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과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인간의 유전자 지도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허용돼야 한다고 발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생명공학산업의 핵심 정보인 게놈 프로젝트가 공개될 경우 국내 기업들뿐만 아니라 기타 외국 기업들도 첨단 생명공학기술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의의가 크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인간 유전자의 구조와 역할을 밝히기 위해 30억개에 달하는 인간의 염기 서열을 밝히는 작업을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그 규모가 방대하고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큰 이유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생명의 신비’때문이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때 쯤이면 인간 유전자 전체의 기능과 위치, 그리고 조절기능 등이 모두 밝혀지게 된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이를 이용하여 유전자의 위치를 지도로 작성하고 인체 설계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들어보지도 생각해 보지도 못한 일들이 발생할 것이다.
그 동안 인간을 괴롭혀 왔던 유전병은 물론 암을 비롯한 불치병들이 속속들이 치료될 수 있고 아직도 그 기능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인체 내의 여러 기관의 기능과 복제까지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21세기는 첨단과학기술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갈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21세기에 선보일 과학기술의 미래를 예견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21세기의 과학기술은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중 유전공학은 특히 그러하다.
인간에 의해 생명의 신비가 벗겨진다면 인류는 조물주에 버금가는 능력을 갖게 됨과 동시에 그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조물주의 손에 있던 ‘생명의 열쇠’를 넘겨받으려 할 것이다. 한 가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조물주가 인간의 신성 접근을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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