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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입신(入神)과 입신(入身) - 오태수

대부분의 대학이 이번 주에 졸업식을 끝냄에 따라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들어서야 할 취업문은 여전히 굳게 잠겨있어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이 몹시도 치열하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심한 경쟁을 뚫고 올해 백 명 정도의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학연이나 지연을 내 세울 일은 못되지만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어 고향 쪽 출신을 살펴보니 몇 사람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지방대학의 핸디캡을 딛고 학과와 실기, 합숙평가, 면접 등의 까다로운 전형과정을 통과하여 입사했기에 더욱 정이 쏠린다. 이들은 일단 안정적인 급여와 신분을 확보하게 됐으니 취업난 시대의 요즘 유행어로 치면 신의 아들이 된 것 아닌지. 어떻든 남보다 더 노력한 결과로 신도 모르고 신도가고 싶어 한다는 선망의 직장을 구하여 그야말로 입신(入神)의 경지에 이른 취업자들과 비록 모자람이 있다 할지라도 나름대로의 직업을 갖게 된 사람들 모두에게 축하를 보낸다. 그렇지만 한 사람당 30군데 이상에 이력서를 제출하고서야 겨우 취업에 성공한 사람이 응답자의 45%나 된다는 한 취업관련 사이트의 통계와 취업률이 좋다는 어느 전문대 입시에 석 박사를 포함한 무려 700명이 넘는 대졸 고학력자가 몰리는 기현상에는 경악할 따름이다. 눈높이를 낮추면 취업문이 열릴 것이라고 얘기들 하지만 현재 구직난을 겪고 있는 사람만도 전국적으로 120만 명 정도에 달한다 하니 이런 암담한 현실 앞에 누군들 신의 가호를 기원하지 않겠는가 싶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태백이나 어둠의 자식들로 분류되어 좌절과 실의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 나도 한 때 이태 동안 무위도식한 바 있어 그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기에 불투명한 구직활동이 계속되면서 점점 자신감을 상실하거나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러 대인기피증까지 보이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를 부단히 경계해 주길 바랄 뿐이다. 한편으로 대학에서는 강의에 전념해야 할 교수들마저 취업실적을 위해 현장을 뛰고 취업률을 부풀려 홍보해야 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취업률이 신입생 충원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학과의 존폐는 물론 학교경영과 위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한다. 나에게도 가끔 부탁을 해오지만 모두들 힘들어하는 저간의 상황에서 취업문제에 대해서는 나로서도 신을 찾아야 할 만큼 역부족인 처지이고 그 때마다 주변에 얽혀있는 이런 저런 연분을 찾는다는 게 결국 사회적인 병폐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쉽지가 않다.그러니 어찌 하겠는가. 정부도 어찌하지 못하고 있으니 신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취업문은 당사자 스스로가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취업문제에 당면한 모든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전유물인 투지와 패기를 잃지 말고 칠전팔기의 도전과 자립정신을 최대한 발휘해 주길 기대해 본다. 우리 속담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 했지만 그러나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고 했다. 선택은 당연히 후자여야 한다. 그래서 더 많은 고향출신 젊은이들이 어떤 연분이나 신의 도움 없이도 당당히 입신(入身)하여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내 주변에서 자주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취업준비자들이여- 아자! 아자!/오태수(KBS방송문화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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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22 23:02

[타향에서] 삼양설탕과 아버지 - 남형두

요즘 핸드폰에는 음성인식 기능이 있다. 핸드폰을 열고 미리 입력된 이름을 발음하면 전화번호가 뜨고 통화버튼을 누르면 전화가 걸리는 기능이다. 그런데 기침을 몇 번 한 후 목소리를 가다듬고 똑똑히 발음해도 주변 소음 때문에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혹 삼사십년 전에 이미 이런 기능을 가진 전화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지금은 0번에 자물통을 채운 다이얼식 전화기도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보다 더 골동품은 공전식 전화기다. 수화기를 들기만 하면 전화국 교환수가 안녕하세요 하면서 어디 연결해 드릴 건지 물어본다. 발음이 시원치 않아도 심지어 정확한 이름을 몰라도 대개 교환수들은 척척 알아듣고 신기하게 잘도 연결해 준다.매년 이 맘 때가 되면 아버지는 자식들과 함께 백여 포가 넘는 3킬로그램 들이 삼양설탕을 선물종이로 포장하고 심부름을 시키셨다. 요새로 치면 백화점택배 같은 것이다. 사업을 하셨기 때문에 군청, 경찰서 등 관공서에 감사의 뜻으로 돌렸을 것이다. 그밖에도 아버지는 선생님과 지인들에게 돌릴 설탕을 아들과 딸들이 직접 전달하게 하셨다. 그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앞서 말한 전화교환수들이다. 1년 내내 고생한 그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아버지는 설탕 한 포에 담아 돌리셨던 것이다. 발이 페달 끝까지 닿지 않는 육중한 짐자전거에 설탕 십여 포를 싣고 가다, 그땐 겨울이 지금과 달리 길고 응달진 곳은 내린 눈이 녹지 않아, 가로등도 없는 어둑한 골목길에서 기우뚱거리다 넘어지기를 반복한 끝에 다 돌리고 집에 올 때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자식들에겐 팥죽에 설탕도 한 숟갈 넘게는 못 넣게 하시면서 남들한테는 포대 채로 돌리시다니. 어떨 때는 반항심으로 설탕을 몽땅 한곳에 버리고 오고 싶을 때도 있었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전화교환수들에게 설탕 안 돌리면 전화 안 바꿔주나 하는 마음에 아버지를 원망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똑 같이 설탕 한 숟갈 씩 넣었는데도 아이들 그릇에 담긴 팥죽은 내 것보다 항상 달다. 잠시 한 눈 판 사이 그새 두어 숟갈 씩 더 넣었겠지. 애비도 옛날에 그랬으니까.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가지런히 잘라 설탕을 듬뿍 뿌리고, 샘에서 막 퍼올린 시원한 냉수 한 사발에 설탕 한 숟갈 넣고 휘 저어, 한 여름날 러닝셔츠 차림의 지금 내 나이 쯤 되었을 흑백 사진 속의 아버지께 올려 드리고 싶다.설을 앞두고 칠산어장에서 잡아 올린 게로 만든 곰소 꽃게장을 몇몇 분들께 보낼 주문을 하면서 우리 먹을 것을 빼다가 사진 속의 아버지 모습이 떠올라 소스라치게 놀란다./남형두(연세대 법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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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15 23:02

[타향에서] ‘남원시립도서관’을 위하여 - 노경식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의 보잘 것 없는 이들 몇 권의 장서는 본인으로선 피 같은 책들입니다. 극작가 노경식의 칠십 평생이 그 책들 속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아마도 마누라와 자식들 빼놓고는 애지중지 가장 내가 사랑하고 아껴왔던 물건들입니다. -- 장서의 이름은 불초 하정당문고(下井堂文庫)로 정했습니다. 짐작이 가시겠지만, 옛날의 남원 읍내 下井里 83번지 주소는 본인이 그곳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흙장난치며 자라나 그곳에서 용성국민(초등)학교와 용중 및 남원농고를 줄곧 다녔으며, 노경식이가 서울에 대학진학을 한 뒤로도 내 할머니께서 돌아가실 때(1970년대)까지는 40여 년 세월을 어머님과 함께 농사 짓고 살아오셨던 인연 깊은 곳이기 때문입니다.--이 글은 내가 갖고 있던 몇 권의 책들(3청여 권)을 남원시에 기증하면서 시장님에게 보낸 편지글의 한 구절입니다. 본인이 관련된 일이라서 조금은 남세스럽고 안된 일이기도 합니다만, 저간의 남원 실상을 알리고 호소한다는 뜻에서 얘기를 꺼내기로 하였습니다. 지난 2003년도에는 우리나라 판소리 음악이 유네스코의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당당히 등록되었고, 그 중에서도 지리산 자락 남원이야말로 세상이 다 아는 <춘향전>과 <흥부가>의 탯자리이자 예향으로 불리는 본고장이올시다. 그런데도 지금껏 문화시설(도서관) 하나 없다니 될 법한 일이겠습니까. 흔히 도서관은 지식과 정서의 곳간이요 마음의 양식 창고라고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선 부끄럽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겠지요. 어쨌거나 이번 일을 빌미로 남원시에서는 시립도서관 건립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떡이나 빵에는 팥소가 있어야 제 맛이듯이 도서관에는 책과 자료가 있어야 제 격이지요. 그런데 소프트웨어가 없어서 되겠습니까? 우리 남원을 고향으로 갖고 계신 분이거나 아니거나 또는 출향해서 멀리 떨어져 외지에 살고 계시거나 아니거나, 평소에 내가 아끼고 손때 묻은 책들을 나눔의 광장으로, 공공의 장소에 쾌히 내놓는다는 것은 실로 보람차고 뜻 깊은 일일 것입니다. 여기서 남원시장님(최중근)의 적절한 한 말씀. 다만 우리는 귀한 책들을 시민을 위해서 잘 보관하고 관리하고 이용할 할 뿐이지요. 본인이 어느 날 책을 돌려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반환할 수 있습니다. 책이야 한 권도 좋고 열 권도 좋고 30권도 좋습니다. 뜻 있는 독지가 여러분, 당신님의 소중한 책을 남원으로 보내소서! 춘향골 남원 시민들의 마음의 양식이 되고, 정서함양과 알뜰한 여가선용을 위하여. 그러고 보니까 장차 남원시립도서관의 장서가 시나부로 늘어나서, 10만 권 50만 권 하는 그날 그때를 꿈꿔 봅니다.* 노경식씨는 남원 출생으로 남원용성초, 중, 남원농고, 경희대를 졸업했다.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철새 당선으로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 달집 징비록 소작지 井邑詞 하늘만큼 먼나라 萬人義塚 징게맹개 너른들 등 장단막극 30여 편을 썼으며,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한국연극예술상, 서울연극제 대상, 동아연극상 작품상, 대산문학상, 동랑유치진연극상, 한국희곡문학상 대상, 서울특별시문화상 (연극) 등을 수상했다. 현재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고문 차범석연극재단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노경식 (극작가, 서울평양연극제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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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08 23:02

[타향에서] '설득의 예술'로 지역발전을 - 이정식

우리는 지난 1960년대 이후 20세기말 까지 놀랄만한 경제성장을 경험하였다. 그러한 성장의 저력은 무엇이었을까? 혹자(或者)는 수요와 공급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 원리와는 달리 일종의 특수이론인 발전국가론(發展國家論)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는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에 의한 민간 기업가정신이 경제발전의 요체라고 주장하는 경제발전론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발전국가론은 국가가 민간기업가의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는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과거 경제발전은 국가 기업가론의 속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첫째, 국가가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본을 직접 세계은행 등에서 조달하고, 이를 배분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과거 경제기획원의 경제개발5개년계획이 그 기능을 수행해 왔다. 둘째, 국가가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각종 인프라를 직접 계획하고 개발하였다. 고속도로, 댐, 항만 등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산업단지까지도 국가가 직접 개입하였다. 셋째, 국가는 자본가와 근로자에게 일정한 규율(discipline)을 부과하여 기업경영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였다. 우리 젊은이들의 군복무 경험은 이러한 규율에 익숙해 질 수 있었다. 넷째, 새로운 산업기술 역시 시장논리보다는 국가가 우선순위를 설정하였다. 전자, 조선, 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의 육성을 위한 각종 관련 법 제정이 그 대표적 사례이며, 신산업기술 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R&D)도 민간이 아닌 국가가 직접 주도하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비롯한 많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설립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결국 우리는 범정부 차원의 국가산업정책, 즉 국가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국가의 주요 기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개발독재체제로부터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그리고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에는 지역간의 분쟁과 갈등 때문에 지역개발사업의 추진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정부(GO)와 비정부기구(NGO)의 역할과 견해 차이에서 발생한 새만금 사업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등의 국가프로젝트에 대한 논란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쟁조정을 위한 설득의 예술, 그리고 정답(正答)을 끌어낼 수 있는 토론문화의 정착과 인내심은 아직도 우리에게 요원한 숙제인가?세계화와 무한경쟁시대에 시장의 자율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개개인의 가치판단기준이 다양화되면서 삶의 질에 대한 기준도 다원화되어 가고 있다. 과거 정부주도의 경제 및 지역개발의 기반이 되었던 경험적 지식에 대한 흥미가 퇴색되어 가는 일종의 발전피로증후군이 또한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다. 이러한 신드롬에서 탈피하고, 21세기 메가트랜드(megatrend)에 적응해 갈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우리는 요구받고 있다. 지역발전에 필요한 이해당사자간의 합의형성을 위해 민주주의적 절차와 규범을 찾아내는 것이 민주화와 지역발전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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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01 23:02

[타향에서] 메밀꽃과 라디오스타 - 남형두

몇 해 전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 생가가 복원되고 기념관이 건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봉평을 찾은 적이 있다. 마을 초입부터 봉평 장을 재현한 듯(?) 온통 막걸리에 감자전 판이었다. 허기사 소설에도 충주집이라는 주막이 나오긴 하지만. 주점 안에 들어가 생가와 기념관을 물어보면 대개가 모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상한 사람인 듯 쳐다 본다. 물어물어 찾아간 기념관은 대로변에서 가장 멀고 높은 곳에 위치하였다. 모두 충주집에서 다리가 풀렸는지 이곳까지 온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봉평을 찾은 것은 아이들에게 그 물방앗간과 희다 못해 필시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한 그 메밀밭, 그리고 왼손잡이 동이 뒤에서 터덜터덜 대화 장으로 걸어가는 허생원이 보았던 그 밤 벌판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충주집만 보고 왔으니 먼 길을 부러 간 것이 허탈했던 기억이 있다.지난 해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라디오스타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는 같은 해 왕의 남자로 대박을 터트린 이준익 감독이 만들었다. 이감독은 라디오스타 관람객이 백만을 넘자 왕의 남자의 천만 관객 보다 소중하다는 말로 이 영화를 자평하였다. 영월이라는 작은 지역에 전성기가 지난 퇴물 가수가 지역라디오방송 DJ로 나오고, 영월의 유일한 록 밴드 이스트리버(동강)가 이 지역의 사람 사는 이야기와 함께 인터넷방송을 통해 전국을 석권해 버린다. 이 영화 제목은 버글스라는 영국의 팝그룹이 부른 Video Killed The Radio Star에서 나온 듯싶다. 그런데 제목과 달리 흘러갔어야 할 라디오스타가 비디오시대에 다시 살아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으니, 영화 못지않게 제목이 주는 감동이 대단하다.교통의 발달은 세계를 가깝게 만들었다. 그런데 인터넷은 세계를 가까운 정도가 아니라 동시대로 만들어 버렸다.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뜻하는데, 인터넷의 동시성은 장소의 간격을 메운 것이다. 이로써 더 이상 지역문화와 지역지식산업은 설 땅을 잃은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성(locality)에 터 잡지 않은 보편성(universality)은 큰 매력을 갖기 어렵다. 인터넷 시대에 지역성은 포기할 수 없는 콘텐츠다. 오히려 인터넷에 의해 이전에는 쉽게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성, 지역문화가 널리 확산될 수단을 얻은 셈이니 지역성에 터 잡은 문화는 더 많은 유포와 교류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감자전은 봉평이 아니어도 된다. 그러나 이스트리버는 영월에만 있다. 첫 원고에 웬 강원도 타령이냐 묻는다면 문화자산이 풍부한 우리 고향이 혹 감자전을 팔고 있거나 그럴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기우에서다.△남형두 교수는 부안출신으로 서울대를 졸업했으며 워싱톤대에서 법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사법시험합격 뒤 저작권심의조정위원.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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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25 23:02

[타향에서] 자연이 돋보이는 터전 - 오태수

서울에서 천안까지의 긴 거리가 거대한 건물 군(群)으로 메워졌다. 수도권 영역은 어느 새 천안까지를 잠식한 셈이다. 그 공간에는 아파트와 각종의 생산시설, 물류창고 같은 건조한 모습들이 차지해버려 산과 들의 아늑한 스카이라인 보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자연보존권역을 정해 난개발이나 인구와 산업 집중을 막고 있지만 그 때문에 공존해야 할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는 찾기 어렵고 사람들의 정서도 많이 황폐해 졌다. 고향에 내려갈 때 마다 차창을 통해 느끼는 단상이다. 우리 고장엔 아직 때타지 않은 자연이 잘 살아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우리 고유문화가 난 참 자랑스럽다. 우리나라 경제개발 초기의 특정산업의 지역 편중 육성으로 내 고향 삶터는 아직까지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태여서 소득이 낮고 인구 유출이 많은 편이지만 그러나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빈곤상태를 벗어나게 되면 재산이 늘더라도 그것이 행복으로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 했다. 경제력과 삶의 질과는 아주 미미한 상관관계만이 존재할 뿐이다. 계량화 된 수치는 없지만 굳이 행복지수를 따진다면 아마 우리 쪽이 훨씬 높지 않을까 생각된다. 고향 발전을 꾀한다며 낙후라는 꼬리표를 들춰내고 그럴듯한 구호를 붙여 멀쩡한 자연을 생채기 내면서 경제 제일의 가치만을 강조한다면 그에 따른 환경훼손과 오염, 교통체증, 위화감 조성 같은 폐해로 인해 지금 다른 지역에서 안고 있는 고민처럼 오히려 그게 더 부끄러운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개발과 경제력의 당위성은 공감하지만 조금 부족하고 더디더라도 자연을 안고 가야지 자연을 경시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횡포이자 오만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청계천에서 봤듯이 이제 자연을 되살려 내면 큰 박수를 받고 자연 그 자체가 돈을 만들어 주는 세상이 됐다. 그래서 거대한 인공시설물이 돋보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연이 돋보이는 터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환경 속에서 인물도 길러진다고 보면 미래에 대한 집중투자 대상은 이제 자연과 문화 그 자체여야 하고 그것이 결국 값진 자산으로 부각되고 널리 평가받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이를테면 천연 그대로의 섬진강 보전이나 전통문화중심도시로의 육성 같은 것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최근의 정부 통계 하나를 보니 장차 은퇴하면 농촌에 들어 가 살겠다는 대도시 직장인이 조사 응답자의 60%에 달했다. 도시의 사회 경제적 압박 속에 그냥 떠밀려 산다고 푸념하면서도 마음은 언제나 농촌과 같은 자연환경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의미다. TV 농촌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가 냉혹한 시청률 싸움에서 10%대를 유지하며 17년 동안 프라임시간대에 살아 남아있는 것도 필시 그런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지며 살가운 이웃과 따뜻한 정 나누면서 살고파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자연과 문화유산을 우리 스스로 홀대하여 지금 수도권이나 산업지역에서 겪고 있는 중병을 자초하고 삭막한 터전으로 퇴행시키는 잘못은 없어야 한다.고향 쪽을 둘러 본 주변사람들이 너른 들과 깨끗한 산천, 그 안에서 문화를 가꾸어 가는 사람들의 곱고 여유로운 심성을 꼽으며 모처럼의 인상적인 감회와 여운을 나에게 들려줄 때마다 난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약력: 남원 출생. 원광대와 동국대 대학원 졸업. KBS PD로 6시내고향, 한국의 미, TV문화기행, 도전 지구탐험대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편성정책 주간, 방송콘텐츠 주간, 전주방송총국장, 시청자센터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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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18 23:02

[타향에서] 중단할 수 없는 발걸음 - 노경식

어느 호사쟁이 역술가의 꾸민 말인지는 모르나 황금돼지의 해 2007년이 밝아온 지도 벌써 1월 달의 둘째 주를 지나가고 있다. 전북일보의 애독자 온 가정에 부디 건강과 행운이 다 함께 충만하시기를 ~나도 올해는 좀더 생광스런 일이 일어나기를 빌어보며 이것저것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그 중의 한 가지는 국립극장으로부터 위촉 받고 있는 창작극을 기필코 완성해내는 작업이며, 또 하나는 내가 지금 관련 맺고 있는 서울평양연극제 추진위원회의 일. 벌써부터 2, 3년째 북한연극 바로알기 차원에서 해마다 토론회를 갖는다, 심포지엄을 연다 이것저것 노력은 하고 있으나 별무 성과다. 중국의 베이징이다 선양이다 하고 방문해서 북쪽 인사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등등. 허기사 하는 모든 일이라는 것이 첫 숟갈에 배 부를 수가 있으랴. 지금 남쪽 연극인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서울평양(평양서울)연극제 창설의 발상은 매우 소박하고(?) 단순한 것이다. 그 옛날, 1930년대의 일제강점하에는 경평(京平)축구대회라는 멋들어진 행사가 있었단다. 그러니까 서울 경기중학과 평양의 숭실학교 학생들이 만나서 해마다 한데 어울어져 신명나게 한바탕 웃고 떠들어대며 북과 남 지역간의 친목과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 그렇다면 6.15공동선언 정신을 계승하고 평화통일과 남북화해를 위해서 한바탕 신명나게 굿판을 벌여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 엄혹했던 일본제국주의 시절의 스포츠 행사가 나라 잃은 설음의 한풀이이요 신명이었다면, 오늘날 우리들의 광대놀이 굿판은 민족분단으로 허리 끊어진 설움의 한풀이이자 신명이 아니랴! 지난 해에는 한민족 100년 대토론회를 열어 멀리 중아아시아의 카자흐스탄(알마티)과 중국 연변에서 동포 연극인들이 왔으나, 정작 가장 가까운 북쪽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문이란 두드리면 열리겠지, 머. 해서 금년엔 평양연극의 초청공연을 추진할 생각이다. 공연작품은 북쪽이 자랑하는 <불후의 고전적 명작- 성황당>이나, 아니면 <혁명연극- 딸에게서 온 편지> 정도. 두 작품은 각각 미신타파와 문맹퇴치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서 이데올로기와 사상면에선 좀 떨어져 있는 셈. 그런데 하는 일이 엉성하고 서툴러서 그런지 아직은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지난 번의 토론회 때 개회사에서 한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우리는 여기서 중단할 수 없습니다. 우리들 연극인의 걸음걸이가 비록 지지부진하고 미미하며, 별로 사람들 눈에 띄지도 않는 느린 소 걸음일망정 이대로 중단할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 있고, 내일 아니면 다음달, 또 다음달이 아니면 내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름대로 우린 어떤 신념과 의지와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남쪽과 북쪽은, 우리가 엊그제 10월 3일 개천절을 기념하여 모신 단군성조야말로 남과 북의 똑같은 할애비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옛날 고조선에서부터 3국시대, 고려왕조와 조선조 때까지 누천년의 역사와 정치 속에서, 똑같은 문화와 똑같은 말, 똑같은 풍속으로 더불어 살아왔으며, 우리의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한글을 남과 북은 똑같이 나라 글자로 함께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뿐입니까. 그것은 지난 세기에 있었던 처절한 우리의 독립투쟁 역시 선열들의 공동목표는 남과 북을 구분할 필요도 없이 똑같이 일본 제국주의로부터의 국권회복이요 민족해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평범하고 지당한 역사적 진실과 민족적 동질성을 설명하자면 끝도 없을 것입니다. -- * 1938년 남원 출생으로 남원용성초, 중, 남원농고, 경희대를 졸업했다.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철새 당선으로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 달집 징비록 소작지 井邑詞 하늘만큼 먼나라 萬人義塚 징게맹개 너른들 등 장단막극 30여 편이 있다. 백상예술대상 희곡상(3회) 한국연극예술상, 서울연극제 대상, 동아연극상 작품상, 동랑유치진 연극상, 한국희곡문학상 대상 서울특별시문화상(연극) 등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평양연극제 추진위원장,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고문, 한국문인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노경식(극작가, 서울평양연극제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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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11 23:02

[타향에서] '그룹 리더십'으로 지역발전을 - 이정식

다사다난했던 병술년(丙戌年)을 뒤로 하고 정해년(丁亥年)의 새해가 밝아왔다. 복되고 탐스러운 돼지의 해를 맞이하면서 우리 모두가 금년에는 갈등과 질시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과 화합을 통해 국운 융성의 한해가 되기를 먼저 기원한다. 우리 도민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동안 도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새만금 사업은 방조제의 완공을 계기로 사업추진이 점차 가시화되어 가고 있다. 도민들의 집념과 끈기의 결실이 맺어진 셈이다. 이제 새만금 사업에 쏟아 부었던 열정과 노력을 전북의 새로운 도약에 필요한 성장동력의 발굴과 추진에 몰입(沒入)하는 금년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그러기 위해서는 세계화와 지방화 시대에 걸맞는 지방행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미국은 기업가형 지방경영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지방정부 부문에 기업가 정신과 경쟁요소를 도입해 지역주민들의 만족을 극대화하고, 지역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해 그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일본도 지방의 경쟁력을 제고하여 국가경쟁력을 높이자는 사고(思考)의 틀 속에서 지방화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급변하는 국내외 여건변화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서 지역발전의 성장동력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하고 실천하는 데에는 누구 혼자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바로 그룹 리더십(group 또는 syncretics leadership)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이것이 성장동력을 키우는 지방화 시대의 핵심 요소이다.그룹 리더십이란 지방자치단체의 장, 대학의 총학장, 연구기관, 기업가 대표, 언론계, 시민단체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조정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면 기업의 유치와 활동에 필요한 자금, 인력, 시장개척, 관련 행정서비스 등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각종 협의회 등을 구성하여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노력이 그것이다. 이해 당사자들 간의 반목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이른바 지역 거버넌스(governance)의 묘미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첨단산업단지인 미국의 리서치 트라이앵글(Research Triangle)과 프랑스의 소피아 앙띠폴리스(Sophia Antipolis)는 그룹 리더십에 의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와 함께 세방화(世方化) 시대에 적응해 갈 수 있는 도민들의 가치관과 행태 등 의식구조의 변화도 중요하다. 개인과 집단, 그리고 지역이기주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지방화와 애향심은 다르다. 다른 지역보다 뒤떨어졌다는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우리 도민들도 남보다 앞서 갈 수 있다는 자부심이 발휘되어야 한다. 일을 하는데 편법을 쓰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처리한다라는 논어의 옹야편(雍也篇)에 나오는 행불유경(行不由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우리나라와 전라북도의 밝고 찬란한 한해를 염원해 본다. 모든 일에 항상 정도(正道)를 따르겠다는 다짐과 함께.<프로필>△임실 △서울대 △국토개발연구원 수석연구원 △국토계획학회 상임이사 △대통령비서실 사회간접투자기획단 자문위원 △ 국토연구원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안양대교수 △저서 국토개발동향과 과제/이정식(안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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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04 23:02

[타향에서] 미국에 대한 애증 - 김은섭

친구!우리는 6.25 전쟁의 포화 속에서 태어났지. 우리가 철이 막 들을 무렵 자네는 말했지. 고향은 내가 지킬테니, 객지에 나가 돈을 벌어 지독한 가난을 물리치라고... 그 때부터 나의 타향살이는 시작되었고, 그 후 고향에 들를 때면 자네는 굳은살이 박인 내 손을 꼭 쥐고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한 밤 내내 이야기를 했지. 그젯밤도 여느 때처럼 그랬다네. 요즈음은 고향에서도 한미 FTA, 영어마을, 조기유학 붐 때문에 힘이 든다며 덧붙여 미국에 대한 사랑과 미움에 대해 말했네. 동감하네. 미국이라는 나라의 영향을 우리만큼 많이 받은 세대가 또 있을까? 미국과 우리의 관계는 시작부터 애증이 뒤섞여있지 않았나 싶네. 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첫발을 내딛기 위해 출항시켰던 제너럴 셔먼호는 대동강에 상륙하기도 전에 좌초됐고(1866년), 5년이 지난 신미년에 우리를 침공하여 강제 개항하려 했던 미군함대는 강화도에서 패하여 퇴각했었어(1871년 신미양요). 그로부터 10년이 지나서야 우리는 미국과 최초의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게 되었지(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제1조 불공경모(不公輕侮), 필수상조(必須相助). 이후 미국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지. 특히 미국 선교사들은 교육과 의료 사업으로 우리 민족을 일깨워 주웠어, 고향의 전주 신흥학교, 기전학교, 예수병원도 이 때 태동하였지. 그러나 선교사업과 국제정치가 항상 같지만은 않지. 많은 선교사들이 한일합방 전후 우리의 독립운동을 지원했던 데 반해, 미국정부는 일본이 조선과 만주를 지배할 것을 용인하겠다는 가쓰라-태프트 밀약(1905.7)을 극비리에 체결하여 조미수호통상조약을 헌신짝처럼 내버리기도 했지. 그럼에도 결국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해방한 것은 미국이 일본을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싶네. 이후 한국전쟁과 계속되는 남북대치상황, 그리고 전후 경제난을 견뎌내고 경제대국 10위로 성장해 오면서 미국과 우리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네. 한 때는 우리의 절대적인 친구라고 믿었고, 한 때는 철저한 자국 중심적 행태에 서운해 하기도 했지. 친구! 자네는 심각한 표정으로 지금 또 다른 개항이 시작되었다며, 형태만 다르지 100년 전과 그렇게 비슷할 수가 없다고 했네. 다자간 무역협정인 WTO와 양자간 무역협정인 FTA가 시시각각으로 우리의 목을 죄어오고 있지. 무역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는 일대 위기가 아닐 수 없다고, 그러나 100년 전 상황이 피할 수 없는 것이었듯 지금의 상황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자네는 말했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네. 미국과의 FTA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난 한 세기 동안 겪어왔듯 국제정치에서는 +도, -도 없네. FTA의 성사를 통해 얻는 것과 잃는 것, 얻는 사람들과 잃는 사람들이 있겠지. 그런데 지금 우리를 보게. 한 쪽에서는 잃는 것만이 많다고 하며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고, 한 쪽에서는 얻는 것만이 많다고 무조건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네.워싱턴 DC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참전비가 서있지. 미국과 우리는 미군병사 52천명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혈맹의 우의를 변함없이 다져가야 할 것일세. 이것이 우리 자식들에게 굳은 살 없는 삶을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네. /김은섭(교육인적자원부 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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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2.21 23:02

[타향에서] 전북, 한국의 대표 브랜드가 되라 - 지동훈

전북을 관광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한 F-TOUR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맛과 멋, 그리고 소리의 고장인 전북을 보다 널리 알림으로써 늘어나는 관광객을 통해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전북도의 전략이다.전라북도는 무엇보다 풍부하고 다양한 전통문화유산과 더불어 다양한 전통축제, 각종 체험프로그램 등 국내외 관광객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주 5일근무제의 확대 시행에 따라 지난해 보다 전북지역을 찾은 관광객의 수요가 20% 이상이 증가한 가운데 F-TOUR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내년에는 보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것이라 기대된다.또한 전라북도에서 전주시를 중심으로 한지와 한식, 한옥, 국악, 한복 등 한(韓)스타일 전략기지화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방언론을 통해 접했다.이 사업은 굳이 한 브랜드 사업이 아니더라도 전통문화 콘텐츠 계승과 재창출을 위해선 반드시 추진됐어야 했다.풍부한 문화유산과 천혜의 자연조건, 최첨단 시설 등 전통과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북을 참신하고 독보적으로 디자인해 세계시장에 내놓고 한국을 느낄수 있는 전라북도를 널리 알리고 아울러 관광수입을 통해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이러한 F-TOUR 프로젝트와 한스타일 전략기지화 구축 사업은 상호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는 필자의 생각이다.전통적인 생활양식과 현대도시에서 변형된 도시경관, 전통문화예술, 전통음식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울려져 공존하고 있는 전라북도는 타 지역에 비해 실제 삶 속에서 이 모든 것들을 균형 있게 지니고 있는 유일한 지역으로 F-TOUR 프로젝트와 한스타일 전략기지화 구축 사업이 조화롭고 성공적으로 구축된다면 한국적인 색채가 옅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전북을 통해 한국을 배울 수 있는 새로운 시발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이제 전라북도는 국내관광지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한국을 방문하는 모든 외국인들이 한국을 체험하고 한국을 배울 수 있는 장소로서 한국의 대표 브랜드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동훈(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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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2.14 23:02

[타향에서] 싱가포르 발전과 실용주의 - 박차웅

말레이시아 반도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서울크기의 작은 섬인 싱가폴은 비즈니스와 관광 중심 국가이다. 싱가폴은 원래 1967년 영국이 철수를 하면서 국가로 되기 위해서는 크기가 너무 작다고 판단하여 말레이시아의 한 주로 귀속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인구의 70%가 중국계이어서 말레이시아와 이질적인데다가 종교, 관습 등도 다르고 경제적으로도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아 1968년 말레이시아는 귀속을 거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 뒤 싱가폴은 살아남기위해서 실용주의와 경쟁력을 국가모토로 삼고 노력해온 결과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하고 살기좋은 나라가 되었다.최근 방문한 싱가폴의 센토사 코브라는 지역은 매우 인상적인 곳이었다. 원래 센토사라는 섬은 싱가폴 밑에 매달려 있는 여의도만한 작은 섬인데 싱가폴 정부는 처음에는 시민들의 유원지로, 나중에는 국제적인 리조트로 개발해서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였다. 이섬의 동쪽으로 튀어나와 있는 곶 부분을 센토사 코브라 부르는데 원래 이곳은 습지와 모래밭으로 이루어진 버려진 땅으로 가치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싱가폴 정부에서 여기에 요트계류장으로 사용할 물길을 내고 지목을 대지로 변경하여 몇백평 단위로 분필을 한 뒤 부자들에게 개별분양하고 또 기업들에게 대단위로 분양하여 대규모 콘도미니엄 단지 개발을 하도록 했다.그냥 버려진 모래땅에 여기저기 200~300평 단위로 줄을 그어 놓았는데 이 땅의 분양가가 우리돈으로 거의 40억원이라고 하니 기가 막혔고 또 분양이 다 끝났다고 해서 놀랐다. 가이드는 싱가폴 정부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서민들을 위한 공공아파트(HDB)를 짓는 재원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관료나 정치인들이 싱가폴에 와서 오차드로드(대표적인 쇼핑가)나 리버사이드(관광중심지)에만 있지말고 이 모래땅에 와서 이들의 실용주의를 배워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기실 싱가폴의 관료들은 국영기업 경영자와 겸직하거나 서로 자유로이 교환됨으로써 비즈니스적 감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훈련받고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수상에서 하급관리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맨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비즈니스맨 같다는 말은 바로 실용주의를 의미하고 이러한 실용주의적 정신은 모래땅을 부자들로부터 수억 달러를 끌어들이는 재원으로 활용하고 이 돈으로 다시 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재원으로 사용하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싱가포르인 82%가 거주한다는 HDB 주택은 건폐율이 400%이상이고, 발코니, 담장이 없으며, 엘리베이터도 3개층 단위로 운행하고 관리인도 없애 관리비를 최소화해놓는 대신에 공급가를 1억원(전용면적 100㎡ 기준) 정도로 해서 서민들의 주택마련에 대한 부담을 없앴다고 한다. 멀리 바라보이는 인도양의 석양이 아름다운 센토사 코브를 걸으며 실용주의적 사고로 황무지에서 노다지의 대지로 바꾼 이들의 혜안에 다시한번 감복했다. /박차웅(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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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2.07 23:02

[타향에서] 연말 고향모임 풍경 - 윤승용

며칠 전 가까운 고교 동문 선후배들과의 점심자리에서였다. 이날 동석하기로 했던 정부부처의 한 국장급 간부가 식사시간 10분이 지나서야 부처의 긴급한 일로 참석이 어렵겠다고 연락해왔다. 이 전갈을 들은 한 선배분이 버럭 화를 내며 그 친구 요즘 사람이 변했어. 통 동문 모임에 얼굴을 안 비쳐. 아예 고향 쪽에 등을 돌릴 셈인 가봐라고 쏘아 부쳤다.이어 참석자 중 서너명이 그 국장에 대한 서운한 심사를 잇달아 털어놨다. 내가 최근에 몇 번이나 전화를 했는데도 회신이 없더라고... 자기 동기들 모임에도 거의 발을 끊었다지? 순식간에 식사자리는 그 국장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모해버렸다. 가까스로 한 원로 선배가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가 수상해서 가급적 동향모임 참석을 자제하는 모양이니 일단 이해해줍시다라고 말해 성토극은 막을 내렸다.며칠만 지나면 12월이다. 누구나 각종 동창회, 향우회 등 한 해를 매듭 짓는 이런저런 모임이 줄을 이을 것이다. 아마 그런 모임에서마다 어쩌면 앞서 묘사한 성토극이 재연될 지도 모른다. 당연히 비난 대상은 향토 출신 정치인, 관료, 기업인 등일 것이다. 이 같은 성토극은 과거에도 물론 있었겠지만 DJ정부에 접어들면서 줄을 이었다. 초기에는 그간 비호남 출신으로 행세하다 정권이 바뀐 후 나도 실은 고향이 그쪽 이랑께라며 커밍아웃한 인사들에 대한 비난이 주류를 이루었다. 어느 모임에서건 아니 그 친구가 호남사람이었어? 초등학교때 상경해놓고 이제 와서 전북출신이라며 결국 이번 인사때 지역안배 케이스로 우리 TO마저 잡아먹었다니까라는 말들이 오가곤했다. 기왕지사 고등학교까지 촌에서 나오는 바람에 호남인출신임을 이마에 써 붙이고 살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 눈에는 나도 전라도인이라는 커밍아웃 시리즈는 실소를 넘어 분노마저 들게 할 정도였다.이 같은 호남출신 커밍아웃은 참여정부들어서도 계속되더니 요즘 들어서는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여당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희박해져가자 관료나 대기업 임원들의 경우 다시 과거처럼 고향 숨기기 등을 시도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한 양상의 일단이 동문 모임이나 향우회 등에 발길을 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고향모임에 발길을 뜸해하는 인사들에게 너무 가혹한 눈길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각자의 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처신해야만 하는 본인들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리고 그렇게라도 살아남는 게 오히려 훗날 고향을 위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는 않을까? 또한 무슨 이벤트만 있으면 동향 오너 기업인이나 대기업의 임원 들에게 협찬이란 이름아래 손을 내미는 풍토도 이젠 지양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적인 민원으로 이들을 귀찮게 하는 일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일단 그 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진정 고향을 사랑하는 길이다. /윤승용(국방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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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1.30 23:02

[타향에서] 내고향, 부부들! - 김은섭

2006년 11월말! 병술년 이 해도 동쪽으로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 채 노을을 비켜가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가슴 찡한 글이 있기에, 전해 드리며 한 해를 보내고자 합니다.#1. 당신의 허리 : 짊어진 삶의 무게가 너무 힘겨워 그 자존심만큼이나 꼿꼿하던 당신의 허리는 휘청거리는가? 헛기침이라도 크게 하며 가슴을 떡 벌리고 대문을 나서던 그 패기, 그 자신감은 다 어디 가고 백발 성성한 구부정한 모습으로 지친 걸음을 내딛는가, 당신은. 가족의 기대가 너무 버겁다면 우리 모두 기대만큼의 무게를 내려놓겠습니다. 책임의 분량이 과하다면 조금 조금씩 나눠지겠습니다, 우리가. 부디 양 어깨에 짓눌린 벅찬 고뇌를 내려놓고, 허리 곧추세우고 가슴 쫙 편 채 앞만 보고 걸으십시오. 자신감 가지고 당당하게 걸으십시오. 우리들의 기둥인 당신이시여! (박현자 시인의 감 꽃 목걸이에서)#2. 아내 :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가 여보, 점심 먹고 베란다 청소 좀 같이 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나 점심 약속 있어.라며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아내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다. 배터리를 빼 버렸다. 그리고 새벽 1시쯤 들어왔다.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낮에 비빔밥 먹은 게 얹혀 약 좀 사오라고 전화했는데. 그냥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기만 했다.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아내는 응급실 진료비가 아깝다며 병원을 나갔다. 아내가 명절 때 친정부터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아내는 짐을 몽땅 싸서 친정으로 가 버렸다. 결혼하고 처음 아내가 없는 명절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나 친정에 가 있었던 거 아니야.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검사 받았어. 당신이 한번 전화만 해봤어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거야. 당신이 그렇게 해주길 바랐어. 아내가 위암이라고? 전이될 대로 전이가 돼서, 3개월 정도밖에 살 수 없다고. 아내는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내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보내고 어떻게 살아갈까.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내는 잠들기전 말했다. 여보, 30년 전에 당신이 프러포즈하면서 했던 말 생각나? 사랑한다 어쩐다 그런 말, 닭살 맞아서 질색이라 그랬잖아? 그 전에도 그 후로도, 당신은 나보고 사랑한다고 말 안 했지? 어쩔 땐 그런 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아침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보! 우리 오늘 장모님 뵈러 갈까? 좋아하며 일어나야 할 아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었다. 이제 아내는 웃지도, 기뻐하지도, 잔소리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난 아내 위로 무너지며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어젯밤 이 얘기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글쓰신 분 모름, 원문을 줄임)인생의 여정에서 세월의 때가 묻으면 묻을수록, 모질면 모질수록, 거칠면 거칠수록, 더 높아지고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는 것 그리고 고목일수록, 골동품일수록 더 귀하고 더 소중한 것, 그것은 이 세상에서 오직 단 하나, 부부의 사랑일 것입니다. 오늘밤만은 꼭, 세월에 씻겨버린 아내의 손을 잡으시고, 세월에 패어버린 지아비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시고. 사랑한다고./김은섭(교육인적자원부 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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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1.23 23:02

[타향에서] 도의회 제역할 기대한다 - 지동훈

김완주 지사와 전북 도의회간 협력관계에 있어 큰 마찰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한편으론 집행부에 대한 의회의 감시기능이 약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측면도 있긴 하지만 하나의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무엇보다 이 같은 소식은 민선 4기가 출범한지 5개월이 지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도에서 추구하는 동북아시대 교역의 중심지와 모범적인 혁신도시 건설, 경제발전 등에 커다란 희망을 엿볼 수 있다.이러한 가운데 필자는 전북도의회 의원들에게 다시 한번 칭찬과 비판, 견제, 감시, 그리고 정치적 입지의 연관관계에 대해 보다 심사숙고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해 본다.현재 전북도의회에선 지난 1년간 전북도정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 각종 현안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모범적인 사업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을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평소 도정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각종 민원해결과 커다란 행사에 얼굴만을 내비치며 도정에 대해선 다소 소극적이었다가 사무감사를 맞이하여 수험생들이 벼락치기 공부를 하듯 형식적인 관심으로 끝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도민들의 수준 높은 삶을 만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집행부의 정책들이 꾸준히 실효성있게 시행되도록 의회 차원에서 칭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전북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해 마냥 집행부의 일로써 다만 이를 감시하고 질책만 하면 된다는 소극적인 사고를 버리고 무엇이 문제가 되고 어떤 부분에 대해 의회의 역할이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등 전북도민의 일원으로써 초당적으로 지역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단순히 당적 감정이나 개인적 감정을 앞세워 발목잡기식의 비판으로는 도정 발전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는 결코 비판과 견제, 감시기능을 약화시켰으면 하는 의미에서의 말이 아니다. 평소 도정에 깊은 관심을 갖고 보다 객관적이고 효율적이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의회로 더더욱 발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는 곧 의원들의 정치적 입지와도 직결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이제는 민선 4기 전북도 슬로건처럼 하나되어 전북을 바꿔야 할 때다./지동훈(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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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1.16 23:02

[타향에서] 떠오르는 도시, 중국 리지앙 - 박차웅

리지앙은 중국 서남부 운남과 티벳의 접경지역인 해발 2400미터 가량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는 고성(古城)이다.나시족이라는 소수민족이 건설하여 수백년동안 거의 변함없는 생활을 영위하다가 서양 여행가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여 론리플래닛(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여행서)에서 소개됨으로써 유명세를 타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리지앙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옥룡설산은 나시족의 신산(神山)으로 해발 5500미터로써 만년설을 이고 있는데 중턱까지 전용버스로 올라가 산소마스크를 대여한 다음 다시 케이블카를 바꿔타고 장대한 풍광을 구경하다보면 해발 4400미터까지 올라갈 수 있고, 거기에는 한여름에도 눈이 쌓여있으며 빈관(賓館)도 있어 특이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리지앙 인근 최고 관광지이다.또한 이 산 중턱에 자리잡은 운삼평(云杉坪)은 푸른 하늘과 만년설산을 배경으로 원시림에 둘러쌓여서 고원지대의 초원을 걷도록 시설을 해놓아 절묘한 풍취를 느끼게 해준다.그 밖에 흑룡담, 옥천호 등 많은 자연풍광과 식물의 왕국이라 불리정도로 많은 식물군등의 볼거리가 많다.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리지앙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는 수백년이나 된 거리인 쓰팡지에(四方街)이다.1996년 리지앙에 리히터강도 7의 대지진이 일어나 수많은 근현대 건물이 붕괴되었으나 4백년 가까이 된 이 거리는 거의 손상을 입지 않고 원형을 보존했으며, 유네스코에서는 1997년 이 도시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이 도시의 북쪽 옥천호에서 눈녹은 깨끗한 물이 경사를 타고 급류가 되어 이 도시를 지나고 이 물을 수 많은 인공개천을 통해 각기 집을 통과하도록 설계해서 음용수, 세탁수, 생활용수로 사용토록 되어 있다.사방가 내는 개발이 제한되어 있어 예전 그대로의 가구수가 유지되기 때문에 수량이 풍부하고 유속이 빨라서 이러한 생활용수를 빠른속도로 하류로 실어감으로써 중국 다른지방에서와는 달리 어딜가도 깨끗한 물들로 넘쳐 흐른다.골목골목 흐르는 수로사이에 수백개의 다리들이 걸쳐있는데 그 다리들은 자세히 쳐다보면 나무나 돌을 손으로 다듬어 지형에 맞게 놓은 것을 알수 있다. 그래서 론리플리닛에서는 리지앙이 수많은 수로와 다리로 이루어졌다하여 동양의 베니스로 이름붙여 놓았다고 한다.이렇듯 수많은 깨끗한 개천사이로 세월을 견디며 지탱해 온 수백년된 가옥들이 늘어서 있는 사방가가 예전과는 달리 변하고 있는 것은 거의 모든 집들이 상가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1년에 400만명이나 되는 관광객이 이 사방가를 누비고 다니기 때문에 정부가 보존가옥으로 지정하지 않은 모든 집들은 그들을 상대로 하는 기념품점, 인장점, 의류점, 식당, 호텔 등으로 개조했거나 개조중이라고 보면 된다.사백년이라는 시간동안 수많은 역사의 흐름속에서도 자신의 전통양식을 이어가던 나시족의 고성도 자본의 도도한 흐름속에서 침식 당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그럼에도 리지앙은 너무나 매력적인 도시이다./박차웅(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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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1.09 23:02

[타향에서] 영화 '타짜'와 전북의 문화산업 - 윤승용

추석연휴에 실로 오랜만에 가족들과 극장엘 갔다. 이날 본 영화는 요즘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화제를 모으는 타짜. 이미 개봉전부터 공공의 적을 히트시킨 감독의 작품으로 도박고수들의 세계를 낭만적으로 잘 그렸다느니, 김혜수의 누드가 너무 멋지다느니 상반신이 나온다느니 언론이 크게 보도한 터여서 외화(外畵)에 대한 욕구를 포기하고 선택한 영화였다.영화는 소문대로 괜찮았다. 화투놀이를 잘 모르는 딸애는 연신 하품을 해댔지만 나는 스피드한 내용전개와 조승우, 백윤식(역시 백윤식의 연기는 감칠맛 난다), 류해진, 김혜수, 김윤석 등 출연배우들의 명연기도 쏠쏠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내 고향 전북이 배경으로 자주 나오는 게 눈에 띄기 시작했다. 주인공 고니의 고향이 지리산 자락 남원으로 나오는 가 하면 전라선 기차와 전주, 익산, 군산 등지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이었다. 속으로는 하필 노름영화의 주요 배경이 전북일까라는 거부감도 없지 않았으나 70년대의 고향마을 풍광이 화면에 펼쳐질 때 마다 가슴 한켠이 설레곤했다.영화를 본 후 타짜의 팬이 된 나는 기사를 검색하다 영화의 주배경이 전북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최동훈 감독이 전주 영생고를 32회로 졸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허영만화백의 원작만화에서도 고니의 출신지가 지리산자락으로 나오는 것이 맞지만 최감독의 고향이 전북인 점도 어느 정도 작용했으리라 짐작된다.(아직까지 최감독에게 직접확인하진 못했지만)필자가 이 칼럼란에 생뚱맞게 영화얘기를 들먹이는 이유는 전북도의 경우 새만금개발이나 대기업공장 유치 못지않게 문화산업에도 관심을 쏟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원래 전라도는 물산이 풍부해 풍류가 발달한 덕에 각종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풍부하지만 전북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판소리 여섯마당을 완결한 동재 신재효의 고향이 바로 이 곳이며 특히 동편제의 본향은 사실상 전북이다. 또한 춘향전의 배경뿐 아니라 흥부전의 배경도 전북 남원임은 이미 학계에서 고증된 바다. 현대문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람 이병기, 신석정, 미당 서정주, 고은을 비롯 채만식, 유현종, 윤흥길, 박범신, 최명희, 최근의 하재봉, 신경숙에 이르기까지 허다하다. 전북도는 이처럼 다양한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을 날줄과 씨줄로 잘 엮어서 훌륭한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그랜드플랜을 지금부터라도 그려야한다. 예를들면 전세계 태권도인의 메카로 자리매김될 무주 태권도공원을 거쳐 고은시인의 생가(만약 그가 노벨상을 받게 된다면)와 새만금방조제를 구경한 후 서해안 낙조를 보며 1박, 이어 황토현을 돌아 고창의 동리국악당을 거쳐 남원 춘향골과 흥부마을을 돌아 전주 한옥마을에서 또 하루를 묵는 문화답사코스를 만들면 참으로 멋질 것 아닌가. 21세기는 문화가 최고의 자산이라는 토플러의 명제를 잊지 말기 바란다./윤승용(국방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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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1.02 23:02

[타향에서] 내고향, 사람들! - 김은섭

#평생에 단 한번 하루 양반이 되는 날, 삼돌이는 사모관대에 의젓한 양반댁 자제가 되고, 삼순이는 원삼족두리에 양가댁 규수 되어 시집장가 가던 날, 내 동네 네 동네 너나없이 모두 나와 울타리 무너지도록 흥겨웁게 함께 즐기던 날. #암탉 한 마리 머리에 이고 가는 장날, 무풍장, 순창장, 운봉장... 이웃마을 먹쇠아비 만나 시집보낸 딸 소식 듣고, 장터국밥 한 그릇에 허기를 때우며, 떡장수, 엿장수, 장돌뱅이, 봇짐장수, 등짐장수, 온 동네 사람들과 시끌벅적 떠들고, 남사당패 굿거리에 하루해가 다가는 줄 모르고 함께하던 시절. 지금은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 모두 함께 떠들고 즐기던 내고향 사람들의 정겹고 아름다운 공동체적인 삶의 모습들.... 이러한 삶들 속에서 내고향 사람들은 신분체계와 직업체계가 동일시 된 길고 긴 세월에도, 오직 직업을 하늘이 내린 천직으로 알고 이를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으로 삼았다. 신분의 높고 낮음과 부함과 빈함이 직업의 귀천에 있었건만, 소박하고 조그마한 행복을 소중이 여겨, 농부는 천리(天理)에 순응하며 이웃과 품앗이로 풍년을 맞고, 공인은 도(道)를 닦는 정성으로 옹기를 굽고, 상인은 속이지 않음을 천도(天道)로 삼아 손님을 섬겼으며, 공동체간의 신뢰와 신용을 근본으로 사회규범과 직업윤리를 세웠다. 이렇게 내 고향 사람들은 하늘과의 약속,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는 믿음으로 호박넝쿨처럼 엉키고 설키면서 서로를 의지하고 도와주며 오순도순 살아왔다.이제 드디어, 이 같은 내고향의 전통적 가치가 빛을 발할 때가 도래했다. 인류공동체들이 각자의 번영만을 추구하여 경쟁과 대결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던 20세기를 지나, 21세기는 인류의 번영과 평화, 공존을 추구하고 있다. 생존과 공존을 연결하는 고리는 공동체 속에서의 서로간의 믿음, 즉 신뢰와 신용이다. 신용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으로서 앞으로의 사회발전은 자본과 기술 보다 신용에 의해 좌우될 것이며, 사회적 자본은 신뢰가 정착되었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한다.빈곤층 자활 지원을 위해 애쓴 공로로 금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총재도 신용은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하며, 신용을 인권과 동일하게 하늘에서 내린 천부(天賦)의 권리와 의무로 설파했다. 그가 주도한 무담보 소액대출 운동은 상환율이 98%를 웃도는 좋은 실적을 기록하며, 대립적으로만 여겨지던 은행과 무산자가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 주었다.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내고향 사람들이 굳게 지켜온 가치관이 이 시대를 선도하는 세계관을 포용하고 있음은...... 나는 기대한다. 내고향 사람들이 지구촌(Global Village) 글로컬(Global+Local) 세계화(Global) 시대를 주도하여 내 고향을 세계 속에 우뚝 서게 하고, 인류의 번영과 공존에 기여할 수 있기를 ..../김은섭(교육인적자원부 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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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0.26 23:02

[타향에서] 열성은 말썽? - 지동훈

적당히 일해, 열성을 부리다가 말썽이 된 애들이 한둘이 아니야 이는 최근 북한요지경이라는 책속에 나온 말로써 열성을 부려 일을 하다 사고가 나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질 소지가 더 커진다는 의미로 요즘 북한 사회 관료와 주민들이 유행어처럼 사용하고 있다.필자는 이 문구를 접하면서 비단 사회주의 세계인 북한에서만 적용되는 의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도 이미지가 강한 전북을 21세기 서해안 물류거점기지로 육성하는 과정에서 청사진만 제시한다고 모든 것들이 순간에 이루어지는가?정치와 경제가 일맥상통하고 있는 현 시대에 전북 지역민들이 뽑아준 도지사와 시장, 군수 등 단체장들이 혼자서 열심히 일한다고 내일을 걱정하는 서민들이 다리 쭉 뻗고 잠을 이룰 수 있느냐는 말이다.필자는 이들 단체장 곁에서 열성을 부려 말썽을 일으키는 공무원들이 많아야 이뤄질 수 있다고 확언해본다. 유능한 행정가가 많은 열성 공무원들과 호흡을 맞춰 일할 때 비로소 밝은 21세기 전북 비전이 제시될 것으로 생각된다.일례로 외국인 투자유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정부와 지자체를 접했던 필자는 지나친 열성을 부려 성과 여부를 떠나 부하직원들에게 불만을 사게 하는 리더형 공무원을 접했었다. 적당히라는 정치적인 평가에 익숙한 부하직원들의 투덜거리며 지시에 따르는 소극적으로 일관했던 모습과는 달리 리더형 공무원은 상사의 지시에 호흡을 맞춰가며 충실히 보필해 결국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바 있다.김완주 전북지사가 전북호 선장으로 선장한지 이제 100일이 조금 넘었다. 전북 발전을 위해 준비한 공약들을 이제 본격화하는 과정에 있다. 이 과정에서 물론 공무원들의 노고는 눈에 확연히 드러나 보인다.최근 전주를 방문했던 당시 전북 도청 인근지역을 지나다 늦은 시간 불이 환히 켜져 있던 광경을 목격했었다. 오히려 이들 공무원들의 건강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이를 받아들일, 돌아가게 될 수혜자는 곧 도민들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타 시도에 비해 작기 만한 그리고 재정자립도가 턱없이 낮은 내 고향 전북! 비록 전북도를 비롯한 시군 단체장들이 정당별로 고루 배치돼 있어 때로는 한목소리를 내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겠지만 지역민들을 위한다는 일념으로 하나 되어 열성을 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이미 출항한 민선4기 전북호가 향후 항구로 들어와 정박할 때 만선의 기쁨을 누리며 얼마나 많은 고기를 도민들에게 고루 나누어줄 수 있을지는 노를 젓고 어망을 설치하는 전북 공무원 여러분들이 얼마나 많은 열성을 부려 주느냐에 달려 있다 생각한다.공무원 여러분! 열성은 말썽이 아닙니다./지동훈(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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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0.19 23:02

[타향에서] 잃어버린 낙원, 샹그릴라 - 박차웅

전세계에 경제공황이 몰아닥쳐 암울한 삶의 분위기가 지배하던 1933년 미국소설가 제임스 힐튼은 잃어버린 지평선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티벳의 동쪽 깊은 산속에 4명의 외국인이 조난되어 샹그릴라(Shangrila)라는 곳에 도착하니 너무나 아름다운 풍광속에서 평균수명이 200년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상향을 그린 것이었다.이 소설은 당시 삶의 고달픔에 지친 사람들에게 하나의 정신적 도피처를 마련해주어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히틀러를 비롯한 여러 숭배주의자를 만들어내어 1930~1940년대에 걸쳐 하나의 문화적 경향을 만들어내기까지 하였다.필자는 중국 운남성 쿤밍(昆明)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50분간 티벳으로 비행을 하여 디칭(迪慶)이라는 지역에 착륙을 했다.때는 6월말인데 주위는 온통 하얀 눈을 뒤집어쓴 어마어마한 설산으로 둘러 쌓여있었고 꾸불꾸불한 길을 계속 가다가 고개마루에 도착해서 내려다보니 대초원이 펼쳐져 있었는데 중간중간에 수많은 호수들이 흩어져 보였다. 이 대초원은 우기가 되면 거대한 호수로 변한다는데 이 대초원 위에 텐트로 만들어 놓은 찻집에서 검은 야크떼와 말들이 여유있게 풀을 뜯고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한가로이 차 대접을 받고 있자니 마치 시간이 멈춰져 있는 것 같았다.중국 정부에서 제임스 힐튼의 소설에서 나오는 풍광과 가장 일치하는 모습을 가진 곳(즉, 거대설산으로 둘러 쌓이고 대초원과 호수가 어울러져 있으며 거대한 절이 위치해 있고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곳)을 찾아내어 주민들에게는 생소한 샹그릴라라는 지명을 부여했을때 이곳 주민들은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곤 한다.그러나 이 개명이후 외국인들이 먼저 물밀듯이 찾아오고 뒤이어 내국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어 10년전 한해 방문객이 2만명도 안되었던 이곳이 2005년에 관광객이 150만명을 돌파했고 티벳의 빈촌인 이곳의 주민들을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탈바꿈 시켰다.사실 샹그릴라의 관광자원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도 볼품없고 협소할 수 있다. 우선 볼 것이라고는 송찬림사(소설속의 금빛 찬란한 절로 표현되는곳)의 라마불교 의식과 유적, 시장의 풍경, 대초원과 대설산 협곡(사실 차를 마시며 보는데 1시간이면 충분함), 부농의 집안과 민속공연 등을 관광하는데에 한나절 정도면 충분하다.온천이라는 곳이 한곳 있는데, 용출량이 적어 온천리조트 건설이 적합치 않고, 한여름이라도 밤에는 기온이 급강하하는 기후적 조건, 3700미터 이상의 고도 때문에 고산증이 발생하는 지형적조건, 골프장 잔디가 생존할 수 없는 생태적조건 등으로 인하여 휴양리조트 건설을 할 수 없는 열악한 관광자원을 가진 곳이 이곳이다.그러나 중국인들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는 오지의 이상향을 현실로 갈수 있다고 믿게하는 이미지 구축에 성공함으로써 잃어버린 낙원에서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 현실향의 구축에 성공한 것이다.이제 샹그릴라는 분주히 잃어버린 이상향이라는 이미지를 찾아오는 관광객과 자본을 유치하여 보다나은 물질적 삶을 이루려는 욕망 때문에 사라져버린 낙원이다. /박차웅(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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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0.12 23:02

[타향에서] 존중과 배려 - 윤승용

이달 초순 이라크의 아르빌에 주둔중인 자이툰부대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6개월마다 시행되는 병력교체용 전용항공기에 편승한 짧은 여행이었지만 단순한 주마간산이상의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일정이었다.비록 이라크 전쟁이 마무리 단계라하지만 아직도 심심찮게 저항세력의 공격과 테러가 자행되는 곳이어서 서울공항에서의 출발부터 C-130군용수송기가 아르빌공항을 무사히 이륙해 이라크 영공을 벗어날 때까지 시종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이미 한국은 초가을 내음이 살풋 풍기는 날씨였지만 이라크 현지는 아직도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0~5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도착 첫날, 자이툰부대의 민사작전(v ??Civil Affairs Operation)활동을 담은 홍보영상물을 시청했다. 2,800여 자이툰부대원들이 학교를 세워 쿠르드문자와 태권도를 가르쳐주고(놀랍게도 쿠르드족의 문맹율은 무려 70%를 웃돈다), 무료진료를 해주는 가하면 제빵, 중장비운전, 자동차정비 등 직업훈련을 무료로 시켜주는 활동상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이미 지난달 국내 포털사이트에도 알려져 네티즌들의 감동을 자아냈던 바로 그 동영상물이었다. 30여분의 상영이 끝나자 방문단 모두가 가슴이 찡할 정도로 내용이 알찼다. 특히 미국 등 28개국이 참가중인 이라크 다국적군 사령부에서 지난 7월 열린 사령부 전체회의에서 바로 이 동영상물이 상영돼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는 부연설명에는 감회가 남달랐다. 현지 정훈참모는 이라크군 대표가 바로 저것이 이라크 국민이 그토록 원했던 모습이라며 눈물을 글썽였고 다른 나라의 지휘관들도 자이툰 같은 활동(Zaytun-like Operation)을 해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필자는 이번 방문기간 중 여러 파병국가 중 왜 유난히 자이툰부대의 활동이 현지에서 가장 모범적이라고 평가받는지를 곰곰 생각해봤다. 현지 민사작전장교는 자이툰 부대의 성공 비결은 과거 한국전쟁 이후 우리가 겪었던 군사원조 시기의 아픈 경험과 동티모르에서의 민사작전 교훈을 잘 적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가장 주목되는 점은 '존중과 배려'라는 민사작전의 모토였다. 우리 병사들은 비록 종교와 피부색이 다르고 아직도 저급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우리 장병들은 현지인들의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고 그들의 어려운 형편을 마음깊이 배려하는 자세를 최우선시했던 것이다. 그렇다. 존중과 배려,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인가. 귀국 비행기 안에서 왜 해외에선 이렇게 멋진 활동을 하는 우리민족이 국내에선 사사건건 갈갈이 찢긴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왜 우리끼린 존중과 배려를 하지 않는지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제발 우리끼리도 이념과 지역, 세대와 성별을 떠나서 존중하고 배려하며 살았으면..../윤승용(국방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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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9.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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