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나가 선진국으로 도약하자는 구호아래 노력한결과 디지털경제의 기반은 세계 일류국가의 반열에 올라선 것은 자랑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2002년 12월 현재 초고속인터넷 보급율은 100명당 17.6 명으로 카나다의의 8.4명, 미국의 4.47명에비해 월등히 앞서있고, 네티즌(netizen)들의 인터넷 이용시간도 월평균 19 시간 20 분으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하드웨어 측면에 성공했다고해서 우리나라가 디지털강국이라 할수 있을까? 과연 우리나라가 하드웨어를 이용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주는 소프트웨어 에서도 그러할까?
일찍이 죠셉 나이 하바드대 교수는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고 명실공히 강대국의 역할을 할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제도, 시장경제, 개방화, 개척정신 등 인류가 공감할 소프트파워를 생산 확산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바 있다.
흔히들 미국과 일본경제간 역전 드라마의 動因으로 미국 정보 통신산업과 금융산업 및 아이비리그(Ivy League) 대학의 경쟁력을 꼽는다. 그러나 일본 매킨지 콘설팅의 컨설턴트인 한다 준이치(半田純一) 박사는 이와는 다른 관점에서 답을 찾는다.
바로 열림여부가 미국 일본간 격차의 근본 원인 이었다는 것이다. 폐쇄적이고 내부지향적 자기완결을 지향하는 집합체적 특성을 갖는 일본의 닫힌시스템은 산업화 시대에는 힘을 발휘했으나, 디지털시대에는 오히려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되고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경제에서도 모든 제품의 중간재 최종재를 일본에서만 생산하는 자기완결형 경제(one set economy)를 고집하여, 이웃국가들의 무역역조를 심화시켜온 것은 잘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다르게 미국기업과 정부가 지향한 열린 시스템은 내부의 비효율적 서비스를 아웃소싱하고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강점을 키워 나감으로써 1980 연대에 고전했던 미국을 다시 세계 최강국의 위치로 올려 놓았다고 말한다.
디지털사회에 가장 적합한 화두를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없이 열림(openness)이 라고 말하겠다. 기업경영, 정부, 문화, 예술, 체육도 활짝 열어제치지 않고선 생존할 수가 없다. 월드컵 4강의 감격도 열림의 결과라는 것은 우리모두 공감하는 바 아닌가?
열린사회의 힘은 창조력, 즉 끊임없는 혁신의 여건을 만드는데서 나온다. "열린사회와 그적" 들을 쓴 "칼 포퍼"가 열린 사회의 주요특징으로 언급한 자유로운 토론문화가 창조력을 가능하게 만든다. 스티븐 코비 박사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 가지 습관에서도 열린마음으로 공감적 경청을 하라고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수긍이 간다.
열린사회인가 아닌가는 선진국과 개도국을 구분하는 잣대로도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선진 사회일수록 열린사회이다. 열린사회는 상식과 정직이 통하고, 투명성이 보장되는 사회다.
필자가 좋아하는 글중의 하나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上善若水" 인데, 최고의 선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뜻이다. 물은 투명하고, 순리와 상식대로 움직이므로 구김살이 없다. " 상식선에서 모든일이 이뤄지는 것이 가장 선하다 " 는 뜻이다.
따라서 최상의 사회는 바로 "상식이 통하는 열린 사회" 라 할 수 있다. 한사람의 독단 보다는 여러사람의 衆智 가 중시된다. 민주적 토론의 분위기가 자리잡고 건전한 비판이 허용된다. 선진국일수록 창조력이 왕성하도록 여건이 조성된 열린사회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폐쇄 사회는 "地代追求( rent-seeking)" 행위가 횡행한다. 지대추구는 미국 아리조나주립대학의 공공경제학자인 털록(G. Tullock)이 창안해낸 개념이다. 지대추구란 생산(pie)은 증가하지 않는 상태에서 독점적 권리만을 얻고자 하는 행위다.
독점적권리를 위해 쓰이는 비용은 가치를 창출하는데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이를테면, 진입제한이 돼있는 사업권을 따려고 부당한 로비를 한다든지, M&A나 빅딜등에서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노력하는 행위가 모두 지대추구의 일종이다.
털록에 의하면, 지대추구행위는 이중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킨다. 하나는 해당 집단들이 로비과정에서 쓰는 자금자체가 비생산적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로비자금이 다른 생산적 용도로 사용됐을 경우 얻게될 사회적 후생이 무산된다는 점이다. 일종의 기회비용인 셈이다.
한국은 열린사회인가? 열린사회라면 열림의 정도는 어느 정도인가?
국제적으로는 OECD 에 가입을하고, UN을 비롯한 많은 국제기구의 회원이 되고 경제적으로는 WTO 체제에 동참하는등 열린사회의 틀은 잘갖추고 있다고 본다.
국내적으로도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이래 개혁의 지향점을 " 열린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성과도 적지않았다고 할수 있다.
과감한 금융구조조정, 기업의 투명성 제고, 공공개혁, 등을 통해 IMF 통제도 최단기간에 벗어나고, 무역도 많은 흑자폭을 유지하여, 지난달에는 대한민국 건국이후 누적적자를 말끔히 청산하고 사상최초의 누적흑자를 기록하는등 디지털사회에 희망있는 국가로 발전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말하지 않을수 없다. 종종 우리는 상식이 잘 통하지 않는 사례를 보고 있다.
겉으로는 지역감정청산을 외치면도, 교묘히 부추기는 행위, 기업의 발전보다는 자기의 보상만을 우선시하는 행위, 국민의 건강보다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 환자도 돌보지않는 행위등, 아직도, 후진국적인 사례를 흔히 보고 있다. 오죽하면, 우리나라에는 헌법위에, 정서법이있고, 그위에는 떼법이 있다고 하지않는가?
전문가의 연구에의하면, 사회 각 구성원간 신뢰도가 높을수록 자본주의는 발전한다고 한다. 싱가포르, 미국, 영국등이 다 그렇다. 남을 믿을수 있고 미래를 예측할수 있을 때 창조력은 왕성하게 발현되는 것이다.
기업, 정치권, 중앙정부, 지방정부 모두 열려야 한다. 단 상식이 통하도록 열려야 한다.
언론도 열리되 상식이 통하고 순리가 제자리를 차지할 때 진정한 의미의 열린 언론이 되는 것이다. 전북에는 전북일보를 비롯하여 많은 언론기관이 열린 전북의 길잡이 역할을 훌륭히 해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인구수에 비해 적정수의 언론기관 이 있는가는 공정경쟁과 경제성측면에서, 염려가 되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일까?
/유희열(前과기부차관, 카이스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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