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1차대전 후에 간행된 시펭글러의 「서구의 몰락」은 20세기 초엽의 유럽에 심각한 인상을 주었었다. 그는 서구의 미래에 대하여 ‘화폐가 그 마지막 승리를 자랑하고 이를 계승할 케사르주의가 소리없이, 그러나 확고하게 다가오고 있다.
역사의 필연성에 의하여 이미 설정된 붕괴과정은 개인외 호오(好惡)에 관계 없이 그대로 성취될 것이다’라고 아주 운명적으로 비관하고 있다.
한편 역사의 지배는 오로지 힘이라고 주장하는 이 군국주의자 시펭글러와는 본질적인 견해차를 가지고 있는 석학토인비 까지도 서구문명의 붕괴는 시인하고 있어 더욱 주목을 끌게 하였다. 그러나 토인비가 서구문명을 진단하면서 표현한 ‘붕괴’의 개념은 그 양태가 다르다.
즉 역사의 변화발전이란 ‘도전’과 ‘응전’과정의 산물로서 서구의 최근 역사에 암울과 불안이 감돈다면 그것은 어떤 반성과 행동을 촉구하는 도전이지 그들의 의욕을 종결짓는 사형선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구문명이 자진하여 사회적 자살을 꾀하며 역사적 전례를 거역한다면 그것(붕괴)을 면할 도리가 없지만 스스로의 노력으로 역사의 새로운 발전과 전환을 기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서구문명의 붕괴조짐은 이미 16세기 종교전쟁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되어 있다.
힘의 환상에 사로잡힌 미국
아무튼 브레이크가 풀린 서구문명에 갖가지 암울한 징조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며 이를 진단하고 각성을 촉구하는 뜻있는 학자들의 저술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미국의 낙천문화와 일방적 패권주의에 대한 깊은 우려의 목소리도 그 시기는 다를지 언정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미국의 외교 전문가이자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조지프 나이(65)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장이 쓴 「제국의 패러독스」도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족하다.
저자는 지난 9·11테러는 미국이 아무리 막강한 파워를 지녔더라도 다른 나라들의 참여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글로벌 이슈의 등장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세계화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테러, 국제금융, 마약밀매, 지구기후 변화 등의 글로벌 이슈들은 미국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제사회의 신뢰와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이 힘의 환상에 사로잡혀 새로운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몰락의 길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진단과 처방을 함께 내놓고 있다.
각설하고 미국은 지금 조지프 나이의 표현대로 협박수단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운‘하드파워’와 다른 나라의 인권과 환경문제, 경제지원등의 호감을 수반하는 ‘소프트 파워’라는 두 개의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
그러나 조금전 뉴스에 백악관 대변인이 ‘가장 저렴한 전쟁비용은 후세인의 암살’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쏟는가 하면 미 의회가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 결의안을 합의해놓고 있어 일촉즉발 세계는 긴장하고 있다. 솔직히 미국의 눈을 벗어나 온전할 수 있는 나라는 지금 어디에도 없다.
그만치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막강하다. 근래에 들어 미국이 딱 한번 패배한 것은 지난 월드컵 축구에서 뿐이다.
문제해결 국제사회 협력 필요
지금 한국의 부산에서는 아시안 게임이 한창이다. 북한을 포함한 모든 아시아의 젊은이들이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뽐내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종 목표는 물론 우승이다.
그러나 우승보다 소중한 것은 그 과정이 정당하고 올바르야 한다.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그때문에 유도 영웅 계순희도 억울한 판정에 승복하고 동메달을 따냈다.
바야흐로 개방모델로 신의주 특구가 생기고 미국의 케리특사가 평양행 비행기를 탔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정황을 역시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평화요 순리요 우리의 의사가 존중되는 민족 지존이다.
/허소라(시인·군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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