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일 일본의 최대 일간지인 아사히신문을 받아본 수백만 독자들은 깜짝 놀랐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가 인재난을 해소하기 위한 긴급대책으로 외국인 2∼3명을 각료로 기용한다는 기사가 1면 정치면에 대문짝만 하게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는 오부치 총리가‘각료 빅뱅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방침을 굳히고 이 사실을 곧 발표할 예정에 있어 이는 인재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일본 정계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해설도 있었다. 또 수입각료로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과 마가릿 대처 전영국총리, 리관유(李光曜) 전싱가포르 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까지 덧붙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기사 옆 작은 컷에는 ‘오늘은 4월 1일’이라고 적혀 있었으며 1면 지면안내에도 ‘오늘은 만우절, 오늘 지면에는 가공기사 하나가 있습니다. 찾아 보세요’라는 글이 실려 있었다. 일본사회에 큰 쇼크를 초래할뻔 했던 이 기사는 ‘만우절용 기사’였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지 못한 외국언론들은 진짜(?) 기사로 잘못 알고 긴급 타전을 했다가 정정보도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만우절의 풍속은 4월 1일인 오늘 단 하루만 난처한 장난을 하거나 친구에게 거짓말로 심부름을 시키는 풍습에서 비롯됐다.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풍속이 발견되지만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다. 다만 고대 로마의 ‘힐라리아’(3월 25일)나, 인도의 ‘홀리’(3월 31일)와 같은 축제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이 시기는 갑작스런 날씨의 변화를 통해 인간을 놀리는 춘분(春分)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학설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장난에 속은 사람을 ‘4월의 고기’(푸아송 다브릴)라고 부르고, 인도에서는 ‘뻐꾸기’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좋은 예라는 것이다.
우리도 만우절에 대한 풍속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과 같은 ‘깜짝쇼’는 없다. 하지만 만우절에 가장 곤혹을 치르는 곳이 112나, 119라고 한다. 이제는 그런 장난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건 그렇고 오늘 총선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이 혹 만우절에 하는 거짓말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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