회는 불안하고 혼란스러워 진다. 끔찍한 재앙으로 치닫기 전에 차별과 차이를 하나씩이라도 줄여나가야 한다. 절차적 공정성을 지나치게 따지는 것은 발목잡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 이성원 사장은 전북일보 논설위원, 리더스아카데미 사업단 단장 등을 지냈다.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살았던 별에는 바오밥나무가 있다. 왕자는 매일 그 나무를 치워야 했다. 치우지 않으면 어느새 금방 커져서 그의 별을 망가뜨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부지런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그 별에는 바오밥나무 말고도 어린 왕자가 씨앗시절부터 소중히 길러냈던 장미꽃 한 송이도 있었다. 그런데 너무 애지중지 키운 탓인지 장미는 늘 투정이 많고 어린왕자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오냐오냐 하며 장미의 말을 들어주던 어린왕자는 결국 장미에게 화가 났고 장미의 오만함과 강한 자존심을 고치기 위해 자신의 별을 떠나,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까지 오게 된다. 어린왕자는 곧장 사하라 사막으로 간건 아니었다. 어린왕자가 지구에 이르기까지 여섯 개의 별을 거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별에서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 어린왕자는 여섯 번째 별마저 포기하게 된다. 여섯 번째 별에서 우연히 만난 지리학자로부터 지구라는 별을 소개 받게 되고, 그렇게 하여 도착하게 된 지구에서 어린왕자는 뱀과 장미꽃도 만났다. 지구에서 이것저것 놀랄 일을 많이 겪으며 상심에 빠져버린 어린왕자는 이번에는 여우도 만나고. 또 비행사와 친구가 되기도 한다. 여행한지 1년째 되는 날 어린왕자는 지구에서 장미꽃을 본고난 후 별에 두고 온 장미꽃의 소중함을 깨닫고 비행사에게 돌아간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어린왕자는 떠나오기 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장미꽃의 소중함을 뒤늦게야 깨닫고 살았었던 별로 되돌아갔던 것처럼,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아무런 느낌 없이 지내던 사소한 일상들이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매우 소중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가끔 만나 식사를 함께한 후 찻집에 죽치고 앉아 여자들에게 뒤질세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마저 무시한 채 수다를 떨었던 시간들도 지금 생각해보면 참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너무 반가워 얼굴가득 함박웃음 머금고 덥석 맞잡은 손으로부터 전해오는 따뜻한 온기도 그립다. 늦은 휴일 아침 아내 손잡고 어슬렁거리며 걷다가 사먹던 재래시장 가판대 음식도 생각난다. 마트 시식코너에서 집어 먹던 맛 배기 공짜 음식의 짜릿함도 잊을 수 없다. 학교도서관 서가들 사이를 오가며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던 마음의 여유. 스치기만 해도 튕겨져 오를듯한 싱싱한 젊은이들의 어깨를 부딪치며 걷던 캠퍼스의 시끌벅적한 소란함. 오랜 망설임 끝에 큰 맘 먹고 구입한 뮤지컬 티켓을 손에 쥐고, 옷장 깊숙이 넣어둔 정장을 꺼내 먼지를 털던 때 손가락으로 전달되어 오던 가벼운 전율. 최근 크게 흥행하고 있는 영화 티켓을 구입하려고 늘어선 긴 대기 줄에서 먹던 심심풀이 팝콘의 유혹. 종일 대문 밖을 서성이며 온몸을 다해 기다리다 지칠 무렵, 밭일 끝내고 돌아오는 어머니를 보고 느꼈던 안도감처럼, 모처럼 적금만기일 맞춰 떠난 해외 단체여행의 무리에서 떨어져 해매다 가이드의 깃발을 본 순간 느꼈던 안도감. 아침 한바탕 혼이 빠지도록 시끌벅적 떠들어대던 말괄량이 손녀들을 노란색 버스에 가까스로 태워 준 후 아내와 마주 앉아 달콤한 양촌리 커피를 마시면서 느낀 평온함. 물론 귀하게 생각되어지는 사소한 일상들이 각자 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이런저런 평범했던 일상들이 매우 소중했음을 깨달았다.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이영희 전북지방병무청장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는 말이 있다. 백성의 마음이 곧 하늘의 마음이라는 것은 민심을 얻지 않고서는 나라의 모든 것이 바로 설 수 없다는 말이다. 예부터 민심의 중요성은 강조되어 왔다. 맹자(孟子)는 하나라의 걸왕과 온나라의 주왕이 천하를 잃은 것은 그 백성을 잃었기 때문이며, 그 백성을 잃은 것은 그들의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다라고 하며 백성을 얻으려면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올해 UN 산하 기구가 발표한 2020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세계 153개국 중 작년보다 일곱 단계 떨어진 6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행복지수는 1인당 국내 총생산과 사회적 지원, 사회적 자유, 부정부패 등 6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산출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1인당 국내 총생산 규모가 27위, 사회적 지원이 99위인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 발전이 국민이 체감하는 행복과는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사회적 지원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보다 행복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복지 불평등이 적은 사회가 더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해를 혁신적 포용국가 원년으로 선언하고 양적 성장을 넘어 성장의 혜택을 우리 모두 같이 누리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며, 각종 정책 추진에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을 전제하고 있다. 이에 맞추어 공무원들은 국민의 입장에서 공공서비스를 혁신하고 국민이 삶과 밀접한 공공서비스에서 소외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취약계층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고, 제도 및 정책 서비스를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개선해야 하는 이유이다. 병무청에서도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병역의무부과 통지서를 받아볼 수 있는 모바일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체적경제적으로 취약한 병역의무자의 병역이행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병무청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희망나눔 병역 프로젝트는 경제적신체적 약자의 병역이행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하여는 모집병 지원 시 가산점 부여 및 사회복무요원 겸직 허가 등을 통해 이들의 안정적인 병역이행을 지원한다. 시력이나 체중으로 보충역 또는 면제 판정을 받은 신체적 약자에 대해서는 이들이 현역병 또는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원할 경우 민간 병원, 체중조절기관 등과 협업을 통해 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으로 전북에서도 사회복무요원소집대상 3명이 질병 치료 후 병역처분 변경되어 현역병으로 복무 중에 있다. 이 외에도 우리청에서는 2016년부터 지역 병원과 협업으로 병역판정검사대상자 중 생계가 곤란하여 질병치료를 중단한 20여명에게 무료 치료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탄탄한 사회 안전망과 국민에 대한 국가적 지원체계가 우수한 핀란드가 2018년도부터 3년간 국민행복 지수 세계 1위라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촘촘하게 짜여진 공공서비스가 국민들 삶의 축을 지지하고 개개인의 필요를 채움으로써 삶의 질적 향상은 물론 국민들의 마음까지 풍성하게 한 성과일 것이다. 우리 사회도 공공서비스 개념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때다. 국민들의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는 국민들을 단순히 수혜적 대상만으로 바라보지 말고 국민이 요구하기 전에 그들의 입장에서 지금 필요한 공공서비스가 무엇인지 잘 살펴서 개개인에게 맞춤형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갑자기 마주한 낯선 바이러스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국민의 마음을 여는 열쇠는 바로 따뜻한 관심과 공감, 배려를 품은 마음일 것이다. 국민들이 지금의 힘든 시기를 잘 견딜 수 있도록, 평범하지만 행복한 일상이 이어질 수 있도록 국민들의 필요를 살피고 마음 가득 행복을 채울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게 병무행정의 배려가 미칠 수 있도록 국민의 요구에 마음과 귀를 열고 국민 편익을 최우선하는 병무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적극 실천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영희 전북지방병무청장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 센터장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바위에 앉아 무릎 위 노트북으로 도쿄본사와 화상회의를 하는 프로그래머의 영상이 2011년 NHK에 소개되면서 가미야마라는 작은마을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도쿄에서 600km나 떨어진 인구 약5300명의 시골마을에 2008년부터 8년간 웹디자이너, 컴퓨터 그래픽 엔지니어, 예술가, 요리사 등 창의적 직업의 청년들을 중심으로 91세대 161명이 넘게 이주했다. 해발 1000미터에 위치한 산간 마을에 어떻게 IT관련 혁신기업이 16개 넘게 이주한 것일까. 변화는 가미야마출생의 오오미나미씨가 도쿄를 거쳐 미국 스탠퍼드대학 대학원 유학을 마치고 건설업인 가업을 잇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면서부터 시작됐다. 1990년 오오미나미씨는 1927년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우호친선을 위해 가미야마초등학교에 보낸 인형에 대한 답례로 인형귀향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가미아먀 국제교류협회를 만들게 된다. 1993년엔 도쿠시마현에서 외국어를 가르칠 외국인 청년 지도교사 연수프로그램을 유치했다. 1999년엔 예술가들이 일정기간 마을에 머무르면서 작품활동을 하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유명한 예술가가 아닌 마을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예술가를 원했다. 처음 4명이던 예술가는 2015년 163명까지 늘어났다. 15년 이상 외국교사와 예술가들이 머물었던 홈스테이가 수백가구에 이르면서 가미야마는 자연스럽게 개방적으로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지역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러한 성공적 경험을 바탕으로 2004년 오오미나미씨는 동료들과 함께 마을의 변화를 도모하는 그린밸리라는 NPO를 만들게 된다. 2008년 그린밸리는 가미야마로 이주할 청년을 모집하는 이주지원사업을 시작한다. 이들은 그동안 마을이 청년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다는식의 홍보가 아닌 우리마을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지를 중심으로 청년을 역지명하는 역발상을 시도했다. 일감을 가진 사람, 청년 이주를 우선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마을에 일이 없으니 창업이 가능한 사람을 이주시키자는 취지였다.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그린밸리가 운영하는 가미야마 주쿠에 참여해야 한다. 현재 6개월간의 가미야마 주쿠에 참여한 청년 중 40%가 지역에 남아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2010년 가미야마 1호 IT벤처기업의 위성사무실 유치다. 도쿄에 본사가 있는 클라우드기반 명함관리업체인 이 기업은 위성사무실을 둘 곳을 찾고 있었다.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가미야마에 온 사장은 다양성과 개방성을 추구하는 마을에 끌리게 된다. 마침 도시의 삶에 지친 유능한 엔지니어 한명이 퇴사를 원하고 있어 그에게 가미야마 랩상주직원으로 추천하게 된다. 그는 현재 자전거로 출근하고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매일아침 아이들과 산책을 하면서 실시간 영상으로 업무를 본다. 이제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업무방식을 추구하는 원격업무가 가능한 IT관련 기업과 직원들이 가미야마에 위성사무실을 두기를 원하고 있다. 시골의 작은마을 가미야마가 누구나 꿈꾸는 일과 삶의 균형이 실현되는 곳을 만들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가미야마는 지역의 생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푸드허브 프로젝트, 지역임업과 건설업이 함께하는 공동주택프로젝트, 지역의 리더를 키우는 농업학교 등 지역문제해결에 창의적인 인재를 결합시키고 있다. 지역에 있지만 세계를 향하고 지역의 작은 것들을 연결해 혁신을 만드는 최첨단 과소화 마을을 전북에도 만들어 보자.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장
김현숙 새만금개발청장 새만금에 드디어 박물관이 들어선다. 많은 기대 속에서 오는 7월, 새만금 방조제 초입지에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 착공이 시작된다. 박물관은 새만금개발청에서 짓는 첫 건축물로, 새만금과 간척의 역사, 기술, 가치를 재조명하는 기회의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우리 청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의미가 크다. 새만금개발청은 박물관의 필요성과 정체성에 대해 계획 초기부터 꾸준히 고민해왔다. 어떤 식으로 박물관을 만드느냐에 따라 박물관이 단순한 유물 전시공간으로 끝나지 않고, 새만금에 문화의 힘을 불어넣는 전초기지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정신적물질적 발전 상태를 의미한다. 박물관은 문화의 집성체다. 하나의 박물관에는 역사, 이야기, 생활 등 수많은 문화가 담겨 있다. 따라서 새만금박물관은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전시해 새만금의 문화를 보여주는 장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중략)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는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문화에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힘이 있다며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는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며, 서로간의 소통을 도와준다. 새만금박물관에 기대하는 역할도 비슷하다. 찾아온 관람객들이 박물관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새만금과 간척의 역사와 의미를 이해하고, 문을 나서면서 새만금과의 소통이 만족스러워 행복함을 느낀다면 박물관은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박물관 건립이 국가가 주도하는 인프라 구축사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이 되어 함께 만들어나가는 공통의 관심사가 되기를 바란다. 문화로 행복을 전달해주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착공 이후에도 전문가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꾸준히 청취하고 소중한 자료의 의미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현재 새만금개발청은 자료 기증기탁 운동, 박물관 자료수집 공모전 등을 추진준비하고 있다. 오래되고 값비싼 물건들만 박물관의 전시품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새만금사업에 참여했던 작업자의 낡은 장비, 당시 생생한 간척 시공 현장을 알 수 있는 서류, 간단한 메모 한 장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새만금 간척의 기억이 된다. 새만금개발청은 국민들이 건네준 소중한 자료들에 이야기를 부여해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그 가치와 의미를 느끼며, 기증자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느덧 새만금사업이 시작된 지도 30년이 흘렀다. 올해는 방조제 개통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쉴 새 없이 달려온 새만금개발에 박물관이라는 문화의 힘을 더하여 더욱 매력적인 새만금을 만들고, 새만금의 힘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미래를 그려본다. /김현숙 새만금개발청장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필자의 고향은 장류와 장수의 고장, 순창 하고도 쌍치다. 쌍치중학교가 1970년이 되어서야 개교했으므로 필자는 중학교 진학을 위해 순창읍내로 유학해야만 했다.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도 경음과 격음이 동시에 들어 있는 고향을 밝히는 것이 죽도록 창피했었다. 그렇지 않아도 동급생들에 비해 몸집도 작고 갑작스러운 도회지 생활에 잔뜩 주눅 들어있던 필자는 이름 대신 집요하게 쌍치쌍치라고 불러대는 친구들이 섭섭하고 또 분해서 외톨이로 지내며 공부에만 몰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시작된 유학생활은 대학원까지 죽 이어지게 된다. 고교시절엔 힘들어진 집안사정 때문에 수업료를 못 내 출석정지를 당하곤 했었다. 종국에는 감사하게도 선생님들께서 몰래 내주셨는데 사춘기 소년으로서 엄청 창피한 일이었다. 대학입학 이후로는 부모님으로부터 단 한 푼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7남매의 중간인 내 밑으로도 학업 중이던 동생이 셋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에 입학한 것은 1973년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중화학공업을 필두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많은 기술인이 필요했으므로, 요즘처럼 취업용 스펙을 갖추기 위해 애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2학년을 마칠 때 쯤 무위도식하던 대학생활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그 돌파구로 군(軍)에 지원하였다. 그 때만 해도 북한공비가 출몰하던 고향에는 비상사태에 지역주민을 신속히 무장하여 대응하는 데 필요한 무기를 보관하는 소위 분산무기고가 세 군데나 설치되어 있었고, 필자는 3학년 여름 운 좋게도 이 무기고 경비병으로 차출되어 고향에서 편히 국방의무를 마칠 수 있었다. 고향에서의 군생활은 내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여느 농촌처럼 필자의 고향에서도 길을 내거나 우물을 파는 마을공동의 일은 울력을 통해 수행하였고, 농사일은 품앗이를 통해 해결했으므로 모든 걸 서로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이었다. 시골사람들이 도시인에 비해 의리를 중시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높은 것은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골의 정서에 길들여진 탓이리라 믿는다. 그렇게 서로 도우며 오순도순 살던 고향사람들이 그해 닥친 30년만의 가뭄 속에 모내기 논물을 두고 심하게 싸우는 일을 목도하며, 극한상황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나약함에 마음 아팠고, 가난에 허덕이는 부모님이나 고향사람들을 돕기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고 작심하게 되었다. 농촌의 희로애락을 담은 시작(詩作)을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세상 물정에 어두웠던 필자는 유학만 다녀오면 돈벼락을 맞는 줄 알았다. 그래서 복학 후 용맹정진한 끝에 4학년 재학 중 국비유학생에 선발되었고, 이 덕분에 미국의 마음에 드는 대학원을 골라 유학할 수 있었다. 순조롭게 학위를 마치고 박사후 연수중이던 1985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해외유치과학자로 초빙되어 국책사업에 참여하였고 사업이 마무리 된 1988년 봄, 마침 고향 인근 대학에 좋은 기회를 얻어 30년 남짓 교육자로서 아이들과 재밌게 보냈다. 지금은 대학을 휴직하고 연구자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던 대덕연구단지에 돌아와 연구자로서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돌이켜보면 필자는 중학교를 빼곤 줄곧 국공립학교를 다녔고 대학원마저 국비로 유학한데다가, 봉직한 직장도 국공립대학과 연구소였으니 필자만큼 국가의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도 없을 듯하다. 50년 전 고향을 등지고 전주로 서울로 또 지구 반대편까지 고향에서 한껏 멀어졌다가, 35년 전 귀국하여 서울 살다가 대전 찍고 이제 전주에 살고 있으니, 부디 공직생활을 큰 탈 없이 마치고 낙향함으로써 순창촌놈의 한 살이가 순조롭게 마무리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이영희 전북지방병무청장 다가오는 6월 5일은 곡식의 씨를 뿌리는 날로 24절기 중 하나인 망종(芒種)이다. 농사일에는 자연의 시간에 맞춰 씨를 뿌리고 열매를 거두는 것처럼 적절한 때가 있다. 우리의 인생에서 20대 청년기 또한 씨를 뿌리는 것처럼 미래를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의 취업이 어느 때 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 4월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7만 6000명 감소하고 특히, 청년층 취업자는 24만 5000명이 줄어 전 연령대 중 감소폭이 가장 커 코로나로 인해 젊은이들의 일자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먹구름이 드리운 모양새다. 이에 범정부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병무청도 청년 실업문제 해소에 적극 동참하고자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역의무자들을 대상으로 군 복무와 취업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취업맞춤특기병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술이나 스펙이 없는 고졸이하 학력자를 대상으로 입영 전에 본인의 적성에 맞는 기술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관련분야에서 군 경력을 쌓은 후 전역하여 취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600명이 증가한 3200명을 모집해 더욱 많은 청년들이 이 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했다. 모집 특기는 기계통신정비건설전기 등 기간산업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어 군 입장에서도 현장 임무수행능력을 갖춘 인력을 즉시 활용할 수 있어 전력증강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군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한 숙련된 기술이 긴요한 사항에서 안성맞춤이라 할 만하다. 아울러, 군 복무 후에는 고용노동부, 국가보훈처 제대군인지원센터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취업지원과 각종 취업정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병무청에서는 모든 병역의무자를 대상으로 병역진로설계 사업을 확대 추진하고 있다. 입영 전에 전문상담을 통해 개인의 적성과 전공을 군 특기에 연계하여 진로에 맞는 군 복무 분야를 설계하고 복무 중 자기계발을 위한 학습정보와 군 장비의 모의체험 등 군 생활 정보도 제공하는 것이 핵심으로 이를 통해 군 복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인생설계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군 복무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병역이행이 사회와의 경력단절이 아닌 청년들의 사회진출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군 경력을 토대로 일자리 마련 등 미래 설계를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병역의무자들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취업맞춤특기병 제도 등 맞춤정보 서비스를 통해 병역이행의 시간을 자기발전의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면 군 복무가 미래의 기반을 다지는 긴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최근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래의 시나리오를 예측하는 경제사회학자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날 것이며 미래를 읽는 자만이 기회를 포착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앞으로 전북지방병무청은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청년들의 병역이행이 곧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청년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영희 전북지방병무청장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 센터장 재난지원금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줄어들거나 없어진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계 가능한 금액을 지원하는 가계소득 증가기능이다. 둘째는 시민들의 소비여력 상승을 통해 골목상권이나 중소기업의 수입보전을 통한 고용유지를 하는데 목적이 있다. 전염병이나 재난 등과 같은 갑작스런 위기는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와 같은 취약계층부터 생계를 위협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은 일시적으로 경제적 위기에 빠진 사람들에게 매우 시의적절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재난지원금의 취지와는 다르게 기부와 소비 그리고 사용처 등에 관한 작은 논쟁이 발생하면서 직장인사이에서는 눈치 아닌 눈치를 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기부를 통해 고용보험의 적자를 줄이는 것과 소비를 통해 생계곤란에 빠진 영세 자영업자의 경제위기를 지원하는 것 모두다 의미가 있는 일이다. 다만, 재난지원금을 명품숍이나 성형외과 등과 같은 개인의 사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재난지원금을 슬기롭게 쓰는 방법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피해가 심한 소상공인이나 농어업인의 생산물이나 상품을 구매하는 것일 것이다. 소상공인이나 농어업인 만큼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재난지원금 사용과정에서 소외된 집단이 있다. 바로 예술가들이다. 코로나19가 대면접촉에 의해 전염되다 보니 공연이나 미술관람 등과 같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문화예술분야의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형 축제의 취소나 공연장과 전시관 폐관으로 인해 고정적 소득이 없는 프리랜서형 예술가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에 따르면 전국적인 공연취소로 약 633억 2000만원의 손해액이 발생했다고 한다. 재난지원금의 일부를 문화예술분야에 소비하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가 지원과 지역문화의 토대를 튼튼히 해서 지역주민은 문화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착한소비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피카소의 작품을 보기 위해 뉴욕 현대미술관에 가거나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기꺼이 프랑스 르브르박물관을 찾지만 지역에 어떤 예술가들과 작품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이번 기회에 지역의 예술가와 작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역예술가 작품을 하나 소장하는 기회로 삼아보자.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지역예술가의 디자인 제품이나 그림 그리고 음악앨범과 같은 예술작품 플랫폼을 만들고 지역작가들은 저렴한 가격에 작품을 내놓고 작품에 대한 해석을 덧붙이면 좋을 것 같다. 가까운 시일 내로 전북문화예술회관 내에 한시적인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열어 작품을 판매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먼저 자치단체장부터 예술작품을 사고 이어서 전라북도 전체로 확산하는 재난지원금으로 예술작품구매 릴레이캠페인도 시작됐으면 좋겠다. 아인슈타인은 지식은 한계가 있지만 상상력은 세상의 모든 것을 끌어안기에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라고 했다. 지역 예술작품구매가 코로나19로 각박한 현실에서 나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를 제공한다면 그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재난지원금으로 예술작품구매가 일상에서 예술을 즐기는 문화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지역작가의 작품을 사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역작품구매는 나의 문화적 삶을 위한 투자임을 잊지 말자.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장
김현숙 새만금개발청장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인터넷 상에는 혼자 놀기에 관한 재미있는 게시글들이 여럿 올라왔다. 그 중에서도 400번을 휘저어 만든다는 달고나 커피(Dalgona coffee)는 각별한 유명세를 떨쳤다. SNS에는 각국 언어로 해시태그를 단 달고나 커피 사진들이 넘쳐난다. 우리에게 달고나는 설탕을 녹여 만든 과자를 뜻하는데, 외국인들에게는 특별한 커피의 이름으로 알려진 상황이 꽤 재미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달고나 커피가 우리나라에서 유래된 제조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달고나 커피의 원조는 마카오다. 이 커피가 한국에서 유행하면서 전혀 다른 이름을 달고 세계에 퍼진 것이다.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은 커피를 만들 때 한국을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될지도 모른다. 브랜드화의 중요함을 소소한 일화에서 확인한 셈이다. 달고나 커피만이 아니다. 무언가를 떠올렸을 때 함께 생각나는 단어들은 결국 대상의 브랜드다. 애플에서 생각나는 혁신, 나이키에서 떠오르는 just do it 등의 이미지는 회사 자체를 도전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만들어 준다. 새만금을 아는 사람은 많다.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대표적인 국책 사업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하면 깜짝 놀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10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새만금 사업도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직도 진행 중인 사업인지, 뭘 하고 있는지를 되묻는 사람들을 보면 실제로 새만금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새만금을 안다는 답변 수보다 훨씬 적을지도 모른다. 새만금, 하면 떠오르는 간척사업의 이미지와 지금의 새만금은 많이 다르다. 최근 새만금개발청은 I♡SEAMANGEUM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새만금을 상징하는 이미지 디자인을 만들었다. 끊임없이 변신할 새만금의 미래와 비전을 반영하여 국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다채로운 색의 이미지 디자인은 드림 오브 뉴 월드(Dream of New World), 클린(Clean), 에코(Eco), 판타지(Fantasy)와 같은 새만금의 콘셉트들을 담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은 슬로건과 이미지 디자인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새만금 브랜드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간척사업이 추진되는 매립지와 바다가 아니라, 새로운 꿈의 도시산과 바다가 함께 하는 친환경 공간스마트 신산업의 중심지로 국민들에게 새만금을 알리기 위해서다. 물론 홍보가 사실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산업도 병행하여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미 계획된 새만금의 변화만 알린다고 해도 홍보할 소식이 넘쳐난다. 홈페이지나 SNS, 전시회 등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알리고 있지만, 이번 이미지 디자인은 새만금의 콘셉트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새만금이라는 단어에 자연스럽게 판타지와 스마트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브랜드화의 효과는 놀랍다. 비전을 알릴뿐만 아니라 비전을 제시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혁신을 주장했고 사람들은 이제 혁신이란 단어에서 애플을 연상한다. 그 이미지는 기업이 더욱 혁신적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동력이 된다. 새만금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새만금을 이상적인 미래도시라고, 앞으로 살고 싶고 찾아오고 싶은 멋진 곳이라고 생각해준다면 새만금도 그 기대에 부응하는 곳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김현숙 새만금개발청장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모든 사람은 행복한 삶을 꿈꾼다. 행복한 삶이란 뭘까. 필자는 자기만족에 있다고 본다. 어떤 사람은 주야장천 노는 생활을 원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쉼 없이 일하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요즘 직장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얘기가 자주 오간다. 국회가 2018년 2월말 통과시킨 근로기준법 개정안 때문이다. 법정근로시간을 주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이므로 노사가 합의하더라도 주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시 사업주가 처벌받게 된다는 게 골자다. 고용노동부는 갑작스런 법 개정에 따른 근로현장의 충격을 덜어주기 위해 기업 규모별로 시행시기를 차등 적용하고, 중소기업에 대해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며, 유연근로시간제를 통해 사업장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보완책을 제시했다. 그밖에도 불가피한 재난 및 사고 수습이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등의 경우에는 특별연장근로 신청을 통해 한시적으로 주 52시간 이상 근무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한 바 있다. 고무적인 수순이다. 공공기관의 범주에 속하는 정부출연연구소에는 18년 7월부터 개정안이 적용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재량근로시간제를 선호하는데, 주 52시간 한도 내에서 재량껏 근무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율을 부여한 듯 보이는 이 근로제 역시 주 52시간 이상의 연구를 허용하지 않아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평소 적당히 쉬면서 일하자는 워라벨(work-life balance)의 취지에는 적극 동의한다. 필자의 경우 대학원 입학을 기점으로 치면 어언 40여년을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교육과 연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그중 대학교수로 살던 30년 동안에 시험출제나 감독, 채점 등의 교육노동이 부담스러운 적은 있었으나 연구만큼은 달랐다. 학창시절의 공부처럼 연구를 노동이라고 여긴 적이 없었다. 그저 내 호기심에 대한 도전이었다. 학생이 매주 52시간까지만 공부할 수 있고 그 이상 하면 처벌한다는 규정이 어불성설일 것처럼 연구도 매한가지다. 필자도 연구가 지지부진하여 몇 달을 허송세월하다가 스트레스성 위궤양이 생겨 죽을 고생을 한 적이 있었던가 하면, 실험이 미친 듯 잘 돼 무박3일 동안 연구에 몰입된 적도 있었다. 한마디로 연구자에게 연구는 삶, 그 자체(work-life equal, 워라이)인 것이다. 필자가 소속한 연구소에서 근로제에 대해 수렴한 의견과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근로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연구자에게는 연구성과를 담보로 가칭 자율근무제를 허용해주는 것이다. 연구는 통상 팀으로 진행되는데, 연구팀은 연구계획서에 공약한 성과를 내면 책임을 충분히 다하는 것이다. 어차피 연구계획도 과제책임자 주도로 준비했을 것이니, 그의 책임 아래 근무시간을 비롯한 모든 걸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맡기자는 것이다. 다년연구의 경우 단계평가를 두어 헛고생시키지 않고, 연구를 성실히 수행하는 도중에 내용 일부를 수정할 필요가 생겨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심사하여 조정해주면 될 일이다. 연구특성이나 연구자들의 개인별 습성은 본인들이 가장 잘 알 테니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수행케 하는 100% 자유를 주자는 것이다. 필자는 이 자유가 더 나은 성과를 끌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이 제도를 악용하는 연구자도 있을 수 있다. 그 경우 처벌이나 불이익을 주는 일도 그들의 자율에 맡기자. 정부는 연구 실패에 대비하여 큰 틀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해주면 좋겠다. 따라쟁이에 그치면 일등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대처에 창의적선도자 역할을 한 것처럼 이제 과학기술 R&D 방안에 있어서도 세계에 모범을 보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안호영 의원 '통합의 길'
난 웹툰 작가이다 4
점술사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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