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골 이장만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어떻게하면 마을을 화합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는 사람을 이장으로 선출한다. 부지런하고 평소 품성이 올곧은 사람이 뽑히게 돼있다.
벼슬자리는 아니지만 청렴성에 흠이 있는 사람은 아예 넘볼 수 없는 자리이다.서로들 봉사하고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자리라서 기피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이장을 시키지도 안는다.
최근 우리사회는 권력형 게이트로 몸살을 앓고 있는 탓에 도덕성 그 자체를 사람평가의 제일잣대로 생각하고 있다. 어느 누구든 그 사람이 얼마나 깨끗하게 처신해왔는가를 평가기준으로 삼는다.
예로부터 사람에 대한 평가기준을 신언서판으로 삼아왔지만 지금처럼 도덕성을 높히 평가한 때는 일찍이 없었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산업화 과정에서 배태된 물질우위에 대한 가치체계를 뜯어 고칠려는 사회적 몸부림이 시작되었다는 증거다.
마을 살림을 도맡는 이장자리도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는 판에 하물며 시장 군수 도지사등 선거로 뽑는 단체장에 대한 도덕적 자질은 어떠해야 할까. 한마디로 도덕적 흠결이 있는 사람은 안된다.
제아무리 경영 마인드가 뛰어난 경영의 귀재라도 청렴도가 흐려 있으면 될 수 없다. 돈으로 모든 일을 해결해 볼려는 졸부 근성이 있는 사람은 더더욱 설 땅이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안팎을 살펴보면 이같은 논리가 너무 쉽게 비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이리 저리 되살펴봐도 감이 아닌 사람들이 벌써부터 선거판에서 날뛰고 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듯 너무도 자신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개혁만 해도 그렇다. 모두들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당위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작 누가 개혁 대상이냐고 물을땐 자신만 빼고 남들 보고만 하라는 꼴이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개혁의 대상이 개혁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자기 모순에 빠져 있는 꼴이다.
4대 지방선거가 4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지역별로 누가 도지사 시장 군수에 나올 것인가 윤곽이 잡혀지고 있다. 현직들은 거의 출사표를 던질 태세이고 도전자들마다 일전불사를 각오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 시대마다 상식이란게 있었다.국회의원을 뽑을때도 그랬고 단체장을 선출할 때도 사람 고르는 기준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자제가 갑자기 부활되면서 정치권에 인적 수요가 몽땅 생기자 미처 인물 검증이 안된 사람들로 충원된 사례가 있었다. 본인들로서는 자기만한 인물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하겠지만 분명 시행 초기에는 자질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정치건 경제건 기업운영이든 사람이 관건이다.자치단체도 장의 능력에 따라 성패가 얼마든지 엇갈릴 수 있다.요즘 지방의원이건 단체장이건 선출직에 대한 매력이 엄청나다. 시장 군수 가운데는 소통령을 연상케 할 정도로 그 위세가 당당하고 일본 막부시대 번주를 연상케 할 정도로 철옹성을 각자 구축해 가고 있다. 한마디로 가관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현실정치는 전제군주제식 과거로만 회귀를 거듭할까. 결론은 우리사회가 아직도 사회적 성숙도가 낮아 모든 일이 제도 중심으로 운용되지 않고 사람 중심으로 운용돼 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선 인물론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우리나라 사람 만큼 망각을 잘하는 백성도 없다.과거 그 사람 잘못에 대한 용서도 잘하고 잊기도 잘한다. 하지만 잊어야 할 대목이 따로 있다.
현행 법상으로는 단체장들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신들의 의지대로 자치단체를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투자 우선순위를 무시해가며 선심행정을 써 얼마든지 표를 모을 수 있도록 돼있다.
당선된 다음날부터 다음 선거를 자기 돈 안쓰고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공천권을 거머쥔 국회의원들보다 낫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심지어 국회의원과 맞대결해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선심행정에 의한 득표력은 무시할 수 없다.
세대교체는 시대적 당위이다.자기보신에 급급한 나머지 선심행정으로 다시 단체장이 될려는 사람은 이번 선거에서 팽시켜야 한다. 이같은 사람을 바꾸지 않고서는 개혁을 할 수 없다. 돈만 쓰면 당선될 수 있다는 전근대적 사고를 버릴 수 있도록 유권자 스스로가 돈 받지 않고 심판만 하면 된다.
/ 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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