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모 방송사의 드라마‘허준’이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극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허준은 동의보감을 편찬한 사람으로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그의 의술 행적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었다.
허준은 동의보감 이외에도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하거나 번역했다. 1601년에는 세조 때의 구급방을 번역한‘언해두창방’과 임원준의‘창진집’을 번역·개편한 ‘인해태산집요’를 편찬하였으며, 1612년에는‘찬도방론맥결집성’을 편술했다. 이듬해에는 신찬‘벽온방’과 ‘벽역신방’을 편찬하였는데, 이 두책은 전염병 전문의서로서 지금까지도 탁월한 과학적 의서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허준은 의술도 뛰어났지만 저술활동도 활발했던 것 같다. 그러나 드라마‘허준’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좀 색다른 면에 있는 것 같다. 정작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의 왕성한 저술 활동이나 의인(醫人)으로서 갖추어야 할 뛰어난 의술보다는 그의 진솔한 인간성과 시술의 단계를 넘어 의술을 베푸는, 그야말로 의술을 인술로 승화시킨 데에서 오는 대리만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의약분업에 반발해 전국의 병원과 의원이 집단휴진을 하고 있다. 아파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굳게 닫힌 병원 문을 뒤로하면서 발을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들은 의업에 종사할때 자신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고, 자신의 양심과 위엄으로써 의술을 베풀겠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한번쯤 되새겨 봄직도 하다.
물론 다원화된 사회에서 모든 이익단체는 이해관계에 따라 요구조건을 내걸고 집단행동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아픔으로 시달리거나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는 없으며,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잡는 결과가 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은 아직 의술은 인술이기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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