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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만남의 色

핵가족화, 도시화, 서구화가 우리 사회를 감싸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몸속에는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보편적인 생활의식과 정서가 깊이 배어있다. 관혼상제때나 일상생활의 예의범절에 있어서, 또는 음식이나 의복, 주거생활 등 모든 생활 가운데서 뚜렷이 배운 것이 아니면서도 어떤 분위기와 문화에 젖어있음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의식은 어떤 지식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습득된 것이라기 보다는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더 거슬러 올라가서 선대로부터 생활 체험을 통해서 몸에 배어온 것일 것이며 이러한 것 가운데에서 어떤 공통적인 것이 있어 우리의 의식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예를들어 색으로 우리 민족을 표현한다면 흰색 등의 무채색을 꼽는다. 화려한 다른 색에 비해 상대적으로 백색이나 회색 혹은 회색에 가깝다고 느끼는 색들을 우리는 소박하고 검소하며, 세련된 색의 극치라고 말한다. 색채학자들에 의하면 이른바 흰색은 모든 색을 인식하게 되는 출발점인 동시에 아름다움이나 색채감각의 종착점인 것이다.

 

백색에 대한 우리의 선호는 대단하다. 흰색은 무(無)색, 소(素)색의 이미지이며 인간생활이 공수래공수거의 사상과 일치하는 즉, 자연에의 동화이며 그 자체인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한국인은 자기 속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나타낸다는 것은 점잖지 못한 것으로 여겨 왔으며, 하고 싶어도 하고 싶지 않은 체하는 본능 억제력이 가장 강하다. 본능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얼굴색이 푸르락 붉으락하다는 것은 일종이 색이 있음을 뜻하며 이것은 점잖지 못함에 속하고, 심지어 부도덕적인 인격으로 인식한다. 즉 본능의 억제를 겸양지덕으로 비약시킨 것이다.

 

우리는 이번 이산가족의 만남에서도 우리의 은은한 색을 볼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북쪽에서 온 사람들은 순백색에 가까운 본능 억제력을 보이다가 끝내는 다양한 무채색을 드러내고 떠났다. 젖빛 같은 유백색, 달걀빛 같은 난백색, 그리고 잿빛을 곁들인 회백색, 누르스름한 황백색, 푸르스름한 청백색 등 은은한 색상을 남겨놓고 돌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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