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통치 형태를 대통령제로 처음 채택한 나라는 미국이다.
봉건왕조의 압제를 벗어나기 위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에 건너온 청교도들은 종교의 자유와 인권을 최고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를 국가의 기본틀로 삼았다. 그 산물이 대통령제이고 이를테면 미국은 대통령제 국가의 종주국이 된 셈이다.
1776년 건국이래 미국의 대통령은 초대 조지 워싱톤을 위시하여 현재의 조지 W 부시까지 모두 43명이나 된다. 미국인들은 이들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통해 가장 이상적인 대통령상을 정립하고 있다.
시대 상황에 따라 평가기준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미국인들에게 변함없이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에이브러험 링컨과 조지 워싱턴, 프랭클린 루즈벨트등이 꼽힌다.
미국의 대통령들
이들은 모두 전쟁중에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워싱턴은 독립전쟁을 통해 건국의 기틀을 다졌으며 링컨은 남북전쟁의 승리로 노예해방이라는 기념비적인 인권신장의 길을 텄다. 루즈벨트는 연합국과 힘을 모아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들은 전쟁중에도 국민적 통합을 바탕으로 국정을 차질없이 이끌어 미국의 저력을 키웠다.
반면 워린 하딩, 캘빈 쿨리지, 허버트후버등 3명의 대통령은 '최악의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다. 재임중 뇌물수수 정실인사등 갖가지 스캔들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한편 2차대전후 50여년간 미국을 이끌어온 해리 트루만등 11명의 대통령들은 어땠을까. 이들은 저마다 독특한 모습으로 당대 미국의 영광과 좌절을 대표해 왔다. 연전에 뉴욕타임스의 러셀 베이커라는 칼럼니스트가 그들에게 붙여준 별명이 흥미롭다.
'보스'라는 별명을 얻은 트루먼은 한국전쟁때 맥아더원수와의 갈등으로도 유명하지만 그는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문제에 정통한 측근 보좌관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젠하워는 '퇴장', 케네디는 '스타대통령'이었다.
빈곤과 인종차별 교육등 국내문제는 물론 베트남전을 비롯한 세계 모든 문제를 주도하려 했던 존슨은 '위대한 제우스'로 불렸으며 언론이나 진보주의자들로부터 핍박받았다고 생각했던 닉슨은 '어리석은 자(Egg Heard)'로 경멸당했다.
이밖에 포드는 '보통사람', 카터는 '호민관', 레이건은 '가부장'조지 부시는 '신사', 클린턴은 '골든보이'로 불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어떤가. 불행하게도 존경받는 대통령을 찾을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았던 이승만은 말년에 독재자로 낙인찍인후 망명지에서 생을 마감했고 자질면에서 가장 뛰어났다는 박정희도 심복의 총탄에 맞아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노태우의 말로도 그렇고 무지·무능했다는 평가를 못벗은 김영삼은 스스로 '골목 강아지'로 깎아 내렸던 상대방으로부터'주막강아지'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건국 초기의 혼란과 개발독재에 이어 군사통치의 암울함과 민주화의 긴 역정을 거치면서도 우리는 지도자가 갖춰야 할 용기와 확신, 자신감과 열정, 의지와 도덕성을 국정에 제대로 반영해온 대통령을 갖지 못했다는 말이다.
영광과 좌절의 역정
5년전 온갖 질시와 편견, 주류사회의 배척을 이겨내고 청와대에 입성했던 김대중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그에 대한 평가는 물론 아직 이르다. 그가 성공한 대통령이 될지 실패한 대통령이 될지는 자신의 표현대로 후세 사가들이 판단할 몫이다.
하지만 우선 동교동 사저로 돌아간 그를 '김대중을 사랑하는 모임'회원들이 따뜻이 맞이 했다는 사실을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아직 그를 기다리고있는 정치환경의 시련은 잠깐이다. 그가 영광과 좌절의 지나온 역정을 '역사보다 더 가치있는' 회고록으로 펴낸후 불편한 다리에 단장을 짚고 국민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승일(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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