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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언어 暴力



 

대중매체와 통신수단의 급속한 발달로 의사소통이 자유스러워진 요즘, 우리는 실로 ‘말(言語)의 홍수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전제군주 시대나 독재정권 시절에는 직간접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제약돼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을 수 밖에 없었고 또 유교적 가치관이 보편적 정서로 자리잡았던 그 당시에는 말을 아끼고 절제하는 것이 미덕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정치가 꽃피우고 문명사회가 도래하면서 그동안 못다했던 말들이 각계각층에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더니 이제는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말들이 난무, 언어공해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무릇 말이란 상대방을 배려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듣는 이들로 하여금 최소한 용납할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할텐데 주변에서 오가는 작금의 말의 실태를 보면 금도를 넘어서 가히 폭력적이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이같은 언어폭력은 국민들에게 수범을 보여야 할 정치권이 되레 더 심하다.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상임고문이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에게 “국방·납세·근로의무를 도외시하고 역사발전을 역류하는 타락한 주류”라고 비난하자 권철현(權哲賢) 한나라당 대변인이 나서 “노고문은 이총재에게 거의 조직폭력배 수준의 말을 사용하고 있다”고 흥분하며 “그 사람이야 말로 이 정권의 타락한 주구(走狗)”라고 맹공격을 퍼부었다.

 

또 권대변인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헐뜯기 위해 “목포 앞바다에는 목이 둥둥 떠다닌다”는 등 상식이하의 험담을 하자 민주당측에서도 “시정잡배만도 못한 막가파식 발언”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때 대변인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너무했나 싶었던지 “이제부터 품위있는 말을 사용하자”고 신사협정을 맺더니 얼마못가 헌신짝이 돼버렸다. 어쩌다 정치판이 유머나 해학이 넘치는 촌철살인(寸鐵殺人)하는 논평은 사라지고 시정 싸움판에서나 목도할 수 있는 상스러운 말들이 횡행하게 됐는지 서글퍼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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