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1-29 03:48 (금)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칼럼
일반기사

[전북칼럼] 주거환경과 청소년 발달

최근 신문지상에 핫이슈로 떠오른 러브호텔은 학교 및 주거환경 저해요소로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당국은 구체적인 법규 제정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행법상 학교 2백미터 이내로만 제한한 유흥업소 규제는 당초부터 너무 어처구니 없는 규제였다. 초·중등학교 학생들을 주변 거주 지역에서 도보로 통학하도록 유도하는 이 시점에서 2백미터는 도보로 5분 정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이다. 

영국의 환경심리학자인 리 테란스는 버스나 자동차를 타고 통학하는 학생들이, 걸어서 통학하는 아이들보다 도시와 자연환경에 대한 인지와 이해가 훨씬 덜 발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걷는 일은 다리를 튼튼하게 해주고 어린이들이 주변 사물을 보면서 사회 및 주변 환경의 흐름과 동향을 수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거주 인접지역의 지리적 공간에 대한 인지적 분석을 얻을 수 있다.

미국 메사츄세츠주의 한 조사 결과 가정에서 어린 자녀를 유치원에 보낼 필요가 있을 때 멀리있는 무료 시설을 기피하고 유료라도 가까운 곳으로 보내기를 원하는 부모가 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미국인들이 자녀발달을 위한 주거환경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를 시사해 준다. 이에 비해 우리 부모들은 통학차를 운행하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며, 외형적인 건물과 외형적 교육형식에 더 관심을 갖는 경우가 아직도 많은 듯하다.

최근 전주시내 고등학교 2개를 선정하여 주변에 유흥업소가 많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두 지역의 학생들 행태를 조사한 적이 있다. 결과는 너무도 놀라웠다. 두 학교의 학생들 행태 차이가 매우 컸으며 술집은 물론 모텔과 여관을 이용한 학생들까지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미 수년전부터 '살기좋은 동네만들기'를 구청 중심으로 전개하여 주민이 주도가 되어 어린자녀는 물론 청소년과 여성 및 노인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좋은 동네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자녀 발달 시기 중 가장 민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가 청소년임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이들의 성장기를 주의깊게 관찰해 보면 많은 호기심과 취미에 대한 갈망, 그리고 육체적 에너지를 분출하는 일에 대한 탐색에 열정적이다. 이러한 열정은 학생들에게 주어진 환경적 조건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됨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너무 유감스럽게도 우리 주변의 도시 환경 중 가장 외면되어 있는 것이 청소년을 위한 공간 환경이다.

영유아 및 어린아동들의 경우 공동주거지역 내에 다소 부족은 하지만 심신의 발달을 위한 놀이터가 시설돼 있으며 이는 법적으로 규제돼 있다.

어른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각종 스포츠 활동 등 여가활동을 선택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청소년들은 입시환경에 찌들어 심신이 쇠퇴하고 또 위축돼 있지만 학교는 물론 가정, 사회 등 어느 곳을 가든, 지친 심신을 맘껏 의지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몇 년전 필자가 사는 아파트 단지 옆 전주천 고수부지에 농구대를 비롯한 몇가지 체육시설이 조성되었다. 우리 아이들을 비롯한 동네 청소년들은 환호하며 당장 농구공을 사서 달려가 서로 어우러져서 농구를 즐겼다. 이런 모습은 주변을 지나는 모든 어른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얼마 안가 농구망은 찢어지고 떨어져 나갔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공을 던지며 즐거워 하였다. 또 한쪽에서는 '게이트볼' 코트가 조성되어 부부 노인들이 매일 매일 열심히 운동을 하였다.

올림픽 스타를 양성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을 위한 신체 단련의 공간과 시설을 어린이 놀이터처럼 주거 단지 내에 시설하도록 법제화 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이 육체적 에너지를 게임방이나 끽연 내지는 본드흡입, 비도덕적인 성적 행태로 분출하는 것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이들을 위한 건전하고 밝은 주거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우리사회가 그들에게 해 줄 일은 너무도 많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도로환경을 보면 도시 환경에 대한 관계 부처의 태도는 한심하기 짝이없다. 어떻게 된 일인지 도심지를 벗어난 일반 주거 단지 도로는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인도는 간데없고 차도만 있다. 자동차를 피해 어디로 걸어야 할지 난감한 지역이 한 두곳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인도를 충분히 확보한 후 차도를 개설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송천동에서 어린이회관으로 오르는 길 역시 차도만 4차선으로 확보되어 있고 인도 폭은 불과 30센티미터도 안된다. 봄이나 가을 소풍때 아이들의 단체 행렬을 보면 정말 불안하고 화가 치민다. 도대체 이런 행정이 어디 있단 말인가.

유채꽃 축제와 같은 행사보다는 일반인과 청소년을 위한 각종 기본적인 체육시설을 전주천 고수부지 곳곳에 설치해 누구든지 산책이나 조깅을 하며 쉴 수 있는 그린환경을 함께 조성해 주는 일 등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 박선희 (전북대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