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의 조기 종결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여전히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중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전년동월대비 4.3%로 둔화되었으며 한국은행이 매월 조사하고 있는 기업 경기체감 지수도 4월중 77로 기준치를 크게 하회하였고 이번 달 전망도 밝지 못한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및 동남아시아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사스(SARS)에 대한 공포가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피해를 발생시킴에 따라 이들과 경제적 교류가 많은 우리 경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달 한국은행을 비롯한 여러 경제전망기관들이 내놓은 4%대 성장도 장담할 수 없으며 더 이상의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1년여 동안 4.25%에 머물고 있는 목표 콜금리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물경제 부양 효과 있나
실제로 금융시장에서는 장단기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등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그러나 금리인하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아 콜금리 변동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금리 인하 논쟁과 관련된 쟁점 중 하나는 작금의 경제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실물경제를 부양하는 데 효과가 있겠느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다.
우선 금리 인하 효과부터 살펴보자. 이론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면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져 투자를 촉진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의 자금조달 금리 수준은 실질금리 기준으로 볼 때 0%에 가깝고 기업들의 투자 부진이 자금조달 비용 부담보다는 대외적인 불확실성에 기인하는 것이어서 제한적인 금리 인하가 투자에 얼마만큼의 효과를 나타낼 지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편 금리 인하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이론적으로도 분명치 않다. 금리 인하는 저축 감소 또는 부채 증가를 유인하여 소비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이자 소득 감소로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측에서도 금리 인하가 내수 진작에 직접적인 효과를 미치기보다는 재정정책과 함께 시행됨으로써 정책당국의 경기 부양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깊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저금리 기조 하에서 기업 투자가 별다른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가격 급등을 경험하였으며 그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내릴 경우 금융 및 부동산 시장의 잠재적 불안요인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작용 우려도
또한 물가가 부동산 가격과 일정한 시차를 두고 상승했던 과거 경험에 비추어 금리 인하가 향후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측은 가계부채 부담에 따른 신용불량자 증가나 부동산 투기에 대해서는 미시적 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이라크 전쟁 종결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금리 인하의 수요 진작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물가급등 우려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사스(SARS) 등 돌출 변수로 침체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에 대해 경기부양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경기 부양 조치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면서도 동반되는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방안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 이며 금리 인하가 이와 같은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것인가 이다. 콜금리를 결정하는 다음 주 13일 금융통화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윤승일(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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