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회식에는 각국의 선수단이 국가 표지판과 함께 국기를 앞세우고 입장한다. 또한 메달을 따면 국기가 게양되고 특히, 금메달이면 국가까지 연주된다.
1906년 아테네 중간 올림픽에서 당시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하에 있었고 아일랜드 출신 선수들은 영국 국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에 출전해야 했다. 3명의 아일랜드 선수들이 메달을 땄으나 영국국기가 치욕스럽게 느껴졌다. 아일랜드의 피가 끓는 젊은이들은 용기있는 일을 꾸몄다. 높이 뛰기에서 우승한 리히의 시상식이 있던날, 3단 뛰기에서 은메달을 딴 오코너가 국기 게양대까지 올라가 영국 국기를 내리고 대신 아일랜드 국기를 매달았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한이 얼마나 풀렸는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는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 선수가 우승했을 때 식민치하의 우리가 겪었던 일장기 사건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1908년 런던 올림픽에선 국기없는 입장도 있었다. 소련의 속국이었던 핀란드는 IOC회원국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다. 핀란드 국명으로 올림픽에 나갔지만 소련 국기를 들어야 했다. 그래서 핀란드 선수단은 올림픽 사상 최초로 국기없이 개회식에 참가했던 것이다.
한 나라가 두 국기를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1964년 동경 올림픽때 영국의 통치하에 있던 아프리카 북로데지아는 올림픽 대회 중 독립을 쟁취하여 국호를 잠비아로 바꾸고 국기도 다시 만들었다. 그리하여 폐회식에는 새로운 잠비아 국기를 들고 나타났다.
분단국이었던 동서독은 흑, 적, 황색 바탕에 오륜마크를 집어 넣은 깃발 아래 단일 팀으로 개회식에 함께 입장했으나 대회기간중 IOC가 두 개의 독일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폐막식에선 두 나라 국기를 나누어 든 적도 있었다.
이번 시드니 올림픽에선 우리 남북한이 한반도기를 함께 들고 입장하여 기립박수까지 받았다. 기쁜 일이지만 어쩐지 서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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