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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문화영웅’노릇 이제는 그만

올해에도 연변대학과의 약속에 따라 그곳에 갔다가 2주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연길공항에서의 풍경이다. 출국수속을 마친 우리 관광객들이 남은 시간을 이용해 기념품을 흥정하고 있다.

이곳에선 거의가 정가판매인데도 한사코 값을 깎으려고 실랑이를 벌이는가 하면 한쪽에선 진열대에 있는 물건들을 잔뜩 늘어놓고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물건포장이 이게 뭐야, 한국같으면 이렇게 안만들지!’하고는 핑 옮겨간다.

그러나 조선족 여점원들은 아예 이런일에 이골이 나 있다는 듯 태연히 진열장에 다시 집어넣는다.

외국에만 나가면 기세등등

어디 이뿐인가, 식당에 왔으면 차분이 식사나 하고가면 좋으련만 바삐 움직이는 여종업원들을 골라 고향이 ‘어디이냐’에서부터 ‘지금 몇살이냐’‘월급이 얼마나 되느냐’, ‘중신하랴?’등등 집요하게 말을 건넨다. 이중 제일 궁금한게 월급인 듯 재차 케물으면 마지 못해 대답을 한다.

그러면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한국에 와서 벌라고 한다. 한국에서 한달 벌면 이곳에선 1년을 살 수 있다며 ‘내가 초청해줄까?’하고 떠본다. 그러면 역시 이런류의 화두엔 이미 이골이 나있다는 듯 묵묵부답으로 나간다.

관광철이 되면 이런 수준의 ‘문화영웅’들을 연변일대에서는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물론 소수이긴 하지만 고국에서는 잠잠하고 온순하던 사람들이 어찌된 영문인지 이곳에만 오면 느닷없이 갑부가 되고 문화우월주의자가 되어 기세가 등등해진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에 있을 우리 조선족은 55개 소수 민족중 인구서열 열 한번 째가 되는 한인 혈통의 공동체이다. 이중 약 40%가 두만강 건너의 연변조선족자치족에 살고 있으며 전체 인구는 200여만 이중 우리 조선족동포는 이미 80만을 넘어섰다.

연변조선족자치족 산하에는 ‘연길’.‘도문’.‘훈춘’,‘화룡’,‘돈화’,‘용정’등의 6개  시와‘안도’,‘왕청’의 2개 현(縣)이 소속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연변자치주의 수도라 할 수 있는 연길시를 통칭 ‘연변’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광복절 연변으로 이주한 우리 동포들은 상당수가 애국지사나 그 후손들이었으며 여타는 일제의 수탈과 등쌀에 못이겨 광활한 천지가 기다리고 있다는 설레임으로 정처없이 두만강을 넘어온 것이다.

막막한 황무지를 되땀으로 일궈낸 이주 1세때는 거의 작고행고, 세대가 교체될수록 타인족이 부러워할 정도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그 위상이 높아가고 있다. 때문에 작금 중국 당국에서도 이곳 조선족과 모국이 되는 한국사회와의 유대관계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 사람들이 연변에 와 이곳이 옛날 고구려땅으로 우리 영토였음을 은근히 부추키는 대목과 다음으로는 기독교 전파, 즉 적극적인 선교활동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자국인들에게는 기독교를 위시하여 어느정도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으나 남의 나라 제3자가 와서 활동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이밖에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노골적인 북한비방이나 탈북자 지원활동 등에도 예의 즉시하고 잇는 실정이다.

'월드컵 국민 다운' 자세 필요

이런 와중에서 우리 동포들은 국적은 엄선한 ‘중국’이요 되와 얼은 옛날 ‘조선’이라는, 그 중심에 서 있으며 때론 자신들의 이런 태생적 정체에 대해 고뇌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지난 월드컵대회 때에는 한국이 승리할 때마다 삼삼오오 얼싸안고 목이 메였었다.

그들은 또 남북이 하루속히 통일되기를 갈망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있어 기회만 주어진다면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전혀 트릭이 없는 가장 공정한 거중조정역을 자임하고 있다.

비단 연변에서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 가서든 더 이상 서툰 문화영웅 노릇을 자제할때 월드컵으로 다져진 우리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것이다.

 

 

/허소라(시인, 군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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