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역사는 선사시대 이래 인류와 함께 했다. 술이 갖가지 제의(祭儀)에 필수품이 될 무렵에는 약품으로서의 자리도 굳혔다.
기원전 2100년께 수메르인들은 술로 병을 고치는 방법을 기록했고 그뒤 이집트 의사들의 처방가운데 15%는 ‘술처방’이었다고도 한다. 잘만 마시면 몸에 보약이 된다는 말은 그래서 결코 빈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렇듯 몸에 좋다는 술도 잘못 마시면 건강을 해침은 물론 패가망신의 원인이 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술의 해악에 대한 경구(警句)가 더 많은것도 그 때문이다.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금강경의 말씀이나 ‘술은 범죄의 아버지요 더러움의 어머니’라는 어느 철학자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영국 속담에는 심지어 ‘술은 악마의 피’라는 극단적인 표현도 있을 정도다.
그러니 술꾼들에겐 그저 ‘술을 마시지 않는 인간에게서 사려분별을 기대하지 말라’고 한 키엘케고르의 말을 고마운 위안거리로 삼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 생활에서 술은 마시는 사람이나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나 빠질수 없는 삶의 윤활유가 된다. 기쁠때나 슬플때나 즐거울때나 괴로울때나 항상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것이 술이다. 그런 술이 없었더라면 우리 사회의 애증(愛憎)은 여과되지 않은채 비등점을 넘어 폭발할는지도 모른다.
연말이 가까워 오면서 벌써부터 망년회다 뭐다 해서 술판이 늘어나고 있다. 최고급 호텔·음식점등이 이미 예약만료 상태라 한다. 마시기 시작하면 으례 폭음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술꾼들의 행태로 볼때 그 폐해 또한 얼마나 클지 우려된다.
한 조사보고에 의하면 음주로 인한 경제사회적 손실은 생산성 감소와 의료비등을 포함해서 연간 1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요즘 구조조정에 투입돼야 할 공적자금 규모를 보면 술로 인한 낭비가 얼마나 엄청난 액수인지 쉽게 알수있게 한다.
대우 부도사태에 이어 금융“彭編菅?구조조정이 목전에 닥쳐 있다. 또 얼마나 많은 실직자들이 거리로 내몰릴지 모른다. 한끼 식사를 제대로 해결 못하는 불우이웃도 많다. 이런 마당에 하룻밤 몇백만원짜리 술판에서 흥청망청 한대서야 말이나 될법 한가.
음주문화의 건전성 회복 또한 우리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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