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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포스트 '게놈' 시대

세계는 지금 인간게놈지도 완성 소식에 크게 흥분하고 있다. 인류가 마침내 생로병사의 비밀을 간직한 판도라 상자를 열어 무병장수의 꿈을 실현하게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 대로라면 인류는 곧 암·치매·에이즈·당뇨·고혈압·천식과 같은 난치병을 극복하고 의료·제약·농업·축산·환경 등 관련 산업분야에 일대 혁명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머지 않아 인공생명체도 만들어낼 전망이다.

 

그러나 인간게놈지도 완성이 곧바로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란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인간게놈지도 완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인간게놈지도 완성은 인간게놈 프로젝트(HGP: Human Genome Project)의 산물이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인간이 가진 모든 유전자의 염기(鹽基)서열을 파악하고 각 유전자의 역할을 규명하는 연구로 1990년 미국이 주동이 되어 착수, 30억 달러를 투입해서 2005년에 완성할 계획이었다.

 

미국은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많은 돈과 기술 그리고 인력을 필요로 하는 대형 연구과제이어서 영국을 비롯한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 18개국 350여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국제 공공 컨소시엄을 만들어 이를 진행해왔다. 인간게놈지도 완성이 계획보다 앞당겨진 것은 이 계획에 동참했던 크레이그 벤터 박사가 민간기업(셀레라 제노믹스)으로 옮겨가 획기적인 염기서열 분석법(shot-gun methode)을 개발함으로써 가능했다.

 

게놈(genome)이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포함하는 모든 DNA를 의미한다. DNA는 디옥시리보핵산(deoxyribo nucleic acid)의 약어로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효소 등 각종 단백질의 생산을 지령, 제어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물질이다.

 

DNA의 역할은 속에 간직하고 있는 네 가지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염기의 배열이 갖는 암호에 의해 결정되며 생물의 종(種)은 바로 이 염기배열 차이로 생겨난다. 사람의 DNA는 약 30억 개의 이들 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인간게놈지도의 완성은 바로 이들 염기서열을 밝혀낸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간게놈 활용 연구는 이제부터이다. 인간게놈지도를 바탕으로 30억 개의 염기서열 중 10만에서 15만개로 추산되는 유전자를 찾아내 이들의 구조와 기능을 밝혀, 이용법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선진국들의 유전정보 독점과 특허권 확보를 통한 기술패권주의를 한층 심화시킬 것이다. 동식물 유전자 확보를 위한 쟁탈전이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로 해서 선진국과 제3세계와의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 각국은 포스트 게놈시대를 대비해서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우리 나라는 인간게놈지도 작성분야에서 선진국에 크게 뒤져있다. 하지만 인간게놈은 사람마다의 특성이 있기 마련이어서 우리의 것은 우리가 하는 것이 유리하다. 우리도 이런 면에서 포스트 인간게놈 연구에 국가적인 뒷받침이 있어야겠다.

 

한편 인간게놈 연구와 활용은 종교와 윤리·도덕·법률 등 분야에서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인간 유전자 정보가 알려졌을 때 나타날 문제만 해도 간단치 않다. 태아가 유전자 진단을 통해 결함이 발견되었을 때 유산시킬 가능성이 높고 정보가 밖으로 유출될 때 취업과 보험가입에 불이익이 초래될 수 있다.

 

또한 유전자조작을 통해 생물계가 급격하게 바뀌어갈 때 생태계에 큰 혼란을 일으켜 인류의 종말을 재촉할 수도 있다. 유전자변형식품이 세계 곳곳에서 말썽을 빚고 있는 것은 여기에 있다. 인간게놈연구가 인류 복지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는 물론 오·남용을 막기 위한 확실한 제재책과 함께 지속적인 과학적 평가와 감시체제를 구축하는 등 유전자 조작에 대한 조례를 마련해야한다. 그리고 인간게놈 기술의 활용에는 대다수 사람들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광영(전북대 자연대 초빙교수/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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