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는 원래 1년에 4번을 했다. 섣달 그믐과 설날, 한식, 그리고 추석이다. 섣달 그믐 성묘는 한해를 보내면서 조상들의 음덕(陰德)에 감사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설날은 어른들에게 세배하는 것과 같다. 한식은 겨우내 언 땅이 녹아 묘(陰宅)가 무너지지 않았나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추석은 여름철 장마나 홍수에 묘가 무사한지를 보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조사의 묘를 살펴 보는 것”이 성묘다. 하지만 요즘은 성묘 풍속도 많이 달라졌다. 교통난으로 성묘일 한달 전부터 산소를 찾거나 벌초 등 묘지관리를 위탁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부모들이 서울에 있는 자식을 찾아가는 역(逆)귀성도 일반화 되었다. 또 추석 등 명절이 되면 콘도나 리조트 등 휴양지에서 맞춤차례상을 차려주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최근에는 ‘사이버 추모의 집’도 개설되었다. 해외출장 등으로 바빠 성묘를 못하는 경우‘하늘나라 우체통’을 통해 추모를 하면 된다.
고인(故人)의 이름과 생전의 활동 모습(동화상), 육성 등을 담아 놓은 ‘추모의 집’인터넷 사이트에 편지를 부치면 사이버 우체국이 이를 고인에게 가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또 지구가 아닌 달에 성묘하러 가는 시대도 다가온다.
미국의 한 회사가 내년 말, 유골을 달에 매장하는 사업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2백여개의 유골 캡슐을 상업용 로켓에 실어 달에 보낸다는 계획이다.
이 캡슐에는 유골 분말과 함께 사망자의 이름과 비문이 새겨지는데 비용이 1만2천5백달러다. 이같은 성묘 풍속의 변화는 장묘문화와도 무관치 않다.
전국적인 분묘수는 1998년에 2천만기를 넘어서 총묘지 면적이 전체 택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 40%가 무연고 묘지로 방치되고 있다. 가히 금수강산이 아닌 묘지강산인 셈이다.
올 2월 조사에 따르면 성묘도 1년에 한차례 이상 하는 사람은 52.3%로 매년 줄고 있는 반면 전혀 성묘를 하지 않는 사람은 10.9%로 매년 급증세다. 화장도 크게 늘어 61.4%가 화장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다보면 몇 세대가 지난 후 지금 같은 성묘행렬이 이어질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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