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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골목길에서 노는 아이들

토인비는 역사를 「문명의 흥망성쇠」로 보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정보기술의 급진적인 발전이 기존의 문명을 파괴하고, 낯설고 새롭기만 한 새 질서와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 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옛 문명이 망하고 전대미문의 새 문명이 들어서는 문명 바꾸기가 눈앞에 전개되고 있다.

'96년 1초에 1조번의 계산능력을 가진 컴퓨터가 나오는가 했더니 요즘에는 500조번의 계산능력을 가진 슈퍼 컴퓨터가 곧 개발된다고 한다.  이렇게 빨리 진행되는 기술의 발달은 급기야 TV와 컴퓨터 그리고 전화가 하나로 결합되어 언제 어디서나 정보의 접근·활용이 가능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도 어차피 급진전되고 있는 정보화 기술 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초고속 정보망을 일찌감치 깔아놓은 덕분에 선진국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잊어서는 안될 진리는, 어떤 문명 어떤 역사의 발전과정도 반발이나 부작용 없이는 진행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정보화 사회의 전개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근심은 여러 방면에서 나타날 수 있다.  사회적 권위가 붕괴될 수 밖에 없다거나, 정보에 접근가능한 사람과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 간의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등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점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들보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은 우리 어린이들의 인간성 상실이 가속화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골목에서, 개천가나 산자락에서 떼지어 놀곤했다.  친구들과 몸을 비비며 마주보고 서로 부둥켜안고 딩굴며 나이를 더해가는 것이었다.

여기서 인간 사이에 따뜻이 스미는 정을 배웠고, 눈물과 환희를 체득했다.  친구가 어려울 때 돕거나 서로 사랑을 나누는 마음을 키웠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골목길 놀이보다 몇십배나 재미있는 텔레비에, 그리고 원하는대로 즐길 수 있는 인터넷에 푹 빠져버린 것 같다.  친구나 부모형제, 선생님들의 눈빛을 대하며 부담스럽게 대화할 필요가 없어 좋고, 귀찮은 간섭도 받을 필요가 없이 듣고싶고 보고싶은 재미의 보고를 얼마든지 섭렵할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천국이 아닌가?

어린이들의 「인터넷 아니면 놀거리가 없다」는 주장에 어른들은 「인터넷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는 할 일 없는 주장만으로 서로 평행선만 달릴 일은 아니다.

우리 어린이들은 21세기 정보화시대를 이끌어갈 주역들이다.  따라서 기성세대들은 어린이들을 첨단을 달리는 기술인으로 키워나가야 될 책무를 지고 있는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우리 어린이들의 메말라가는 인간성 회복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일년에 한두 번이라도 농촌에 보내서 생활실습을 시키거나, 토담집 초롱불 밑에서 가족끼리 동화책을 읽기도 하고, 어려운 이웃이나 육아원·양로원에 보내 봉사하는 시간도 마련해 줌이 어떨까?  이렇게 해서 성공을 「돈많이 버는 것」이라고 믿게 하기 보다는 남을 한 사람이라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성공이라는 생각도 갖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나는 요즘 초저녁 달빛밝은 언덕에 서면 조용히 귀를 기울여 골목길 아이들의 왁자지껄 웃어대는 소리를 듣고 싶어 기다리는 버릇이 생겼다.  이것은 잘 살면서도 서로 남을 위해주는 포근한 사회를 보고싶은 바램 때문인 것이다. 

 

 

/ 강현욱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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