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지방선거와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세대교체론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세대교체론이 지난 97년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론'과 같은 비중의 話頭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1970년대의 40대 기수론과 같은 위력은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하는 사람도 많다.
세대교체론은 우선 깃털처럼 가벼워서 좋다. 혁명이나 개혁과 같은 용어에 비하면 얼마나 경쾌한가. 또한 세대교체론은 솜사탕처럼 달콤하다. 봄날같은 젊음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렇지만 그안에는 녹녹치 않은 의미가 담겨져 있다.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에는 활발한 신진대사가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의 모임인 사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속담이 있는 걸 보면 무기물인 물에도 신진대사가 중요한가 보다. 신진대사가 어려워 지면 활력을 잃고, 불가능해지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지금 세대교체론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서 전입과 퇴출이라는 신진대사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그 결과 사회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결국 세대교체론은 사회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처방전인 셈이다.
그러나 세대교체론이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기위해서는 前提가 필요하다. 신세대가 구악을 청산할 실력과 비전을 가진 대안세력의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광고 카피 수준의 현란함만으로는 곁코 성공할 수 없다.
우리는 지난 97년의 대통령선거에서 53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루어 냈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위해서 야당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미화되고 용인되어 왔던 1인지배체제와 지역주의, 공천헌금등 온갖 탈법적행태를 청산하지는 못했다. 각종 게이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 더 이상 손으로 꼽기도 어려운 참담한 현실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세대교체론자들은 구태정치를 청산하는 새로운 정치, 구체적인 정책논쟁을 핵심으로 하는 정책정당, 상향식공천을 골간으로 하는 시스템의 완비를 실현할 수 있다는 신뢰를 먼저 국민들에게 보여주여야 한다. 그리고 그 신뢰는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확고부동한 실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최근 행보는 새로움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인지배체제의 덕목인 의리라는 패거리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부패정권과의 결연한 절연에 머뭇거리고 있다.
또한 이미 청산되었어야 할 김영삼전대통령비호세력에 아부하여 부산.경남의 지지를 구걸하는 행태에서는 지역주의의 재판을 보는 듯하다.
더 나아가 부산시장을 추대하고,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를 물색하는 태도는 현재 진행중인 국민경선제나 대의원대회를 무시하고 과거의 낙점시대로 되돌아 가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일으킨다.
새로움이 없는 세대교체론, 이것도 새로운 정치실험일까?
/ 진봉헌 (전주지방변호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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