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에서나 이데올로기의 통합은 불가능하고 가치관의 혼재 또한 막을 도리가 없겠으나 요즘처럼 수많은 사상과 주장들이 난무한때도 일찌기 없었던 것 같다.
얼마전 고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도올 김용옥의 TV 논어강의가 지식인 사회에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르다 결국 방송중단 사태를 맞게 된 것이나 작고한 스승 미당 서정주를 ‘극도의 이기주의와 무례한 자아군림주의의 시인 ’‘세상에 대한 수치가 결여된 체질’이라며 혹독한 비판을 한 시인 고은의 경우에서 보듯이 작금의 우리사회는 그간의 권위와 관행에 대한 패러다임의 균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한 종교계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지난 79년 박정희 전대통령을 시해한 혐의로 이듬해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민주화 유공자’인정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김 전부장에 대한 명예회복 추진 움직임은 간간이 있었으나 민주화 유공자로까지 인정하려는 시도는 처음이어서 박 전대통령 기념관 건립 반대운동과 함께 적잖은 사회적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김 전부장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옥변호사는 “해직기자들도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을 받는데 유신의 심장을 멈추게 하여 사실상 최고의 민주화 우동 주역이 된 김 전부장을 유공자에서 제외 시켜서는 안된다”며 “김장군은 재판과정에서 ‘나는 내란목적 살인죄로 사형을 당하지만 역사의 재판에선 반드시 정의로 기록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회 일각에서는 “사실상 권력 내부에 있던 김재규가 왜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받아야 하느냐”면서 “법원의 판결로 사형이 집행된 사람에 대한 평가를 번복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직 박 전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미완의 상태다. 일반 국민들의 평가도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심하게 맞서 있다. 박 전대통령이 과연 이땅에서 절대 빈곤을 몰아내고 조국근대화를 앞당긴 위대한 통치자인가, 아니면 김전부장이 독재를 종식시킨 최고의 민주화 유공자인가 참으로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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