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최근 발표한 ‘21세기 사법발전계획안’은 그동안 사법부 안팎에서 중점적으로 거론돼온 현안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먼저 국민들의 법률 서비스 증대를 위해 구속된 모든 피고인이나, 피의자는 물론 불구속 피고인에게까지 국선변호인제를 확대하는 것을 비롯 증거개시제 도입, 민사조정 전치주의 등의 개선안을 제시한 것은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법관의 독립성을 비롯 재판의 공정성·효율성·전문성 문제까지 개혁안에 포함시킨 것은 사법부의 새바람을 위해 바람직한 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법발전계획안’에 전북도민들이 그동안 그토록 주장해 왔던 전주고법 설치와 남원지원 합의부 승격문제가 빠진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대법원은 이번 ‘21세기 사법발전계획안’의 최우선 과제를 어디까지나 국민들을 위한 법률 서비스 증대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전주고법 설치와 남원지원 합의부 승격을 제외한 것이 과연 국민들을 위한 법률 서비스란 말인가. 어떤 명분으로도 앞 뒤가 맞지 않는 처사이다. 한마디로 대법원의 이번 개혁안은 우리 도민 입장에서 본다면 말 잔치에 불과 한 것이다.
더욱 이번 사법부의 개혁안에는 서울 시내 5개 지원과 강릉지원에는 항소부를 설치해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으면서 전북도민들의 갈망을 묵살한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 일임이 분명하다. 앞으로 도민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법원은 반드시 이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
사실 전주고법 설치 문제가 대두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95년에는 거도적인 추진위가 구성됐었고 97년 7월에는 의원 입법으로 전주고법 설치안이 발의되자 같은해 11월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대법원 행정처장은 늦어도 2002년이나, 2003년까지는 최소한 광주고법 전주지부를 설치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리고 해마다 국정감사장에서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되는 등 사법부의 현안으로 대두돼 왔다.
실제로 전주에 고법이 설치되지 않아 도민들이 입는 시간, 경제, 심리적 피해는 말할 수 없이 크다. 광주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음으로써 당사자가 입는 심리적 부담은 그만두고라도 직접적인 항소비용만 연간 50억원 이상이 광주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외에 항소심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전북도민들은 재판청구권의 기본권마저 제약 당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대법원은 이런 현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거듭 재고를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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