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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전북에 과학기술 심자

어느 방송사의 인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보면 부안군청과 전라북도를 함께 보게 된다. 촬영에 협조해준 내 고향 부안군과 전라북도에 감사한다는 메시지가 함께 나오기 때문이다. 고요한 시골동네가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뻗어나가는 장면이다. 여기에서 가슴 뿌듯한 기쁨과 희망을 얻는다.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를 국정목표의 하나로 내세웠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학기술이 큰 모습으로 나타난다. 전국이 균형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산업이 고르게 발전되어야 하고,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적인 논리의 하나이다. 과학기술의 혁신이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요소라는 인식이다.전라북도에서도 과학기술에 대한 애정이 조금씩 움트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정읍의 첨단방사선이용연구센터와 순창의 장류연구소를 건설하고 있으며, 전주의 생물대사연구센터와 적상산 천문대의 건설에도 착수했다. 전주와 남원이 과학문화도시가 되기로 선포했다. 하지만,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필자의 귀에 크게 들리는 목소리는 광주와 충북과 대구에서 많이 나온다. 포항과 강릉과 고흥 등지에서도 뒤를 잇는다. 대덕연구단지를 품안에 두고 있는 대전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광주는 지난 몇 년 동안의 줄기찬 노력에 의해 광산업의 중심지로 자신을 포장하는데 성공했다. 아직도 성장단계에 있지만, 미래를 향한 큰 터를 잘 잡았다. 투자가 본격적으로 집적되고 있음도 볼 수 있다.이제 빛고을 광주와 광산업의 짝짓기를 부정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렇다면, 온고을 전주의 과학기술 대명사는 무엇일까?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충청북도에서도 오송과 오창지역을 중심으로 생명공학과 생물산업의 거점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본격적인 연구활동이나 생산활동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연구소와 공장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힘차게 솟아나고 있다. 수도권과의 근접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차원의 접근전략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필자는 오송과학산업단지를 방문하여 그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 전북에서도 정읍을 중심으로 생물산업을 일구고 있지만, 충북의 규모에 비해서는 매우 작아 보인다.대구는 도청에 과학기술진흥실을 설치하고 시민과 국회의원들이 과학기술에 매달리고 있다. 16대 국회에서는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법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하여 제정하더니, 17대 국회에서는 대구 출신 국회의원 4명(지역구 3명, 전국구 1명)이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포진했다. 더 많은 의원들이 지원하였지만, 지나친 편중을 우려해서 제한했다고 한다. 대구에서는 과학기술을 말하지 않으면 국회의원 당선을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전북 출신 국회의원과는 큰 대조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전북 출신 국회의원은 단 한분도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필자가 언제까지나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의 유치 문제이다. 그 일로 내 고향 부안이 큰 상처를 입어서 두고두고 가슴 아프다. 얼마 전 고향마을을 찾았을 때 아직도 집집마다 꼽혀 있는 노란색 반핵깃발을 보고 그 때의 상처를 느꼈다. 그러면서 필자의 소극성과 방관적인 자세를 숨죽이며 자책했다. 그 때 고향 인사들을 설득했더라면 그런 아픔도 없고, 새로운 발전의 토대도 마련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원전수거물은 위험성이 거의 없다. 살아서 돌아가는 원자력발전소도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데, 그리고 부산 기장군에서는 원자력발전소의 증설을 희망하고 있는데, 원자력발전소와 병원 등에서 사용한 장갑이나 가운 등의 폐기물이 그보다 큰 위험할까? 선진국 사람들도 겁내지 않고 잘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에게만 특별하게 위험을 줄까? 지역 발전에 긴요한 지참금이 붙어 있는 그 시설이 매우 아깝다. 마침 정부에서는 중저준위 폐기물처분시설만을 분리해서 2008년까지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제라도 수용한다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분위기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발전의 원동력인 과학기술을 통해서 힘차게 떠오르는 전라북도의 미래를 그려본다. 과학기술에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하기를 기대한다. /최석식(과학기술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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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1.0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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