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전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러셀 베이커가 2차대전후 미국을 이끌어온 10명의 대통령들에게 별명을 붙여줘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베이커는 그의 칼럼에서 낭만주의 시대의 마지막 대통령인 트루먼에게 ‘보스대통령’이라는 애칭을 붙여준 대신 워터 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닉슨에게는 ‘에그헤드(속좁은 지식인)라는 별명을 안겼다.
대통령들의 재직중 집무스타일, 성격, 치적등을 중심으로 평가한 별명들은 제법 그럴듯 하다. 가령 아이젠 하워는 ‘회장’, 케네디는 ‘스타’, 존슨은 ‘제우스’, 포드는 ‘레귤러 가이(평범한 사람)’,카터는 ‘호민관’, 레이건은 ‘가부장’, 부시는 ‘신사’, 클린턴은 ‘골든보이’하는 식이다. 이들은 저마다 독특한 스타일로 당대 미국의 영광과 좌절을 대표하면서 동시에 세계를 이끌어 온 정치지도자로 미국인들의 인식속에 각인돼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에게는 어떤 별명이 어울릴까. 이승만은 국부(國父)이자 독재자, 윤보선은 ‘영국신사’, 박정희는 독재는 했지만 ‘개발역군’, 최규하는 ‘집사’, 전두환은 ‘돌머리’, 노태우는 ‘물태우’, 김영삼은 ‘철부지(?)’정도가 대체로 인구에 회자되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은 툭 하면 엉뚱한 발언으로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해 ‘럭비공’이라는 소리도 듣는데 엊그제 ‘김정일이 회장이라면 김대중은 전무쯤 될 것’이라든지 ‘김대중씨는 이미 85%정도 힘이 빠졌다. 능력도 권위도 없어졌고 희망도 없다. 국민이 기대를 가져서도 안된다’고 독설을 퍼부은것은 도대체 전직 대통령으로서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정치학 교수 프레드 그린스타인은 ‘대통령은 감정에 지배되지 않고 이를 건설적 목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서적 지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말대로라면 다분히 감정이 섞인 발언으로 김대중대통령 공격에만 열중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미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 받을 수 밖에 없을듯 하다. 하긴 요즘 여당 의원의 실언으로 빚어진 정치권의 소용돌이를 보면 ‘감정의 정서적 지능’은 김대중대통령이 더 절절이 느끼고 있는 덕목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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