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산 그늘 강동 팔십리라 했던가. 예로부터 큰 나무 덕은 보지 못하고 큰 사람(인물) 덕은 본다고 했다.
인물키우기가 예나 지금이나 얼마나 중요한가를 반증하는 말이다. 우리 주변을 한번 살펴보는 것이 이 시점에서 중요하다. 국민의 정부 집권 초기만해도 중앙의 힘있는 자리에 전북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다른 지역 사람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기도 했다.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관계·언론계·군·경찰등 요직에 인맥이 고르게 박혀있어 모처럼만에 고향 전북발전을 위해 일할 여건이 형성돼 있었다.
인맥중심 국정시스템 지속
전북일보가 연초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여는 재경인사 신년인사회에는 힘 있는 위치에 있는 출향인사들로 북적대 과거 인물없던 시절에 비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였다. 한마디로 하례회장은 활기가 넘쳐났다. 삼삼오오 짝을 이뤄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전북발전의 미래가 밝아 보이곤 했다.
과거 정권때만해도 전북출신들은 영향력이 별반 크지 않은 장·차관 자리나 힘없는 자리를 가뭄에 콩나듯 차지하고 있어 항상 인사홀대로 인해 집권세력에 불만을 가져왔었다. 도내 언론들도 장·차관 인사만 하고나면 인사차별을 가져왔다고 분개하는 비판적 논조를 견지해 왔었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 들어서는 집권당 요직은 물론 감사원장·대통령 비서실장·국정원장·법무부장관·기무사령관·경찰청장·한은총재등 과거 같으면 엄두도 못낼 자리에 앉아 국정을 이끌어 나갔다.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것을 피부로 감지했고 모두가 자신감에 찬 모습들이었다.
이 때문에 전북도의 예산확보도 비교적 순탄하게 이뤄졌다. 물론 전북은 그간 낙후지역으로 각인돼있어 중앙예산을 많이 배정 받을 수 있는 논리는 얼마든지 있었다.그러나 논리만 가지고 국가예산이 제대로 배정된 것은 아니지 않던가.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제도로 모든 국정이 작동되지 않고 인맥중심으로 사회나 국가가 작용돼왔지 않았던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인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기 때문에 지방정부로서는 출향인사들이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가를 파악, 인맥관리를 통한 예산확보에 전력을 기울여왔던 것이다.
국가예산은 국회를 최종 통과해야 확정되지만 거쳐 지나가야 할 관련부처가 수도 없이 많다. 예산 게이트 키퍼를 통과할때마다 삭감되기는 쉬워도 증액내지는 신설되기는 어렵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사는 물론 시장·군수들이 연중 중앙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출신 국회의원을 비롯, 인맥을 찾아 예산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정권 임기도 불과 6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다. 어느덧 세월은 덧없이 흘러 대통령을 새로 뽑아야 할 선거철이 다가서고 있다.
곳곳에서 정권실세들이 맹활약했던 분위기는 수그러들고 있다. 이익창출에 민감한 기업에서는 눈에 띄게 도내 출신들의 임원수가 줄어들고 있다. 장·차관 자리도 한석씩만 애처롭게 남아있고 관계에서도 힘있는 자리에서 밀려나고 있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줘야
결론은 인물을 키워 나가야 한다. 누구를 인물이라고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지만 국정운영에 영향력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 국회의원도 장·차관도 부처의 실무국장도 때로는 국가경영의 이론적 틀을 제공하는 학자도 이 범주에 속할 수 있다.
중앙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키워주지 않는 풍토가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할 뿐이다. 인물은 스스로 노력해서 커 나갈 수도 있지만 한국적 상황에서는 지역적 기반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정치인의 경우 더더욱 지역적 기반 없이는 커 나갈 수가 없다.
다선 의원들로 포진해 있는 도내 정치권도 지역정서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력갱생할 수 있도록 힘을 스스로 길러나가야 한다. 도민들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는 국회의원으로 비춰질때 도민들의 성원이 있다는 것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자신의 입신양명과 출세만을 위해 지역구와 도민들을 거들떠 보지 않은다면 선거를 통해 팽당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고향은 항상 어머니품처럼 포근하고 따스하기 때문에 인물이 될썽 싶으면 밀어주고 키워 주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자기 하기에 달려있는 만큼 겸손함을 잃지말고 당선될 때처럼 초심을 잊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백성일(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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